노가, 평촌 이마트 근처에 숨은 멋스러운 술집

라라윈 먹거리 즐기기 : 노가, 평촌 이마트 뒤편에 숨은 멋스러운 술집

명섭이님 덕분에 알게 된 멋스러운 집입니다. 아는 사람만 드나드는 비밀스러운 멋집 같았는데, 이렇게 공개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평촌 이마트 옆 골목에 있는 '노가' 입니다. 옛 교실문 같기도 하고, 일본 드라마에서 종종 보던 것 같기도 한 파란 나무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잠시 다른 공간에 온 기분이 듭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굉장한 카리스마로 맞아주는 사장님의 포스가 남달라서인지 고작 문 하나 사이로 다른 시공간 같은 느낌이에요.

벽면에 빼곡히 낙서가 되어 있는데, 낙서조차 명문(名文)입니다. 읽다가 '히야! 어떻게 저런 말을!' 이라며 감탄하게 되는 글귀들, 눈물이 핑도는 글들이 가득합니다. 사장님의 포스, 흐르는 음악 뿐 아니라 낙서마저 멋이 있습니다.

메뉴는 을지로 골뱅이, 왕노가리, 짝태, 먹태, 반건조 노가리, 반건조 오징어, 진미채, 계란과 스팸, 황태 계란탕, 황도, 번데기탕 입니다. 처음 간 저는 메뉴판을 보면서 이것도 시키고 저것도 시키고 싶었는데, 주문을 못하게 막으셨습니다. 많이 시키지 말라고 하시고, 먹태를 골랐더니 주문이 잘못되어 크기가 너무 작아서 안 팔고 싶으시다며 다른 것을 권하셨습니다.

주문을 한다고 다 받아주시는 것이 아니라서 그런지, 단골 손님들은 주문도 사장님께 맡기는 듯 했습니다. "알아서 주세요."

흔한 짝태와 땅콩 같으나, 간장에 청양고추 송송, 마요네즈 듬뿍 소스가 맛납니다.

반건조 노가리는 버터 또는 달달한 무언가가 살짝 덧 입혀져서 입에 짝짝 붙습니다. (술은 못 마시고, 안주는 좋아라 하는 1인이라 흡입하고 있었습니다)

사장님은 그만 시키라고 하셨으나, 이 집의 골뱅이가 너무나 먹어보고 싶어서 졸라서 주문을 했습니다. (주문도 졸라야 되다니...)

달지 않고, 파, 마늘, 깔끔하게 무친 골뱅이 무침입니다. 보들보들한 계란말이도 함께 주십니다. 칼칼하고 깔끔한 골뱅이 무침과 순하고 보들보들한 계란말이 궁합이 좋습니다.

이 집 뿐 아니라 사장님이 손맛있고, 음악 신청 받아서 틀어주고, 벽에 낙서도 멋스러운 곳들은 여기저기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곳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사장님 때문인 것 같습니다. 뚜렷한 색과 아우라가 있습니다. 비욘세가 떠오르는 스프링펌의 긴 머리, 허스키한 목소리, 친한 척 하려고 말을 짧게 하는 것도 아니고 정중하게 말씀하시는데도 친근한 느낌이었습니다. 옛날 운동권 학생들이 숨어들면 숨겨주셨을 것 같은 느낌, 혹은 사장님이 전면에 나서서 싸우셨을 것 같은 느낌, 어떤 곡을 신청하니 "내가 노무현 그리울때 자주 듣는 곡이에요" 라며 틀어주시는 거침없는 자기 표현, 사장님 자체가 멋이 있으십니다. 평촌역 이마트 근처에 숨은 멋스러운 술집 노가에 반한 것이 아니라, 은둔 고수같은 멋쟁이 사장님께 반했던 것 같습니다.

상호  노가
위치  평촌역 이마트 근처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1601)
전화  031-384-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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