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드라이브 / 데이트 코스 추천: 두물머리
아주 오래 전에 일이 안 풀리고 답답할 때면, 물가로 차를 몰고 가서 (죽으러 간건 아니에요... ^^:;) 물소리와 풀내음이 나는 곳에서 멍하니 흐르는 물을 보며 스트레스를 풀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 좋아했던 곳 중 하나가 정약용 선생님의 묘가 있는 한강 상류였습니다. 그 때는 그 근처가 그냥 황량했는데, 친구가 두물머리를 계속 강추해 주는데 보니 제가 좋아했던 그 물가 근처인 것 같았습니다. 이번에는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라 볕 좋은 날 서울 근교 바람쐬러 갈만한 곳으로 두물머리를 찾았습니다. 어떻게 변했는지, 제가 알던 그 곳이 맞은 지 궁금하기도 했구요. ^^
두물머리 오래된 느티나무
첫번째 주차장을 지나, 두물머리에서 가장 가까운 마지막 주차장이라는 곳에 차를 대고, 몇 발짝을 걸으니 멀리서 거대한 느티나무가 보입니다. 느티나무 옆에는 두물머리 느티나무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적혀있었습니다.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며 양서면 양수리 일대에서 큰 물줄기 둘이 머리를 맞대고 있어서 두물머리라고 합니다. 서울로 오가던 사람들이 주막집에서 목을 축이고, 냇물을 건너 말에 죽을 먹이며 잠시 쉬어가던 곳으로 예전에는 말죽거리라고도 불렸다고 합니다. 두물머리에 있는 두물머리의 느티나무는 높이 30m, 둘레 8m로 400여년이나 된 것이라고 합니다.
두물머리 황포 돛대
저 황포 돛대는 2004년 국내 유일의 조선장인 김귀성씨가 건조한 배라고 합니다.
오래된 큼직하고 포근한 느낌의 느티나무와 외롭지만 멋스러운 황포돛대가 어울려 운치있는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마침 앞에서는 한 소년이 돌맹이를 던져 물수제비(강이나 호수에서 돌을 빠르게 던져 물 위에서 여러번 튀게 하는 것.) 를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던지면 한 번도 못 튕기고 바로 물 속으로 잠수하는데, 제법 여러번 퐁퐁 튕기더군요.. 어릴 적에 물수제비를 던지며 돌던 기억같은 것은 전혀 없지만, 왠지 저 모습을 보니 저도 저런 추억이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근거없는 향수에 아련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두물머리 하얀나무섬, 왜 나무도 땅도 하얀색일까?
시선을 멀리 두니, 하얀 나무섬이 보입니다.
백작약이다, 땅까지 하얀 것을 보면 페인트를 칠한 것이다, 일부러 만든 것일 거다 하며 저와 친구 뿐 아니라, 저 섬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추측을 늘어놓고 있었습니다. 바람 끝은 시리지만 햇볕은 따뜻한 날에 눈 쌓인 것도 아닐것 같고 어쩜 저렇게 하얀 칠이라도 해 놓은 듯 하얀 것인지, 저도 진실이 궁금합니다. +_+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뱀이 많아서 뱀섬이라고 불리는 자그마한 섬이라는 이야기 밖에 안 나왔는데, 해피아름드리님이 진실을 알려주셨습니다. 해피아름드리님 감사합니다. ^^ 저 섬은 가마우지라는 새가 가득해서, 저 하얗고 아름다운 것은 사실 가마우지 배설물이 뒤덮인 것이라고 합니다. 결국 저 신비로운 하얀나무섬은 새똥섬.. ㅜㅜ)
두물머리에서 바라보는 한강 상류
호기심과 각종 생각들은 잠시 내려놓고, 한참을 울렁이는 물을 바라보고 앉아있었습니다.
간간히 반짝이는 빛이 여기저기서 보였습니다. 저는 또 가끔씩 반짝이는 빛은 작은 물고기가 튀어오르는 걸거라며 추리를.... ^^;;;
두물머리는 출사지로도 유명하고, 바람쐬러 갈만한 곳으로 유명하고, 데이트,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지만, 카메라를 아무리 들이대도 이 탁 트인 물과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의 감동을 다 담기는 어려운 것 같았습니다. 이런 곳은 카메라 보다도 마음에 담기는 풍경이 멋진 곳 인 것 같습니다.
한참을 바라보고 사진도 찍다가, 센스만점 친구의 럭셔리 웰빙 도시락을 먹으며 두물머리의 풍경을 감상했습니다. 블루베리, 오렌지, 요거트에 아이스팩으로 아직도 시원한 탄산수.. 역시 먹으면서 보니 풍경이 더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
두물머리 산책로
간단히 간식을 먹고 나서는 멀리 뻗어있는 산책로를 걸었습니다. 두물머리에 오면 이 길을 걷는 것이 백미라고 하더군요. (걷는 것은 좋아하지만, 물과 30cm도 안 떨어진 의자에 앉아 멍하니 물구경과 하얀나무섬, 물의 반짝이는 빛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야 말로 백미인 것 같은데...)
입구부터 재미있는 석등이 놓여있습니다. 보통 석등은 저 네모난 중간 부분에 등이 있는데, 모양만 석등이고, 위에 전구가 달려있는 퓨전 석등입니다.
물가에 앉아서 바라볼 때와는 또 다른 물길이 보여서 걷는 동안 바라보는 다른 각도의 물과 하얀나무섬이 색달랐습니다. 나중에 연꽃이 만개하는 계절이면 오른 쪽 진흙밭은 연꽃으로 가득하다고 합니다. 너른 물과 연꽃, 그 사이를 걷는 기분은 아주 환상적일 것 같습니다. 연꽃이 만개할 때쯤 또 들려야 겠습니다.
두물머리 미술관, 수밀원
주차장에서 주차비를 계산할 때 받았던 두물머리 미술관 수밀원 무료 입장권이 있어 잠시 들렸습니다.
한옥과 통나무집이 섞인 멋 스러운 곳이었습니다.
미술관이라고 했지만, 미술작품이 걸려있는 찻집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저는 작더라도 미술관을 기대해서 조금 낚였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 미술관이라고 이름 붙여서인지 차를 마시거나 음식을 사먹지 않아도 맘대로 구경하고 사진 찍는 것이 자유로워서, 구경할 만 합니다.
넓직한 창문에서 빛이 들어오고 내부가 아기자기한 작품과 꽃, 식물들이 많아서 인물사진이 아주 예쁘게 나옵니다. ^^
두물머리 미술관 수밀원 카페 뒷문 쪽으로 나오자, 사람들이 남긴 메모가 한가득 붙어있습니다.
두물머리 4행시도 있고, 입소전 마지막을 기록한 흔적도 있고, 좋은 남자를 만나자는 공감되는 문구도 있고, 효심이 절절 넘치는 글도 있었습니다. 여러 채의 건물이 둘러져있는 한옥마당이라 네 면의 벽에 가득 붙어있는 앞서 두물머리에 다녀간 사람들의 발자취를 읽어보는 재미도 아주 컸습니다.
오밀조밀한 도시 속에 있다가 너른 물을 보며 마음에 담으니 행복해지고,
두물머리가 드라이브 코스 데이트 장소, 바람쐬러 갈만한 곳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되다 보니,
조그마한 커피점과 슈퍼도 있어서 편리하면서도 너무 상업적으로 얼룩지지 않은 풍경이라서 좋고,
참 괜찮은 곳이었습니다.
+ 두물머리 근처: 한옥의 멋스러움이 있는 커피, 고당커피
+ 서울 근처의 갈만한 곳:
-아무나 갈 수 없는 특별한 데이트 코스, DMZ 관광 (도라산 전망대, 제3 땅굴, 통일대교)
- 노천탕 온천 자유로 아쿠아랜드, 서울에서 10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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