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자식들만 부담이 아니라 부모님도 스트레스

라라윈 생각거리: 어버이날, 자식들만 부담이 아니라 부모님도 스트레스

어버이날 점심때 집에 갔습니다. 점심에 집에 계신다던 엄마는 봉사활동하러 나가셔서 없고, 아빠는 한참 집수리 삼매경이었습니다. 엄마 언제 끝나는지 전화해보니 곧 끝난다고 하길래, 점심먹을 음식점 근처에서 만나기로 하고 아빠와 같이 나갔습니다.


#1 어버이날 애들이 안 오는 사람 모임

모두 모여서 식사를 하는데, 엄마가 말씀하시길


엄마 : "지금도 나오는데 ㅇㅇㅇ형님이 밥 먹고 가라고 그러더라고. 오늘 ㅁㅁㅁ 할머니네 집에서 다 모일 생각인가봐. 나는 애들이랑 밥 먹기로 했다니까 그래도 묻더라고. 애들이 온대? 진짜 오는거야? 라고... 그래서 지금 식당에 있다고 오라고 전화왔다고 하고 왔지."

아빠 : "허허허. 오늘 혼자 있는 사람들이 다 모이는구먼. 안 그래도 ㅁㅁㅁ 할머니네 집에서 콩나물밥 먹는다고 오라더라고."

엄마 : "혼자 있는 분들 만은 아니구... 어제 애들이 왔다 가고 오늘은 시간 되는 사람들이 모인거지..."

아빠 : "오늘 그 댁에서 잔치겠네. 허허허"


이 말씀을 듣는데 순간 짠해졌습니다. 어버이날이면 뭔가 해야 될 것 같아 자손들도 부담이 좀 되는데, 부모님들도 스트레스를 받으시나 봅니다. 어버이날 혼자 있는 것도 외롭고, 누군가와 만나도 주위에서 "애들은 안 와?" 라고 묻는 것에도 속이 상하신가 봅니다. 그래서 아예 "애들 안오는 사람들은 따로 뭉치자구!" 하면서 한 댁에 모여 식사 같이 하고 담소 나누신다고 합니다. 애들이 온다고 했다가 안 오는 경우도 빈번하기 때문에, "애들이 온대? 언제 오는대?" 라면서 재차 확인하시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자식들의 뻥카(?)에 당하신 부모님들이 참 많으신가 봅니다....


문득 찔리는게... 어버이날이어도 대충 챙기거나 안 챙긴 적이 많았는데... 그 때면 우리 엄마 아빠도 저 모임에 가 계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카네이션 받은 사람과 못 받은 사람

배불리 먹고 집에 왔는데, 카네이션 화분을 보더니 엄마가 방긋 하셨습니다.


"어머, 밥도 사 줬는데 꽃도 사주는거야~?"


5월이면 카네이션 시들시들한 걸 비싸게 파는 상술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안 산 적도 많았거든요. 대신 만들어 드리기도 했는데, 집에 가보니 선반에 먼지가 뽀얗게 쌓인 채 쳐박혀 있는 것 같길래 그 뒤로는 가내수공업 카네이션 만들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집에 오는 길에, 굉장히 크고 튼튼한 카네이션 화분을 싸게 팔길래 샀습니다. 3송이 정도 피었고, 꽃대가 수십개 맺힌 화분이라 한참 필 것 같습니다.

엄마가 원래 꽃을 무척 좋아하시는데, 카네이션 화분에 이렇게 좋아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여기에도 사연이 있더군요..


"큰 외숙모네는 며느리가 3년인가 4년인가 전에 사 준 카네이션 화분이 아직도 있거든. 그거 또 꽃 폈어. 그래서 매번 갈 때마다 저거 며느리가 사 준거라고 자랑하셔. 이 화분 너무 예쁘다~~~"


제가 사 간 화분도 튼튼해 보이고, 엄마가 화분을 잘 키우시니 아마 제가 사간 카네이션 화분도 몇 년간 필 것 같습니다. 엄마는 기분 좋으신 듯, 화분을 손질하시더니 (꽃대가 안 올라오면서 자란 가지는 잘라주어야 꽃이 잘 핀다고 합니다), 바깥의 계단에 내 놓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저기에 두면 문 열어두면 잘 보이고,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같이 보고 기분 좋잖아. 호호호호"


라고 하셨는데... 제 귀에는 "저기에 두면 오가는 사람들이 보게 되니, 자연스레 자랑할 수 있잖아.." 처럼 들리긴 했습니다.


어버이날 스트레스


엄마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버이날 부모님들도 스트레스 받으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커플 기념일이 되면 무심한 애인을 둔 사람들은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 커플 기념일 챙기기, 준비해야되는 사람만 스트레스일까?) 상술이니 뭐니 해도 모두 챙기는데, 그런 날에 챙김을 못 받으면 상대적으로 사랑받지 못하는 것 같고 서운합니다. 어쩌면 부모님들도 비슷한 심정이실 것 같습니다. 굳이 비교하려는 것은 아니더라도, 다른 집은 어버이날이라고 애들이 찾아오고 같이 식사하고, 카네이션도 달아주고 하는데, 우리 집 아이는 집에 오지도 않고 부부만 적적히 있으면 서글프실 것 같습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이 아니라 가정경제 파탄의 달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습니다. 결혼하고 학생 자녀가 있는 분들은 어린이날 아이 선물 사줘야 하고, 어버이날 양가 부모님 선물 용돈 챙겨야 하고, 스승의 날 아이 학교 선생님 선물 챙기려면 허리가 휘는 달이라는 소리 입니다. 꼭 거창한 선물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감사한 마음이면 충분하다고 하지만, 마음은 보이지가 않으니 식사 자리든 꽃이든 작은 선물이든 해야 감사한 마음이 전해지는 것이 함정인 것 같습니다. 식사 대접이나 작은 선물 쯤은 부담없이 할 수 있도록, 모두의 주머니 사정이 좋아지면 좋겠습니다. 기승전경제회복 기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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