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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아빠의 부성애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 하루 하루 사노라면... 무서운 아빠의 부성애

세월호 사고 이후, 참 힘듭니다. 세월호 기사를 보는 것이 두렵고 지겹습니다.

눈물이 왈칵 날 것을 알아서 두렵고, 이 사고 이후 인두껍을 쓰고 짐승같은 짓을 하는 사람들을 자꾸 보게 되는 것이 지겹습니다. 제가 사는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라고 믿고 싶은데, 자꾸 인간같지 않은 사람들이 설칩니다. 누군가 세월호 사고는 우리 사회의 거름망 같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뜰 채로 건져내듯 인간 쓰레기들이 속속 드러나는 것 같다고요..


어쨌거나... 벌써 130일이 넘었는데, 아직 달라진 것도, 제대로 해결된 것도 없습니다.

유가족들은 진도체육관 바닥에서 청와대 앞, 광화문 앞에서 장소를 옮겨 우기처럼 비가 오는 날씨에 노숙을 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고 속이 상합니다.

세월호 기사들을 보면 눈물나는 이야기들만 가득합니다.

어릴적에는 기사보면서 눈물이 나면, "나 이 정도로 감수성 충만한 여자야."라는 우쭐한 마음이 들었는데, 삼십대 중반 여자가 일하다 말고 모니터 쳐다보며 콧물 눈물 흘리고 있으니 감정조절도 못 하는 사람같아 창피하네요. 저만 가슴이 아픈 것이 아니라 현재 이 답답한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 모두 같은 마음임에도, 운다고 해결될 것이 없으니 그저 참고 있는 것 일텐데요.....


일하다 모니터 앞에서 울면 참 부끄러운데도... 풍상없는 눈물은 까만 아버지들 얼굴을 볼 때마다 납니다.

저희 아빠도 일하시느라 얼굴이 다 타셔서 까맣거든요.

그리고 저희 아빠도 빽도 권력도 없으니, 가족에게, 특히 저나 동생이 이런 하늘이 무너지는 일을 당했다면 죽음을 각오하고 저러실 것 같아서요.


아빠의 부성애와 엄마의 모성애는 사뭇 다릅니다.

가끔 아빠를 보면, 아빠가 죽어도, 아빠가 없어도 저희만 행복하면 괜찮으신 것 같아 보여서 무서울 때도 있습니다. 



푸르덴셜 보험이었나요, "10억을 받았습니다." 광고 보면서 욕하는 분들도 많았는데, 저희 아빠는 그 광고를 좋아하셨습니다. 아빠가 돌아가셔도 남은 엄마와 저희가 살 길이 생긴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정말로 10억을 준다면, 행여 아빠에게 무슨 일이 있다해도 안심하실 수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푸르덴셜 보험에 가입하지는 않으셨지만, 아빠가 돌아가시게 되면 저희에게 돈을 많이 남겨주는 보험을 찾아 열심히 가입하셨습니다.... ㅠㅠ

빠듯한 형편에 보험금 내는 것도 부담이셨을 것 같은데, 가끔 아빠는 뿌듯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셨어요.


"아빠가 너희한테 물려줄 수 있는게 없는데 그래도 보험이라도 가입해두면, 혹시라도 아빠한테 무슨 일 있으면 당장 먹고 살 수 있게는 해줄거야. 아빠한테 무슨 일 있는건 아무 상관없는데, 엄마랑 너희가 걱정이지."


라며 다행이라는 듯 씩- 웃곤 하셨어요.




죽기를 각오하신 유민 아버님을 보니... 그런 아빠 마음이 겹쳐지면서 자꾸 눈물이 납니다.

유민아버님 등에 써 있는 "힘없는 아빠 쓰러져 죽거든 유민이 옆에 묻어주세요"라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셨습니다. 이 분을 보면 정말로 죽기를 각오하신 것 같습니다.



간혹 성경에 40여일을 단식 기도를 바친 사례가 나옵니다. 사고에서 40여일 정도만에 물만 먹으며 버티다가 간신히 구조된 사례도 있기는 하고요. 그러나 스스로 곡기를 끊고 싸워가면서 버틴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닙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보살피고 계시는 이보라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현재 유민 아버님의 상태는 살의 지방을 전부 몸을 움직이는 연료로 사용하였고, 이제 장기에 있는 것을 생명을 유지하는 연료로 태우기 시작한 상태라고 합니다. 지금 당장 단식을 멈추고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앞으로 괜찮아 진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고 합니다.

기존 의학계 연구 기록에 따르면, 인간의 최장 단식 기록은 47일로, 47일 이후 사망하셨다고 합니다. 장기간의 단식으로 체중이 18% 이상 감소한 경우도 사망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현재 유민 아버님은 47일을 얼마 안 남겨두셨고, 체중은 17% 감소하신 상태입니다.



유민 아버님의 목숨을 건 간절한 바람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쳐서일까요...

연일 유민 아버님에 대한 어이없는 말들도 난무합니다. 돈 좀 더 받으려고 쑈한다는 둥, 이혼하고 아버지 자격도 없는 사람도 그런다는 둥 인신공격도 수준급입니다.


제 눈에는 저분이 돈 몇 푼 더 받겠다고 목숨을 거신 것 같지 않습니다.

감히 제 나름대로 심리 분석을 해보자면, 가난한 아빠라서, 딸 들에게 해 준 것이 없는 아빠라서 더 원통하고 분통해서 목숨을 내걸고 투쟁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유민이 동생이 있어서 더 철저한 진상규명을 원하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확실히 진상규명을 하고 대책을 세워야 남은 딸이 살아갈 세상에서 이런 일이 안 일어날 테니까요.. 아빠 목숨을 바쳐서 하나 남은 딸이 살아갈 세상이라도 바꾸고 싶으신 것 아닐까요...




곳곳의 악성 댓글 보다가 분노하고 있었는데, 세월호 피해자와 가족들에 대한 근거없는 유언비어와 악플에 대해 제보를 받고 계셨습니다. 혹시 울컥하는 얼토당토 않은 글을 보시면, 캡쳐하고, 링크 첨부해서 sewolreport@gmail.com으로 보내면 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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