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데이 같은 커플 기념일 챙기기, 준비해야되는 사람만 스트레스일까?

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기념일, 준비해야 되는 사람만 스트레스 일까?

빼빼로데이, 크리스마스, 발렌타인데이, 화이트 데이, 뭔데이, 먼데이, 커플 기념일들이 다가오면 이번 기념일에는 어떻게 해야 되나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빼빼로데이 선물, 크리스마스 선물을 다 준비하는 사람은 이번에는 또 어떤 빼빼로데이 선물 아이디어로 작년과 다르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됩니다. 커플 기념일 선물을 안 챙기며 외국의 기념일을 내가 왜 챙기냐며 볼멘 소리를 하더라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했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심리적인 압박은 받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커플 기념일에 챙겨야 되는 사람만 스트레스일까요?


빼빼로데이... 그 날의 악몽

몇 년 전 빼빼로데이 날이었습니다. 오전부터 사무실로 택배 상자가 왔습니다. 상자에는 빼빼로와 뺴빼로데이 선물들이 빼곡했습니다. 사무실 사람들과 나눠 먹으라며 푸짐하게 담은 빼빼로에,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소소한 소품들을 가득 담은 푸짐한 상자였습니다. 거대한 빼빼로데이 선물 상자를 받은 주인공은 부끄럽게 이런걸 사무실로 택배로 보낸다며 마음에도 없는 부끄러운 척을 하더니... "남자친구가 나눠 먹으라고 잔뜩 보냈다"며 인심 좋게 한 명 당 3개씩 아몬드 빼빼로와 오리지널 빼빼로 누드 빼빼로를 종류별로 나눠주었습니다.
잠시 뒤 또 다른 친구가 꽃다발과 빼빼로 한 보따리를 들고 들어왔습니다. 남자친구가 향수와 꽃다발을 사주고, 사무실 앞에서 헤어지기 전에 빼빼로데이를 그냥 넘어가면 아쉬우니 가서 나눠 먹으라고 편의점에서 여러 개 사줬다며 편의점 봉지에 빼빼로를 잔뜩 사 들고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빼빼로를 한 개씩 나눠주어 제 책상에는 어느덧 빼빼로 네 상자가 쌓여있었습니다.
그리고... 남자 동료가 여자친구가 만들어 줬다며, 자기는 단거 싫어하는데 여자친구가 빼빼로데이 같을 때 꼭 챙겨서 수제 초콜릿 만들어 주는거 너무 좋아한다면서... 수제 초콜릿을 나눠줬습니다.

빼빼로데이 부익부 빈익빈, 기념일 챙기기


연아느님처럼 엄청난 선물 산은 아니더라도 주변 친구들이 빼뺴로데이나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같은 커플 기념일에 선물을 잔뜩 받아오면 옆 사람에게도 개평(?)이 떨어집니다. 덕분에 빼빼로 많이 얻어먹었습니다.
문제는........ 저도 커플이었다는 점 입니다. ㅜㅜ

꼭 남들이 한다고 다 따라해야 되나며, 빼빼로데이 같은 기념일을 꼭 다 챙겨야 되냐고 볼멘 소리를 하던 1인이었지만...
산더미 같은 빼빼로를 주체 못해 주위 사람들에게 인심쓰고 있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커플이면서도 빼빼로 하나 못 받아서 남이 주는 빼빼로를 얻어 먹고 있으니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차라리 솔로들은 커플들의 빼빼로 잔치에 대놓고 시샘이라도 할 수 있었습니다.
"나도 내년에 빼빼로데이에는 빼빼로 한 트럭 사주는 남자친구 만날테다!"
"흥. 난 남자친구 생기면 빼빼로말고 그냥 향수 사달라고 할거야. 빼빼로 잔뜩 사서 돌리면 뭐해. 실속도 없고."
"난 사무실로 택배 보내는 남자가 제일 싫더라. 너무 구려. 보이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흥."

이러면서.... 사무실로 택배를 보내준 동료의 남자친구가 보낸 빼빼로를 얻어먹으며 오독오독 빼빼로를 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커플인 저는 거기서 뭐라고 할 말이 없었습니다. 다음 타겟은 바로 저 였으니까요.

"근데, 너는 빼빼로 사 줬어?"
"이따 만나?"
"아. 저녁에 보는거야?"

"치. 좋겠다. 저녁에 만나서 데이트 하는구나. 커플 다 죽어라!"

라며 부러워 하는데, 어색하게... 저녁에 만나기로 한 척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무 약속이 없었어요... 남자친구가 바쁘다며 뭐 애들처럼 빼빼로데이 같은 것을 챙기냐고 하더군요. 솔로들은 솔로끼리 연합을 하여 이런 날은 맛있는 걸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고 스케쥴을 짜는데, 거기에 끼어 가기도 싫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더" 초라해 보이는 탓이었습니다.
남자친구가 없으면 없으니까 빼빼로데이고 뭐고 간에 커플 기념일을 챙길 사람도 챙겨줄 사람도 없으니 어쩔 수가 없는 겁니다. 그러나 커플은 남자친구가 있는데 안 챙겨주니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 같아 보입니다. 쿨하게 "우린 원래 그런거 안 챙겨" 라고 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저는 전혀 쿨하지 못하므로, 빼빼로데이 하루 동안 이웃들의 빼빼로를 얻어 먹으며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렸습니다.

그날 저녁, 커플들은 데이트 하러 가고, 솔로들은 자기들끼리 뭉친다며 가고..
저는 저녁에 남자친구와 약속이 있는 척 하며, 그냥 집에 일찍 돌아왔습니다.
하루 동안 이웃들에게 받은 빼빼로만 책상 위에 꺼내놓아도 몇 개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루 동안 참았던 빼빼로데이 우울증이 폭발하며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책상 위에 놓여진 동료들이 남자친구 여자친구에게 받아서 하나 씩 나눠 주었던 빼빼로를 째려보며 괜히 서러워 울었습니다..

빼빼로데이 선물, 빼빼로데이


그깟 빼빼로가 뭐라고....

그러나 제 심정은 꼭 졸업식이나 운동회 날에 부모님 안 오셔서 혼자인 아이 같았습니다.
졸업식날 오셔야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는 것은 아닙니다. 졸업식날 오지 못하는 부모님도 사랑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마음과 달리... 상대적으로 남들 다 졸업식에 꽃 사들고 와주는 부모님이 있는데 나 혼자 덩그러니 있으면 참 쓸쓸합니다.


빼빼로데이 선물 뒷풀이

빼빼로데이 당일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도 쉽지 않았습니다.
뺴뺴로데이 당일에는 그날 사무실로 택배를 받은 사람, 사무실 앞으로 찾아와 빼빼로데이 선물을 주고 간 사람, 아침에 만나 빼빼로데이 선물을 받아온 사람들의 선물로 난리통(?)이었다면... 다음 날은 전날 받은 빼빼로데이 선물에 대한 후기 이야기로 시끄러웠습니다.

"울 남편은 슈퍼에서 엄청 큰 빼빼로 하나 사주고, "나 사줬다. 삐치지 마라." 이러는거 있지. ㅋ"
"난 그냥 어제 만나서 저녁 때 밥먹고 놀았어. 우린 원래 그런거 잘 안 챙겨."
"우리는 기념일 챙길거 다 모아서 커플 통장에 입금하고 나중에 여행가기로 했어."
"난 어제 집에 가니까 와이프가 빼빼로 만들기 했다고 주던데. 근데 그거 사 먹는게 더 맛있드만. 빼빼로 만들기 했다고 생색 내길래 보니까 그냥 과자에다가 초콜릿 묻힌거 밖에 없드만."


그리고.. 다음 질문은

"넌 어제 뭐 했어?"


였습니다.
"남자친구와 아무 약속도 없어서 방구석에 쳐박혀 니네가 준 빼빼로 쳐다보며 서러워서 울었다 왜!" 라고 할 수도 없고... "그냥.. 뭐.. 밥 먹고 그랬지 뭐,," 하고 바쁜 척을 하며 일을 시작했습니다.


빼배로데이 솔로는 모르는 커플 기념일 우울증

발렌타인데이,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라면
"여자친구가 초콜렛 사줬을꺼 아냐?"
라는 질문에서 자유롭기 힘들테고, 화이트데이,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라면
"너는 챙겨줄 사람이 있잖아. 남친이 뭐 사줬어?"
라는 질문에서 자유롭기 힘듭니다.

이러고 보니 무슨 기념일이 되었을 때, "받아야 될 것 같은" 입장이라는 것도 참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스스로가 빼빼로데이, 크리스마스,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같은 것을 안 챙기는 무심한 성격이라면 괜찮습니다. 또는 그런 날을 챙기며 선물을 주고 받는 것은 몹쓸 짓이라는 굳건한 철학을 가지고 있으면 괜찮습니다.
그러나 남들 하는 대로 빼빼로데이면 빼빼로 하나 주고 받으며 챙겨보고 싶은데 내 애인은 기념일 챙기기를 귀찮아 하면.. 참 우울합니다. 여기에 부담될까봐, 또는 구차하게 꼭 "빼빼로데이니까 빼뺴로 하나 사줘"라는 말을 해야 되나 싶어 말도 못하는 성격까지 갖추면 완벽하게 우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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