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생각거리 : 층간소음 겪어보니, 왜 윗층을 죽이고 싶은지 알겠다
와아아아아아~~~ 너무 기뻐요! 저도 이제 층간소음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 기쁨을 주신 윗층 비상식 가족과 아래층 무개념께 깊은 감사드려요!!!!
이전에 살던 곳에서 옆집 소음으로 고생한 적이 있기는 합니다. 벽이 너무 얇아서 옆집 말소리가 다 들리고, 옆집 티비 소리가 들렸어요. 그러나 이건 뭐라고 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집이 후진 것 뿐, 그냥 사는 생활소음이니까요. 옆집에 살던 슈퍼스타 K 지망생이 노래를 부를 때도 참다가, 드럼을 치기에 찾아갔습니다. "노래 하시는 것은 참았는데, 드럼은 온 집이 다 울려요..." 라고 했더니, 슈퍼스타K 지망생 청년은 화들짝 놀란 듯 토끼눈을 뜨고 "들려요?" 라고 되묻더라고요. 옆 집에서 찾아오지 않으니 자기가 고래고래 노래 부르는 소리가 안 들리는 줄 알았나 봅니다. 그 청년은 그 뒤로는 노래연습도 조심히 하고, 드럼은 다시 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슈스케 지망생 청년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소음을 경험 했습니다.
# 종교 단체 앰프 우퍼 소음
아랫층에 이상한 종교 단체가 이사 왔습니다. 뭔가 설교를 하는 것 같은데, 실내에서 앰프와 우퍼를 켜고 말을 합니다. 설교 뿐 아니라, 기도도 드리고, 외우기도 하고, 노래도 불렀습니다. 앰프 우퍼 켜니 윗집인데도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우웅우우우웅 여러부운~ 대답하세요오~ 자~ 다 같이 불러요오~~~ 쿵짝쿵짝...
무개념을 만나면서 스킬이 업되어서, 쫓아 내려가지 않고 (어차피 맞장 떠서 이길 자신도 없음. 저는 쫄보) 먼저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집 주인은 알겠다고 하더니, 쪼르르 가서 "니 윗집 여자가 너 시끄럽대." 라고 고자질을 했나 봅니다.
집주인 성격이 좀 그렇습니다. 이 집 저 집의 말을 쪼르르 옮겨서 이간질 시키는 재능이 있으십니다. 두루뭉실하게 "다른 거주자들이 불편해 한다. 실내에서 앰프, 우퍼 사용은 자제해 달라. 그냥 생목으로 말해도 다 들릴 정도의 크기 밖에 안 되지 않느냐." 이렇게 말씀하셨어도 될텐데... 제가 시끄럽다고 했다고 콕 찍어 일러주셨나 봅니다. 아래층에서 바로 쫓아 올라왔더라고요... (저는 쫄보이므로, 쫄아서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ㅠㅠ) 그 뒤로 소음은 계속 되었지요. 얼마 뒤에는 설교, 노래도 모자라 전국 노래자랑이라도 하시는지 트로트 메들리를 불러 제끼며 환호를 지르고 난리 굿을 하시더라고요. 온 건물에 장기자랑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습니다. 이 정도면 경찰에 고성방가로 신고해도 될 것 같길래, 신고를 했습니다.
경찰 아저씨가 왔다 가셨는지, 그 날 이후 아래층의 소음이 아주 작아졌습니다. 그러더니 얼마 뒤 이사를 갔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층간소음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시끄러우면 집 주인이나 관리자에게 말하고, 정말 시끄러우면 경찰에 신고하면 해결되는데, 왜 층간소음 때문에 찔러 죽이네 마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층간소음은 고성방가가 아니라 황사, 미세먼지같이 애매한 층간소음이었습니다.
# 마늘 3~4시간씩 빻는 윗집
윗집에서 안마의자 진동같이 콩콩콩콩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시계 째각째각 소리 보다는 크고, 키보드 투닥투닥 소리보다는 작은데, 천정을 계속 통통통통 두드리는 진동과 소음이 이어집니다. 한 번 콩콩거리기 시작하면 2~3시간씩 하시더라고요. 윗집에 안마의자 같은 것을 쓰나보다 하고 몇 년을 꾹 참았는데, 또 다시 아침부터 콩콩거렸습니다. 혹시 예전 슈스케 지망생 청년처럼, 아래층에 소리가 들린다는 것을 전혀 몰라서 그러나 싶어서 조심스레 문자를 보냈습니다.
"불편한 일로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윗층에서 이상하게 콩콩거리는 진동과 소리가 계속 들립니다. 계속 울리니 괴롭습니다."
바로 전화가 왔습니다.
"꺄르르르르르르... 마늘 빻아서 그래요. 들렸나 보네요. 호호호호호호호. 근데 어쩌죠? 김치 담궈야 되서 일주일은 더 빻아야 되는데..."
이 때 확실히 말을 했어야 하는데, 호구 같은 저는 괜찮다며 알겠다고 하고 꾹 참았습니다. 일주일이나 마늘을 빻아서 김치를 담군다니.. 대체 얼마나 많이 담구는 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에 많이 담구면 그 뒤로는 콩콩 소리가 덜 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 뒤로도 계속 콩콩콩콩 소리가 났습니다. 팔힘이 어찌나 좋으신지, 마늘을 한 번 빻으면 3시간은 기본입니다. 기본 3시간 이상 콩콩콩 거리는 소리와 진동이 납니다.
도저히 못 참겠어서 연락을 다시 했습니다. 이번에는 적반하장으로 폭풍 짜증을 냈습니다.
"마늘 빻는데, 그럼 어쩌라는거에요? 먹고 사는건데... 이런건 이해해줘야 하는거 아녜요?"
미안하다는 말도 없고, 대뜸 먹고 사는건데 어쩌라는거냐고요? 저도 화가나서 "먹고 사는거니 저더러 일방적으로 참으라고 하시는거에요?" 라고 했더니, 누가 참으라고 했냐며 말꼬리를 잡고 늘어집니다. 이 전화 이후로도 콩콩 소리는 한 시간이 넘게 멈추지 않았습니다. 저도 성질이 나서 전화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윗집 비상식 아줌마는 "어쩌라고요. 장소 옮겨서 빻고 있다고요! 대체 어쩌라는거야, 참." 이라더니 전화를 뚝 끊어버립니다.
허허허허허허허허허.... 애초에 아래층이 괴로울거라는 생각 같은 것은 전혀 없이, 하루 너댓시간씩 마늘 빻을 때 알아봤어야 되는데.... 시끄럽다고 하는데 일주일 더 빻겠다고 할 때 알아봤어야 되는데..... 저는 왜 윗집과 점잖게 대화를 하면 될거라고 생각했을까요....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어제 밤에는 새벽 1시부터 뭘 또 콩콩콩콩 거립니다. 참다 참다 새벽2시에 벨을 눌렀더니 남편놈이 아무 것도 안한다며 바로 짜증을 부리네요. 아무것도 안하는데 새벽 2시에 벨 누르자 마자 나오고, 아무것도 안하는데 새벽 4시까지 윗층에서 콩콩콩 거리는 소리, 쿵쿵 발소리, 덜그덕거리는 소리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윗층에 귀신이 사나봅니다... 아무것도 안한다는데 소음이 들려요.
아줌마처럼 마늘 빻는다고 어쩌라고 하는 것도 답답하더니, 아저씨처럼 아무것도 안 한다고 딱 잡아떼도 환장할 노릇이었습니다. 부부 궁합은 참 훌륭해 보이는데, 아랫집 사람으로서는 때려주고 싶은 부부였습니다.
아저씨가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니, 그제야 마늘 빻는다는 것도 거짓말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아무리 팔 힘이 좋기로서니 마늘 빻아서 납품하는 업체도 아니면서 걸핏하면 서너시간씩 마늘을 빻는다는 것이 이상합니다... 운동기구나 게임기 같은거라고 말을 하면, 자제해 달라고 할까봐, 먹고사는 마늘 빻는 일이라고 거짓말을 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늘 빻는건지, 운동기구인지 모를 서너시간씩 지속되는 콩콩거리는 진동 소음은 신고를 하기에도 애매합니다. 서너시간씩 애매하게 통통통통 울리니 아주 거슬리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경찰에 신고를 한다거나 층간소음 분쟁 조정을 해달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소음이라 더 답답했습니다. 만약 엄청나게 괴롭히고 싶은 아래층 사람이 있다면 매일같이 마늘을 서너시간씩 빻으면 될 것 같습니다.
자취 생활 십여년에 각종 이웃집 진상 사례, 살의를 느끼게 만드는 미친년놈에 대한 서글픈 사례는 모두 공감할 수 있게 되었네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앞으로 심리학 하면서 집에서 괴로운 경험담 말씀하시면 정말 공감하며 경청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이렇게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신 윗집 비상식 가족에게 박수를!
윗층소음에 시달리는 아래층 사람의 심리 상태
직접 겪어보니, 층간소음이 왜 사건사고로 이어지는지 좀 알 것도 같습니다.
1단계 : 인내. 수련의 단계, 스스로를 의심함
"윗층 분들이 그렇게 나쁜 분들도 아닌데, 뭔가 이유가 있겠지.." "설마 이게 사람이 계속 3시간째 같은 간격으로 진동을 내는 것은 아닐텐데.. 뭐 운동기구 사셨나?" "대체 무슨 일이지?" 와 같은 착한인간 모드로 이유를 추론합니다. 윗층에서 나는 소음이 맞는지 아닌지도 재차 확인합니다. 제가 잘못 들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원인을 파악하며 참다가 시간이 꽤 흐릅니다.
2단계 : 어떻게 말해야 하나 고민 또 고민
경찰에 신고해도 될 만큼의 화끈한 고성방가 소음이면 말하기도 편합니다. 그러나 애매하지만 엄청 거슬리는 진동과 소음은 말하기도 참 뭣합니다. 몇 번을 고민하다가 연락을 합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고통이 시작됩니다.
3단계 : 인간에 대한 실망
2단계에서 슈스케 청년처럼 "들려요?"라며 자기가 더 놀라서 그 뒤로 조용히 한다면 아름다운 이웃으로 남게 됩니다. 물론 그 슈스케 청년도 그 뒤로 드럼은 안 쳤지만 노래는 계속 부르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미안한 기색만 비쳐도, 기분 좋게 참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윗층 비상식처럼 어쩌라고 + 짜증 + 아무것도 안한다는 오리발 이런 식이면, 아름다운 이웃은 개뿔.... 인간에게 실망을 합니다.
4단계 : 엄청 답답함
새벽1시부터 새벽4시까지 윗층 소음에 시달리며, 침대에 누워서 층간소음 해결 방법을 검색을 했습니다.
층간소음으로 고소하는 방법, 고무망치나 막대기를 사서 천정을 두드리는 방법, 칼들고 올라가서 겁 주는 방법, 전문기관 도움을 받는 방법 등등... 층간소음 대처법이 많기는 정말 많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그만큼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소리입니다. 뭐라도 하면 답답함이 약간 가실 뿐, 윗층에서 갑자기 배려심이 생겨서 아래층을 생각해 조심해 주지 않는 한... 아랫집 사람은 답이 없습니다.
5단계 : 엄청 얄미움
속수무책이고, 앞으로 예방책이 없다는 것이 정말 답답했습니다. 저는 윗집에 고통을 주려면 고무망치를 사서 의자 밟고 올라서서 팔아프게 치던가, 층간소음 보복용 우퍼라도 사야 됩니다. 즉 뭔가 엄청 수고스럽게 노력해야 윗집에 작은 데미지라도 줄 수 있는데, 윗집은 언제든 맘만 먹으면 새벽이나 밤이나 저를 괴롭게 할 수 있습니다. 윗층 소음은 저만 괴로울 뿐 윗층 사람들에게는 피해가 전혀 없다는 것이 참 얄미웠습니다.
6단계 : 신경쇠약
윗집 아저씨가 아무 것도 안 한다고 짜증을 부리니, 제 자신을 의심하게 되었니다. 요즘 몸이 허해져서 환청을 듣는 것은 아닌지... 제가 정말 예민한 것은 아닌지 고민했습니다. 서너시간씩 계속되는 쿵쿵거림을 듣노라면, 환청인지 실제 소리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제가 예민해져서 그 소리가 계속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닌가 의심스러워집니다.
제가 애정하는 NCIS나 명탐정 코난에 미세한 진동과 소음을 계속 틀어서, 신경쇠약에 걸리게 만들어 죽이는 방법이 종종 나옵니다. 그 방법 참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미쳐서 죽을 것 같습니다.
7단계 : 쓸데없는 시간 소모
윗층은 몹시 행복하게 쿵쾅거리며 살고 있으나, 저는 이런 일을 한 번 겪을 때마다 층간소음 대처법을 검색하느라 몇 시간씩 소모됩니다. 윗층 소음으로 인해 피해도 나만 입었는데, 건강, 정신적 피해 뿐 아니라 시간까지 또 뺏긴다는 것이 참 여러모로 짜증나는 일 입니다.
일방적으로 억울하게 당하니, 이 감정이 터지면 극단적인 사건 사고가 벌어지나 봅니다. 예전에는 고작 윗층이 좀 시끄러운 것 가지고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나 했는데.... 이제는 이해합니다. 저같은 쫄보는 블로그에 하소연 하고, 이사를 가야되나 하면서 속앓이 하는게 전부지만, 만약 본인의 집이고, 실행력(?)이 있으시면 무슨 일 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옆집 소음, 아랫층 소음에 이어 윗층 소음까지 마스터하게 되다니...........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세상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어 너무너무 기뻐요!!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ㅓㅓ (멀어지는 정신줄을 부여 잡으며, 이사하면 어떨지 계산기를 두드리는 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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