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경험담: LG 겸손 마케팅을 보니 생각나는, 너무 겸손해서 화가 났던 LG AS 후기
LG 겸손 마케팅이라는 신조어가 생길만큼 LG에 대한 훈훈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어려운 일에 성금을 쾌척하고도 조용히 있다거나, 제품을 기가 막히게 만들어 놓고도 홍보하지 않는 점 등이 알려지며 좋은 이미지를 얻고 있습니다. 물론 LG 마케팅팀이 정말로 바보는 아니므로, 물 들어올 때 노 젓느라 이 참에 여러 가지를 더 끼워서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보니 LG 무료 AS 자랑도 있는데, LG AS의 겸손함은 제가 수차례 경험해 본 바가 있어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LG 외장하드 AS : 겸손하게 "저희는 못해드리니 사설 업체에 맡기세요."
외장하드 브랜드에 시게이트, WD 라는 업체가 있다는 것도 모르던 컴맹시절입니다. 뭐든 LG 아니면 삼성 것을 샀는데, 저의 절친이 LG에 다니는 고로 웬만하면 LG 것을 샀습니다. 알토란같이 데이터들을 외장하드에 차곡차곡 백업해 두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인식이 안 되었습니다. 별 걱정없이 LG AS 센터에 전화를 했지요.
"외장하드 AS를 신청하시면 데이터 백업은 못 해드립니다."
"네??? 외장하드 고치는 이유가 속에 있는 데이터 꺼내려고 하는데 데이터는 못 꺼낸다고요?"
"개인정보때문에 저희가 데이터를 살려드릴 수는 없어요. 외장하드에 있는 데이터를 복구하고 싶으면 사설 수리센터를 이용하세요."
"AS 때문에 LG 거를 산건데 사설 업체가서 하라고요?"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그래도 AS 접수 하시겠습니까?"
"음.. (고민)... 그래도 어쩔 수 없죠. 그럼 동네에 AS 센터로 가면 되나요?"
"외장하드는 청주에 있는 센터로 택배로 보내셔야 돼요."
"네??? 동네에 LG AS센터 있는데, 거기 가면 안 되나요?"
"네. 택배로 청주로 보내셔야 합니다."
"외장하드를 택배로 보냈다가 택배로 받는 것은 너무 불안한데, 다른 방법이 없나요?"
"네. 없습니다."
자신들보다 다른 업체를 이용하라고 권하다니, 정말 겸손하지요...
결국 외장하드를 택배로 청주인지 어딘지로 보내어 수리하고 다시 받는 것이 불안하여, 그 LG 외장하드는 아직 제 책상서랍 속에 들어 있습니다.
나중에 IT 분야를 기웃거리며 알고 보니, LG외장하드는 LG 하드가 아니었습니다. LG 외장하드니까 당연히 LG에서 만든 HDD가 들어간다고 생각하지만, 도시바 HDD 같은 것을 사다가 껍데기만 LG 상표를 붙여서 파는 것이었습니다.
링크: 일란성 쌍둥이, LG SSD vs 도시바 SSD 완전 분해 개봉기
그래서 자신들이 외장하드 AS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못하면서 한다고 허세부리지 않고 겸손하게 못 한다고 했던 겁니다...
LG 노트북 AS : 겸손하게 "사설업체에 맡기세요"
쭈욱 LG 노트북을 썼던 행운일까요? LG 프리미엄 노트북 체험단에 당첨이 되었습니다. 너무 신이 났었지요. 그러나 그 노트북은 다른 의미에서 LG와의 새로운 추억을 양산해주었습니다.
수많은 노트북 제조사들이 체험단을 진행하는데, 대부분은 새제품을 보내줍니다. 체험단의 목적이 써보고 좋다는 것을 느낀 뒤 마구 홍보해 달라는 것인만큼 좋은 제품을 보내줍니다. 그러나 겸손하고 알뜰한 LG는 역시 달랐습니다.
새제품이 아니라 전시제품을 보내주겠다고 하더니, 실제로 보내준 것은 기자들에게 리뷰용으로 돌리던 제품이었습니다. 몇 명에게 돌리던 제품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확실히 물증이 남아있던 것은 노트기어 기자님이 완전히 분해해 보았던 노트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참고로 노트기어는 노트북을 완전 분해해보고, 부러지나 안 부러지나 실험해보고, 긁히나 안 긁히나 긁어보는 등 하드코어 리뷰로 유명하십니다.
나중에 저도 리뷰용 노트북을 수차례 빌려 써보니, 리뷰용 노트북은 상태가 엉망일 때가 많습니다. 내 것이 아니어도 곱게 쓰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내 것도 아닌데 어때? 막 써. 다 해봐." 라며 막 쓰는 분이 더 많은 탓인가 봅니다.
제 앞에 쓰셨던 분들도 내거 아니라며 막 쓰셨던 것인지, 체험단으로 받은 이 노트북은 부팅이 안 되기도 하고, 프로그램 하나 깔면 뻑나기도 하고, 뭔가 이상했습니다. 방문 AS도 수차례 받고, 방문을 기다릴 수 없이 급한 날은 노트북을 들고 구산역 LG AS 센터에 뛰어가서 수리를 받기도 했습니다. 노트북이니 불안해서 앞에 앉아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오래 걸리니 맡겨 놓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몇 차례 AS를 받은 뒤 어느 날, 학교에서 노트북을 쓸려고 열어보는데 상판 연결 부위가 금이 가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심증 100%는 AS 센터였습니다. 이 노트북은 고무주걱으로 테두리(빨간선 부분)를 들어 올려야 내부를 볼 수 있습니다. 저 상판이 얇은 플라스틱 같은 것이라 조금 힘주어 비틀면 깨지기 쉬워 보였습니다.
그러나 AS 센터에서는 물증이 없으므로 고객 책임이라고 했습니다. AS 센터 보내기 전에 찍은 사진과 나중에 찍은 사진을 제시하였으나, 수리 과정에서 깨졌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는다며 사용상의 부주의라고 하였습니다. 이럴 떄도 겸손하게(?) 자기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고 미루시더라고요.
그 뒤로라도 좀 편히 썼으면 좋으련만, 얼마 뒤 부팅이 안 되어 또 AS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러자 다시 특유의 양보하는 겸손함이 나왔습니다.
"윈도우가 날아간 것 같습니다. 윈도우를 다시 설치하는 것은 저작권 위반이므로 저희가 해 드릴 수 없고요. 사설 업체에서 수리 받으세요."
윈도우 깔 줄도 모르는 컴맹시절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사설 컴퓨터 수리 업체를 불러서 10만원을 주고 윈도우 재설치를 했습니다. 나중에 컴퓨터 좀 하시는 분들께 이 이야기를 했더니, 이구동성으로 하신 말씀,
"뭐? 10만원? 나한테 가져오지. 그럼 커피 한 잔에 해줄 수 있는데."
"윈도우 새로 깔 필요없는데? 정품 윈도우가 설치되어 있으면, 복구만 해도 되는데.. 그런데 왜 LG 서비스 센터에서 그렇게 말했지?"
라고 하셨습니다. 나중에 아주 쬐금 알고 보니, 노트북에 윈도우 포함이었던 것들은 이미 그 윈도우를 돈 주고 산 것이기 때문에, 재설치, 복구를 할 수 있더라고요... LG AS 기사님들은 정말 겸손하시죠... 컴퓨터에 대해 잘 아는 분들이실텐데, 전혀 모르는 척 하시고, 수리도 못하신다고 양보하시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LG 휘센 에어컨 AS : 겸손하게 "사설 업체에 맡기세요."
여름에 이사하면서 LG 휘센 에어컨을 중고로 샀습니다. 휘센 에어컨이 디자인이 참 예뻤어요. 중고 에어컨을 샀으니 사설 업체를 불러 에어컨 설치를 했는데, 얼마 후 벽걸이 에어컨에서 물이 떨어졌습니다. 바로 설치하신 분을 불러 고쳐달라고 했더니, 뜯어보고 깜짝 놀라셨습니다.
"어라? 원래 벽걸이 에어컨은요 안에 물이 새지 않게 물받이 그런게 있는데, 이 에어컨은 그게 없어요. 희한하네.. 이건 LG에 문의를 해 보셔야 겠는데요. 아마 다른 벽걸이 에어컨에서도 물이 샜을거라, LG에서는 해결책이 있을거에요."
구조적 결함이라고 하시니, LG AS 센터에 접수를 했습니다. 여름이라 에어컨 AS 신청이 밀려 있으니 며칠을 기다리라 했습니다. 찜통더위에 에어컨도 안 나오는 가운데 며칠을 기다렸습니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LG AS 아저씨가 오셨습니다. 상황은 3분 내로 끝났습니다.
"이건 결로에요. 제가 어떻게 해드릴 수 없는거에요."
"이거 물받이인지 원래 벽걸이 에어컨에 있는게 없다던데요? 이거 쓰는 분들이 똑같이 항의했을거 같은데, 회사 차원의 대응책이 있을거잖아요."
"따로 이상 있는 부분은 없어서, 제가 해드릴 수 있는게 없네요"
"물이 새는데요???"
"...... 명함 여기 있고요. 다른 이상이 있으시면 센터에 접수해주세요."
라고 그냥 가버립니다. 무더위에 며칠 기다린 것이 화가 났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나중에 고객만족도 조사 전화오면 최악이었다고 말해주려고 했는데, LG는 그런 전화도 안 하더라고요.
다시 설치업체 사장님을 불렀습니다. 그 분도 에어컨 설치 대목인 한 여름에 저에게 수차례 호출 당하니 언짢으신 듯 했습니다.
"그냥 갔다고요? 그럼 어떻게 해... 다 같은 문제가 있었을텐데 해법을 모른다는게 말이 돼? 다 물이 떨어졌을건데..."
궁시렁 궁시렁하시며 뜯어서, 임시방편이라며 스티로폼과 테이프를 더 감아주고 가셨습니다. 이건 무료로 해 줄 수 없다고 하셔서 5만원 더 냈습니다.
하루 지나고 또 벽걸이 에어컨에서 물이 새길래, 설치업체 사장님이 버려두고 가신 스티로폼 쪼가리들을 모아 더 덧대었더니 그 후로는 물이 새지 않았습니다. 저도 간단히(?) 좀 더 감고 보완하면 되는 문제였다면, AS 기사님도 하실 수 있거나 방법을 아셨을 것 같은데... 정말 겸손함의 끝판왕이십니다.
겸손한 LG AS 기사님은 여름이 지나자 안부 문자도 보내셨습니다. 8월 무더위가 끝나고 9월 초에 온 문자였습니다.
"올여름 많이 더웠는데, 무더위에 고생 많으셨죠. 좋은 하루 되세요. LG 이ㅇㅇ"
겸손한 기사님은 좋은 의도로 보내셨겠지만, 배배 꼬인 저는 "내가 안 고쳐주고 가서 여름에 개고생했지? ㅋㅋㅋ" 으로 들렸습니다. 죄송해요. 좋은 마음으로 보내셨어도 마음이 꼬인 제게는 약올리는 것처럼 보였어요.
분명 LG AS 팀은 엄청 겸손하셔서 자신들이 할 수 있더라도 "저희는 잘 못 하니 사설업체를 이용하세요" 라고 하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마케팅이나 홍보는 겸손하게 하시더라도 AS 만큼은 "제가 할 수 있습니다. 만든 곳에서 못 고치면 누가 고치겠습니까?" 라는 당당한 자신감을 보이셔도 됩니다. 마케팅이나 홍보를 겸손하게 하는 것은 LG의 매출이 떨어지는 것 밖에 다른 손해가 없지만, LG AS를 이렇게 겸손하게 양보하면 소비자는 돈도 들고 시간도 손해를 보니까요.
더불어 좋은 마음으로 겸손하게 AS를 하시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감동일 수 있으나, 저처럼 배배 꼬인 사람에게는 이상한 후유증을 남깁니다. 누군가 LG AS 칭찬을 한다거나, 제가 경험했던 품목을 LG 것으로 산다고 할 때, 저도 모르게 속사포랩이 자꾸 나오네요.
[겸손하게 양보하는 LG 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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