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블로그 방문자 1억명 블로그 진입, 그리고 고민...
으아아아아아아, 제 블로그에 1억명이나 다녀가시는 이런 날이 오다니...!
덩실덩실, 처음에는 마냥 신이 났습니다.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티스토리 블로그 최초 1억명 돌파라고도 하고, 1억명 넘은 블로그가 많지 않아 한국 블로그 순위 3위, 4위, 혹은 2위 라고도 하여 마냥 신이 났습니다. 으헤헤헤헤 2등이든 4등이든 간에 무려 한국 블로그 5위 안에 든거잖아요~~~~~~~
섣부른 자랑질의 결과
실은.... 미리부터 자랑을 하고 다녔습니다. 제가 블로그를 하고 있는 것, 꽤나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친구들은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기도 하고, 두둥실 띄워주기도 했습니다. 자랑질 하다가 심각한 고민이 시작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래, 미정이 너는 블로그로 돈 많이 벌고 있지? 사업 같은것도 하고?"
"사업이요??"
"니 블로그 방문자를 이용하면 되잖아. 1억명이나 봤다며? 뭐 올린다음에 팔고, 건당 4~500만원 씩 해서 팔면 한 달에 수천만원 벌 수 있잖아. 내가 너같은 블로그가 있었으면 나는 그거 이용해서 돈을 많이 벌었을거야. 갖고 있는건 잘 이용해야지."
"네??? 그런 생각 안 해봤는데요."
"이런 답답이가 있나. 왜 그런 생각을 안해. 어휴.."
이런 대화를 몇 번 겪게 된 것 입니다.
처음에는 '이용'이라는 단어에 격한 반감이 들었습니다. 그 말을 하신 분 자체가 세상만사 다 이용하려 드는 인간이라 더 거북스럽기도 했고, 어찌되었거나 사람을 '이용' 한다는 단어가 싫었습니다. 반성도 되었습니다. 그동안 블로그를 하며 상업적인 글, 어떤 상품을 추천하는 글을 단 한 번도 안 적었다면 그 순간 당당하게 난 그런 사람 아니라고 했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큰 돈을 받은 것은 아닐지라도, 블로그에 상품 추천글이나 소개글을 올리고 돈을 받은 적도 있고, 배너 광고를 통해서도 소소히 용돈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분 말처럼 저도 '이용'이라는 것을 했구나 싶어 부끄럽기도 하고,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제가 정말 바보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블로그 방문자 1억명이 넘은 다른 분들을 보니, 그남자님도 블로그로 연봉 1억이 넘으신다고 하고, 문성실님은 연간 수십억을 버신다고 뉴스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비슷한 상황인 분들을 보면 수입이 상당해 보입니다. 사업을 하시는 분도 있고요.
사람 마음이 굉장히 간사한 것이, 1억명이나 봐주셨다는 것에 감지덕지 행복하다가, 남들은 블로그로 뭔가 사업을 하고 뭘 하는데 저만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십여년 전,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는 블로그로 하루에 60만원 번다는 글을 보고 혹해서 였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글을 올리고, 처음으로 1000명이 방문했어도 수입은 40원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돈은 제쳐두고 돈보다 이웃들과 소통하는 재미에 글을 썼습니다. 1억명이 넘는 분이 방문해 주셨다고 하자, 다시금 왜 블로그를 하나, 돈 때문이었다면 애드센스 배너 광고만 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사업을 하든 뭘 해야 되는게 맞는 것 같고, 소통이 좋아서라면 좀 더 소통을 해야 되는 것 같고, 그저 적는게 좋은거라면 좀 더 열심히 적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1억명 블로그가 된 순간, 뜻밖에 다시 '왜 블로그를 하고 있는걸까?' 하는 근본적 질문으로 돌아가게 되엇습니다.
"네가 하고 싶은게 뭔데?" "하고 싶은거 해야지."
혼란스러운 가운데, 오랜만에 제 블로그 멘토 몽리님이 블로그 글을 보시더니 경악하셨습니다. 제 블로그 멘토님으로 컴맹인 제가 블로그 스킨 잘못 건드려서 망쳐놓거나, 어디서 본건 있어서 저도 반응형 스킨으로 바꾸고 싶다고 징징거리면 선뜻 도와주십니다. 오래 전부터 도와주셨는데, 왜 도와주시냐고 했더니 되게 뭔가 하고 싶은거 같은데, 놀랍도록 웹 지식이 없는게 안타까워서 도와주신다고 합니다. 특이한 점은 블로그 멘토님은 기술적인 면은 봐 주시나, 제 글을 읽지는 않으십니다. 재미없으시다고 합니다......;;;;;;
지속적으로 열심히 하고 있는지 아닌지만 보신다고 하는데, 아주 오랜만에 제 블로그 글목록을 보셨다고 합니다. 제목은 서른살의 철학자이나 최근에 쓴 글을 보면 주제가 완전히 뒤죽박죽이라 깜짝 놀라셨다고 합니다.
"얼마전에 니 블로그 들어가서 목록보고 깜짝 놀랐다. 그게 다 뭐야? 철학이나 연애에 관한건 없고 리뷰 블로그 같더라. 스트레스 받는건 느껴지는데 그러지 말고, 블로그를 분리하는건 어때?"
블로그 분리라...! 이것부터 좋은 생각으로 느껴졌는데, 이어서 하신 말씀은 더 와 닿았습니다.
"네가 진짜 하고 싶은건 뭔지 생각해봐."
진짜
하고 싶은거라.... 어느 순간 제가 하고 싶은게 뭔지, 정말로 하고 싶은게 뭔지 잊고 살았습니다. 유시민의 <어떻게
살것인가>에 나온 말처럼 '닥치는대로 열심히 성실히' 살았을 뿐, 정말 하고 싶은 것들을 계속 생각하며 살지는 않았던
겁니다. 뜻밖의 이런 질문, 1억명이라는 숫자가 주는 계기로 10년차 '철학자' 블로그에서 처음으로 철학 비스무레한 사고를 해보게
되었습니다.
블로그를 왜 이리 열심히 했을까, 블로그 덕분에 속이 많이 풀렸습니다.
쓰다보면 생각 정리가 되고, 배우는 것도 많았습니다. 일기장처럼 혼자 워드파일에 쓸 때는 '피드백'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쓰는
과정의 속시원함으로 끝이었을 뿐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블로그에서는 댓글을 읽으며 다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
생각이 참 편협하다는 깨달음을 얻을 때가 많았고, 지혜를 얻는 날도 많습니다. 무심히 한 줄 달아놓고 가시는 댓글에
배꼽인사한 날도 수없이 많습니다. 그래서 블로그를 했습니다.
2년째 독서록과 씨름했는데, 잘 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저 혼자 쓰는 독서록은 책의 인상적인 구절들을 옮겨놓는 것 뿐이라 다른 분은 읽고 어떤 느낌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결국 쓰는 것보다 읽고 이야기하는 과정이 좋아서 썼던 것 같습니다.
"2개를 새로 만들거에요."
"뭐, 2개나?"
"하나는 독서록, 영화감상 같은 독서노트로 쓸거고요, 하나는 온갖 시시콜콜한 리뷰를 다 쓸거에요. 라라윈 블로그에 쓰기 힘들었던 것들도 다 쓸거에요."
잠시 말리시다가 이어서 하신 말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 하고 싶은거 하고 살아야지."
잡다한 후기는 '어른이 성장일기(http://eoreuni.com)'에 남기고, 독서록은 '무중력서재(http://mulibrary.com)'에 남기기로 했습니다.
약간 고민은 되었습니다.
컨셉이랄까, 어떻게 갈까, 그러다가 정말 초심이 떠올랐습니다.
어떤 사람의 컨셉이나 특징은 본인이 의도하는 것도 있지만 자신은 몰랐는데 타인과 어우러지다보니 나오는 것도 있습니다.
사실 저는 말을 조근조근 독하게 하는 것을 전혀 몰랐거든요. (정말로...) 그런데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다보니 "너는 말씨는 참 천상여자인데 말의 내용은 아주 독하구나 ㅋㅋㅋㅋ" 라는 소리를 수차례 들으며 다른 사람과 제 말씨와 내용을 비교해보니 좀 그렇더라고요.
연애글의 경우도 처음부터 연애글을 쓰려고 이 블로그를 만들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실은 뭘 써야할지도 몰랐어요. 유용한 글을 쓰려고 애를 썼을 뿐인데, 그러다 어느날 툭 던지듯 내려놓으며 편히 제 생각을 썼던 글들이 더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흉내내며 좋은글 압박을 가지고 쓴 것 보다 그냥 일기쓰듯 막(?) 쓴 글에 왜 그러지 라고 의아해하고 있었는데, 멋드러진 글은 어디선가 이미 많이 본 내용인데 제가 일기처럼 제멋대로 쓴글은 그나마 좀 내용이 색다르거나 솔직하니까 공감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쓰면서 글이 수백개가 되니까 그제서야 저의 스타일이라는 것을 쬐끔 알 것 같았습니다. 재미있게 쓸려고 굉장히 욕심을 냈으나 재미있게 쓰는 편이 못되고 (무한님, 김민식 PD님처럼 빵빵 터지는 글을 쓸 수 없음), 깔끔하게 쓰는 편도 못되고, 상당히 부연설명이 많고 소심한게 제 스타일인듯 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뒤통수가 서늘해졌습니다.
몇 번의 블로그 강의, SNS 강의를 할 때는 처음부터 컨셉잡으려고 애쓰지 말고 그냥 해보라고, 그러다보면 자기 스타일이 나온다고 말을 했는데, 정작 저는 SNS 컨셉이 안 잡혀서(?) 못하고 있었거든요. 그냥 막 던진다고 생각하면 될 것을 '브랜딩'이라는 단어에 매몰되어 라라윈에 걸맞는 뭔가를 만들려고 들었던 겁니다. 애초에 그런것이 없었으니 수년이 지나도 찾아질 리 없었습니다.
관심도 없으실텐데 저 혼자 의식하고 있을때도 많았습니다.
'이런거 올리고 싶은데, 맨날 사회불만 사회고발하는 사람처럼 보이겠지?'
'되게 부정적인 사람으로 보일거야'
'나 광고하는거 아닌데, 다 내 돈주고 검색해서 찾아서 사 먹는건데 이런거 올리면 또 광고라고 보는 사람도 있겠지?'
이런 생각들에 빠져서 쉐도우 복싱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고 싶은대로 해보기로 했습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뭘까?' 나비효과
시작은 블로그 1억명 돌파에서 블로그를 초심으로 다시 하는 것이었으나, 어느덧 '내가 정말 하고 싶은건 뭘까?' 하는 고민에 푹 빠졌습니다. 뜬금없게도 그 순간 떠오른 첫번째는 '딱 1주일만이어도 좋으니, 예전에 수술받았을 때처럼 잉여롭게 쉬고 싶다' 였습니다.
뜻밖에 제 생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턱수술받고 3주간 쉴 때였거든요. 거의 유일하게 아무 스트레스가 없었어요. 턱수술이 큰 수술이니 오로지 회복만 신경쓰자는 생각에 자고 먹고 운동하고 일어가 트일정도로 명탐정 코난 계속 보고, 미드 계속 보면서 뒹굴댔는데, 아무 생각없이 푹 쉬니 삶의 의욕도 생기고 정말 행복했습니다. 백수일때는 3주가 아니라 3달을 쉰 적도 있으나, 그 때는 돈걱정 미래 걱정에 마음 편히 쉬지를 못했거든요. 걱정없이 쉬는 1주일의 잉여주간이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달에 3주간 빡세게 일하고 1주일을 쉬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으나.... 아직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로 하고 싶은 것은 저를 미치게 만드는 층간소음 탈출이었습니다. (▶︎층간 소음 겪어보니, 왜 죽이고 싶은지 알겠다)
윗집에 이어 아랫집에 새로 이사온 분들까지 툭탁툭탁 거리니 몹시 괴로웠습니다. 괴롭다 괴롭다 할게 아니라, 좋은 환경을 찾아 이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얼추 인터넷으로 검색할때는 남양주 어딘가, 양평 어딘가로 가면 적은 돈에 전원주택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용감히 덤벼보았습니다. 연고도 없고 가본 적도 별로 없는 곳으로 이사를 하기 위해 열심히 발품을 팔았어요.
그러나 저는 서울 북서쪽에 살고, 남양주나 양평은 서울 동남쪽이라 상당히 멀었습니다. 가는데만 2시간~ 2시간 반 정도 걸렸고, 남양주와 양평에서는 서울처럼 지하철이 2~3분에 한 대 오지 않았습니다. 집보러 다니다가 새삼 서울의 빠글빠글한 인구수에 감사했습니다. 낮이나 밤이나 사람이 많아 앉을 자리도 없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 덕분에 수많은 지하철과 버스가 2~3분 간격으로 다닐 수 있는 것이었나 봅니다.
결국 제가 원하던 전원주택으로 이사하지는 못했습니다. 교통편과 편의시설이 좋은 전원주택은 비싸고, 가격이 맞는 곳은 차가 없어서 보러가기도 힘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저렴하게 전원주택 세를 구하려면 차를 사야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미 이사하겠다고 이야기해놓은 상황에서 차부터 보러 다닐 수도 없고,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을 종합해 결국 남양주의 빌라로 이사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서울보다 비싼데 약간 좁은 빌라로 이사를 해서 잘하는 짓인가 고민도 되었습니다... 이사와서 지내보니 꽤 괜찮습니다. 층간소음에서 해방되었고, 사람이 적고 조용하고, 공기 좋아 평안한 편입니다.
세 번째로는 이사와서 마음 편히 블로그에 글도 쓰고, 공부도 하고, 연구도 하고, 논문도 쓰고, 책도 쓰고 싶었으나..... 아직 아무 것도 한 것은 없습니다. 닥친 일들도 못해서 닥치는대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닥치는대로 열심히도 아니고 닥치는대로 꾸역꾸역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면 제 스스로 자신이 못났다고 빨리 정신차리라고 채찍을 휘두르곤 했는데..... 이번에는 괜찮다고, 이럴 수도 있지, 라고 해보고 있습니다. (잘은 안 됩니다. 수시로 스스로가 바보같고 못마땅한 감정이 울컥 올라오곤 합니다)
네번째로는 행복한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로또 당첨되면, 이라는 상상을 해보니 제가 정말 하고 싶은게 뭔지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로또 당첨되도 블로그에 글은 계속 쓸겁니다. 로또가 당첨되면 오히려 더 편하게 블로그에 글 많이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니, 저에게 블로그는 정말 큰 의미가 있는 소중한 공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로또가 당첨되면 연구를 더 많이 해보고 싶었습니다. 학위나 연구비와 상관없이 재미있는 연구를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로또가 당첨되면 부모님께 용돈벌이 하실 수 있는 1억대 오피스텔을 사드리려고 했다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1억대 오피스텔을 사 드리고 월세 50만원씩 받으시면, 사람 들어오고 나갈때 신경쓰셔야 되고 공실이면 용돈이 안 들어옵니다. 그러느니 제가 1억을 가지고 매월 50만원씩 드리면 약 8년간 용돈을 드릴 수 있습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게 뭐지...에서 시작하여 기승전 로또 당첨의 꿈으로 끝이 났습니다.
어쩌면 평생 계속 물어야 할 질문을 몇 달 안에 답을 찾겠다고 덤빈 것이 무모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99999600 부터 혼자 두근거리며, 방문자 1억명 캡쳐해놓고 신나하던 철없는 푼수로 돌아갑니다.
지난 1월 16일에 캡쳐한 것 입니다. 1억명 되어 간다며 자랑하다가 고민이 시작된 통에, 넉 달이 지나 이제야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몇달 준비한 소소한 이벤트도 해보려고 합니다. ▶︎ 몇 달 준비한 소소한 이벤트 2가지, 1억명 블로그 & 새 책
덧, 근황을 걱정해주셔서 뭉클하고 눈물이 핑 돌았어요. 정말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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