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며, 아이들이 엄마 아빠에게 질문을 퍼부어 댑니다. "왜 몸에 불을 질러?" "이상한거 찍는거는 뭐야? 징그러." "그럼 범인이 누구인거야?" 엄마 아빠가 열심히 설명을 해 주시던데, 아이의 표정을 봐서는 전혀 이해되는 것 같지 않아보였습니다.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문제겠지만, 더욱 문제는 '천사와 악마'에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부적절한 장면들이 있는 것 입니다. 사람 몸에 불에 달군 쇠로 낙인을 찍고, 사람을 산 채로 불에 태워 죽이는 등의 장면들입니다. 아이들이 그런 장면들을 보았을 생각을 하니 걱정이 되었습니다.
제가 어릴 적에 19금 영화를 보고 겪었던 후유증 때문입니다.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도 그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 것을 보면, 참으로 길고 괴로운 후유증입니다.
초딩시절 후유증을 남긴 19금 영화.
저에게 큰 후유증을 주었던 첫번째 영화는 초딩때 본 주말의 명화로 해주었던 '무당'이었습니다.
외국의 심령술사(무당)같은 사람이 손님들을 하나하나 잔인하게 죽이고 괴롭히는 영화였습니다. 10살도 안 되었을 때라, 영화를 몇 편 보지 못해서 외국영화는 모두 재미있는 것인줄 알았고, 공포영화를 본 적이 없어서, 하이얀 화면과 고요한 분위기가 공포영화의 단골 배경인 것을 모르고 보다보면 재미있어 지는 줄 알고 보게 되었던 것 입니다. ㅜㅜ
그러나 영화는 갈수록 무서워지고, 점차 하얗고 창백한 화면은 퍼래지고, 무당은 사람들을 고문하며 죽이는 장면들만 나왔습니다. 그 중에서 제일 놀라고, 끔찍했던 것은 사람을 산 채로 입을 꿰매는 것이었습니다. 놀라서 동공이 팽창해있는 사람을 벽으로 몰아붙이고 나서, 무당이 까만 실로 한땀 한 땀 입을 꿰매는 것이었습니다. 피가 흐르고, 당하고 있는 사람의 놀란 눈과 시퍼런 화면, 산채로 입을 꿰매면서 야릇한 미소를 짓던 무당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어찌나 무섭던지.... ㅠㅠ
그 장면을 보고 얼른 엄마 아빠에게 뛰어가 꼭 끌어안고 있었어도, 그 장면의 충격은 가시지가 않았습니다. 한동안 꿈을 꾸고, 무서워서 잠도 잘 못잤습니다. 그 뒤에도 그 장면이 자꾸 눈에 아른거려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릅니다. 벌써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 무서웠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의 공포스러운 기억덕분에 지금도 잔혹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공포영화는 못 봅니다. ㅠㅠ
중학교 때, 19금을 보면 안되는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던 영화.
국민학생 때 본 공포영화는 어린 시절 뭘 모르고 봤던 것이지만, 커서는 제 선택에 의해 보고나서 정말 후회한 영화가 있었습니다. 중학교 때 보았던 이자벨 아자니가 주연한 '여왕마고' 입니다. 여왕마고는 미성년자 관람불가입니다. 그러나 이자벨 아자니의 완벽한 미모에 반해서, 너무나 보고싶었습니다. 영화 내용도 잘 모른 채, 아름다운 여왕의 아름다운 이야기 인 줄 알았습니다. 게다가 중학생이 되고보니 다 컸다는 생각에(그 때는 중학생이면서 세상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ㅜㅜ) 미성년자 관람불가 따위의 기준은 고리타분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쓸데없는 기준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비디오 대여점에서는 미성년자 관람불가라며 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 앞에서 30분 이상 여왕마고 비디오만 들었다 놨다 해가며 서 있었더니, 그렇게 보고싶냐며 아주머니가 모른 채 빌려주셨습니다. 어렵게 빌려와 가지고는 기대감에 가득차서 비디오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정말 야한데다가, 정말 잔인했습니다.
여왕 마고는 친오빠들에게 근친상간을 당하고, 오빠들에게 창녀취급을 받고, 성적으로 무척 문란합니다. 이자벨 아자니처럼 하이얗고 청순한 미모의 여자가 그런 역할일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고, 성관계는 하이틴 로맨스처럼 달콤하고 가슴 떨리는 키스를 하며 침대에 눕고 불 꺼지는 것이 다인 줄 알고있던 소녀가 보기에는 너무나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이었습니다.
게다가 이 영화는 전쟁장면이 많이 나와서 여기 저기가 잘린 끔찍한 시체들이 적나라하게 보여지고, 시체에서 목을 잘라서 상자 속에 집어넣어 서로에게 전달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어찌나 잔인하고 끔찍했는지 모릅니다. ㅠㅠ
게다가 왕은 몸의 모든 구멍에서 피가 나오는 희귀병에 걸려 죽습니다. 땀구멍에서 피가 송글송글 배어나오고, 눈에서, 귓구멍에서 온 몸에서 피가 한 방울씩 한 방울씩 배어나오다가 얼굴을 따라 흐르는 장면은 정말 끔찍했습니다.
이렇게 끔찍했으면, 보다가 그만 보았어야 하는데, 어렵게 30여분 동안이나 비디오를 만지작 거리며 어렵게 빌려온 데다, 돈도 냈고(그 당시에는 돈 내고 빌린 비디오를 안 보면 큰 일 나는 줄 알았습니다...ㅡㅡ;;) 저도 다 커서 이제 이 정도는 견딜 수 있다며 오기로 본 것 입니다. 억지로 참아가며 보았지만,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면들의 종합선물세트는 정말 끔찍했습니다. 한동안 끔찍하고 잔인했던 장면들이 머리 속에 아른거려 정말 괴로웠습니다. ㅠㅠ
하지만 이 끔찍한 영화를 본 덕에 확실히 배우게 된 것이 있었습니다.
미성년자 관람불가를 미성년자가 보면 왜 안 좋은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괜히 그런 기준을 만들어 놓아서, 어린 학생들을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 보면 안 좋은 장면들이 많기에 어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였던 것 같습니다.
어른들이 하지 말라고 할 땐 잔소리 같았지만, 역시 직접 데어보고 확실한 깨달음을 얻게 되긴 했습니다. 그 덕분에 그 후로는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에 관심을 끊게 되었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그 때 본 잔인한 장면이 아직까지 생생히 떠오른다는 단점도 있습니다....ㅜㅜ (어릴 때 처음 봤던 잔인한 장면들이 충격이 컸던 듯...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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