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생각거리 : 송혜희 실종, 아직도 찾고 계신 아버님 현황
알라딘에서 문유석 판사의 <전국의 개인주의자들에게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책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게 해주어 냉큼 받아서 읽었습니다. 부장님들께 드리는 글이라는 칼럼으로 엄청난 공감을 얻으셨는데, 글들이 참 찰지게 착착 와 닿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나가는 길에, 오랜 만에 그 분의 글을 다시 읽었습니다. 가볍고 술술 재미나게 잘 읽히거든요. 책을 다시 읽다가....
"한남대교를 지날때마다 십 년 넘도록 마주치는 '실종된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 라는 현수막은 여전히 가슴을 덜컥 내려앉게 만든다. 그 현수막을16년째 아버지가 새 것으로 바꿔 달고 있다는 것을 알고..."
라는 구절에서 먹먹했습니다. 한남대교 뿐 아니라, 바로 지난 달 남산 아래에서, 장충동에서, 종로2가에서도 실종된 송혜희를 찾아달라는 현수막을 봤거든요. 참 대단한 아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6년 넘게 현수막을 달만큼 부자라고 생각하고, 끝이었습니다.
이북리더기를 가방에 넣으며 송혜희에 대한 생각도 잊은 채, 청량리역 개찰구를 나왔습니다. 아이들이 실종된 사람들 찾는 캠페인을 하고 있었고, 한 아이가 다가오더니 "도와주세요"라며 전단지를 쑥 내밀었습니다.
그 순간, 굳어버렸습니다.
"실종된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
소름이 돋았습니다. 조금 전 책에서 '실종된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 현수막 이야기를 읽고 먹먹했어도 거기서 끝이었고, 열차에서 내리며 롯데마트가서 커피 살 생각에 들떠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 손에 이 전단지가 있다니...
평소라면 받지도 않거나, 무심히 쓰레기통에 넣었을 터이나, 그냥 쓰레기통에 넣을 수 없어 앞 뒷면을 꼼꼼히 읽었습니다.
심장이라도 팔아 보답하겠다는 아버지 말씀이 절절합니다.
이제서야 관심이라는 것이 생겼습니다. 죄송한 이야기이나, 저는 20여년 가까이 송혜희 현수막 사진을 보며 좀 모자란 아이를 찾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지능이 떨어지는 아이가 집을 잃어 부모가 찾는 줄 알았죠. 오랜 시간 현수막을 보며 '지금쯤이면 죽었을 수도 있는데 포기 하시지' 같은 무서운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 일이 아니니까요.
실종된 송혜희가 누구길래
실종된 송혜희 사건의 전모는 나무위키를 읽으니 쉽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 송혜희 실종 사건)
길에서 흐릿하게 빛바랜 현수막 사진을 보면서, 쪼금 모자란 따님이 집을 못 찾아와서 실종이 된 줄 알았습니다. 저의 무심한 추측과 달리, 송혜희 양은 전교 1~2등을 하던 똑부러진 소녀로 부모님의 자랑거리였다고 합니다. 전교 1~2등의 성적 뿐 아니라, 교우 관계도 좋아 실종된 당일에 3학년 반 배정받고 남자친구와 놀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늘 서울에서 현수막을 봐서 서울에서 잃어버려 어느 섬에 있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실종 지역은 평택의 시골마을이라고 합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면 사람도 없고 논밭만 있는 휑한 곳이라고 합니다.
서울여자인 제 입장에서는 '살인의 추억에 나올법한 그런 곳이면 애가 온다고 할 때 데리러 나가야지, 왜 그냥 둬?' 라고 생각했다가, 정서 차이를 느꼈습니다. 남양주에 와 보니 여기도 사람이 없어요. 애들이 혼자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거나 버스 타고 내려서 오는데 사람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위험하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들어서인지 서울처럼 부모님들이 픽업하시지 않았습니다. 되레 서울은 '사람'이 무서우니 조심하는데 이곳은 사람이 없으니 덜 조심하는 느낌이랄까요. 더욱이 전교 1~2등 하고 성격이 밝고 똑부러진 딸래미가 늘 타고 오던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데 걱정을 하시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실종된 송혜희 다른 사진
설령 제게 약간의 눈썰미가 있다 한들, 현수막의 흐릿한 사진을 보고는 알아볼 수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사람을 인지하는 것은 이목구비 뿐 아니라 표정 특징도 있는데 현수막 사진을 봐서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딸만 찾아준다면 심장을 팔아서라도 보답하겠다고, 20여년 가까이 찾고 계신 아버님
어머님은 결국 못 견디시고 농약으로 숨을 끊으셨고, 아버님도 뒤따라 가고 싶었지만 아내가 가면서도 딸 좀 찾아달라고 부탁을 하였고 남아 있는 큰 딸 때문에 살고 계신다고 합니다. 저는 거의 20년째 현수막을 걸고 전단지를 뿌리셔서 굉장한 자산가 이신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합니다. 딸을 찾느라 이미 재산은 다 없어져 신용불량자가 되셨고 국가에서 주는 기초생활자금 60만원 중 40만원으로 현수막을 바꿔 걸고 전단지를 만들고 계신다고 합니다. 제가 받은 전단지를 보니, 아버님을 도와 함께 전단지를 만들고 돕는 분들이 계신 것 같습니다.
송혜희양 실종자가족 후원계좌 농협 205030-56-194211 송길용
출처 : 브레이크 뉴스(링크)에서 보았는데 이 계좌가 맞는지 교차 확인을 하진 못했습니다.
작은 도움 방법
네티즌 특공대라 할 정도로, 작은 단서로도 엄청난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자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 분들께서 나서주신다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도 해봅니다. 저는 사진보고 사람을 척 알아볼 정도로 눈썰미가 좋지 않지만 눈썰미가 좋은 분들도 계시잖아요...
인스타그램 태그에 #실종된송혜희좀찾아주세요 는 제가 올린 하나 밖에 없습니다. #송혜희 #송혜희양을 포함해도 20건이 채 안 됩니다. 페이스북에도 딱 2건 나왔어요. #실종된송혜희좀찾아주세요 로 사진 공유라도 해드리면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님이 20여년 가까이 현수막을 바꿔 달면서 '실종된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 라고 외치시는 것은, 정말로 딸을 찾을 수 있을거라는 희망보다도 아버님 마저 찾지 않으면 정말로 송혜희 양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릴까봐 두렵기 때문이시라고 합니다. 공유를 하는 것으로 따님 찾는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송혜희라는 사람이 존재하게 한다는 의미는 있을 것 같습니다.
#실종된송혜희좀찾아주세요
- 어버이날, 자식들만 부담이 아니라 부모님도 스트레스
불펌 적발 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PinkWink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이런 비슷한 전단을 볼때마다 전.. 너무 심하게 감정이 이입되어서 슬프기까지 합니다.
얼마나 보고 싶을까...
잃어버린 아이가 얼마나 무서울지 생각할때마다 또 얼마나 가슴아프실까...
하는 생각...
세상이 조금 더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 라라윈 답글주소 수정/삭제답글달기
생각만해도 괴로운데 겪고 계신 분들은 너무나 고통스러우실 것 같아요.... ㅠㅠ
정말 핑크윙크님 말씀처럼 세상이 좀 더 행복해졌음 좋겠어요.....
수진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알려주신 계좌로 얼마 되진 않지만 2만원 정도를 입금해드렸습니다. 제가 아직 대학생이라 수입이 앖어 더 도와드리지 못한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네요. 이렇게 계좌번호와 사건을 다시한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디에선가 꼭 살아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라라윈 답글주소 수정/삭제답글달기
훌륭하십니다!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아버님께 전해졌을거에요! <3
세이라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저 계좌..아직 유효한 건가요..?ㅜㅜ전 몰랐던 사건인데 어젠가 유튜브서 접하고 안타깝더라고요ㅜㅜ조금이나마 도움되고 싶은데..아직도 찾고계실 생각을 하니 참..ㅜㅜ
⎿ 라라윈 답글주소 수정/삭제답글달기
긴 시간 너무 가슴이 아프죠.... ㅠㅠ
인간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다소 멍청해 보이는 실종사진과 달리'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ㅋ장난하세요??? 일부러 조롱하려고 이러는건가
ㅋㅋㅋㅋㅋㅋㄲㄱㅋㅋㅋㅋㅋ
⎿ ㅇㅇㅇㅇ 답글주소 수정/삭제답글달기
♬♩♬♬아 이게 장난으로 보이나? 내가 4년째 같은 지역 살면서 매일 붙어 잇는데 농담같은 개소리는 말아라
ㅇㄴ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그것이 알고싶다 게시판에서 누군가 글을 올려 언급해서 찾아보다 들어왔습니다.
혹시라도 모르니 기억을 해야겠네요.
은희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아버님이 신용불량자시면 본인명의의 계좌가 없는게 맞을테지만 그래도 딸을찾길 바라는 마음에 저기다 이만원 이체했습니다ᆢᆢ 좋은글 공유감사합니다.
꼭찾으시길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어느 산중도인분께 부탁해서 그녀에 대해 물어보니 아직 살아있고 건강도 양호한 상태로 느껴진다 하시더군요..
점쟁이는 아니시고..
장담은 못해도 강원도 쪽에서 기가 느껴진다 하셔서요..
도움되는 정보였음 좋겠네요..
⎿ 라라윈 답글주소 수정/삭제답글달기
정말로 무사히 잘 계셨으면 좋겠어요...
관심 가지시고 물어봐 주신 마음이 참 아름다우세요
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다소 멍청해보이는사진이라고요..? 이 글에서 그런말이 나와요 지금? 누가 자기 딸 멍청하게 보인다고하면 얼마나 기분나쁠지 생각도 안하시나봐요;
⎿ 일상 답글주소 수정/삭제답글달기
저도 이 문장에서 조금 멈칫했습니다... 글쓰신 분 좋은의도로 글 작성하신건 알겠는데 실종된 분에 대해 그런식으로 언급하는건 좀 가벼워보이네요. 그 문장은 수정을 하는게 나을것같아요.
전국에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달기
서울 경기도 뿐만 아니라 저 남쪽 지방에서도 저 현수막을 본적이 있어요. 딱히 재벌도 아닌 일반 사람이 20년동안 전국에 현수막을 계속 달려면 들어가는 돈도 분명 만만치 않을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