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생각거리 : 고급진 옷과 싸구려 옷
계절이 바뀔 때 옷 정리를 하면서, 2년 이상 혹은 1년 이상 입지 않는 옷은 골라내라고 합니다. 여름 옷을 들춰보니 올 여름에도 작년 여름에도 안 입은 옷들이 꽤 있었습니다. 환절기 봄 가을 옷도 그렇고요. 겨울 옷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제작년에 드라이크리닝 해 놓은 채로 고스란히 있는 코트, 한 번 입으면 드라이클리닝 해야해서 입지를 않는 고급진 옷들을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지도 않을 것을 뭐하러 샀을까...'
이러면서 애매모호한 날씨에 만 원주고 샀던 7부 소매 니트를 걸쳐 입었습니다. 한 눈에도 싸구려 옷의 티가 납니다. 온통 보풀이 가득 일어나 있고, 재질이 확실히 별로입니다.
'이제 나도 나이가 있는데, 한 벌을 사도 좀 좋은 것을 사서 입는게 낫지 않을까.
주변 사람들을 보면, 나이 먹을수록 좀 고급진 옷을 잘 차려입는게 좋아보이던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옷장을 쳐다보았습니다.
바로 이 생각, 이제는 키가 더 자라지도 않고 체중이 고만고만한지 십 여년이 지났으니 싸구려 옷 여러 벌 살 돈에 좀 좋은 옷 하나를 사서 잘 입자는 생각, 으로 사서 옷걸이에 걸린 채 수 년 째 한번도 입지 않은 옷들이 꽤 있습니다.
큰 맘 먹고 산 비싼 옷은 아끼느라 걸려있고, 좀 좋은 옷들은 입고 바로 드라이클리닝해야 되는데 귀찮아서 걸려있습니다.
결국 이런 옷들은 고스란히 옷장에 모셔두고, 저는 목 늘어난 티셔츠와 보풀 일어난 니트를 입고 나옵니다.
일본의 마스노 순묘 스님은 <일상을 심플하게>에서 '간소'와 '검소'가 다르다고 하였습니다.
'간소'한 것은 추리고 추려서 가치있는 것만 남겨 놓는 것이라고 합니다. 정말 좋아하는 것, 꼭 필요한 것, 가치있는 것에 집중한 것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옷을 좋아한다면 입을 때마다 행복해지는 좋은 옷 몇 벌을 추려 그 옷들을 잘 손질해 입는 것이 간소한 것 입니다. 비싸고 싸고의 문제보다 자신에게 가치있는 것을 추려서 잘 쓰는 것이래요.
'검소'한 것은 간결한 것이 아니라 가치가 낮은 것을 쓰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무거나 몸에 들어가기만 하면 됐지 뭐'라며 대충 걸쳐 입고 다니는 것은 검소한 것이라고 합니다. 검소하다고 하면 알뜰하게 들리나, 검소(儉素)의 검자는 사치하지 않다는 뜻 뿐 아니라 넉넉치 않다는 뜻도 있습니다.
마음은 간소를 추구하나, 생활은 대체로 아무거나 막 주워입고 대충 대충 검소하게 살고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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