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손님 입장이라 차려주신 상을 잘 받아먹기만 했습니다. 맛있는 음식들을 실컷 먹고는 배 두드리면서 지켜보니... 손님들의 행복 뒤에 며느리들의 수고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화려한 잔칫상 뒤에는 며느리들의 뼈골이...ㅜㅜ
문제는 식사시간에도 밥도 제대로 못 드시는 것이었습니다.
손님들이 워낙 많으셔서 큰 상을 펴도 한 자리에 모두 앉을 수가 없어 연세가 많으신 어른들과 남자 어른들 부터 식사를 하고 나면, 여자어른들과 어린 아이들이 먹고, 그리고 나서야 며느리분들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 쯤 되면 다 드신 어른들 후식 상을 차려야 되는 시간이니, 잔치상에 음식이 많아도 편히 즐기시지도 못하고, 대충 드시고 다시 일을 하셔야 하는 것 입니다.
친척분들이 말씀은 "며느님들 식사해 가면서 하세요." "얼른 진지 드세요." 하시지만,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해 보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시누이분들은... 그 옆에서 불을 지피십니다.
"이런 날이 일년에 몇 번이나 있다고.. 오늘 하루 좀 고생해도 괜찮아.." (시누이님들도.. 시댁가시면 며느리시잖아요... 이왕이면 수고했다고 좀 하시지...ㅜㅜ)
생일을 맞으신 어르신이 고령이시니.. 며느리 분들도 이제는 환갑을 목전에 두시거나 넘기신 분들이십니다. 하루 종일의 고된 일에 지치신 기색이 역력한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듭니다.
며느리들의 고생이 너무 당연시 되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고를 하여 잔치를 치뤄도 누가 알아주지 않습니다. 며느리니까 시부모 생신상 차리고 하루 종일 밥도 못 먹어가면서 일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의무인 것 입니다.
옆에서 '수고했다, 잘했다' 를 연발해도 일이 힘들텐데 '며느리니까 힘 좀 들어도 괜찮다..' 하는 상황이니 일이 더 고되게 느껴질 것 같기도 합니다.
다행히 남편분들이 집에 가셔서라도 잘 해주시고 피로를 풀어주시기 위해 노력이라도 해 주시면 덜 하겠지만, 그렇지 않고 '뭐 하루 가서 생일상 좀 차렸다고 피곤해 하냐' 고 핀잔이라도 줄 경우에 밀려올 서운함이 엄청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잔치상에서 배불리 먹고 즐길 때, 정작 그 상을 차리신 분들은 배고프고 힘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우리네 잔치 문화의 이면은 늘상 며느리들의 땀과 노고 덕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이런 상황을 피하려고, 음식점을 예약하여 나가서 잔치를 하는 경우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집에서 차라도 한잔, 상이라도 한 상 차리려면 여지없이 수고하시는 며느리분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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