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뷰티 실험 : 피부좋은남자에게 배운 피부관리 비법, 물로 세안하기 1년 효과
노푸를 시작하면서 물로 세안하기 실험도 같이 했습니다. 노푸는 이전부터 미용실에서 샴푸 찌거기만 없어도 머릿결이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선뜻 시작했고, 물로 세안하는 것은 주위 남자분들 때문에 시작해보았습니다.
너무 간단한 40대 피부좋은 남자의 꿀피부 비법
제 주변의 오빠 동생 (오빠 동생이나 30~40대 아저씨) 가운데, 피부좋은 사람이 꽤 많습니다. .
불쾌(?)한 점은, 그 분들이 피부관리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새벽에 자고, 술 좋아하고, 화장품이라고는 스킨, 로션 간신히 알까 말까 하고, 피부관리실과 피부과는 가 본 적도 없는데 피부가 좋았습니다. 피부는 타고난 것이 절반이니, 그들은 모두 타고난 사람들이라고 해버리기에는 피부좋은 남자의 숫자가 너무 많았습니다.
극단적인 경우, 저녁 모임에서 남자 여럿과 저 (여자 한 명)이 있는 경우, 저만 개기름이 흐르며 화장이 지워져 번들대고 남자들은 보송보송했습니다. 아니, 어째서??? 화장하면서 파우더까지 발라 기름기를 없앴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아저씨들 피부가 더 보송보송한건가요? 저는 피부관리도 받았고, 피부과도 다녔고, 화장품도 종류별로 쓰고... 한 마디로 '관리'를 했는데, 어째서 피부관리에 무심한 저 분들이 저보다 피부가 더 좋단 말인가요? 와이? 왜?
이 불편한 상황을 해소하고자, 피부관리 비법을 수시로 물어보았습니다. 피부 좋은 아저씨의 대답은 비슷했습니다.
"세수하는거 말고 아무 것도 안 하는데."
"그냥 물로만 씻는데. 귀찮아서 비누도 안 쓰는데."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자꾸 물어봤더니, 대단한 비법이라도 생각난 듯이 하나 더 알려주었습니다.
"아! 세수하고 여름에는 스킨을 바르고, 겨울에는 로션을 발라."
그건 저도 바르거든요? ㅡㅡ;
자꾸 귀찮게 했더니, 몇 몇 분은 좀 더 진지하게 대답을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아무 것도 안 해서 자극이 없어서 그런거 아닐까? 여자들은 매일 화장하고, 그거 지울 때 뭘 하잖아, 그리고 나서 또 뭘 바른다며? 혹시 화장하고 잘 안 지웠거나 뭘 너무 많이 하니까 피부가 상하는거 아냐? 그냥 피부 화장을 하지 말아봐."
꿀피부 비법이라기에는 너무 맥 빠지는 소리였지만, 일견 예리한 지적이었습니다. 피부화장과 클렌징은 한 세트라 악순환이 일어납니다.
피부가 엉망이다. (요철, 좁쌀 여드름, 트러블이 났다) --> 기초 화장을 한 뒤에 프라이머 바르고, 모공브러쉬로 파운데이션을 모공 표면까지 꼼꼼히 발라 가린다 --> 모공 속까지 들어갔을 파운데이션을 제거하기 위해 모공 뿌리까지 뽑아낼 기세로 파워 클렌징을 한다 --> 클렌징을 과하게 하니 피부가 허옇고 건조하기 때문에 뭔가를 쳐 바른다 --> 흡수되는 느낌이기보다 토해내는 느낌이지만 바른다 --> 아침에 일어나도 얼굴이 번들거린다 --> 아침부터 기름기 제거를 위한 클렌징을 한다 --> 건조하니 다시 유수분을 공급한다 --> 번들거림과 모공을 막기 위해 꼼꼼히 화장한다 ---> (반복)
즉, 피부가 안 좋아서 가리려고 화장을 많이 하고, 화장을 많이 한 만큼 지울 때 신경써서 다 벗겨내고, 다 벗겨내고 아무것도 없으니 유수분은 다시 공급합니다. 뭔가 바보짓 같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꿈은 '화장하지 않아도 광나는 피부'였는데, 지금 패턴으로는 그 꿈은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한 번 피부화장을 멈추고, 물로만 세안하기를 해보았습니다.
피부가 확 변한다는 것에 팔랑거려 비싸고 아픈 피부과 시술도 받아보는데, 뭐 그냥 물로 세안하는 것 쯤이야....
피부에 관해서는 특히 팔랑귀라 좁쌀 여드름이 없어진다고 하면 녹차우린물을 화장솜에 적셔 얹어놓아도 보고, 뭐 바르면 좋아진다면 따라서 발라보고, 양배추물 먹고 좋아졌다기에 양배추물도 먹고, 해독주스도 끓여서 먹어보고 했습니다. 그런 것에 비하면 물로 세안하는 것은 돈도 안들고 귀찮지도 않아 제일 쉽습니다.
피부화장을 하지 않았을 때 vs 했을 때 차이
물로 세안하기를 시작하려고 보니, 먼저 피부화장을 멈춰야 할 것 같았습니다. 피부화장은 클렌져 없이 물로 세안하기에는 불안해서요.
피부 화장을 하지 않고, 색조 화장은 간단히 했습니다. 누리끼리한 피부 위에 색조를 얹으니 칙칙한 것 같았습니다. 피부화장을 안해서 영 신경이 쓰였는데, 출근해 보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눈썹 잘 그리고, 입술만 화사하게 바르니 화장한 줄 아시더라고요. (이래서 어머니들이 눈썹 진하게 그리고 빨간 입술 바르셨나봅니다..;;;)
생각해보니, 다른 사람의 피부화장에 대해서는 저도 하나 안하나 별 차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피부가 원래 좋은 사람은 하나 안하나 좋았고, 여드름자국이 있거나 기미 주근깨가 있으면 피부화장 한 두겹 해도 티가 났습니다. 색이야 컨실러로 가리더라도, 불룩 튀어나온 그림자까지 가려지지는 않으니까요.
저도 저 혼자만 피부화장 안 하면 너무 칙칙해보인다며 걱정했을 뿐, 남들이 보기에는 그냥 트러블 많은 피부라고 보았을 것 같습니다.... ㅠㅠ
즉, 피부화장을 하면 톤이 밝은 트러블 피부인거고, 피부화장을 하지 않으면 톤이 조금 어두운 트러블 피부인겁니다. ㅠㅠㅠㅠ
피부 화장을 하지 않으니, 저녁에 클렌징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색조화장은 코코넛 오일이나 호호바 오일로 살살 문질러서 지워내고, 따뜻한 물로 깨끗히 세안을 했습니다. 그 뒤에 아무 것도 안 바르거나, 토너 정도 발라주었습니다.
피부화장을 안하고, 세안도 물로만 하니 귀찮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시간도 많이 절약되고요.
물로 세안하고 며칠이면 각질이 뒤덮이고 피부가 쩍쩍 갈라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말로 이렇게 아무 것도 안하고 물로 세안하기만 해도 되는지 긴가민가 했습니다. 25세때부터 아이크림 안 바르면 자글자글해진다, 지금 영양 공급 안하면 나이들어 훅 간다, 등등의 화장품을 안 바르면 큰일난다는 세뇌를 오래 받아왔기에 몹시 불안했습니다.
긴가민가 할 때 도움을 주신, 깜신님의 밀가루 피부
긴가민가 하고 있을 무렵, 신은경 기자님 덕분에 행복한 동행 필진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 자리에 계신 분들 모두 피부가 좋으셨는데, 특히 깜신님(http://jinmedi.tistory.com/) 피부에 깜짝 놀랐습니다. 함께 계시던 선생님도 "오늘 방송 출연했다고 하더니, 그래서 메이크업 한거에요?" 라고 물으실 정도로 밀가루 피부이셨어요. 그러자 깜신님은 "아니요. 얼굴이 안 나오는 라디오 방송이었어요." 라며 웃으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피부 관리 비법을 더 물어볼 수 없어, 집에 와서 깜신님의 블로그에 혹시 밀가루 피부 관리 비법이 있을까 싶어 찾아보다가, 깜신님의 저서 <꽃중년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 말고도 깜신님께 어쩌면 그리 피부가 좋으냐며 비법을 알려달라고 하는 사람이 많았나 봅니다.
곧장 <꽃중년 프로젝트>를 구입해서 읽었습니다. 피부 챕터부터 읽었는데, 진리는 가까이에 있는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1. 피부는 흡수기관이 아니라 방어기관이다.
<물로만 머리감기: 놀라운 기적>의 의사선생님도 피부가 흡수기관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했는데, 그 때는 제가 어설프게 이해했으나 깜신님(깜신님도 의사선생님) 설명을 읽으니 드디어 이해가 되었습니다.
만약 피부가 방어기관이 아니라 흡수기관이라면 비가 올 때 빗물도 흡수하고, 세안할 때 물도 흡수하고... 이런 일들이 벌어질 겁니다. 그러나 세안 할 때나 비를 맞을 때 물방울이 굴러 떨어지듯, 피부는 외부의 침입을 막는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피부관리를 하는 입장에서는 외부의 미세먼지는 막아주고, 화장품은 쏙쏙 흡수해주면 좋겠지만, 피부 입장에서는 미세먼지든 고가의 화장품이던 방어해야 할 적일 뿐이라고 합니다.
방어의 입장에서 보면 각질은 피부의 방어구 중의 일부인데, 각질이 조금 일어났다고 해서 무조건 없애버리려고 하는 것은 아직 쓸만한 갑옷을 벗어버리는 것과 같다는 비유도 해주셨습니다.
즉, 매일 각질을 벗기거나 과하게 클렌징하고, 화장품을 발라 영양을 주려고 하는 것은, 쓸만한 방어구를 벗겨낸 뒤에 적을 잔뜩 투입하는 것과 같아, 피부에 좋은 일은 아니었습니다.
2. 꿀피부의 진리는 기본에 있다.
- 잘자고 잘 먹기 : 깜신님은 10시에 주무시고 새벽 5시에 일어나신다고 합니다. 책 밖에서 이야기해주신 것은 술도 좋아하시고, 요리도 즐기신다고 합니다. (깜신님께 스테이크 맛있게 굽는법, 국 간 맞추는 방법도 배웠습니다)
- 피부 자극 덜 주기 : 아침에 물로 세안하고, 저녁에 가볍게 폼 세안을 하고, 기초 제품 스킨이나 로션 한 가지를 열심히 바르고, 자외선 차단제를 꼭 바르신다고 합니다. 그 외의 특이점은 면도할 때 피부가 상하지 않도록 조심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잘 자고 잘 먹기' 부분은 따라하지 못하고 있지만, 자극 덜 주는 것이라도 계속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깜신님이 물로만 세안하라고 하신 것은 아니나, 화장 덜 하고, 각질 일부러 벗겨내지 않고, 물로 깨끗하게 씻는 것을 계속해 보았습니다.
물로 세안하기 1년이 지나고 보니
물로 세안하기 1년을 해 본 결과, 저도 밀가루 피부 꿀피부가 되었다면 좋았겠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대단한 꿀피부가 되지도, 뒤집어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았습니다. 이전에 비하면 미미하게 좋아지기까지 했습니다.
여드름이 덜 나고, 각질과 개기름이 줄어들었습니다. 저로서는 이 정도도 몹시 기뻐 1년 되었을 때 피부 사진으로 안구테러를 할 예정입니다.
(생피부이오니, 마음의 준비를 하시고 스크롤을...)
아무 것도 안 했는데, 되레 피부가 약간 좋아지니... 기쁘면서도 허망했습니다.
그동안의 피부관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들였는데.... ㅠㅠㅠㅠ
물로만 세안하기, 화장품 안 바르기 장점 단점
[장점]
1. 쉽다. 시간이 절약된다.
물로 머리감기는 머리카락이 떡질까봐 신경써서 감기 때문에, 샴푸보다 신경이 쓰입니다. 그러나 피부는 떡지거나 냄새날 걱정이 없으니, 따뜻한 물로 세안하는 것이 아주 쉬웠습니다. 피부화장을 안해서 시간이 절약되고, 몇 단계 클렌징을 안해서 시간이 절약되었습니다.
2. 각질이 저절로 떨어진다.
저는 이 점이 제일 신기했습니다.
피부과 선생님과 피부 관련 연구하시는 분들이 '각질은 일부러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 4~7일이면 자연적으로 탈락된다'는 이야기를 하실 때면 어이가 없었습니다. 매일 각질이 있는데, 자연적으로 떨어진다니...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라 생각했습니다. (죄송.. 암튼 제 얼굴은 각질이 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아무것도 안하고 물로 세안하고 일주일 쯤 지나니, 정말로 각질이 살살 떨어져 나왔습니다. 그냥 손가락으로 살살 문질렀을 뿐인데, 각질이 떨어져 나왔어요. 그리고 나서 또 며칠 아무 일도 없다가 4~7일 정도 될 때면 각질이 떨어져 나옵니다. 각질 제거제를 안 써도 자연스레 각질이 떨어져 나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더 신기했던 것은 각질을 억지로 벗기지 않았더니, 오히려 각질이 줄어들었습니다.
3. 개기름이 줄어든다.
이 역시 믿기지 않았던 피부과 선생님의 말을 인용하자면, "모공까지 커버하는 화장품을 바르면, 모공을 막기 때문에 얼굴이 건조해지고, 그것을 해소하고자 피지를 과다하게 방출하여 건조하면서 피지가 과다분비되게 됩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정말 그랬는지, 피부화장을 안하면 개기름이 덜 낍니다. 물로 세안하면 기름기가 뽀독뽀독하게 없어지지는 않는데, 약간의 피지와 수분이 남아있어서 그런건지 개기름 뿜뿜 현상이 줄어들었습니다. 기름종이 빠빠이.
4. 턱드름, 여드름이 거의 안 난다.
저는 주로 턱 아래에 여드름이 자주 났었는데, 지금은 턱드름은 사라졌습니다. 이제와 생각하니, 딱 얼굴만 정성껏 씻고 턱 아래에 비눗물이 묻어도 잘 안 씻어서 턱드름이 심했나 봅니다... (저는 전반적으로 세제를 잘 헹구지 않아서 물로 씻기 효과가 있나봅니다...ㅜㅜ)
얼굴에 가끔 출몰하던 아프고 딴딴하던 여드름도 거의 안 납니다. 트러블이 심해 피부관리실 다니던 때에는 매주 선생님이 여드름 압출을 해주셨던 터라, 지금만큼 여드름이 안 나는 것 만으로도 아주 행복합니다.
5. 옷에 화장품이 안 묻는다.
피부화장을 하면 조심해도 살색 화장품이 옷에 묻곤 했는데, 피부 화장을 안하니 옷에 화장품이 안 묻습니다. 점심시간에 마음 놓고 쿠션에 얼굴을 대고 쪽잠을 잘 수 있습니다. 화장품이 안 묻어서 휴지 안 깔고 자도 됩니다.
6. 화장품 값은 어마어마하게 절약된다.
피부 화장 제품들과 세안제를 안 사니 돈이 많이 굳습니다. 대신 틴트, 아이섀도 파레트 같은 것을 샀다는 것이 함정...;;;;
[단점]
1. 피부화장의 뽀샤시함이 종종 그립다.
남들이 몰라볼 지언정 저는 느끼는 피부화장의 뽀샤시함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2. 피부가 나빠지지 않지만 엄청나게 좋아지지도 않는다.
그냥 그대로 입니다. 물로 씻는 것이 화학제품의 자극을 덜어주고, 세제 찌거기가 쌓이지 않게 해 줄 뿐, 딱히 영양을 주어 피부를 좋게 해주는 작업은 아니기 때문인가 봅니다. 여드름과 트러블이 많던 피부에서 그냥 아무일도 없는 피부가 된 것 만으로도 좋기는 하지만, 욕심은 속에서부터 차오르는 건강한 피부가 갖고 싶어서요..
결국 피부관리의 핵심은 겉이 아니라 속?
1년간 세안제도 안 쓰고, 화장품도 안 쓰고 (색조화장품은 썼습니다) 아무 관리도 안 해도 피부가 그대로 인 것을 보니, 만약 제가 잘 먹고 잘 잤다면 피부가 더 좋아질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로 머리감기 2차 실험(링크)처럼, '물로 세안하기'도 2차 실험에 돌입하기로 했습니다.
가능한 화장 적게 하기 + 물로 세안하기 + 천연 보습제 + 영양제 +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이 중에서 10시~ 11시에 잠드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힘듭니다. 이렇게 글까지 적어 놓으면, 다음 후기가 적고 싶어서라도 일찍자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적어봅니다.
[저에게 해보고 있는 임상 실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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