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하루 하루 사노라면: 앞으로 뭐 할거야? 끝나지 않는 질문
"앞으로 뭐 할꺼야?"
이 질문은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하면 끝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대학원 졸업할 때도, 또 회사에 있어도 이 질문은 계속 듣습니다. 대학교 때 들어도, 회사 그만 뒀을때 들어도, 대학원 졸업할 무렵 들어도... 막막하고 답답했는데, 최근에 듣는 이 질문은 서글프기까지 합니다.
제 친구와 선배들이 30대 후반~ 40대가 되어서, 퇴직 걱정 때문에 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보면, 퇴직하면서 박스를 들고 나올 때
"앞으로 뭐 할꺼야?" 라고 물으면
주인공이 멋지고 쿨하게 "글쎄. 우선 밀린 잠이나 좀 자 볼까?" 라고 웃으며 멋진 미소를 날리거나,
"그동안 못해본 여행 좀 하고 싶어." 같은 말을 하면서
퇴직이 끝이 아니라 꿈을 찾아 가는 여정의 시작인 것처럼 마무리가 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1 세상에서 가장 쓸모 없다는 남 걱정
막막한 마음에 남에 대한 걱정으로 흐르기도 합니다.
시샘 때문인지 좋은 회사 잘 다니고 있는 사람에게는 곧 잘릴 거라는 뉘앙스의 이야기가 나오며 남 걱정을 늘어지게 하곤 합니다.
"OO기업 다니는 O차장 있잖아. 이번에도 부장 못 올라가면 나와야지 뭐. 그건 나가라는 사인이지."
"뭐? 그 사람은 그 나이에 아직도 과장이라고? 오래 붙어있는다. 다음 번 구조 조정 때 잘리겠네."
회사 잘 다니고 있는 사람 걱정만 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사업가 걱정도 해줍니다.
"그게 아직 안 망한게 용하지. 요즘 그 아이템으로 사업하는 사람이 한 둘인가?"
"경쟁이 너무 심한데, 그 사람 회사는 경쟁력이 없잖아. 곧 망할거야"
"1인 기업, 소기업으로 그렇게 해봤자 몸만 축나지 되는 것도 없어. 그렇게 퇴직금 다 털고 후회하는 거지 뭐."
회사 다녀도 어렵다, 창업해도 망한다, 한참을 잘 살고 있는 이웃 걱정을 하고 나서는 대화는 원점으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넌 앞으로 뭐 할건데?"
#2 불안한 미래를 더 불안하게 해주는 걱정
남 걱정을 다 끝내고 나면 서로의 안위를 걱정합니다.
"너는 지금 다니는 회사에 계속 있을거야? 뭔가 바꿔야 하지 않겠어?"
"지금 있는 곳보다 좀 더 나은 곳으로 옮겨야 되지 않겠어?"
#1에서 대기업에 다녀도 이제 마흔 무렵이면 다 짤릴거라 하고, 사업해도 다 망할거라고 해 놓고, 이제 너는 무엇을 할거냐는 걱정을 해 줍니다. 옆에서 불안감을 들쑤시지 않아도 사는 것이 불안한데 더 걱정이 됩니다. 그리고 불안한 기색을 눈치채면 급 봉합을 합니다.
"그래도 넌 회사라도 다니고 있으니까. 하는 일이 있으니까.
에휴. 내가 걱정이다. 나는 앞으로 뭘 해야 될까?"
"좋은 아이템 있으면 얘기 좀 해 봐."
자신이 가장 심란하다면서 자신을 낮추고 훈훈하게 마무리 하는데, 하나도 안 훈훈합니다.
#3 답은 어디에
보통 새해나 설 무렵이면, "너는 결혼 언제 할거니?" 같은 질문을 예상했습니다. 적어도 졸업하고 취업하고 나면, 앞으로 뭐 할거냐는 이야기는 다시 안 하게 될 줄 알았는데... 고작 30대에 이 이야기를 다시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더욱이 학생 때에는 식구라도 없었는데, 지금은 아이와 대출금까지 생겨서 더 어깨가 무겁다고 합니다. 집 대출은 어떻게 하느냐, 애들은 어떻게 하느냐, 아이들에게 지금도 다른 집처럼 해주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앞으로 아이가 커서 대학까지 보내려면 멀었는데, 그 때까지 정년 보장이 안 될 가능성이 너무 크니 불안한 겁니다.
저는 아직 아이가 없으나, 갑갑합니다. 이제 제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정말로 제가 환갑이나 되어야 아이가 대학교에 갈 텐데... 정말 뭘 해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까요. 아이가 없어도 걱정입니다.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을 안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이 자꾸 반복되는 상황이 참 씁쓸합니다.
마흔을 향해 달려가면서, 제가 마흔에 걸맞는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지...
여전히 앞뒤 꽉 막히고 제가 아는 것이 세상에 전부인양 아는 못난 어른이 상태인지 되돌아 보고...
제법 근사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왜 다시 대학 졸업반 때처럼, 이런 걱정을 해야만 하는 걸까요...
상대도 저도 그 누구도 속시원한 답이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 말입니다.
불현듯, 스팽스 사장의 성공기에서 가장 와 닿았던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위클리 조선 비즈에서 읽었던 기사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4/27/2012042701587.html)인데, 여러 좋은 말 중에 지금까지 가슴에 남는 말은 자신의 아이템에 대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는 부분이었습니다. 말을 했다면 격려보다는 그 아이템이 성공할 수 없는 48가지 이유에 대해 먼저 두려워 했어야 할 지도 모른다는 것 입니다.
결국 '앞으로 뭐 할거냐'는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계획을 이야기해봤자 별 소용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앞으로 뭐 할거냐고 묻는 심리는
불안하니까...
혹시 다른 사람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 진심으로 궁금해서...
다 나같이 답답한 처지라는 것을 확인하며 위안받고 싶어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 설은 결혼 언제 할거냐는 질문보다도 미래에 대한 답답한 질문을 몇 번이나 마주하게 될지 더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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