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하루 한 번 질문해주는 디지털페이지 오늘의 페이지 알림, 코칭 질문같은 묘한 심리 치유 효과
어플의 알림에서 심리적 치유를 받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어플이 저녁마다 오늘 어땠는지 물어봐줄 때 묘한 치유를 받고 있습니다.
평범한 질문, 작은 관심이 주는 심리 치유
작년 이맘때, 수술을 받고 매주 상태 확인을 위해 병원에 갔습니다. 의사선생님이 제일 먼저 물으신 것은 "뭘 좀 먹었어요?" 였습니다. 의례적으로 "네" 라고 답하면, "암것도 안 먹고 또 먹었다고 하는거 아냐 ㅎㅎ" 하시면서 뭘 먹었는지 다시 물어보시고 챠트에 빼곡히 받아적으셨습니다.
그 때는 씹지를 못해서 사르르 녹는 음식만 먹을 수 있었는데, "연어 스테이크도 해 먹고요, 참치회도 구워 먹고요," 같은 이야기를 하면, 할머니가 '오구오구 우리새끼' 하듯이 "어이구, 이런것도 먹었어요? 잘 챙겨먹었네. 잘 했어요. 앞으로도 잘 챙겨먹어야 돼요." 라며 칭찬을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집 밖에는 나갔는지, 사람은 만났는지, 사람들이 뭐라고 이야기 했는지도 꼭 물어보셨습니다. 혹시나 제가 주위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지 않을지 걱정을 많이 해 주셨어요.
뭘 먹었는지, 집 밖에는 나갔는지, 친구는 만났는지, 요즘 기분은 어떤지 ...
참 평범한 질문들인데, 어느 순간 울컥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저에게 이런 관심을 가져준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 입니다. 연애 초반에도 밥 먹었는지 정도는 묻되, 오늘 기분이 어땠는지, 행복했는지 등은 잘 안 물어봤던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묻지 않았고요. 누군가 저의 사소한 일상에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이 무척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두 달 정도 수술 경과를 지켜보며 자주 뵌 뒤로는 병원에 갈 일이 없어졌습니다.....
# 코칭
최근 학교에서 샘 덕분에 코칭을 받고 있습니다. 석사시절 처음 리더십 코칭을 접하고 흠뻑 빠졌습니다. 따뜻한 질문을 건네고 이야기를 잘 경청해주니 무척 행복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코칭이 뭔지 몰라서 연애코치, 농구코치 같은 것을 떠올렸는데, 리더십 코칭의 코치는 개념이 좀 달랐습니다. 저보다 상위에서 저를 가르치거나 끌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제 옆에서 함께 가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상담이나 멘토링과 달리 코치는 저에게 방향을 주지 않습니다. 제가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갈 수 있도록 계속 질문을 합니다.
"지난 주는 어땠어요?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어요?"
"어떤 기분이었는데요?"
같은 질문을 하고, 제가 계속 욕을 하든 횡설수설하든 다 들어주십니다. 저나 제 이야기 내용을 평가하지 않고 그냥 들어줍니다. 이 점이 무척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노라면 "그건 너도 원인 제공을 했겠지." 라거나, "그럴때는 이렇게 했어야지." 같은 말이 튀어 나오다 보니, 아무 말도 안하고 아무 평가도 안하고 경청해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전문 코치님은 그걸 다 들어주십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묻습니다.
"만약에 그 문제가 해결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 뭘 해 볼 수 있을까요?" "다음주까지 해 볼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정답이 없으니, 제 나름대로 답을 하면 됩니다. 인간관계 문제를 한참 이야기하다가, 결국 주변 정리가 안 되어서 그런거 같으니 주변을 비우겠다, 우선은 물건 구입하고 받은 박스를 버려보겠다 같은 동문서답 실행 방안을 이야기해도 괜찮습니다.
신기한 점은 코치가 어떻게 하라고 정해준 것이 아니라, 모두 제가 말하고 제가 결정한 것들이기 때문에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제 입으로 "최소한 요 정도는 해 볼 수 있을거 같아요." "아마도 그런 상태가 되면 원래는 제가 화가 나면 2~3시간 지속되었는데, 30분 정도만 화난 상태가 지속되고 잊을 수 있다면 성공일 거 같아요." 같은 말들을 했기 때문에, 다음에 같은 상황이 되면 제가 한 말이 생각이 납니다.
문제는 코치님을 매일 만날 수는 없으니, 일주일, 열흘 동안 스스로 질문을 떠올리면서 노력해야 되는데, 깜빡 하기도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매일 일정 시간에 코치님처럼 질문해주는 어플이나 프로그램이 있으면 참 좋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뜻밖에 디지털페이지 메모 어플에서 이런 기능이 생겼습니다.
시작은 귀찮기도 했으나...
처음에는 캡쳐를 하고 나면, 메모 남길건지 물어봐서 귀찮음과 짜증을 유발했습니다.
잘 쓰던 디지털페이지 어플에서 캡쳐만 하면, "찍은 사진에 추억하고 싶은 기억을 메모로 남겨보세요." 라며 귀찮게 하더라고요. 저는 캡쳐를 참 자주, 많이 하는데 캡쳐나 사진마다 알림이 오니 짜증이 났습니다. 저는 뭔가 자주 푸쉬되는 것이 싫어서, 카톡 알림도 꺼두고, COC 알림도 꺼두고, 얼마전에는 이메일 알림도 꺼두었거든요.
사진 캡쳐할 때만 묻는 것이 아니라, 저장된 일정이 끝나면 "일정은 잘 마무리하셨나요? 기억할 일이 있다면 메모를 남겨보세요." 라는 알림도 들어왔습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게, 캡쳐할 때 알림 들어오는 것은 짜증이 났으나, 일정 마무리 될 때 물어보는 것은 기분이 괜찮았습니다. 여러 사람과 어울려 있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이면 유난히 허탈할 때가 있거든요. (- 모임에서 더 외로울 때 있으세요..?) 그 때 어플에서 오늘 어땠는지 말을 걸어주니 묘한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설정 - 알림메세지에서 일정 완료시 알림은 켜두고, 사진 찍으면 알림은 꺼 두었습니다.
매번 알림이 울리는 것도 좋지만, 하루에 한 번 정도 그 날 캡쳐한거나 메모한 것을 정리하도록 알림을 보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사람 생각은 비슷한지 머지않아 오늘 하루 어땠는지 묻는 오늘의 페이지가 생겼습니다.
오늘 하루 어떠셨나요? 관심 가져주는 오늘의 페이지
저녁 8시, 밥 먹고 식곤증에 늘어져 있으면서 오늘 일과를 갈무리하고 내일을 궁리할 때 쯤 알림이 들어옵니다.
열어보면, "오늘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같은 몇 가지 사소한 질문을 합니다.
날씨, 기분, 기억에 남는 일, 맛있었던 음식, 운동한 것, 가장 큰 지출 내역, 기억에 남는 음악 등에 가볍게 한 두 단어, 혹은 몇 줄을 써 두면 그 날 하루를 정리하게 됩니다. 이 질문들에 답하다보면, 의사선생님께 "오늘 뭐 먹었어요~~" 라고 답하며 관심 가져주셔서 행복했던 기분, 코치님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마음이 풀리던 그 기분이 살짝 듭니다.
제 차의 CD가 고장이 난 뒤로 늘 93.1 채널을 듣고 다녔는데, 차를 폐차한 뒤로는 93.1을 못 들은지 꽤 되었습니다. 우연히 택시에서, 또는 어디선가 그 채널을 들으면 너무 반갑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러나 그 순간일 뿐 금방 잊혀지는데, 8월 31일에 93.1 때문에 잠깐 행복했었던 것은 나중에 오늘의 페이지를 뒤적이다 다시 떠오릅니다. 속상했던 일을 적어도 기록이 되겠지만, 어느 하루, 잠깐이나마 행복했던 순간들을 적어두면 나중에 다시 보면서도 빙그레 웃게 되어 두 배로 행복해졌습니다.
이런 기분이 들자, 기왕이면 질문 자체를 긍정 인터뷰 하듯 좋은 것만 물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정 - 오늘의 페이지로 들어가면 질문들이 있습니다. 질문을 누르면 질문의 키워드와 태그를 편집할 수 있었습니다. 매일 어떤 질문을 받으면 더 행복할까, 곰곰히 생각해서 제가 매일 받고 싶은 질문 3가지로 바꾸었습니다.
"오늘 좋았던 일은 무엇인가요?" 좋은일 / 좋은일
"오늘 비운 것은 무엇인가요?" 비운것 / 비움
"오늘 배운 것은 무엇인가요?" 배운것 / 배움
질문까지 바뀌면 좋겠지만 질문은 그대로이나 아래에 키워드가 바뀌어 있습니다. 위의 질문은 무시하고, 제가 입력한 키워드에 맞게 답을 했습니다.
실제로는 커피 한잔에 영혼을 팔 수 있을 것처럼 피곤한 날이었더라도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사소한 좋은 일이라도 적어보니, 꽤 좋은 하루였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루에 한 개 버리려고 하다가 깜빡 하는데 오늘의 페이지에서 오늘 비운것은 무엇인가요?에 답하려고 파일 몇 개라도 정리하고, 옷이라도 하나 비우게 되는 것도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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