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데이트 코스 추천 : 신촌수제비 사람들이 줄서서 먹는 이유
늘상 줄서서 먹는 집이라는 소문은 들었지만, 설마 점심시간을 한참 지난 오후 2시 30분에도 줄이 길게 늘어서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날씨가 상당히 쌀쌀했던 날이라서, 밖에 줄을 설것인가 말것인가 3초 정도 고민했지만 맛집 앞에서는 의지가 불타올랐습니다. 꼭 신촌수제비를 먹어봐야겠다는 강한 의지...
얼른 뒤로 가서 줄을 섰는데, 신촌수제비 간판 크기를 보면서는 내부가 제법 넓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테이블 6개, 바깥에 야외테이블 3개가 전부였어요. 그나마도 자리가 나면 초면에 어색함을 따질것도 없이 냉큼 합석을 했습니다. 저도 기다리다 자리가 나길래 냉큼 합석을 해서 앉았습니다.
우선 밑반찬은 소박하게 단무지와 깜찍한 사이즈의 깍두기가 나옵니다.
깍두기는 달큰한 스타일이 아니라 약간은 신맛 나는 할머니가 담궈주신 깍두기같은 맛이에요.
이어서 드디어 그 유명한 신촌수제비가 나왔습니다.
부푼 기대를 가지고 먹기 시작했는데....
기대가 너무 큰 탓인지 그렇게 감격에 마지않는 그런 맛은 아니었어요. ^^;;;
사골육수가 진한 그런 수제비도 아니고, 바지락과 해물이 들어간 시원한 스타일도 아닙니다. 삼청 수제비처럼 조미료국 맛은 아니지만 약간 조미료 맛도 나고, 소박하게 호박과 당근 송송 썰어 얹은 아주 소탈한 맛이에요.
집에서 할머니가 끓여주신 수제비같은 그런 소탈하고 소박한 맛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할머니가 허리 구부리시고 끓여주시는 수제비 맞았습니다.
거대한 가마솥이나 그릇도 없이 큼지막한 냄비 두어개를 올려놓고 보글보글 끓여서 손으로 수제비 반죽 뜯어넣어가면서 정성스레 끓여주시는 수제비 였어요.
할머니들이 해주고 계시는 모습에서도 더 맛있게 느껴지고, 왠지모를 감정이 뭉클해지면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 면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 제 자리가 문가라서 보았던 것은, 왠 거지 할아버지였어요. 어떤 거지 할아버지가 와서는 당장 김밥 한 줄 내 놓으라며 떼를 쓰는데, "김밥 한줄 줘. 썰지말고 그냥 대충 줘." 이러시는데, 사람들이 줄서있는 가게집에 줄을 비집고 거지할아버지가 와서 냄새 풀풀 풍기는 것이 싫을 법도 하건만, 할머니들 맘은 그렇지만은 않아보였습니다. "줄께. 아, 절루 서있어... 기다리면 준다니까." 라면서 대충 달라고 해도 먹기좋게 썰어서 김밥을 싸서 들려보냈습니다. (분위기상 단골 거지 할아버지신듯.. ㅡㅡ;)
배고픈 사람들을 그냥 못 보내는 그러 모습에서도 할머니들 마음이 느껴져서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음식맛에 대해 뭐라 할 수도 없는 것이 가격이 너무 착해요.
밀가루값 올랐다고 대부분 수제비 맛집들은 음식 가격을 올렸습니다. 삼청수제비나 성북동 메밀 수제비나 가격이 6천원 7천원 이상 되는데, 신촌수제비는 유명세에 비해 가격이 여전히 착한 4천원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원래 이렇게 손님이 바글거리고 유명해졌으면 가게도 좀 넓히고 음식값도 슬그머니 올려서 돈 벌겠다는 욕심도 더 나련만, 한결같은 모습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혼자오신 할아버지, 혼자와서 드시는 아주머니, 아줌마, 아저씨들도 많았나 봅니다.
신촌수제비에서 느낀 것은 수제비 자체는 진한 사골국물도 아니고 바지락 육수도 아니라 집에서 그냥 끓인듯한 그런 맛이지만, 이제는 집에서 느끼기 힘든 할머니가 해주는 오래된 손맛 같은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주는 그런 맛집이었던 것 같습니다. 주머니 가볍고 마음도 속도 허할때 가볍게 찾아가서 마음도 속도 배불리 채울 수 있는 그런 맛집 아닐까 싶었어요.
제가 나올때도 신총수제비 앞에 사람들은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날씨도 추운데 데이트하면서 추운날 남친 손 꼭잡고 기다렸다 따끈한 수제비 한 그릇 먹는 데이트 코스로도 아주 좋을 것 같은 곳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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