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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 쓸 여력이 없는 자영업자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 하루하루 사노라면 : 알바생 쓸 여력이 없는 자영업자

점심시간에 나가서 편의점에서 택배를 보내고, 호두전문점에서 호두과자 한 봉지를 하고, 이디야 커피에서 아이스티를 포장했습니다. 세 곳 모두 나이 지긋한 사장님이 어설픈 솜씨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1 편의점, 호두과자 가게, 커피전문점


편의점은 택배 보내러 수 차례 가 본 결과, 밤에는 사모님이 낮에는 사장님이 계십니다. 기업에서 부장님 쯤 계시다가 퇴직한 듯한 사장님과, 사장님 퇴직 전까지는 정말로 사모님으로만 살아오셨을 같은 아주머니가 어색하게 편의점 유니폼을 입고 가게를 보십니다. 처음에는 물건 하나 찍는데도 바코드 찾아 한참을 헤매고, 카드 하나 긁으시는데도 방향을 몇 번씩 틀리시더니, 이제는 쪼오금 나아지셔서 많이 능숙해지셨습니다.


호두과자 가게 사장님은 빵을 굽느라 결제 해 줄 틈도 없어 보였습니다. 카드를 건네니 한 손에 쥔 채로 과자가 탈까봐 뒤집고 뒤집다가 돌아와 카드 결제를 해주고는 다시 서둘러 과자를 구우러 가셨습니다. 이 분은 오랜 세월 빵을 구우셨던 분이신지 빵, 과자 굽는 솜씨는 좋아 보이나, 손님과 말을 섞는 것은 몹시 어색해 보이십니다. 저도 목소리가 작은 편인데, 남자 사장님 목소리는 더 작아서 뭐라고 하시는지 안 들립니다.


이디야 커피는 퇴직한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중년부부가 아주 서툰 솜씨로 커피 주문을 받고, 어설프게 음료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이스티 두 잔 포장하는데 4~5분 가량 걸립니다. 혼자 와서 두 잔을 사가면 캐리어에 담아서 혼자서도 들고갈 수 있도록 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어설프신 사모님은 "담아드려요?" 라고 되묻습니다. 그것도 음료 나오고 몇 분 지나서... 담아 달라고 하니 창고 안에 들어가서 캐리어를 꺼내와서 천천히 접은 뒤 넣어줍니다. 불과 10분 남짓한 시간인데, 저는 성질급한 한국인인지라 어리버리함을 지켜보다 속이 탔습니다.


어휴....


최저임금 문제로 자영업자들의 처지에 대해 많이 이야기가 나오더니, 제 주변이 다 그런 상황이었다는 것이 새삼 실감이 납니다.

'지금보다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자영업자 망한다'고 하소연하던 분들은, 그나마 알바라도 쓸 수 있는 사장님들이었나 봅니다. 직접 어설프게 일하고 있는 이 분들은 최저임금 인상이고 뭐고 간에 애초에 알바생을 쓸 여력 조차 없는 상황 같습니다.



#2 근방 편의점 상황


비단 오늘 들른 세 곳 뿐이 아니라, 이 근방 편의점 대부분의 상황이 비슷했습니다.

제가 직접 도시락을 싸서 출근하기 (링크: 도시락 식단, 직장인 도시락 장점 및 단점) 전에는 두 달 가량 편의점 도시락을 사 먹었습니다. 혜자도시락, 편의점 도시락 가격은 3~4천원 밖에 안 되는데 꽤 괜찮았습니다. 다만 먹다보니 지겨워서 이 편의점, 저 편의점을 다니면서 가능한 다른 도시락을 골랐습니다. 그러느라 역 근처 편의점 이 곳 저 곳을 다녔는데, 세븐 일레븐 세 곳, GS25 네 곳, 미니스톱, 개그스토리 편의점, 웨이스톱, CU2곳 중에서 두 곳을 빼고는 전부 사장이 직접 카운터를 보고 있었습니다. 딱 두 곳만 알바생이 있었습니다.


미니스톱은 흰머리 희끗희끗한 사장님이 편의점 유니폼을 입고 카운터를 봅니다. 오후 5~6시까지는 사장님이 있고, 저녁, 밤에 가면 사모님이 있습니다. 부부가 맞교대를 합니다. 가끔 주말에 20대 아들과 딸이 카운터를 볼 때도 있습니다.

GS25 한 곳은 젊은 청년이 카운터를 12시간 넘게 보는데, 그 분이 사장이었습니다. 젊은 청년이 사장님인 편의점에 도시락 종류가 많아서 자주 가다보니, 말 몇 마디를 주고 받게 되었는데, 대기업에 다니다가 퇴사하고 퇴직금으로 편의점을 인수했다고 합니다. 젊은 청년은 싹싹하기도 하고, 얼굴을 기억하고 서비스로 간식이나 음료수를 챙겨주기도 해서 더 자주 갔었습니다.

세븐일레븐 한 곳은 사모님이 낮 시간 동안 카운터를 보셨는데, 도도한 사모님이 하찮은 평민들을 상대하느라 짜증나신 듯 했습니다. 화난 듯한 표정으로 뚱한데다, 질문을 하면 대꾸하기 귀찮다는 듯 '없어요.' '찾아보세요' 라고 대답을 하여 다시 가고 싶지 않게 장사를 하시더니, 몇 달도 안 되어 문을 닫았습니다.

또 다른 세븐일레븐도 사모님이 아침부터 낮동안 카운터를 보셨는데, 도시락을 사면 엄마처럼 '밥 잘 챙겨먹어야죠'라며 챙겨주셔서 좋았습니다. 마음은 따뜻하셨으나, 계속 가정주부 셨다가 남편 퇴직 후에 갑자기 편의점 카운터를 보게 되어 일을 하시는 면에서는 상당히 어설프셨습니다.... 카드 결제 한 번에 한 세월...


퇴직 후 편의점을 시작하려고 마음 먹었을 때 그 분들의 계획은 이런 상황이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편의점 차려 놓으면, 본사에 내야 되는 돈 때문에 때돈(?)을 벌지는 못하더라도 알바생 고용해서 알바생으로 3교대 돌리며 알바 관리만 잘 하면 쉽게 생활비 정도는 벌 수 있다고 생각해서 시작하시지 않았을까요...

아마도 알바생 쓸 여력도 없어서, 가족이 돌아가면서 편의점에 매달려야 할 상황이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더욱이 젊은 청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편의점이 나이 지긋한 분들이 노후대책으로 시작한 일이신 것 같아 더 걱정이 되었습니다. 광역 오지랖 하나를 더 보태자면, 연애질에 관심 많은 입장에서는 부부관계도 걱정이었습니다. 부부가 12시간씩 바톤 터치를 하면 육체적 관계는 물론이요, 심리적 부부관계가 잘 유지될지도 의문입니다... 가족도 자꾸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나눠야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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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에 일을 하시는 것이 안타까운 것은 아닙니다. 본인이 일을 하고 싶어하셨고, 노인 알바로 커피점이나 편의점에 취업을 하신 사례, 네이버 시니어 센터 사례는 근사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본인이 하고 싶었고, 일을 하며 즐거워 하시니 보는 입장에서도 멋지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퇴직 후에 이제는 '사장님'이 되어 여유를 즐기고 싶었는데, 상황이 어쩔 수 없어서 직접 일을 하게 되신 분들을 보면 '멋지다'는 생각 보다는 정말로 걱정이 됩니다. 노년에 12시간씩 맞교대를 하고 계시니 건강도 걱정이고, 알바생 쓸 여력도 없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으니 퇴직금을 날려 버릴 수 있다는 점도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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