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데이트 코스 추천 : 부산역 나들이, 코레일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특별한 음악회
잊지 못할 부산역의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출발부터 설레였습니다.
서울역.. 용산역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늘 신이나는데, 오랜만에 부산역에 갈 생각에 몹시 설레였어요.
기다리면서 갤러리아 백화점의 붉은색이 많이 보이기에, nx1000 색상 필터 기능으로 빨간색만 남기고 찍어보기도 했어요.
어디선가 들어온 위풍당당 비둘기의 행진도 찍어보고요.
그러는 사이 어디선가 한 무리의 검은 옷을 차려입고 악기를 든 분들이 나타났습니다.
이 분들이 오늘 부산역에서 음악회를 해주시는 코레일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들이신가 봅니다.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감상하러 가면 이미 세팅된 상황에서 듣기만 했기에, 준비 과정이 이리도 부산한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90명이 넘는 대식구가 몸집만한 악기들을 들고 이동하려니 보통 일이 아니어 보였습니다. 타지역에서 연주회를 한다는 것이 말은 참 간단한데, 이동과정부터가 장난이 아니네요...
저 악기들을 가지고 부산역까지 가서 연주회를 한다고 생각하니, 저는 보기만해도 엄두가 나질 않았는데... 단원분들의 표정에서는 설레임과 즐거움이 엿보였습니다. 보통 열정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출발부터 느껴졌어요... +_+
저도 옆에 꼽사리껴서 코레일 심포니 오케스트라 전용칸에 탔는데, 악기님들도 두 자리씩 차지하십니다. ;;;
볼수록 오케스트라 연주회라는 것은 민족 대이동 같아보입니다. +_+;;;
이미 충분히 연습하셨을 것 같은데도 부족하다 생각하셨는지, 가는 기차에서도 연습 삼매경이었습니다.
저에게는 너무나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부산가는 ktx에서 바이올리니스트의 라이브 연주를 들으며 가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던 일 입니다. 듣고 있던 이어폰을 빼고, 부산까지 가는 길에 황홀한 바이올린 음색과 함께 했습니다.
혹시 저 분이 퍼스트 바이올린이라고 하는, 제1 바이올리니스트가 아닐까 했었는데.. 나중에 보니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에서 바이올린 독주를 하셨습니다. ^^
부산역에 도착해서도 다시 민족 대이동...
오케스트라 음악회 한 시간을 위해, 2시간 30분 넘게 기차를 타고 체격보다 큼직한 악기들을 걸터매고 오는 길이 열정이 없이는 안 되는 일인 것 같습니다. 고작(?) 1kg 남짓하는 DSLR도 무겁다고 빼놓고 NX1000을 들고 가볍다고 좋아하며 왔던 제가 보기에는 그저 대단하시다는 말 밖에 달리 할 말이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분들은 대국민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연주자들이라고 합니다.
따로 직업이 있는 분들이다 보니, 주말에 모여서 연습을 하는데, 그 때도 이렇게 악기를 지고 이고 서울역에 모여 밤이 늦도록 연습을 하신다고 합니다. 피곤하거나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연습 끝나도 집에 가지 않고 연습을 또 하고 또 하는 정말 음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 분들이라고 합니다. (오는 ktx에서까지 또 연습을 하시는 것을 보니... 평소에 어떠실지 짐작이 갑니다...)
부산역에 도착해 보니 이미 음악회 무대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약 1시간 30분 정도 또 최종 리허설 후에 코레일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부산역 연주회가 시작된다기에, 저는 부산역 근처 볼거리, 남포동 자갈치 시장, 깡통시장 구경을 갔다 왔어요~ ^^
기왕이면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는데, 좋은 좌석은 고사하고 빈 자리가 없었습니다. 한 두 자리 비어있는 자리는 맡아놓고 일행에게 빨리 오라며 전화를 하는 임자있는 자리였습니다. 꼼짝없이 서서 한 시간을 봐야겠구나.. 하며 각오를 단단히 하려는 찰나, 코레일 직원들이 의자를 더 마련해 주셨습니다. 서 있는 사람 없이 다 앉을 수 있도록 재빨리 의자를 계속 공수해주셔서 편히 앉아 볼 수 있었어요. ^^
음악회 티켓을 산 것도 아니고, 무료 음악회 인데도, 낑낑대며 의자를 마구 공수해다주시며 "여기 앉아서 보세요." 라며 챙겨주셔서 기분이 몹시 좋았어요. ^^
부산역에서 열리는 음악회는 무대와 높이도 거리도 없어서, 바로 옆에서 준비과정을 생생히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부산역에 나타난 오케스트라의 신기한 광경에, 너나없이 핸드폰과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도 뭐라 하지 않았어요..
저의 오케스트라 지식은 노다메 칸타빌레를 무한 다시보기한 덕분에 알게 된 아주 얄팍한 수준이다 보니, 코레일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보는 내내 노다메 칸타빌레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코레일 심포니 오케스트라 티셔츠를 보며 치아키와 라이징스타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떠올랐고, 노다메 칸타빌레 덕에 알게 된 악기들 알아보며 혼자 좋아했어요. 바순과 파곳 알아보고 행복해 하고, 콘트라베이스 사쿠라와 타악기 마쓰미 떠올리며, 노다메 칸타빌레 보다가 너무나 실제로 보고 싶었던 오케스트라를 보게 되어 신이났습니다. ^^;;
(노다메 칸타빌레를 못 벗어나는 이 얄팍한... ^^;;;;)
연주회 시작이 되어 자리에 앉아 기다렸습니다.
의자마다 코레일 심포니 오케스트라 부산역 연주회의 팸플릿이 놓여있었습니다.
오늘 연주회의 곡 구성은 클래식과 안 친한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편안한 곡들 인 듯 합니다.
존 윌리엄스의 올림픽 팡파레, 비발디 사계 중 여름,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 앤더슨의 고장난 시계, 엔리오 모리꼬네의 가브리엘의 오보에 (넬라 판타지아로 더 유명한... ^^),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 캐러비안의 해적 입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곡 이름은 몰랐어도, 들어보면 "아! 이 곡!"이라 할만한 곡들이라 더 편안했습니다.
곡마다 편안하게 재미있게 들을 수 있도록, 설명을 해주어서 더 편안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
"즐겼다" 라고 쓸 수 있었던 이유는... 정말로 이 오케스트라 연주회는 각잡고 긴장하며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게 해주는 연주회였기 때문입니다.
기차역에서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소리를 중시하는 연주자들에게 선뜻 내키지는 않는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간이 탁 트여있어 소리가 흩어지는데다가, 소음과 잡음도 심하고, 관객들의 수준도, 자발적으로 음악회 티켓을 사고, 교양을 준비해 온 관객들과는 아주 다릅니다. 한쪽에서는 아이도 울고 한 쪽에서는 할아버지가 카랑카랑 기침소리도 들립니다.
그러나 코레일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이 상황을 악조건이라 생각하기 보다는 음악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음악요정들 같았습니다.
음악은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라고 음악으로 외치는....
이토록 가슴이 뛰면서 신이나게 음악회를 즐겨본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저에게 음악회란 때로 시험보는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유명한 고전 몇 악장, 특징은 어떤 것, 감상 포인트는 무엇 등을 숙지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 같다는 느낌에 지레 주눅들어 있을 때가 많았어요..
하지만 이 날은 그냥 신나면 신난다고 하며, 멋지면 멋지다고 사진도 찍어가며, 감히(?) 오케스트라 연주하는데 박수도 쳐가며, 신나게 즐겼습니다. 음악회라는 것이 이리도 신나는구나! 뭉클하구나! 하는 느낌이었어요.
칼군무를 보면 감동하듯, 100여명이나 되는 인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악기를 다루는 장엄한 광경에 가슴이 벅차오르고, 맘껏 즐기라는 듯한 신나는 연주에 행복했습니다. 음악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음악하며 벅차오르는 감동을 조금이라도 간접체험할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가슴이 벅차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느덧 마지막 곡이 되어버렸습니다.
마지막 곡이라는 이야기에, 이 감동을 조금이라도 더 움켜쥐고 싶은 욕심에 동영상으로도 찍었습니다. 그러나 집에 와서 재생해 보니, 부산역에서 울려퍼지던 그 소리의 10분의 1도 안 담겨있네요... ㅠㅠ
역시 현장 체험과 녹화 재생의 이 엄청난 간극이란...
부산역에서 들었던 코레일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캐러비안의 해적'은 당장 광활한 검은 바다를 가로질러 조니뎁이 블랙펄호를 이끌고 대포를 뻥뻥 쏘아대며 나타날 것 같아... 저도 모르게 벅차오르는 감정이 주체가 안되어 눈물이 날 것만 같았습니다.
집에 와서 그 감동을 다시 맛보고 싶다며 동영상을 켰더니만 동영상에 담긴 것은 요모냥 이네요.. ㅠㅠ
코레일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 오케스트라 음악 계속 찾아서 듣고 있는데, 역시 오케스트라는 아무리 잘 녹음된 음원을 들어도, 현장에서 직접 가슴에 울리는 그 울림을 담을 수가 없나 봅니다.
캐러비안의 해적을 끝으로 음악회가 끝이 나는 것이 아쉬웠던 것은 저 뿐만은 아니었는지, 어디선가 용기있게 앵콜을 외쳐대기 시작하자, 모두들 앵콜을 외쳤습니다. 오케스트라에서 한 곡 한 곡 연주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닐 것 같아 앵콜을 외치기에도 좀 죄송스러운 마음이었는데, 앵콜곡은 프로그램에 없던 새로운 곡을 연주해 주셨습니다.
라데스키 행진곡이었는데, 앵콜곡이니만큼 함께 연주하자며, 관객들도 지휘자의 지휘에 맞춰 점점 약하게, 더 세게 박수를 쳐대며 함께 했습니다. 이렇게 신바람나는 연주회가 있을까요..
한 곡을 더 연주했지만, 앵콜 요청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코레일 심포니 오케스트라 부산역 음악회에 맞추어 특별히 준비하신 것인지, 다음 곡은 센스만점 "부산찬가" 였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모자까지 준비해오셔서 롯데 자이언츠 모자를 쓰시고, 웅장한 오케스트라로 부산 찬가가 연주되기 시작하자, 곳곳에서 나즈막히 부산찬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는 부산찬가가 생소한 곡이었는데, 부산분들에게는 뭉클한 어떤 감정을 이끌어내는 웅장한 곡이었던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나직히 따라부르기 시작하는 부산찬가에 저도 덩달아 분위기에 휩쓸려 뭉클한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직접 본 부산갈매기 롯데팬들이 한 목소리가 되어 퍼지던 응원가 같은 느낌이랄까요...
더 이상 넘사벽 음악회가 아니라, 정말 "함께하는" 연주회가 된 음악회의 마지막 앵콜곡은 "돌아와요 부산항에" 였습니다. 지휘자 선생님이 "돌아와요, 부산역에"로 바꿔 부르자고 하셔서 관객들이 다 함께 돌아와요 부산역에를 열창했습니다.
생애 처음이었어요.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노래 불러본 것은.... ^^
코레일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노다메 칸타빌레보다 엄청난 긍정에너지를 강렬히 내뿜으며 끝이 났습니다.
100여명의 인원이 악기를 바리바리 싸들고 부산역까지... 한 시간여의 공연을 위해 2시간 40분을 기차를 타고.. (그 분들이 집에서 출발한 시간을 생각하면 1~2시간 더 추가해야겠죠...) 그리고, 다시 돌아갈 시간까지 장장 몇 시간을 차에서 보내야 함에도, 부산역에 나타나 깜짝 뮤즈가 되어주고 갔네요.
너무 가슴 벅차고.... 아쉬워서... 집에 와서 제가 잘하는 일을 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어요. ^^
코레일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대해서도 더 찾아보았습니다. 코레일 오케스트라 단원이신 분이 올리신 블로그 글들에서, 막차 탈 시간까지 연습하면서도 기분 좋았다는 일상 기록같은 글에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코레일 블로그에 지휘자님 인터뷰 기사도 올라와 있었는데, 코레일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탄생배경과 상황에 대한 뒷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라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 코레일 심포니 오케스트라 이선영 지휘자, 그 손끝에 호수가 머물고 폭풍이 몰아치다.
더 찾다보니 다음 연주회 일정이 코레일 뉴스에 나와있었습니다. 다행히도(?) 다음 연주회는 한 달 뒤 7월에 구 서울역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 제1회 철도문화체험전 축하연주회 : 7월 21일(토) / 문화역서울284(舊서울역)
▸ 여수세계박람회 폐막연주회 : 8월 11일(토) / 여수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축하연주회 : 9월 22일(토) / 임진각 평화누리
다음 연주회가 다른 ktx 역이어도 찾아가서 듣고픈 마음이 있었는데 7월에 서울역이라 더 기뻤습니다.
코레일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회에 꽂혀 더 찾아보니, 서울 시립 교향악단의 연주회도 매주 예술의 전당에서 있는데.. 이 계기로 연주회에도 버닝하게 될 것 같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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