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뎁, 팀버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3D.
이 것만으로 충분히 극장관람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요인입니다. +_+
상암 CGV 입구에 세워진 앨리스 포스터를 보니 더 기대가 되었습니다.
장갑낀 청년이 주는 소독약냄새 살짝 나는 3D안경을 받아들고 자리에 앉아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 5% 아쉬운 3D
아바타의 환상적인 3D에 반해서 두 번 봤었는데, 이 영화는 3D가 상당히 아쉽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초반의 월트디즈니 로고 3D 였습니다. 늘 2D로 보던 월트디즈니의 로고를 3D로 보면,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아름다운 성에 홀딱 반합니다. 시작 전 로고에서부터 먹고 들어가지만, 실제 내용은 실사와 그래픽이 어색하게 뒤섞여있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입체적인 장면은 과학관과 박물관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3D가 종종 서비스샷처럼 나올 뿐 입니다. 빨려들어가면서 이 것 저 것 날아오는 샷 같은 것, 벌레 날아다니는 정도?
아바타급의 3D나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보던 섬세하고 예쁜 화면을 기대하고 앉아있으면 실망이 큽니다. 이 영화는 2D로 보는 것이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3D 안경 쓰고 있느라 불편하고, 3D라고 해서 그다지 환상적이지도 않습니다.
■ 동화 완벽재현 + 쬐금 더 매력적인 캐릭터
내용? 동화책과 똑같습니다.
영화를 본 뒤에 갔던 부암동의 mama's kitchen에 가니 마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책꽂이에 꽂혀있었습니다. 싱크로율 100% 입니다. 동화책에서 보던 이미지들까지 거의 그대로 재현되어 있습니다. 약간의 차이라면 여왕이나 모자장수가 좀 더 매력적으로 분장한 정도입니다.
조니뎁의 맹활약을 기대해 보지만, 영화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고, 주인공은 앨리스일 뿐 입니다.
보는 내내 매번 촬영할 때, 분장하느라 정말 고생했겠다는 생각만.....
보는 내내 매번 촬영할 때, 분장하느라 정말 고생했겠다는 생각만.....
그보다 매력적인 것은 대갈장군 빨간여왕으로 등장한 헬레나 본햄 카터였습니다.
나쁜 여왕이기만 했던 빨간여왕을 참 애틋하고 매력적이고, 인간적인 캐릭터로 소화해 냈습니다.
늘 "Off the head!"를 외치며 머리를 베라는 흉폭한 빨간여왕은 사실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어합니다.
예쁘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동생인 하얀여왕이 부럽고, 자신도 그렇게 되고 싶고, 친구와 주변사람의 사랑을 갈구하지만, 사람들은 머리크고 괴팍한 빨간여왕을 두려할 뿐입니다. 사랑을 얻지 못하는 빨간여왕은 삐뚤어져서 사랑을 얻지 못할 바에는 공포의 대상이 되어 군림이라도 하고자 하는데, 그런 심정이 참 잘 드러납니다.
예쁜 여동생에게 치이는 언니의 심정, 사랑받고 싶은 본능, 외로움, 히스테릭함이 있는 매력적인 여왕이었습니다.
반면, 하얀여왕 (앤 해서웨이)는 음...
코믹한 손동작 연기가 일품이었습니다. 영화 끝나고 나오면서 따라해보게 되는 손동작입니다.
병풍 하얀여왕..
주체적인 앨리스도 매력적입니다.
매일 아침 불가능한 상상 6가지씩을 한다는 이 소녀는, 우연히 굴러들어온 이상한 나라에서도 자신의 의지대로 해 나가는 당찬 소녀입니다. 자기계발서에 나옴직한 '매일 아침 6가지 불가능한 상상하기'는 메마른 창의력때문에 괴로운 사람이 따라해보기에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
■ 한국인은 즐기기 어려운 언어유희
영화를 보는 내내 거슬리는 것 중의 하나는 번역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기 때문에, 신조어와 언어유희적인 대사가 많이 등장하는데, 도무지 와 닿지가 않습니다.
좋마운날. (뭐라는거야?) 갈가마귀와 책상 (raven & desk? 이 두개가 왜?)
Alice라서 'A'로 시작하는 단어 놀이가 나오지만 우리말로는 'o'으로 시작하는 단어들을 끼워넣지만 재미있지도 와 닿지도 않고, 이런 식의 언어코드가 자주 등장합니다. 아마도 영어를 더 잘한다면, 그런 단어 하나하나가 웃음코드이자 기발한 요인이었을 것 같은데, 히어링이 안되는 저로서는 번역이 어색하다는 것 까지만 느낄 뿐, 그런 단어들에 빵빵 터질 수가 없어서 답답할 뿐이었습니다.
환상적이지도 않고, 새롭지도 않고, 치밀하지도 않은.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영화였습니다.
전체관람가이기 때문에, 아이들 3D영화 구경시켜줄 겸 함께 본다면 딱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 시작할 쯔음 곳곳에서 들려오는 어린이들의 엄청 큰 목소리로 웃는 소리와 우와 거리는 소리에 식겁하게 되기도 합니다. ㅡㅡ;;) 너무 기대해서 그런지, 실망도 참 큰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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