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행지에서는 쉽게 친구가 되는데, 한국에서는 친구 사귀기가 어려울까?

왜 여행지에서는 쉽게 친해질까?

여행지에서 만나면 몇 마디만 나눠도 친구가 되기도 하는데, 한국에서 만나는 사람은 수 많은 이야기를 나눠도 멀게 느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여행을 가면 마음이 너그러워져서 그런걸까요.. 아니면 한국인들의 성격이 좀 이상한걸까요?


여행지에서 점프샷


밥그릇 경쟁자

외국에서 만나는 사람은 나와 아무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그 사람이 잘 된다 하여 내가 당장 손해 볼 것도 없고, 앞으로 나의 밥그릇에 상대가 숟가락을 들고 올 가능성도 별로 없습니다. 그 사람이 돈을 많이 번다 해서 배 아플것도 없고요. 오히려 돈 많은, 돈 잘버는 외국인 친구 하나 사귀어 놓으면 나중에 그 나라로 여행을 갈 수도 있으니 이득입니다.

그러나 한국인 친구가 잘되는 것은 때때로 나의 생존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더욱이 같은 영역,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면 결국 밥그릇 경쟁의 대상이 되기에 막역한 친구가 되기에 부담감이 있습니다.


여행과 이민의 큰 차이가 바로 이것이라고 합니다.

여행을 할 때는 그냥 스쳐갈 이방인이기 때문에, 상대를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기에 너그럽고 금방 친해지고 깊은(?) 우정을 나누게 되는데, 막상 이민을 가면 배척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겁니다. 여행을 왔을 때는 돈을 쓰는 손님이었기에 좋았지만, 이민을 와서 내 직장을 위협하는 순간 싫어진다고 합니다. 여행지에서의 친근한 인상을 보면서 이민가서도 그럴거라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외국인 친구 콜렉션

아주 아주 오래 전에 필리핀에서 만난 친구와 펜팔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상대도 저도 영어가 짧아서 몇 번 이메일을 주고 받다가 연락이 끊어졌지만, 꽤 재미있었습니다.

요즘이야 학교만 가도 외국인 유학생들이 많아서 외국인 친구 사귀는 것이 조금 쉬워졌다 해도, 여전히 외국인 친구는 거의 없습니다. 고로 외국인 친구는 '수집욕구'를 채워줍니다. 없는데 하나 생겼으니까요.

피차 마찬가지 입니다.

상대방도 듣도 보도 못한 나라 '한국', 혹은 North Korea 말고 South Korea 친구 하나가 생기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닐겁니다. 이쪽도 '외쿡인' 친구 하나 생기면 좋고요. 일종의 자랑거리도 되지요. 그 나라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사골처럼 우려 먹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덴마크 친구가 있는데.. 예전에 유럽여행가서 만났는데.."


라며 덴마크 친구가 있다는 자랑과 함께 슬그머니 여행 자랑도 할 수 있어요,

물론 같은 한국인이어도 지역이 다르면 이런 매력이 있습니다. 서울 사람에게 서울 친구 따위... 이나 부산 친구는 레어템(?)이고, 제주도 친구는 왠지 특별한 그런 느낌 일 겁니다.



특별한 추억 거리

저만 그럴 수도 있으나, 여행지에서 한국인 만나면 아는 척을 안 합니다.... ^^;;;

한국의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비행기까지 타고 날아갔는데, 거기에서 또 한국 지하철에 있는 것처럼 한국 사람과 밀치고 새치기 해가면서 부대끼는 것이 싫습니다.. 그리고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말이 실감나도록, 부끄러운 분들도 정말 많고요..

공공장소에서 우렁차게 한국어로 소리지를 때, 줄 서 있는거 알면서 새치기 할 때, 특정 명소에 한국인들만 줄지어 서 있을 때.... 한국인이 아닌 척 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별로 그 사람들과 말을 섞고 친해지고 싶지도 않고요.. 서로 그럴 것 같습니다.

남의 나라라서 옷도 과감히 입어 보고, 뭔가 색다른 기분을 느끼고 싶은데, 한국 관광지에 온듯한 기분이 들 때면 뭔가 맥 빠집니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외국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특별한 추억이 됩니다.

홍콩에서 옹핑 케이블카를 탔을 때, 중국인 모녀와 함께 탔습니다. 몇 십분이나 타고 있는 꽤나 긴 케이블카에서 각자 우와 우와 거리며 풍경 감상을 하고 셀카질을 하다가, 중국인 딸이 저희에게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서로 사진을 찍어주면서 말 몇 마디를 주고 받았습니다. 저희가 한국인 인 것을 금방 알아봐서 신기하기도 했고, 대부분 현정이가 영어를 잘 하므로 기분 좋은 대화를 했습니다.


심지어 침사추이에서 만난 방글라데시 아저씨도 재미났습니다. 딱 보자마자 귀신같이 한국인인걸 알아보고 '시계, 지갑' 있다며 한국어를 하는게 신기했습니다. 어찌보면 침사추이 허류산에서 망고주스 사들고 있는 아시아 여자는 대체로 한국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분들의 분류법에 따르면, 한국 여자가 피부가 좋고 잘 꾸민다 (과하게 꾸민다는 뜻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고 하네요.

여튼 그 분은 짝퉁 시계 파는 분이었는데, 계속 "트러스트 미 Trust me"를 외치던 것이 재미났습니다. 전화할 때 계속 마마였나 무무를 외치길래 그게 뭐냐고 물어보니 홈타운 말로 형제라는 뜻이라면서 방글라데시어도 가르쳐주었습니다.

한국이었다면 방글라데시아저씨는 그냥 외국인 노동자일 뿐... 절대 말을 섞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외국이니까 만나서 재미있었던 거지요. 그런 사람 하나 하나가 제 여행의 감칠맛을 더해주는 사람들이니까요.


어쩌면 한국에서도 여행지의 마음으로 살면, 모든 사람과의 대화가 훨씬 행복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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