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알면서도 당하는 이유 3가지

라라윈 일상 이야기 : 보이스피싱 사례 통화내용, 알면서도 당했던 이유

보이스피싱 사례는 이미 수차례 겪어 봤습니다. 어설픈 연변 사투리로 "최미정님의 국민은행 카드로 500만원이 결제되었으니 카드번호와 비번을 불러달라"고 해서 사뿐히 씹어주기도 하고, 우체국이라면서 "잘못 배달된 택배가 있으니 확인을 위해 집주소를 불러달라"기에 그럼 먼저 잘못 배송된 주소부터 불러보라며 살포시 보이스피싱 역관광 놀이도 해봐서,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는 것은 남의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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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도 당했어요.. ㅠㅠ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닌데, 아리송한 전화에 속아서 무려 6분이나 쫄아서 아저씨와 통화했어요.. ㅠㅠㅠㅠ


1.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


보이스피싱 사례를 여러 번 겪어보고, 다른 분들이 겪으신 사례도 보고, 그런 전화오면 역관광 시켜버렸다는 능력자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보이스피싱 신고 대처법은 익히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래서 저도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하며, "소속과 이름 다시 한 번 알려주세요. 또박또박." 그랬더니
"서울 검찰청 지능범죄 수사과 박민호 경사님입니다."
라고 합니다. (자기 이름 얘기하면서 님자 붙이는게 좀 이상하긴 했죠.. ㅜㅜ)
"그럼 사건번호 좀 알려주시겠어요? 삼촌이 검찰청에 계셔서."
그랬더니 역시나 쫄지않고 곧바로 "사건번호는 0140-668 입니다."이라고 합니다.
그러더니 차근차근 어찌나 말을 잘 하는지....
진짜면 제가 직접 찾아가서 조사에 응할테니 위치 불러라 했더니 곧장
"서울시 종로구 내사동 140-24번지 입니다."
라며 대답을 합니다.
주소나 전화번호, 소속, 이름, 사건번호 등을 물어봤을 때 1초도 뜸들이지않고 대답이 튀어나오니까, 이거 진짜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슬금슬금 겁이 났습니다.
사람들이 보이스피싱 전화오면, 이런 이런거 물어봐라.. 라고 하는 피해방지법을 공유하듯이 그 사람들도 사람들이 잘 묻는 질문 FAQ가 있나 봅니다. ㅡㅡ; 질문즉시 대답하여 상대의 의심을 피할 수 있도록..


2. 이름을 강조하는 몰입효과


보이스피싱 전화가 오면 처음에 한 번 "최미정씨죠? 최미정씨 카드에서.." "최미정씨 앞으로 배송된.." 이러면서 이름을 한 번 말하고 재차 반복하지는 않았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걸고 있으니 한 번 확인한 다음에 재차 이름을 말하기도 헷갈렸겠죠..
그런데 이번에 받은 전화에서는 재차 제 이름을 반복해서 이야기해서 몰입도를 높이는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ㅡㅡ; 원래 자기 이름, 자기 흉보는 소리에는 소머즈같은 청력이 발동되는데, 자꾸만
"최미정씨 신한은행 통장을 임의로 개설해서 거래한 것이 포착되었습니다."
"최미정씨, 최근 1년 이내에 신분증 잃어버린적 있습니까?"
"최미정씨, 최근 1년 이내에 신한은행 통장 개설하셨습니까?"
자꾸만 제 이름을 부르면서 이야기를 하니까, 심리적으로 점점 남의 일 같지가 않아집니다. ㅠㅠ

이것은 연애에도 유용한 방법인데, 상대방의 이름을 자꾸 부르면 그만큼 자꾸 몰입하게 됩니다. 같은 문자를 보내더라도, "잘자." 보다는 "OO이도 잘자."  같은 내용을 묻더라도, "너"같은 대명사 말고, 고유명사로 "OO이는 어때?" 라며 상대 이름을 불러주면 좀 더 빠르게 가까워집니다. 보이스피싱 아저씨와 가까워지고 싶은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지만, 아무튼 아저씨 이름 심리 효과로 저의 몰입을 유도하십니다. ㅡㅡ;


3. 숙련된 연기력과 탄탄해진 시나리오


예전의 보이스피싱은 한눈에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본론을 성급하게 빨리 말하기 때문에, 주소나 카드번호 연락처 등을 물으면 역공을 펼칠 수 있는데, 어제 받았던 보이스피싱은 스토리가 너무 탄탄했어요..;;;; ㅎㄷㄷ

"최미정씨 맞으십니까?
여기는 서울 검찰청 지능범죄 수사과 박민호 경사입니다. 최미정님의 명의가 도용당해서 대포통장으로 사용된 혐의가 포착되었습니다.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계좌로, 최미정님이 어떠한 연유에 의해 범인들의 사용을 묵인했던 것인지 아니면 분실 등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를 입으신 것인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최미정님은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계좌를 언제 만드셨습니까?"

"두 은행 다 안 쓰는데요. 만든 적 없어요."

"해당은행에서 최미정님 명의로 통장이 계설되어 있습니다. 현재 사건은 범인 중 3명을 체포하였는데, 일당 중 1명이 신한은행 직원으로 내부에서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범인중 5명은 도주중이며, 현재까지 파악된 것은 290건으로 현재 명단에 있는 분들께 개별적으로 확인중에 있습니다."

"....."

원래 보이스피싱이면 빨리 통장번호를 불러달라고 하던가, 뭔가 목적을 바로 이야기해야 되는데, 이쯤되니 정말인지 아닌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횡설수설 시작..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진상조사서 작성하셔서 팩스로 보내시거나 가까운 파출소 또는 경찰서로 오셔서 조사에 응하시면 됩니다."

마지막에 끊을때까지도 이거 진짜인지 아닌지 걱정되도록, 제가 "그럼 확인하고 다시 연락할게요."라고 했더니, 상대도 "소환장 집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가지고 가까운 경찰서 또는 파출소로 가세요."라면서 끊습니다.

이쯤되니 살짝 겁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예전처럼 어설픈 연변 사투리의 한국어도 아니고, 냅대 본론을 얘기하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시나리오도 탄탄해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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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기꾼 ㅡ,,ㅡ;;

전화끊고 놀란가슴에 전화번호부터 맞는지 "02-548-0158" 검색하니 검색하기가 무섭게 피싱번호라고 주르륵 떠있어서 마음이 놓였는데.. 정말 놀랐습니다... ㅠㅠ
상황이 더 어이없었던 것은 어디선가 블로거 명단이라도 유출되었는지, 전화받기 직전에 러브드웹님이 보이스피싱 전화와서 러브드웹님 명의로 대포통장 만들었다고 해서 한방에 해결하셨다는 페이스북을 보고, 요즘도 그런 전화가 오나 싶어 웃고있을 때였습니다. ㅡㅡ;; 페북 글 보고 웃으면서 전화를 받았는데도 이렇게 낚이네요....

저는 안 당할거라 생각했는데, 6분간 심장이 두근두근 쫄아서 전화받은 생각을 하니 식은땀 납니다. ㅠㅠ
이제는 보이스피싱도 진화해서, 발음도 너무 좋고, 그 냥반들도 몇 년간, 하루에도 수십통, 전화한 사람만 해도 수만명에 달할 것이기 때문에 내공이 쌓여서인지,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놀라운 연기력과 뛰어난 상황대처능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알면서도 보이스피싱에 당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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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신고는 한국인터넷 진흥원 118 상담 서비스, 국민권익위원회 110 콜센터, 경찰청 1566-0112, 검찰청 1301번, 지급정지 112번으로 전화하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 경우처럼 깜놀하기는 했지만, 정신적 피해 이외에 물질적 피해는 입지 않은 경우에도 신고가 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인터넷에 보니 "02-548-0158" 번호로 벌써 수년간 피해본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그런 번호들은 왜 아직까지 그대로 있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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