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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인 척하며 집으로 들어오는 "도를 아십니까?"

· 댓글개 · 라라윈
아침부터 누군가 집에 방문했습니다. 누구인지 물었습니다.
"설문조사 좀 부탁드릴려구요."
웬 여자분이 고운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퉁명스럽게 "그런거 관심없다."고 했더니 조용히 물러갑니다. 통계청에서 나오셨으면, 통계청에서 나왔다고 하며 적극적 협조를 요청하실텐데 더 이상의 말없이 가시는 것을 보니 '도인'이신가 봅니다. 친구가 "도를 아십니까?"에 걸려 호되게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그 일 때문에 저도 의심이 많아졌습니다.


친구가 그 일을 겪은 것은 벌써 10여년 전입니다. 친구는 다른 지방에서 학교를 와서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했습니다. 친구가 집에 있는데, 어느 날 대학생들이 찾아와 문을 두드렸다고 합니다.
"죄송한데요. 학교 과제때문에 설문조사 할 것이 있어서 그러는데요. 설문지 한장만 작성해 주시면 안될까요?"
학교 앞이라 별 의심없이 좋은 마음에 문을 열어 준 모양입니다. 그랬더니 설문지를 건네놓고는, 슬슬 다른 이야기를 꺼내더랍니다. 점이라도 보듯 친구의 이런 저런 일을 맞추며,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날거라며 자꾸 불안감을 조성하고, 그런 나쁜 일을 막으려면 공부를 하고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이야기에  솔깃했던 모양입니다. 도인들에게 걸려든 것 입니다.

다음 날 학교에서 만나자 "나, 사고쳤는지도 모르겠어. 엄청 큰 돈을 썼어." 라고 하더군요.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3주 정도 후에 말해주겠다고 합니다. 50만원을 썼는데, 어디에 썼는지는 말하면 안 좋은 소리 들을거 같아서 말을 못하겠답니다.
당시 까만색 프라다백팩이 유행이어서, "혹시 프라다 진품이라도 산거야?" 하고 물었습니다. 물건을 산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럼 학원이라도 등록했어?" "여행 가?" 하면서 스무고개 하듯 집요하게 물어도 절대 말 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럴거면 처음부터 돈 썼단 말도 하지 말든가..ㅡㅡ;;)
그러더니 친구만나러 간다면서 어디를 자꾸 가더군요. 지방에서 와서 서울에 친구가 하나도 없던 것을 뻔히 알고 있었는데,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 친구가 입을 봉하고 있는 동안, 친구들 사이에는 온갖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분명 명품가방일거다. 정신없다는 소리 들을까봐 사 놓고 숨겨놓고 있는거다."
"우리 몰래 남자를 만나나보다."
"영어 학원같은거 몰래 다니면서 말 안하는거다."
대학교 1학년 스무살 여자아이가 50만원을 쓰고 말 못하는 사연이 너무도 궁금했습니다. 지금도 50만원은 작은 돈이 아니지만, 당시에는 엄청나게 큰 돈이었습니다. 그런 돈을 어디에 썼을까 정말 의아했습니다.

일주일 뒤 드디어 친구가 입을 열었습니다. 아무래도 자신이 크게 실수한 것 같다고 합니다. 설문조사를 가장하고 집에 방문한 그 도인들에게 속아 부모님을 위한 제사비용으로 50만원을 냈다는 것 입니다. 다른 사람이 알게되면 부정을 타니까 삼칠일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여 이야기도 못했다는 것 입니다. 그리고 직접 제에 참여하여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하여 친구만나러 간다며 제사드리러 갔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삼칠일(21일)이 아닌, 일주일 뒤에 친구들에게 말을 하게 된 것은 너무도 답답했고, 그 곳에 갈수록 이상하다는 것을 느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정성만 보이면 된다며,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돈 50만원이면 된다고 하더니, 추가비용을 더 내야한다고 하고, 합숙같은 것을 강하게 권유했다고 합니다.

듣는 입장에서는 "딱 들으면 몰라? 그런거 사기잖아. 도를 아십니까..그런거 아냐." 했지만, 막상 그 상황에 혼자 놓여서 꿰뚫어 보듯 사주팔자 같은 것을 맞추며, 부모님과 가족에게 안 좋은 일이 닥친다는 불안감을 마구 조성하는  말을 듣고 있으면 그럴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 친구도 누구 못지않게 야무지고 똑똑한 친구였거든요. 다만 부모님과 가족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컸고, 용돈을 많이 받는 부자집 딸래미라 그만큼 돈이 있었다는 것이 약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친한 친구가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도를 아십니까?"의 수법과 피해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길에서 괜히 붙잡으며 "얼굴이 맑아보이세요. 도를 아십니까?" 하는 것은 단순한 접근이었더군요.  "OOO가는데 어떻게 가야되죠?" 하면서 길을 묻는 척 하며 그런 이야기를 꺼내거나, 사람들이 쉽게 의심하지 못할 이야기로 말을 건네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더 무서운 것은 집으로 찾아오는 분들입니다. 길에서 만나는 '도인'분들은 뭔가에 홀린듯한 눈빛이나 태도에서 구분이라도 쉽지만, 집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도인인지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친구가 당한 경우처럼 대학생들이 '과제때문'이라며 설문조사를 부탁하는 경우 많은 분들이 도와주는 마음에 응할 수 있습니다.  그 경우 보통은 둘이 짝을 지어 다니며, 한 명이 문안에 들어오면 다른 한명이 문을 막고 서서 집 주인을 제압한다고 합니다. 집 안에 여럿이 있다면 괜찮겠지만 혼자 있는 분들은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채팅 사이트 등을 통해 이성을 유혹하여 꾀어내기도 한다고 합니다. 특히 순진하고 간절히 애인이 있었으면 하는 사람을 노려, 매력적인 이성이 접근해 관심있는 척 하면서 "어디 놀러가자, 같이가자."하고는 제사에 참여시키고 교육을 받게 하고 한다고 합니다.


이런 흉흉한 일들을 주위에서 보게 되니... 낯 선 사람에게는 더욱 경계심을 늦출 수 없게 됩니다.
진짜로 도움이 필요해서 큰 용기를 내어 집을 방문한 사람일 수도 있는데도.... 좋은 마음으로 문을 열 수가 없는 세상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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