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어 한 마디처럼 "겪어보지 않았으면 말을 마세요~"가 딱 정답일지도 모릅니다.
처음에는 믿었던 애인에 대한 배신감에 덜덜 떨리면서 온 몸의 피가 역류하는 것 같다가, 잠시 뒤에는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런 일을 겪게 되었을까 자책감에 시달리다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면서 바람난 그 둘을 처단하고 싶은 복수심에 불타오르고, 이런 모든 감정이 뒤섞인 채 괴로워하는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 괴로운 것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쉽게 털어놓고 해법을 함께 찾을만한 적당한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 입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한다해도, 대체로 쉽게 "너무 방심해서 그렇다. 너무 믿은게 잘못이다." 따위의 배신당한 사람 책임론을 펴거나, "죽여버려. 그걸 그냥 놔둬. 패주기라도 해야지." 하는 막무가내 복수론을 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큰 도움이 안 됩니다. 이런 부분에 상당히 명료한 해법을 제시하는 책이 있었습니다. "내 남자가 바람났다"는 책이었습니다.
책의 저자는 마이클럽에서 '캡사이신'이란 필명으로 여성들의 사랑, 결혼, 바람에 대한 이야기와 솔직한 상담으로 엄청난 활약을 하신 분이라고 합니다. 저는 인터넷이 아니라 책을 통해 먼저 알게 된 것이라, 지금도 웹에서 활동하시는지 찾아보았는데, 지금은 활동을 안 하시는지, 필명을 바꾸신 것인지 캡사이신님의 글이나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책은 바람난 남편을 둔 여성을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애인의 바람을 겪은 사람이라면 도움될 내용이 많았습니다.
애인이 바람피운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지 말라
애인이나 남편이 바람이 났을 때, 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이 이 부분이라고 합니다. 문제를 일으킨 원인은 바람을 피운 사람들에게 있는데,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였는지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면, 자괴감만 커질 뿐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 입니다.
자신은 안전운전을 하고 있었어도 부주의한 운전자가 와서 차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겪을 수도 있는 겁니다. 이 경우 내가 뭘 잘못했길래 교통사고를 겪었는지 백번 고민해야 답이 안나오죠. 그냥 재수가 없었던 겁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대운전자가 어떤 운전실수를 했는지 파악하고, 상대운전자가 잘못을 책임지고 해결해야하는 겁니다.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주위에서 보더라도 애인이 바람이 났을 경우,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애인이 권태를 느끼게끔 너무 자신을 가꾸지 않았다거나, 질리도록 잘 해준 것이 문제라거나, 바빠서 신경 못 써준 것이 원인이라거나.. 하는 식 입니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바람을 피우고 싶어지는 한 원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저런 원인으로 바람을 피우는 것은 아닙니다.
작정하고 바람을 피우는 바람둥이가 아닌 대부분의 경우, 일부러 바람을 피우려고 그런 것 보다는, 그냥 일이나 상황때문에 알게 된 이성과 조금 가깝게 편하게 지내다 보니 점차 정이 들고, 선을 넘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하필 내 애인이 주변에서 잘 맞는 다른 이성을 만나게 된 것이 정말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속 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애인이 바람난 상황은 전투 상황이다
애인이 바람이 났을 때 어떻게 할까에 대해 미리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는 사람은 드뭅니다. 농담처럼, "두 년놈을 죽여버리지. 그걸 가만둬?" 또는 "난 그냥 쿨하게 헤어질거야. 나한테 마음 떠난 사람에겐 관심없어.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잡아." 하는 이야기를 하긴 하지만, 실제로 겪으면 그렇지 못합니다.
애인이 미워지고 배신감에 치를 떨면서도 한 순간에 사랑이 식어 없어지는 것도 아니라, 굉장한 애증에 시달립니다. 또는 극도의 광기에 엄청난 일을 저질러, 뉴스의 기사에 등장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바람난 애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 "애인의 성기를 잘라 화장실에 버린 미국 여성.." "애인의 배신에 좌절하여 자살" 등의 섬찟한 사랑의 배신극에 대한 기사들이 심심찮게 보이죠..
그러나 그럴 용기(?)도 행동력도 없는 대부분 사람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합니다. 헤어지겠다고 해도 아직 상대를 사랑하고, 용서하고 계속 사랑하는 사이로 지내자니 홧병이 납니다.
책에서는 이 상황을 전쟁으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났는데 우아떨고 있을껍니까? 전쟁이 났으면 치고 받고 싸워야 합니다." 라고 조언을 하는데, 그 이유는 자신의 억울함이나 분노를 어디에 풀지도 못한 채 그냥 넘어가 버리면, 그 억울함이 앙금으로 남아 둘의 관계도 깨끗하게 회복되지 못하고, 배신을 겪은 사람의 가슴에 큰 상처로 계속해서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전쟁에 임하는 자세처럼 필승(?)의 각오로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어야 한다는 것 입니다.
자신이 얼마나 상처받았고, 분노했는지에 대해 확실히 표현하고, 애인또는 바람을 피운 상대도 혼내줄 수 있는 선에서 혼내주라는 것 입니다. 단, 이 과정에서 서로의 감정의 골이 깊어질 수 있는 상처주는 말로 관계를 극단으로 몰고가는 것은 주의해야 할 것 입니다.
자신의 애인과 바람을 피운 상대를 만나본 사람들은, 상대의 뻔뻔함에 혀를 내두르고 스트레스만 가중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체로 그들은 자신이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하기보다는 "니가 잘했으면 니 애인이 바람이 안 났겠지. 애인 간수 똑바로 해라." 하는 식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방어본능이 있습니다. 가능한 자신의 잘못을 축소시키고, 다른 이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싶어합니다. 더욱이 '애인있는 사람과 바람을 피우는 것이 나쁜 일'이라는 것은 애도 아는 상식인데, 자신이 그런 일을 저질렀으니 그 큰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책임질만큼 용기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이 당연한 일 일겁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을 하며 이해해 줄 수 있는 것은 제 3자입장일 때 가능한 것이고, 그러한 뻔뻔한 가해자를 만나는 당사자는 기가 막힌 노릇이겠지요. 그럴 때는 참고 우아하게 해결하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상대가 흠칫할 정도로 벌을 주는 것도 차라리 일을 겪은 사람의 정신건강에 좋을 수 있다고 합니다.
바람피우는 남자 여자, 그대들이 벌인 참담한 결과를 생각해 보라
책의 마무리는 바람을 피우는 남자와 그 상대 여자에 대한 조언으로 마무리가 되어있습니다. 바람이 가져오는 참담한 결과를 근거로 바람을 피우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과연 바람을 피우는 남자나 여자가 이 책을 읽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실효성에는 고개를 꺄우뚱하게 되는 부분이긴 했습니다. 책의 주 대상이 바람난 남편을 둔 아내이기 때문에, 조언을 하는 대상도 가정이 있는 남자와 유부남과 바람이 난 여자입니다.
바람을 피우는 남편들의 경우, 가정의 소중함을 되새겨보고, 아내가 고마웠던 순간을 되살려보며, 자신의 외도로 인해 괴로워지는 아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는 것 입니다. (책에서 읽을 때는 참 가슴에 와 닿았는데, 이렇게 밋밋하게 한 줄로 옮기니 도덕교과서 내용같아지는군요...ㅜㅜ)
그리고 가정이 있는 남자를 만나는 여성, 특히 미혼여성의 경우, 자신의 인생을 소중히 하라는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의도적으로 능력있는 유부남을 꼬셔, 유부남들의 경제력이나 능력을 이용하는 경우라면 어쩔 수 없습니다. 문제는 상대가 유부남인줄도 모르고 만나게 되었거나, 유부남이라 대상에서 제외하고 편하게 지내다보니 너무 가까워져버린 순진해서 유부남에게 낚인 경우입니다.
책에서는 유부남이 처녀들을 잘 낚을 수 있는 몇 가지 이유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부인과의 연애를 통한 풍부한 연애경험으로 처녀들을 잘 리드한다는 거죠. 또한 이제 막 자리잡는 미혼남들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경우도 많구요. 거기에 유부남이니까 부담이 없다고 생각하고 경계를 푸는 여성이 많아, 어지간한 행동에도 여자들이 쉽게 오해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자연스런 작업을 하기가 더 쉽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또한 한 번 유부남과 사귀게 되면 빠져나오기 힘든 몇 가지 이유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미혼남들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매너와 여유, 사람을 다루는 기술때문에 유부남과 만났을 때 더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그 유부남이 아내와 가정을 매우 아끼는 사람이면서 잠시 즐기는 것일 수 있는데도, 유부남과 사귀는 미혼여성은 유부남이 아내에게 불만족하며 아내를 전혀 사랑하지 않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라고 합니다. 특히 문제는 유부남이 이혼하고 자신에게 올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다 좋은 시절을 다 흘려보내는 것 입니다. 사랑에 빠져있는 순간에는 그 사랑이 전부같고, 운명적이라 느끼지만, 지나고 보면 유부남과의 연애는 미혼여성에게 상처만 남는 일일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책의 내용이 전체적으로 애인이 바람난 상황을 겪은 여자를 비호하는 입장이라서, 다른 입장의 사람이 읽을 때는 편향적이라 느낄 수도 있고,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울컥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피해자이면서도 죄인이 되었던 애인이 바람나 속상한 사람들에게 상당히 도움이 되는 조언들로 엮여있는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 임자있는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보이는 건 무슨 심리일까?
- 바람피우는 상대가 더 매력적인 것은 이유는 뭘까?
- 왜 바람을 피우는 것일까? - 바람 피우는 심리
- 술집아가씨는 이해해도 직장동료는 안된다는 여자의 질투 심리
- 바람피우고 용서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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