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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얼마나 행복할까? (feat. 심리상담 받는 팁)

· 댓글개 · 라라윈

한국 행복지수 및 심리상담 팁 후기

4월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 행복을 위한 심리서비스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 다녀 왔습니다. 참여자가 화려했어요. 서울대 최인철 교수님, 최진영 교수님, 경기대 이수정 교수님, 기동민 국회의원 등이 명단에 있길래 이 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해 찾아갔습니다. 크게 두 가지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한 가지는 한국인의 행복 수준, 다른 한 가지는 심리 상담을 받고 싶어도 심리상담사 찾기가 힘든 점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여의도 벚꽃


여의도의 위엄. 바람이 스산한 날에도 벚꽃이 예쁘게 피고 있었습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가까이에서 본 국회의사당 건물은 아주 컸습니다. 국회 답게 신분증 검사를 하고,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토론회 시작한다더니, 일어나서 국민의례를 하고, 애국가를 부른 후,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해서 조금 당황했습니다. 국회 행사는 이런가 봅니다.


기동민 국회의원


저는 큰 세미나실을 예상했으나, 이 곳은 20여명 남짓 되는 공간이라 참여자에 비해 공간이 부족해 보조의자가 계속 들어왔습니다. 저는 신청 마감 될까봐 잽싸게 신청했었는데, 사전 신청 못하신 분들이 당일에 현장 신청을 하셨습니다. 이미 자료집과 좌석 포화상태였으나 현장신청하시면 받아주시더라고요. (여기까지 찾아온 사람을 자리 없으니 가라고 내칠 수는 없겠죠...) 안쪽 좌석에 발제자, 토론자 분들이 앉으시고, 다른 사람들은 주변을 빙둘러 의자를 놓고 겹겹이 앉았습니다. 서 계시는 분들도 많았고요.

저는 참석자가 많은데 공간이 너무 작다고 생각했으나, 세미나실 규모를 잘 아는 기동민 의원님은 '열 댓명 정도 모여 토론하는 자리라 생각하고 왔는데 참석자가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고 하셨습니다. 더욱이 이 날처럼 젊은 참석자가 많은 토론회는 처음 보셨다고 합니다. '국민 행복에 기여하는 심리서비스 활성화'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다는 것을 느끼셨다고 합니다.



한국인들은 행복할까?

행복 연구로 유명하신 서울대 최인철 교수님이 첫 발제를 맡으셨습니다. 카카오와 함께 행복 날씨 지도를 만드셨는데, 세종시가 남녀 모두 행복한 곳이었고, 제주도가 행복지수 3위였다고 합니다. 2위는 해외 거주 카카오톡 이용자였는데, 특이한 점은 해외거주 여성의 행복도는 전체 2위인 반면, 남자의 행복도는 최하위였다고 합니다. 행복을 찾아 해외로 나가려는 남자분들의 재고가 필요할 듯 합니다.


서울대 카카오 행복 날씨 지도


카카오 행복 지도가 흥미로워 찾아보니, 사이트에서 바로 볼 수 있었습니다.


카카오 마음 날씨 https://together.kakao.com/hello


네이버 해피빈처럼 좋은 일에 동참하는 프로그램인 카카오 같이가치에서 하는 것 인가 봐요. 저는 카카오 행복지도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정식 명칭은 카카오 같이가치 마음날씨 였습니다.


카카오같이가치 마음날씨


마음날씨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현재 대한민국 안녕지수 점수가 나왔습니다. 100점 만점에 59점인 것을 보니 그리 좋진 않네요. 누적 평균은 52점이라고 합니다. 자세히 보기를 눌러보니, 지역별, 연령별 순위도 나왔습니다.



마음 날씨가 맑은 연령은 10대이고, 60대 이상 분들도 10대와 동점인 58점이라 어리거나, 나이가 먹을수록 행복해지나 봅니다. 그러나 점수 차이가 근소해서 통계 돌리면 유의한 차이가 아닐 것 같아요. (급 전공자 시선...)

지역별 마음 날씨는 최고가 세종시였고, 최저가 전북시였습니다. 역시 최고점이 55점, 최저점이 52점이라 근소합니다. 서울 경기는 53점입니다.

마음 날씨 사이트에서 나의 안녕지수도 직접 테스트 해 볼 수 있습니다.


서울대 최인철 교수님이 흥미로운 카카오 마음날씨 지도를 소개해 주신 후, 서울대 심리학과 최진영 교수님은 한국인 행복지수의 심각성에 대해 짚어주셨습니다.

한국이 세계 7번째로 3050클럽 (인구 5천만명 이상, 소득 3만불 이상)에 들었으나, 우리의 심리 지원 현황은 열악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가 여전히 자살율이 높은 것은 말해 입아픈 상황이고요. (13년째 자살율 1위를 지키고 있음 ㅠㅠ) 좀 더 와 닿게 비용으로 환산해 주셨습니다.


한국인 심리적 고통 비용


대한민국 국민들의 심리적 고통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따져 본 결과 연간 8.3조원이나 된다고 합니다. 무려 GDP의 4%인데, 이 비용은 병원 등에서 정신질환 치료비로 사용된 금액이라 실제보다 많이 작게 추정된 것 같습니다. 현실에서는 힘들어도 병원 안가고, 상담 안 받고 버텨보는 사람이 훠얼씬 많으니 실제 사회적 비용은 어마무시할 듯 합니다.



심리 치료 받으려면, 어디로 누구를 찾아가야 할까?

행복도를 높이고, 심리적 고통 처리 비용에 엄청난 금액이 지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예방을 하면 됩니다. 미드나 영드에서 보듯이 마음이 괴롭거나 문제가 생기면 주변의 심리상담사를 찾아가서, 심각해지기 전에 상담을 받고 정상적 마음 상태를 회복하는 것이 시간적 비용적으로 이익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심리 상담을 받아보려고 하면 상당히 장벽이 있습니다.


첫째, 누굴 찾아가야 할 지 굉장히 막막합니다.

실은 심리학 전공자인 저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전 심리상담 전공이 아니라, 산업및조직 심리 전공자라서, 제 주위에 심리 상담사는 별로 없어요. 그래서 저도 심리상담사를 찾으려면 건너 건너 물어봐서 후보를 추립니다. 심리학과에 있는 저도 이러니, 타전공인 친구들은 더 난감한 듯 했습니다. 심리 상담이 필요하면 저나 다른 심리학 전공자에게 물어 물어 찾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참으로 무식한 방법이죠.. ㅠㅠ


의사의 경우, 우선 학회 홈페이지에서 정회원 여부를 검색하면, 그 사람이 전공자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의사 면허 종류(?)도 알 수 있고요. 그러나 심리상담사는 그렇게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 이유는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국가에서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심리상담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는 자격증이 무려 7천여개가 되기 때문입니다. 7개도 아니고, 7천개라니. 이 정도면 대한민국 국민의 상당수가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갖고 있을 겁니다. 이른 바 개나 소나 가지고 있는 자격증이 되며 자격증의 의미가 흐려진거죠.

심리학의 보급/전파 측면에서 보자면 수많은 사람이 심리상담에 관심을 가지고 자격증을 딴다는 것이 바람직한 일입니다만, 심리 상담을 받으려는 사람 입장에서 보자면 끔찍한 일 입니다. 너나없이 심리상담사 자격증이 있다고 하니 무엇을 봐야 할지 막막합니다.


더 놀라웠던 것은, 이렇게 심리 상담 자격증이 난무하고 있음에도 한국의 정신건강 전문인력 비중이 형편없이 낮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인구 10만명당 심리학자 숫자가 1명 밖에 안 된대요. 정신과 의사 숫자도 적고요. OECD 평균은 인구 10만명당 심리사 숫자가 26명입니다.


대한민국 정신건강 전문인력 현황


자격증이 너무 많아 어떤 자격증을 믿어야 할지 난감한 것도 원인이나, 숫자 자체가 너무 적은 것도 심리상담사 찾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참고로 심리상담 받고 싶으신데, 누굴 찾아야 할지 막막하시면 몇 가지 팁이 있습니다.

정부 기관에서 운영하는 심리센터를 이용하시는 방법, 한국심리학회 자격증을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한국심리학회 심리상담사 자격증이 가장 빡셉니다. 1급 자격증을 따려면 석사 이상, 실제 상담 경력 수 년이 필요합니다. 저의 석사 지도교수님 (심리학과 교수님)께서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따시고자 했는데, 심리학과 교수님이라도 얄짤없이 수련 시간 꽉꽉 채우시고 시험 다 보셔서 자격증을 취득하셨습니다.

만약 어느 상담사를 찾아갈 예정인데 그 자격증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으면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시면 됩니다. 6개월, 1년 이내에 취득 가능한 자격증이라면 거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물론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상담을 100% 잘하는 것은 아니나, 상담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보니 공부 많이 하시고 상담을 실제로 많이 하시며 내공 쌓이신 분과 아닌 분의 격차가 매우 큽니다.


서울은 심리지원센터가 세 곳 있습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것이고, 비용도 무료이니 이 쪽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다만 고급 인력의 상담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보니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둘째, 비용의 압박의 상당합니다.

심리 상담을 받고 싶다고 한 뒤 많이 놀라시는 부분이 횟수와 비용 입니다. 병원가서 약 받듯, 딱 한 번 상담 받고 싹 해결될거라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으나, 상담도 몸 만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마음을 만드는 것이 1회로 안 돼요. 그래서 10회 정도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상담 비용은 회당 5만원 ~ 수 십 만원 입니다. PT비용 생각하면, 전문가에게 상담받고 마음을 만들어가는 비용으로 적당하다 할 수도 있으나, 1회 상담으로 끝낼 생각이셨던 분들은 "뭐 10번??? 뭐 한 번에 10만원???" 이런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만족도도 경제상황과 많이 비례를 했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데 어렵게 심리상담을 받으면, '빨리' 효과를 보려고 하고, 그렇게 되면 자꾸 심리상담사에게 답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상담사는 '이제 이렇게 하세요' 라고 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하고, 혼자 일어설 수 있게 도와주시는 분입니다. 빨리 손 잡아서 일으켜 달라고 해 봤자, 심리상담사가 손 놓는 순간 다시 주저 앉게 되니, 혼자 벽 짚고 설 수 있게 해주는 거죠. 그러나 비용이 걸린 만큼 홀로서는 과정에 조바심을 내면서 빨리 '치료' 안 해준다며 폭발하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돈 냈는데 암 것도 안 해준다고 효과 없다고 하시기도 하고요. ㅠㅠ 재차 헬스 PT와 비교하자면, 몸 만드는 것은 트레이너가 대신해 줄 수 있는게 아니라 스스로 하는것이고 그 과정을 도와줄 뿐 입니다. 심리상담사 분들도 마음의 쓰레기통처럼 온갖 이야기 다 들어주시고, 마음이 건강해지도록 도와주는 사람이지 대신 해주는 사람은 아닙니다. 아직 이만큼 심리상담이 멀고 먼 거겠죠.



심리상담 심리치료 경험자 후기

마지막으로 심리치료를 직접 받아보신 생생한 경험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중앙일보 장세정 논설위원은 기획기사를 쓰기 위해 심리상담을 받고 깜짝 놀라셨다고 합니다. 사회적 지위가 있는 보수적 남성으로서 심리상담에 대한 거부감이 컸으나, 상담을 받으며 눈물이 났고, 효과가 좋았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장세정 논설위원 심리상담 후기)


제 발로 정신과에 찾아가셨다는 권오용 변호사님의 후기도 인상적이었어요. 타인이 입원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힘드셔서 치료를 받아보셨는데, 약물치료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시며 대화치료의 중요성을 역설하셨습니다. 힘들어 하는 사람을 입원시키고, 약만 주는 것은 미봉책일 뿐, 그 사람들이 완치되어 사회로 돌아오는데 별 도움이 안 된다고요.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자살을 계기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신 스텔라 재단 조재훈 대표님 이야기가 많이 와 닿았습니다. 어머니 이야기를 시작하며 목이 메이셔서 말을 잇지 못하셨는데, 천천히 이야기하는 내용에서 자살한 사람의 주변인 더욱이 유가족으로서 겪게 되는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셨습니다.

자살율이 1위인 만큼, 자살한 사람의 주변인들도 굉장히 많다는 이야기 입니다. 저만 해도 자살한 친구 소식을 뉴스로 본 적이 있고, 친구의 친구가 자살해서 친구가 죄책감에 시달리며 폐인이 되는 것을 보았고, 가족의 자살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도 보았습니다. 만약 주위에 자살을 한 사람이 한 명도 없고, 친구의 친구조차 없다면 아주 운 좋은 분이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살한 당사자에 대해 안타까워할 뿐, 주변인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지요. 스스로 돈 내고 상담을 받으러 다니면 모를까... ㅠㅠ


제 후기도 보태자면, 저는 심리학과 찬스로 상담을 꽤 받았는데, 효과는 놀라웠습니다. 말은 저 혼자 하고 상담사님은 듣기 밖에 안 하는 것 같은데도 놀랍게 마음이 가벼워지고 힘이 나는 기적을 경험했습니다. 그 분들은 가만히 온전히 제 얘기를 들어준 후, 가볍게 툭 한 마디 하시는데 눈물이 나기도 하고, 묵은 덩어리가 쑥 내려가기도 했어요.


이와 같은 심리치료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자 방안은 아닙니다. 그러나 힘들고 스트레스 받을 때 오로지 '정신력'으로 버티라고 강요하는 것보다, 빨리 풀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은 좋은 방향인 것 같습니다. 최소한 마음이 힘든 것도 몸이 힘든 것처럼 관리 받아야 한다는 것을 사회적으로 받아들여 준다는 것 만으로도 힘듦이 한결 덜어질 것 같기도 합니다. 좀 더 바라자면, 마음이 좀 힘들면 인터넷으로 주위의 심리상담사 검색하고 예약해서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날이 곧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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