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태스킹 vs 단순화, 어떤 것이 능률이 좋을까?
블로그를 보면, 제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는데 도움이 됩니다.
먼저 글 작성 개수를 보면, 제가 정신이 없는지 있는지가 보입니다. 블로그에 뻘글이던 정보글이던 적어나갈 때는 최소한의 마음의 여유는 있을 때 입니다. 똑같이 바쁘더라도 블로그에 글을 적을 때는 뭔가 할 의욕이 있을 때이나, 글이 한동안 없을 때는 일말의 마음의 여유도 없는 상황일 때가 많습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마음이 산란하여 블로그에 글 한편 쓸 마음의 여유도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짬도 없이 일을 한다고 해서 일을 더 많이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것저것 할 일을 쌓아 놓고 그냥 스트레스만 받는 것 입니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혹시 여러 가지 일을 붙잡고 있는 버릇 때문에 더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모니터 2대
처음에 모니터를 2개로 늘렸을 때는 황홀했습니다. 예전에는 자그마한 모니터에서 이 화면 저 화면을 바꿔가면서 자료찾고 이미지 편집하고 글쓰고 때로 채팅까지 했었는데, 모니터가 2개로 늘어나니 한 쪽 모니터에서 작업을 하고, 다른 모니터에서 사진편집, 자료검색 등을 해도 넉넉했습니다.
모니터가 늘어나기 일처리 속도도 아주 빨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 멀티태스킹을 도와주는 더 큰 모니터
얼마 지나지 않아 모니터를 더 키웠습니다.
27인치 모니터를 샀더니 엑셀 데이터가 한 눈에 들어오고, 글 쓸 때도 페이지 2개를 한꺼번에 보면서 쓰게 되니 글도 잘 써지는 '기분'이었습니다.
27인치 모니터 + 22인치 모니터를 두고 일을 하다 보니, 쬐그만 10인치 노트북은 집에서 모니터에 연결해서 영화나 미드, 코난 볼때나 사용하고 뭔가 일을 하기 위해 쓰지는 않았습니다. 뭣 좀 하려고 보면 너무 답답했으니까요.
예전에는 노트북도 화면 분할해서 한 쪽에는 수업자료 꺼내놓고 다른 쪽에는 필기하기도 하고, 한쪽에는 편집, 인터넷 띄우고 한 쪽에서 다른 것을 하기도 했는데, 어떻게 했나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노안이 없어서 가능했던가...ㅜㅜ)
# 하나 밖에 못하는 작은 화면
며칠 전...
학회에 참석했다가 쉬는 시간에 노트북을 꺼냈습니다.
그날 배운 것들을 정리하고, 아이디어 몇 개를 끄적이다 보니, 글이 술술 적혔습니다.
작은 화면이라 딴 짓을 할 수가 없으니 짧은 시간이나마 거기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문득.. 멀티태스킹이 과연 효율적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넓은 모니터, 순식간에 더 많은 자료들을 볼 수 있는 환경, 많은 것들을 널부러 놓을 수 있는 광활한 책상 덕분에 정말로 일을 더 효율적으로 잘하게 되었는지, 아니면 그만큼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딴 짓을 더 많이 하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논문쓰고 자료 분석할 때는 넓은 모니터와 넓은 책상이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한쪽에 쌓아놓고 검토하면서 다시 분석할 때 아주 효율적이었지요. 그러나 논문의 경우, 넓은 모니터와 넓은 책상을 이용해서 단일 작업을 했으므로 딱히 멀티태스킹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멀티태스킹에 적합한 환경으로 단일 작업을 더 효율적으로 해 낸 것 뿐 입니다.
논문이나 무언가의 분석작업 같은 상황이 아닌 경우, 넓은 화면은 어느 하나에도 집중 못하는 환경이 되곤 합니다.
여러 가지 할일들을 넓은 화면에 쭈욱 나열해 놓고는 이거 찔끔, 저거 찔끔거리고 있습니다. ㅠㅠ
# 스위칭
저는 인지심리 전공은 아니라 수업에서 귀동냥한 수준이나, 멀티태스킹을 하면서 사람이 처리를 하는 것은 '스위칭'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정말로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다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작업과 저 작업을 오가며 주의를 집중할 뿐이라는 것 입니다.
"나는 일하면서 채팅을 할 수 있다" 가 아니라, 채팅할 때는 잠깐 채팅하고, 일할 때는 일을 하는, 사실은 두가지를 동시에 못하고 있지만 두 작업 사이의 전환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두 가지를 동시에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다른 이론도 있기에 이 말만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제 경우에는 멀티태스킹이 잘 안되어서 스위칭 이론이 상당히 설득력있게 들렸습니다. 저는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하는 것이 아니라, 번갈아 가면서 하고, 어느 하나에 꽂히면 잠시 다른 것을 잊기 때문에 제대로 된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다고 보기는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작업 효율을 늘리고,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넓은 모니터와 큰 책상이 정말 저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 회의가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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