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남친 이해 하는 진짜 목적, 여자친구의 속마음
남자친구가 술을 먹고 늦게까지 놀아도 (과장 조금 보태서) 화 낸 적이 별로 없고..
남자친구가 무슨 일을 하든 잘 될거라고 믿고 따라준다고 생각했고,
이 정도면 꽤나 잘 이해해 주는 좋은 여친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지나고 나서 혼자 회상하는데 무슨 말을 못하겠어요... ^^:; 제 마음대로 자화자찬 )
이 행동이 마음 깊은 곳부터 우러나와서 바라는 것 없이 진심으로 남친을 이해해주었던 것이라면, 정말 좋은 여자친구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남자친구를 이해했던 것은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나는 자애롭다"
난 자비로운 여자
이해한다는 자체가 일종의 과시였습니다.
다른 여자들이 남자친구가 친구 만나서 술 먹는다고 바가지 긁고, 여자친구와 안 놀고 남자친구들과 논다고 하면 삐진다고 할 때, "잘 놀다와." 라고 하면, 그 자체가 꽤나 쿨하고 멋져 보이면서 다른 여자와 다른 차별성이 되었습니다. 보통은 이해 못할 일을 이해하는 꽤나 괜찮은 여자처럼 보이는 것 입니다.
때로 친구에게 남친때문에 속상해 죽겠다며 하소연할 때 친구가 쿨한척, "난 남친 그럴 때 그냥 이해해주는데." "난 오히려 하라 그래." 이런 식으로 반응하면 친구는 쿨하고 마음이 넓은데 저만 속좁은 여자가 되는 것 같아 더 울컥합니다. 이 심리를 역으로 느끼고 싶었던 것 입니다. 쉽사리 이해해주기 힘든 상황들에 조금 더 너그러운 척 하면 이기는 느낌이랄까요.. ㅡㅡ;
물론 속은 타 들어가고, 부두 인형을 마음 속으로는 백번도 넘게 만든 것 같습니다. ㅠㅠ
'다른 여자와 난 달라.'
라는 우쭐함은 남았지만, 이 것이 정신건강에는 상당히 나빴어요.
남자친구는 저의 이 우쭐해하는 이해심을 역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친구들이 니가 최고래. OO이 여자친구 알지? 걔는 남자들끼리 모이면 10분 간격으로 쉴새없이 전화하잖아. 애들이 그런 여자 만나면 안된다고 다들 한 마디씩 하면서, 너같은 애 만나야 된다고 다들 칭찬하더라."
네.. 암요..
그 칭찬에 혹해서 저는 계속 "나란 여자는 남친을 잘 이해해주는 멋진 여자. 우후훗." 이 상태를 유지하느라, 화가 나도 제대로 폭발할 수도 없었습니다. 저는 남친을 이해하는 자비로운 여자니까요. ㅡ,,ㅡ;;;
"내가 줬으니, 가져와.."
Give & Take
남자친구에게 그렇게 해줬던 이유는 사실은 제가 대접받고 싶은대로 대접한 것 뿐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이해를 해줘야, 그만큼 남자도 그러리라 생각했던 것이죠.
그러나 깜빡한 것이 있습니다.
대인관계에서는 "뿌린대로 거두리라"도 통용되지만, 포지셔닝의 법칙도 통용된다는 것을.
분명 친구 사이에도 보면, 늘상 제멋대로인 쪽은 계속 제멋대로이고, 늘상 배려하는 쪽은 계속 배려를 합니다. 늘 이해하려는 쪽은 이해하고, 이해하거나 말거나 신경 안 쓰는 쪽은 계속 신경 안 쓰고요.
기브앤테이크 법칙만 기억하고, 포지셔닝 법칙을 잊어버린 채, 이해하는 척 코스프레를 하다보면 곧 멘붕이 찾아옵니다. 계산대로라면 원래 이만큼 남자친구를 이해해줬으면, 남자 역시 희생적으로 여자를 이해해 줘야 합니다.
자신이 남친을 많이 이해했다고 믿는 만큼, 남자는 상대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님. 혼자 생각하면 원래 자신만 노력했고 상대방은 아무것도 안했다고 생각함 ㅡㅡ;;)
'내가 너한테 어떻게 해 줬는데, 너는 나에게 이따구로 해?'
'늘 이런 식이지. 늘 나만 이해하지. 늘 나만 희생하고.'
라는 생각에 사사건건 서운하고 몹시 울컥합니다.
실제로 착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착하다는 착각에 빠져서, "나는 상대에게 정말 잘해줬는데, 사람들은 그걸 몰라준다."며 억울해하는 전형적인 착한척 코스프레 증상이 나타나는 것 입니다.
결국은 진심으로 남자친구를 이해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제가 이해'받고' 싶었기 때문에 이해하는 시늉을 했던 겁니다.
그리고 남자친구를 위한 이해가 아니라, 저 자신을 위한 이해는...
제가 원하는 대로 소기의 목적이 달성되지 않자 억울한 오해로 변할 뿐이었습니다....
애초부터 남자친구를 이해해 주기 위함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만 억울하다는 생각이 인셉션이 되자 그 생각은 마구 자라나서 저는 이해심 많은 착한 여자이고 남자친구는 나쁜 놈이라는 결론에 금세 다다랐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생각해 보면, 저는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했는지도 모릅니다.
그저 제가 보고 싶은대로 보고, 제가 듣고 싶은대로 보고, 제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했을 뿐....
빗소리에 하늘이 무서워진 것인지 반성문이 나오네요.. ㅠㅠ
앞으로는 이러지 말아야 할텐데... 또 언젠가 저를 더 많이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속은 바글바글 끓으면서 이해하는 척을 하고 있지는 않을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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