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맛집이 너무 많아서 5번을 가도 다 못가

지난 주말 여수에 다시 갔습니다. 처음 여수의 해물한정식에 대한 소문을 듣고, 여수에 가게 된 이래 5번째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여수의 소문난 맛집을 다 들르지는 못했습니다. 아직도 7공주집의 장어탕도 못 먹어보고, 회로 끝내준다는 횟집도 못 가보고, 전복요리도 못 먹어보고..... 남아있는 맛집이 정말 많습니다.



여수의 명물: 해물한정식(회정식)

맨 처음 여수에 꽂히게 된 것은, 한일관의 회정식(해물한정식)이었습니다.
1인분 2만원에 상이 4번이나 바뀌면서, 각종 해산물과 회, 더운 요리 등의 코스요리가 뻑적지근하게 차려진다는데, 그 모습을 사진으로만 봐도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래서 4~5년 전 신정 처음 여수에 갔습니다. 1월 1일 다른 분들은 향일암에 일출보러 여수에 가신다지만, 저는 오로지 회정식 먹으러 갔습니다. 11시쯔음 도착했는데도 불구하고 식당은 이미 만원이었습니다. 자리에 앉아 한정식을 주문하니 금세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집니다.


처음에는 각종 해산물과 회가 나오고, 뒤에는 생선찜과 조림, 튀김 등의 각종 더운 요리가 나오고 마지막으로 밥과 해물된장찌개가 나오고, 직접 만들었다는 솔잎 요구르트로 입가심을 하고 나면 식사가 마무리 됩니다.
눈을 휘둥그레 하게 하는 상차림과 맛이 좋았지만, 이 날 처음 회정식을 먹어봐서 초반에 너무 달렸더니 나중에 나온 음식들은 제대로 못 먹은데다, 손님이 너무 많은 날이라서 음식 순서가 조금 엇갈려서 더운 요리와 찬 요리가 뒤섞여 나와서 속이 좀 불편해져서... 잘 먹고 나서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이 아쉬움 때문에 여수에 또 가게 되었습니다. 맛집을 뒤져보니, '한일관은 외지인들이 주로 가고, 여수분들은 동백회관을 좋아한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동백회관을 갔습니다. 나오는 상차림은 비슷한데, 이번에는 사람이 적은 평일 11시쯔음에 예약하고 갔더니, 아주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음식 순서도 잘 맞춰서 내 주시고, 하나하나 어떤 음식인지 무슨 특징이 있는지 설명을 들어가면서 맛볼 수 있었습니다.
한일관과 동백회관 모두 해물한정식을 한다는 점은 비슷한데, 차이점은 동백회관이 더 해산물과 회가 많고, 한일관은 생선까스나 튀김같은 퓨전요리들이 많아서 회를 잘 못먹는 사람과 갈 때는 한일관이 좋고, 해산물과 회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동백회관이 나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회를 잘 못먹는 친구와 갔을 때는 한일관에 가고, 회를 잘 먹는 친구와 갔을 때는 동백회관에 갔습니다.

몇 번 더 가보니, 한일관이나 동백회관이나 시간대와 바쁘고 안 바쁘고에 따라 음식의 질과 서빙이 상당히 달랐습니다. 코스로 나오는 해물한정식이다보니, 코스에 따라 수 많은 음식들을 안 빼먹고 잘 가져다 주셔야 더 잘 즐길 수 있는데, 바쁜 시간대에 가게 되면 음식이 한 두가지 빠지기도 하고, 뒤에 나와야 할 음식이 먼저 나오기도 해서, 맛있는 음식을 조금 덜 맛있게 먹게 되었습니다. 4번 가보고 결론내리긴 성급하지만, 사람이 없는 날 11시쯔음(오픈하고 음식준비가 막 되었을 시간)에 가는 것이 가장 여유롭게 제대로 된 음식을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이 많거나, 오후시간 4시~5시나 저녁시간에는 그만큼 나오지 않았습니다..



여수의 명물: 게장백반

회정식보다도 감동적인 것은 게장백반이었습니다. 회정식도 1인분 2만원에 도시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상차림이 나온다는 점에서 감동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격이 저렴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게장백반은 5천원에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지더군요. (요즘은 6천원으로 올랐어요..ㅜㅜ)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을 대접에 소복히 쌓아서 내주고, 모자라면 무료리필해줍니다. 거기에다가 고등어또는 정어리찌개와 해물된장찌개도 나옵니다. 밑반찬도 이름모를 생선무침과 새우장(새우를 간장게장처럼 만든 것), 육지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반찬들이 한상 가득 차려집니다.
요즘은 여수게장백반의 인기로 대전과 서울에도 여수게장백반집이라고 하여 1인분 8천원에 게장과 찌개와 육지에서 흔한 백반 밑반찬의 구성으로 판매하는 음식점들이 꽤 생겼는데, 당시에는 게장을 판매하는 음식점들은 한 마리당 만원~만오천원 정도였기 때문에 제 눈에는 게장 무한리필에 상다리 휘어지는 차림에 5천원이라는 가격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저와 친구는 도시사람 티를 팍팍내면서 허겁지겁 이 반찬 저 반찬을 집어먹고 밥을 두 공기씩 먹어가며, 진공청소기처럼 차려진 음식들을 빨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저희만 그렇게 무한감동속에 엄청난 식욕을 보일 뿐, 이런 상차람은 기본이라는 듯이 다른 분들은 게장도 쬐금 드시고, 반찬들도 조금씩 드시고 가시더군요. 푸짐한 상차림에 너무 익숙해 보이는 여수시민분들의 모습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제가 주로 가던 곳은 두꺼비식당이었는데, 다른 식당을 가도 어느 정도 손맛과 푸짐한 상차림을 보장하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두꺼비식당과 황소식당이 상차림이 좋은 것 같습니다.. ^^



여수의 명물: 서대회

서대회는 각종 야채와 함께 회를 무쳐서 내줍니다. 독특하게 막걸리 식초를 이용해서 음식을 한다고 하는데, 새콤하면서도 매콤달콤한 맛이 입에 착착 달라붙습니다.


그냥 회만 먹어도 맛있고, 막걸리 한 잔과 함께 먹어도 맛있고, 먹다가 밥에 쓱쓱 비벼서 회덮밥을 만들어 먹어도 맛있습니다.
저는 삼백집에서 금풍생이구이와 함께 먹었는데, 금풍생이는 흰살생선에 담백하고 고소한데다가 서대회무침은 매콤달콤새콤해서 궁합이 잘 맞았습니다.
저는 여행객이다보니 여유롭게 맛과 술을 즐기지 못했지만, 2층 창가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좋은 사람과 막걸리를 나누는 여유를 즐기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차를 가져가지 않거나, 주량이 뒷받침되어서 전날 술을 좀 많이 마셔도 다음 날 여행에 무리가 없는 분이라면, 2층창가에 자리잡고 앉으셔서 막걸리와 서대회를 즐기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수의 명물: 소주방조차도 명물

도시마다 기본적인 안주가 푸짐하게 차려지는 술집들은 꽤 많습니다. 특히 대학가나 번화가에 흔한데, 여수의 소주방은 그 중에서도 감동적인 수준이었습니다. 안주가 푸짐하다고 해도 주로 통조림에서 나온 것들로 가짓수만 채워주는 곳이 대부분인 대학가 술집과는 달리, 여수의 소주방은 가격은 여느 대학가 술집과 비슷하게 저렴하면서도 밑밭찬은 일식술집처럼 나왔습니다. 각종 해산물과 손가는 요리들로 한상 푸짐하게 차려지고 먹으면 먹을수록 계속 나옵니다.


제가 갔던 곳은 여서동의 위투소주방이었는데, 기본적으로 주는 안주가 워낙 많아서, 별도의 안주를 시키지 않아도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소주만 먹기에는 살짝 찔리니 뭐 하나 시켜놓는 것이 좋은 듯 합니다. ^^:;;



여수의 명물: 여름에만 먹을 수 있는 '하모 유비끼'(갯장어 샤브샤브)

여수에 갔던 것이 매번 겨울이다 보니, 한 번도 못 먹었는데.. 올 여름에 드디어 소원성취를 했습니다. +_+
드디어 여름 한 철만 맛볼 수 있다는 여수의 명물, 하모유비끼를 먹었습니다. 하모유비끼는 갯장어 샤브샤브입니다. 과거에는 워낙 귀하고 단가의 이유로 전량이 일본으로 수출되어 버려서 우리나라에서는 먹을 수가 없었고, 요즘들어 먹을 수 있게 되었는데, 그나마도 여름에만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여름이 뼈가 가장 약해지기 때문이고 다른 계절은 뼈가 너무 억세어서 먹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여수에서도 해안가 바로 앞에 있는 경도에서만 맛볼 수 있다고 하는데, 500원을 내고 도선을 타고 몇 분 가면 금세 경도에 도착합니다. (눈으로 보기에는 수영 잘하면 수영해서도 갈 수 있을 것 같은 가까운 거리에요..)


국물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면, 하모를 살짝 집어넣습니다. 넣자마자 둥그렇게 말리는데, 그러면 꺼내서 소스나 쌈짱에 찍어먹으면 됩니다. 양파에 싸서 먹어도 맛있고, 그냥 먹어도 맛있습니다.
맛이 담백하고 고소해서 입에 들어가면 부드럽게 녹아내립니다. 그다지 씹을것도 없이 꿀떡꿀떡 넘어갑니다.

다 먹고 난 다음에는 죽을 끓여서 먹을 수도 있고, 라면사리를 집어넣을 수도 있습니다.
한 상에 5만원이었는데, 2명이 먹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가격이지만 4명이 가기에는 괜찮은 가격인것 같습니다. ^^
여름 한 철, 하모유비끼를 위해서 서울에서 비행기 타고 와서 이것만 먹고 간다는 소문이 실감날 정도로 뛰어난 맛이었습니다. 그동안 겨울에만 와서 못 먹었던 것이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올해 여름이 가기 전에 한 번 더 가거나, 다음부터는 여수에 여름에 가서 꼭 먹어야 겠습니다. ^^



여수의 명물: 굴구이

여름철에는 하모유비끼라면, 겨울철에는 여수 굴이 끝내줍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겨울철 굴 축제를 하는 곳이 많지만, 여수는 우리나라 굴 생산량의 60% 이상이 되는 엄청난 굴 생산지입니다. 그래서 가격도 참 착합니다. 음식점에 따라 다르지만, 돌산도 쪽으로 가면 1인분 5천원에 '굴구이 무한리필+ 죽'을 줍니다.


저도 친구도 해산물 먹는 양에서는 자신이 있었는데, 무한리필이어도 2번 먹고나니 더 이상은 못 먹겠더군요. 바다에서 건져올린지 얼마되지 않아서 굴이 짭조름 하기도 하고, 너무나 통통하고 큽니다. 엄지손가락보다 큼직한 굴이라 욕심껏 더 먹으려 해도 금세 배가 찼습니다. 짭조롬하면서 토실토실 알이 꽉 찬 굴을 먹고나서 마무리로 죽을 먹으면 속이 편안하게 다스려집니다.
제가 갔던 곳은 1인분 5천원이라 그런지, 별다른 밑반찬도 없고, 포장마차 스타일이라 좀 추웠는데, 1인분 만원 또는 한 상 2만원 등, 좀 더 비싼 식당은 식당도 좀 더 깔끔하고 밑반찬도 많이 주는 듯 합니다. 가격과 오로지 굴인지, 밑반찬과 분위기인지는 취향대로 고르시길...^^



여수가 고향도 아니고, 친척 한 명, 친구 한 명 없는 곳인데도, 자주 가게 되었던 것은 저렴한 가격의 맛집들이 큰 이유였습니다. 여수까지 가는 차비를 빼고 나면, 가서는 한 끼에 1인분 5천원 선에서 맛난 것들을 실컷 즐길 수 있어 더더욱 끌리는 곳입니다. ^^
지금도 친구들과 여행지를 의논할 때 꼭 후보에 드는 곳이 여수입니다. 네 다섯번 가면서 꽤 둘러봤어도, 여전히 못 본 관광지도 많이 남고, 못 가 본 섬은 더 많고, 못가본 유명맛집도 많아서 자꾸 또 가고 싶어지는 곳 같습니다.


+여수의 또 다른 매력: - 사도, 해리포터의 마법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신비한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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