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이 본 뮤지컬: 달콤한 인생, 바람난 애인 때문에 상처입은 남녀의 패자부활전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애인이 바람이 났다거나, 남편이 바람이 났다고 하면 이단 날라차기에 당장 내연녀나 내연남 집을 덮져 뒤집어 엎는 형사와 같은 출동력을 갖추지만, 현실에서 그런 분들은 그다지 못 봤습니다. 속은 끓어오르고 죽고 싶지만, 정작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무리 화가 나고 엄청난 배신감을 느낀다해도 사랑이 한 순간에 싹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 와중에서도 상대방을 사랑한 마음은 남아 어떻게 하지도 못하는거죠..
드라마 달콤한 인생의 매력 포인트가 이런 점이었는데, 과연 뮤지컬 달콤한 인생에서는 섬세한 감정선을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 그리고 24부작이나 되었던 드라마 내용을 어떻게 100분 내에 요약해 낼 지 궁금했습니다.
뮤지컬 달콤한 인생의 줄거리 내용
" 혜진은, 남편이 3년간 한 여자와 바람을 피워온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고,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절망감에 휩싸인다. 학창시절부터 좋아하던 소설에 나오는 북해도 오타루 산으로 자살 여행을 떠난 혜진은 그곳에서 준수를 만난다. 실족사한 친구의 시신을 찾으러 왔다는 그의 눈빛에는 죽음 같은 절망이 배어 있다. 두 사람은 함께 밤을 보내게 된다.
서울로 돌아온 혜진은 남편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며 별거에 들어간다. 이때 다시 준수가 나타난다. 혜진은 애써 그를 외면하지만, 준수는 혜진이 가는 곳마다 나타나며 가까이서, 멀리서 혜진을 지켜 준다.
재벌가 개망나니 외아들 성구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살아온 준수. 그러던 중 한 여자가 죽게 되었고, 그 일로 성구가 도피생활을 하다 죽은 이후 준수는 늘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 혜진은 남편이 바람을 피우던 여자가 바로 준수의 여자 친구였다는 사실을 알고 혼란에 빠지지만, 준수의 진심에 그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성구의 죽음에 얽힌 진실과,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준수는, 생전 처음 삶의 희망으로 다가온 혜진과의 사랑을 간직한 채 결국.."
뮤지컬 달콤한 인생에서는 준수와 혜진의 현재 상황에서 북해도에서의 첫만남을 회상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100여분에 걸친 시간 동안 과거 회상과 현재를 오가며, 탄탄하고 긴장감 넘치게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언뜻 바람난 남편을 둔 아내와 그 바람난 남편의 정부인 여자를 애인으로 둔 남자의 패자부활전 같기도 한 이 영화는 진짜 승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진짜 범인은 누군인지, 진실은 무엇인지 긴박하게 풀어갑니다.
드라마 달콤한 인생을 본 사람이라해도, 다시 범인은 누구인지,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해지게 만듭니다.
그래서 뮤지컬 달콤한 인생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빠져들게 됩니다.
(지금부터 스포 한가득이에요..)
보실 분들은 스크롤을 휙 내려서 맨 밑의 극장 정보만 보셔용~
뮤지컬 달콤한 인생에서 모든 인물과 얽혀있는 주인공 이준수
그는 어릴적부터 고아로 힘들게 살다가, 강회장의 아들 성구를 만나 돈은 많고 할 짓없이 엄한 짓을 하고 다니는 성구의 뒤치닥 거리를 하며, 성구를 찾아내라는 박회장에게 시달립니다.그리고 자신의 애인인 홍다애는 돈 많은 남자인 하동원 (윤혜진의 남편)에게 달라붙어 돈 없이는 못 살겠다며 준수를 괴롭히고요.
이 상황도 모자라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여인은 남의 부인인 윤혜진이고, 그녀를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와 함께 할 수도 없습니다. 자신과 같은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이혼을 하고 다 버리고 오게 되면 그녀의 인생이 망가질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참 순탄치 않은 그의 상황을 보면서, 남들처럼 사랑하고 싶고, 살고 싶은 소망이 그리도 큰 욕심일까 싶습니다. 또한 사랑할수도 있고, 궁지에 몰리지는 않은 나의 삶이 감사해지기도 하고요. 남의 불행을 보며 나의 현실은 참 행복했다고 느끼게 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트리플 A형 소심녀가 무한 공감하게 되는 여주인공 윤혜진
예전에 드라마 볼때고 목석같으면서 소심한 윤혜진이라는 캐릭터에 아주 공감이 갔는데, 뮤지컬로 다시봐도 그랬습니다. 윤혜진은 이준수는 좋아하기는 하지만, 애교도 없고, 말도 없고 답답한 스타일입니다. 윤혜진의 남편 하동원이 3년이나 바람을 피우는 홍다애와는 전혀 다르죠. 홍다애는 예쁘고 애교많고 톡톡쏘는 스타일인데, 윤혜진은 그냥 공기같은 존재입니다. 현모양처일지는 모르나, 참 심심한 스타일이죠...아... 이래서 더 무한 공감및 몰입되었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렇게 답답한 곰같은 여자가 조심스럽게 자기에게 닥친 상황을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표현해가는 과정을 보며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승자는 누구?
사랑이 누가 이기고 지는 게임도 아니지만, 바람을 피우는 사람이 있으면 자연스레 그 사람의 원래짝은 참 초라해보입니다. 기본적으로 바람을 피우는 사람에게 원래 짝보다는 바람난 상대가 더 매력적인거 아니냐는 참 당연한 근거때문일 것 입니다.이 둘의 시작도 참 초라했습니다. 남편의 외도를 깨닫고 죽으러 북해도까지 간 여자와 자기 애인이 돈 많은 남자와 놀아나도 어쩌지를 못하는 남자의 사랑이라니.. 어찌보면 버려진 이들의 슬픈 사랑같습니다. 마치 패자부활전 같은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정작 바람을 피우고 있어도 누구의 마음도 얻지 못한 남자 하동원이나, 홍다애를 보면 진짜 승자는 부인이나 남자친구를 두고 바람을 피우는 그들이 아니라, 진짜 사랑을 찾은 윤혜진과 이준수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오히려 부인의 마음을 온전히 얻지도, 그렇다고 홍다애의 마음을 얻지도 못하고 그저 남보기에 멋진 마스터플랜을 성공시킨 하동원이 더 불쌍합니다. 또한 돈이나 좋아하는 골빈 된장녀같은 홍다애도 결국은 이준수의 마음 한 조각이라도 얻어보기 위해 갈구하는 모습이 딱합니다. 그들의 모습에 누군가 온전히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만 있어도 정말 행복한 것이라며 한 번더 행복해지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슬픈 결말일수도, 해피엔딩일수도 있는 뮤지컬 달콤한 인생을 보면서도 참 많은 카타르시스를 통해 마음이 따뜻하고 달콤해졌습니다.
뮤지컬 달콤한 인생의 아름다운 음악 ost
음악이 너무 좋아서, 마지막 무대인사에서 급한대로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었는데, 다시 들으니 음질이 안습입니다. ㅜㅜ 아... 다시 들을 생각하면서 신나게 녹화했는데.. 슬퍼요..
마냥 우울하지만도, 마냥 달콤하지만도 않고, 간간히 웃기면서도 자꾸 가슴을 파고 듭니다.
폭발적이고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뮤지컬 달콤한 인생의 ost 참 좋습니다..
뮤지컬 달콤한 인생의 공연장, 대학로 예술마당 4관
대학로 예술마당은 공연장이 상당히 쾌적합니다. 에어콘 살짝 추울 정도로 나와서 상쾌하고, 어쩜 저렇게 딱딱 맞아떨어질까 싶을 정도로 조명과 시설들이 상당히 멋집니다.
의자도 등받이나 쿠션이 폭신한 편이구요. 앞뒤나 옆이 그리 넓은 편은 아니지만, 다른 소극장 보다는 조금 좋습니다.
뮤지컬 달콤한 인생의 멋진 조명과 설비
그리고 대학로 예술마당 외부도 아주 예뻐요.
건물 자체가 발코니가 있는 예쁜 건물 같은 느낌인데다가 1층의 티켓 박스도 쾌적하고 예쁘고, 옆에 있는 통나무집 느낌의 외벽이나, 바로 옆의 예쁜 카페 지베르니도 멋집니다. 앞에서 사진 찍으면 아주 예쁘게 나오는 곳이에요.
전체적으로 예쁘고 아기자기하고 깔끔한 느낌이에요. ^^
친구와 연인과 데이트 삼아 와도 좋을 공간이네요.
다만 주위에 방앗간과 분식집은 있는데, 밥집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친한 사이라면 분식집이나 예술마당 바로 옆의 쭈꾸미 삼겹살 집에서 식사를 해결해도 되겠지만, 불편한 사이라면 미리 대학로 쪽에서 밥은 먹고 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와서는 예술마당 1층이나 바로 옆에 노천카페 느낌의 너무 예쁜 카페들이 몇 곳 있으니 거기서 커피 한 잔 드셔도 좋을 것 같아요. ^^
뮤지컬 달콤한 인생, 달콤 쌉싸름한 진한 초콜렛 같은 작품.
사랑에 배신당한 사람들의 상처가 씁쓰름하고, 그렇지만 어쩌지도 못하는 현실이 아린 맛도 나지만, 그 속에서도 찾을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더욱 달콤하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광고되는 불륜이나 자극적인 소재, 제목만 달콤하고 씁쓰름한 인상을 주는 간략한 줄거리 와는 달리 연인이 함께 보면 아주 좋을 것 같은 달콤한 뮤지컬입니다. 긴박한 전개와 흥미진진한 구성 때문에 멜로 안 좋아하는 남자분이라도 상당히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고, 사랑에 대한 다각도의 해석에서 연인들이 보기에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좋아해요~ 그대를 좋아해요~ 좋아하니까요~ 좋아하는데 뭐가 그리 복잡해요~"
라는 달콤한 준수의 노래나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면 세상은 온통 당신이 돼요~" 라는 노래가 넘 감미롭게 와 닿습니다.
보통은 커플에게 달콤한 작품은 솔로에게 염장이 되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솔로의 마음에도 위안이 됩니다. 바람난 애인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거나, 실연의 아픔때문에 괴로운 사람이 봐도 작품을 통해 많은 것을 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패자부활전 같은 주인공들의 사랑에서 또 다른 사랑의 의미를 찾게 됩니다. 혹시나 최근에 헤어진 연인때문에 슬퍼하는 친구가 있다면 이 뮤지컬을 함께 보는 것도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뮤지컬 달콤한 인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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