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데이트 코스 : 북한산 둘레길 구름정원길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집에서 가까운 북한산 둘레길 8구간에 갔습니다. 북한산 둘레길 스탬프를 2개 찍으려고, 독바위역으로 가서 구름정원길을 걸었습니다. 8구간 구름정원길은 10구간 내시묘역길과는 다르게 예쁘고 기분 좋은 구간이었습니다. 등산객과 데이트하는 커플들도 많은 곳이었어요.
독바위역에서 북한산 둘레길 가는 법
독바위역은 집에서 몇 정거장 안 되지만, 스탬프를 받으려고 갔습니다. 독바위역에는 불광역처럼 "스탬프 투어" 입간판 같은 것은 없어 어디서 도장을 받을 수 있는지 몰라 개찰구 옆 안내센터에 여쭤보니, 개찰구 옆 안내센터에서 도장을 찍어주셨습니다. 제가 실망할까봐 그랬는지, 구간별로 모양이 다른 북한산 둘레길 스탬프와 달리 지하철 스탬프는 모양이 다 똑같다며 독바위역 자리에 도장을 꾹 찍어주셨습니다.
흐흐흐... 벌써 지하철 스탬프 2개나 모았어요~ 도장을 받은 뒤 독바위역에서 어디로 나가야 되나 고민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출구가 하나에요.
독바위역 1번 출구 (하나 밖에 없는 출구)로 나가니 정 가운데 떡하니 북한산 둘레길 안내판이 서 있습니다. 여기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됩니다. 그런데 이 근처는 둘레길 표지판이 친절하지 않아 당황했습니다. 표지판이 멀찍히 있어서 숨은그림찾기를 해야 합니다.
우측으로 걷다가 왼쪽으로 꺽으라는 표지가 나오는데, 그 뒤로 표지판이 안 보입니다. 사거리에서 두리번 거리니, 저 멀리 둘레길 표지판이 보여서 행길을 건넜습니다. 그 뒤로 쭉 따라 올라가도 표지판이 안 보입니다. 또 두리번 거리니 길 건너 멀리에 하나 있습니다.
북한산 힐스테이트 아파트 3차 앞쪽에 있는 것이 보입니다. 둘레길 표지판 찾기 놀이를 하는 기분입니다. 나름 표지판 찾아내는 '재미'는 있습니다.
그 다음 표지판은 3104동 앞 쪽에 있는 것이 보입니다. 그나마 이쯤에서는 멀리 절로 보이는 한옥도 보이고, 산도 보이기 시작해서 마음이 놓입니다.
그 뒤로는 쉬웠습니다. 천간사가 보이고, 표지판이 자주 등장합니다.
천간사라는 절은 지은지 얼마 안 되는 듯 새것 느낌이 났는데, 앞쪽에 있는 글귀가 참 좋았습니다. 우다나 바르카경에 나오는 글이라고 합니다.
"백발이 성성하다고 해서 다 존경받는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는 일 없이 그저 나이만 먹었다면 그는 어른이 아니라 어리석은 늙은이에 지나지 않는다." - 우다나바르카경
공감이 되어 고개를 끄덕이며 길을 따라 걸으니, 금세 구름정원길 표지판이 나왔습니다.
힐스테이트 아파트 3201동 옆으로 구름정원길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드디어 북한산 둘레길 8구간 구름정원길에 도착했습니다.
데이트하기 좋은 북한산 둘레길 8구간 구름정원길
북한산 둘레길은 입구에 특유의 문이 있던데, 이 곳은 구름정원길 그림만 있어 이상하다 했더니, 여기는 구름정원길 시작 지점이 아니라 중간 지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독바위역에서 구름정원길에 가는 표지판도 드문드문 있었나 봅니다.
지도를 보니, 거의 구름정원길 한 가운데 쯤 되네요. 저는 포토포인트가 있는 스카이워크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구름정원길 구간이 총 5km 정도 된다고 해서 다 걸을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독바위역 근처 중간지점부터 걸으면 2~3km 밖에 안 되어 쉽게 걸을 수 있을 듯 했습니다.
아파트 옆에 있는 뒷산 같은 입구도 그렇고, 몇 발 자국 걸어 올라왔을 뿐인데, 조금 전에 보았던 천간사 지붕이 보이고 다른 집들이 내려다 보이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정말 뒷산에 오르는 기분입니다.
사람들이 다니며 다져지고, 옆에 나즈막히 울타리가 쳐져 있기는 하지만, 이 곳은 북한산 둘레길이라는 이름이 붙기 훨씬 전부터 사람들의 뒷산 등산로 였을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흙이 다져진 길 다음은 금방 바위 계단이었습니다. 인공적인 바위계단이 아니라 오랜세월 사람들이 밟아서 만들어진 그런 바위 계단 입니다.
저같은 등산 생 초보에게는 이 정도 바위계단만 되어도 쉽지 않아서, 손을 잡아줄 남자친구와 같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이 구간에서는 커플이 꽤 많았습니다. 부부도 많고, 커플도 많이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자연스러운 예쁜 길이고, 조심조심 올라가면 되기는 하지만, 누군가 잡아주고 끌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은 길 입니다. 등산이라고는 해 본 적이 없는 생초보도 갈 수는 있지만, 누가 손 좀 잡아서 끌어주면 고마울 것 같은 길입니다. 즉, 데이트 코스로 아주 좋은 산길입니다.
조심조심 바위길을 지나니, 계단길이 나왔습니다. 북한산둘레길 8구간을 검색해 보면 계단길 사진만 나옵니다. 사진 속 계단길을 보면서 '북한산까지 와서 계단만 걸어다니는게 뭐야' 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걸어보니 계단이 없었으면 암벽을 기어 올라야 했을 곳이라 계단을 설치한 기술이 놀랍고 고마운 구간이었습니다. 잘 설치된 계단 덕분에 저같은 등산 생초보도 암벽 위를 걸으며 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계단은 중간중간 나무가 있으면 그대로 두고 만들어져 있습니다. 귀여운 "머리조심" "위험" 표지판도 자주 나와요. 계단길을 만들겠다고 나무를 베어버리지 않고 그대로 둔 모습이 예뻤습니다. 계단 하나하나마다 미끄럽지 않도록 고무 발판이 쫙 깔려 있어서 폭신하고 미끄럽지 않아 아주 걷기 좋습니다.
계단을 오르노라면, 점점 하늘이 가까워집니다. 근처의 은평구 불광동, 대조동 풍경이 한 눈에 내려다 보여요.
바위산과 뭉게 구름이 가득한 하늘이 눈 앞에 보이니, 제법 높이 등산한 기분이 듭니다. 실제로는 얼마 걷지도 않았으나, 기분은 산 정상이라도 오른듯 좋습니다.
왜 이 길이 '구름정원길'인지 공감도 되었습니다. 하늘이 참 예쁘고, 당연한 얘기이나 '하늘이 이렇게 높고 넓었나'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하늘을 안 쳐다보고 산 지 오래 되어서요... ^^;;
머잖아 북한산 둘레길 스탬프 포토포인트이자, 구름정원길의 명소가 나타납니다.
북한산 둘레길 스탬프 받는 방법은 포토포인트에서 곰돌이 사진 예시처럼 셀카를 찍어두었다가 북한산 탐방지원센터에 들를 때 도장을 한꺼번에 받는 것 입니다.
포토포인트 표지판을 찍어오라는 이야기는 없었지만, 혹시나 구름정원길인지 못 알아 보실까봐 8구간 구름정원길 이라고 적힌 포토포인트 판도 찍어두고, 예시와 같은 인증샷도 찍어두었습니다.
여기에 올라서서 보니, 은평구 일대가 한 눈에 보입니다. 가까이 NC백화점도 보이고, 학교도 보이고, 저 쯤이 우리집이겠구나 하는 것도 보입니다. 저는 처음 와보는 구름정원길에서 내려다보니은 풍경에 감탄하고 있었는데, 이미 이곳에는 도시락 싸서 데이트하러 온 커플이 있었습니다. 도시락 싸와서 이 곳에서 서울 일대(주로 은평구가 보이지만)를 내려다 보며 데이트하는 기분이 끝내줄 것 같습니다.
하늘, 구름, 노을도 보고, 집들도 내려다 보고... 이럴 때 21배 줌 되는 카메라 가지고 왔으면 재미있었겠다 하는 생각도 하고...
그렇게 잠시 앉아 있다가 해가 지기 전에 내려왔습니다. 해가 지면 무서우니까요..
내려오는 길도 계단이 잘 되어 있고, 천천히 걷기에 좋습니다. 이 곳은 뒷산 같기도 하고, 사이 사이 바위길과 산길이 조금 있어서 등산하는 기분이 듭니다. 제법 등산길 같아서인지, 북한산 등산로와 연결되어 있어서인지 스틱 들고 등산화 착용하고 등산하는 커플이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등산화 신고 스틱 들고 가는 분들을 보자, 고작 북한산둘레길 두 번 와보고는 등산화 뽐뿌가 밀려왔습니다. 그러나 '등산화 사고 싶다.. 등산화 사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는 사이, 아무렇지 않게 구두를 신고 평지 걷듯 하시는 아저씨들이 지나쳐 갔습니다. 그 뒤로 주인과 산책나온 쬐그만 말티즈가 저를 앞질러 뛰어 갔고요... 무릎이 좀 불편하신 듯한 할머니가 저처럼 일반 운동화 신고 저를 앞질러 지나치셨습니다. 등산화가 문제가 아니라, 제가 문제인가 봅니다.... ㅠㅠ
그래도 등산화 사고 싶다는 생각은 쉬이 사라지지 않아서, 제가 북한산 둘레길을 10번 정도 이상 오게 되면 그 때 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북한산 둘레길 스탬프 찍는 재미에 오고 있으나, 언제 포기할지 모르기 때문에... (등산화 사고 싶다.. 등산화 사고 싶다.........)
걷다가 '이런 산 속에 절이 있네...' 싶은 곳을 지나고 보니 어느덧 구름정원길의 끝이었습니다. 그 절은 불광사라는 절이었습니다.
산쪽에서 보니 전래동화에서나 나오던 "산 속에 절이 있었습니다." 같이 첩첩산중에 있는 절 같아 보였는데, 길 끝에서 보니 바로 옆에 주택가가 맞닿아 있었습니다.
북한산 둘레길 8구간 끝에 이르자, "옛성길 구간"이라고 적혀있습니다. 뒷면에는 구름정원길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문 하나로 구간의 끝과 시작을 알리는 겸용으로 사용하고 있나 봅니다.
보너스, 서울둘레길 북한산 코스 2 스탬프
앞 쪽에 예쁜 빨간 우체통이 있고, 서울둘레길이라고 쓰여 있는 유리장 안에 "북한산 코스 2 스탬프"가 들어 있었습니다.
북한산 둘레길 패스포트 밖에 종이가 없어서, 구름정원길 걷다가 발견한 도장이니 구름정원길 페이지 한켠에 찍어 두었어요.
뜻밖의 기념도장까지 찍어서 좋은데... 여기서 어떻게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역으로 가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표지판을 잘 못 알아봅니다. 장미공원은 어디고, 불광중학교는 어디인지...ㅠㅠ
잘 모르겠어서 우선은 바닥에 둘레길 페인트를 따라 걸었습니다. 옛성길 초반은 마을의 집 앞을 통과하는 길이었고, 조금 가다보니 장미공원이 나왔습니다. 가다보면 어딘가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이 나오겠지요....
아기자기하고 예쁜 공원인데, 지금은 장미가 없어요.
아직 남아있는 장미 세 송이가 있길래 찍어두었습니다. 봄에서 초여름이 될 무렵, 장미가 만개할 때 오면 참 예쁠 것 같습니다.
구름정원길과 엣성길, 독박골에서 불광역 가는길
장미공원을 지나며 여기가 어딘가 했더니 독박골 래미안 아파트 정류장이었습니다. 제가 비록 길치이나 십수년을 다닌 저의 등하교길이라 여기가 어딘지는 알 수 있었습니다. 이 길로 구기터널 넘어서 학교에 가면 20분 밖에 안 걸리거든요. ^^
여기에서 걸어가 본 적은 없지만 분명 불광역도 바로 근처였습니다. 어차피 걸으러 나왔으니 슬렁슬렁 걸어서 대조시장으로 갔습니다. 대조시장에서 빈대떡을 포장해 갈 생각이었습니다. 왠지 북한산 둘레길 산책 + 빈대떡의 조합이 근사하게 느껴졌습니다.
독박골 버스 정류장에서 10분 남짓 걸으니 불광역이 나오고, 15분 정도 걸으니 대조시장에 도착했습니다.
대조시장 근처에 녹두전 집이 많았는데, 빈대떡 한 장에 5천원 정도 하면서 맛있었던 집 두 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남아있는 서울지짐이 빈대떡은 한 장에 8천원이라 비싸고, 시장 안 쪽에서 파는 건 한 장에 4천원이기는 한데 아무 것도 안 들어간 맹숭한 녹두전에 쑥갓 하나 얹은 것이라 맛이 없고, 할머니 전집의 녹두전은 5천원인데 크기도 크고 신김치와 고사리가 들어가 있어 맛있었습니다.
추석 전날도 먹고 싶어 사러 나왔었는데, 그 날은 대목을 맞아 차례상에 올리는 다른 전을 부치시느라 녹두전은 안 파셨고, 이 날은 추석연휴 마지막 날이라 쉬시네요.. (하긴 할머니도 쉬셔야... ^^;;) 다음에 왔을 때는 한 번에 잔뜩 사다가 냉동시켜놓고 먹어야겠어요..
녹두 빈대떡 집도 문을 닫고, 시장의 다른 곳들도 대부분 문을 닫아 썰렁했습니다. 추석 전날 대목까지 일을 하셨으니 대체휴일 만큼은 좀 쉬셔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터덜터덜 걷다가 귀여운 말티즈가 오길래 쳐다봤는데, 조금 전 구름정원길에서 마주쳤던 분이었습니다. 아주머니도 저를 기억하셨는지 미소를 지어주셔서 저도 반가운 마음에 미소를 지으며 헤어졌습니다. 그저 산길에서 스쳤을 뿐이지만, 등산친구(?) 산행 동료(?)라도 만난듯한 기분이 잠시 들어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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