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말, 광릉숲길을 드라이브하고 봉선사의 연못을 바라보며 봉화각의 테라스에 앉아 있었습니다. 식혜 한 모금 마시며 연팥빵을 먹으며 자연을 보는 평온한 시간이었습니다.

옆 테이블의 대화가 들리는데, 서글펐습니다.
"여보, 그 때 당신이랑 나랑 삼성전자를 안 팔고 갖고 있었으면 지금 각각 5억씩, 10억을 더 벌었겠다. 그치?"
"그렇지... 그 때 안 팔았어야 하는데...."
"하아............."
그 후로 그 부부는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코스피가 오르고 삼전닉스가 날아오르면서 행복한 사람만큼이나 불행해진 사람들도 생겨났나 봅니다.
자고 일어나면 코스피가 오르는 것처럼 순식간에 3천, 4천, 5천을 넘어서더니 8천을 넘어섰습니다. 삼성전자 주식은 10만원을 언제 다시 넘나 했는데 30만원을 넘어갑니다. 삼성전자는 주식 초보와 재테크 초보에게 "잘 모르겠으면 삼성전자를 적금 들듯이 매달 같은 금액으로 사서 모아"라는 조언을 많이 하는 주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삼성전자 주식을 스쳐갔던 사람이 참 많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쳐갔던' 사람들은 지금 속이 쓰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때 주식을 안 팔았어야 하는데... 라면서요.
그 때 주식을 왜 팔아가지고!
아주 오래 전에 아빠는 한국전력 주식이 있으셨다고 했습니다. 공무원들에게 주던(혹은 강매하던?) 시절이 있었나 봅니다. 그 때 받은 것을 주식 시장이 활황일 때까지 가지고 있었으면 부자가 되었을텐데, 홀랑 팔아 버리고 없으시다고 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답답했습니다. 아빠는 그걸 왜 팔아가지고!
그런데 제가 가장이 되어 보니 알겠습니다. 그 주식을 들고 있을 수가 없었던 것 입니다.
그 주식이라도 팔아서 생활비에 보태고, 당장 필요한 시급한 일에 써야 했던 거겠지요.
제가 삼성전자를 판 이유는 대체로 그랬습니다. 삼성전자 주식을 살 때는 적금 들듯 매달 주식을 사 모았는데, 상황이 안 좋을 때나 돈 나갈 일이 생기면 그나마 값이 나가는 삼성전자 주식부터 팔아야 했습니다. 마이너스 50%인 주식을 팔면 손해가 너무 크고, 필요한 돈이 다 마련되지도 않으니까요. (네, 저도 삼성전자를 자주 스쳤던 사람입니다 ㅠㅠ)
즉, 당시에 정말 필요하니까 팔았던 것 입니다.
어떤 분은 '삼성전자를 팔아서 다른 주식을 샀는데 그렇게 산 주식이 지금 코스피 8천 시대에도 마이너스다'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또한 돈이 부족하셨던 것 뿐 입니다. 삼성전자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주식도 살 수 있을만큼 여유가 있었다면 둘 다 갖고 계셨겠지요. 둘 중 하나를 선택하고, 삼성전자보다 조금 더 유망해 보이는 주식에 투자해 조금이라도 이익을 더 얻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옮겨 타신 거겠지요.
그 때의 나를 바보 같았다고, 혹은 인내심이 부족했다고 욕할 수는 없습니다.
당시에도 얼마나 고민을 하고 내린 결정이었겠어요. 주식투자 오래 하신 분들은 우량주는 언젠가 오른다는 것을 아셨을 겁니다. 그럼에도 그 언젠가(요즘)까지 버틸 수가 없는 상황이 중간에 닥쳤던 것 뿐 입니다.
두번째 화살은 쏘지 말길
삼성전자 주식이나 하이닉스 주식 등 코스피 8천 시대에 크게 오른 주식을 살 기회가 있었는데 사지 않았거나, 고민하다 다른 주식을 샀거나, 사서 잘 가지고 있다고 버티지 못하고 중간에 팔았으면 지금의 축제를 함께 하진 못합니다. 이 상황은 바꿀 수 없습니다. 이것이 첫번째 화살이라면, 두번째 화살은 자기가 자기에게 쏘는 것 입니다.
'그 때 왜 팔아가지고...' '아, 그걸 갖고 있었어야 하는데...' 라면서 후회하고, 그 때의 자신을 욕하고, 그것을 가지고 있었으면 지금 얼마일지 계산하면서 재산상 손실을 크게 본 것처럼 곱씹고 있으면 아주 괴롭습니다. 이런다고 해서 도움이 되거나 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전혀 없습니다. 내 주식계좌는 축제가 아닌 것도 서러운데, 내가 나를 욕하는 것은 더욱 서럽습니다. 첫번째 화살은 맞았더라도, 두 번째 화살을 수십발 자신에게 쏘는 것은 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불펌 적발 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