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1. Home
  2. 생활철학/생각거리
  3. 온라인에서 알던 사람이 사라질 때

온라인에서 알던 사람이 사라질 때

· 댓글개 · 라라윈

온라인에서 알게 되어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지만, 계속 보노라면 '내적 친밀감'이 생깁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그 사람이 사라지면, 그 때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아... 우린 서로의 연락처를 모르는 구나. 

저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온라인에서 사라지면 나는 저 사람에게 연락할 길이 없구나. 

우린 '이...런...' 사이구나. 

 

혹시 다시 글을 올리나, SNS라도 하나 생각날 때면 들어가 보다가 몇 년이 지나도록 아무 것도 없으면 허망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느날 문득 다시 생각이 나기도 했습니다. '커뮤니티에 자주 글 올리던 그 CIA 청년은 졸업하고 요리사가 되었을까?' 'ㅇㅇ님은 요즘은 어떻게 지내실까? 더는 글 안 쓰시나?' 같은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많이 섭섭할 때는 온라인의 인연이 덧없다거나, 이 또한 시절인연인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한 때 어떤 사람의 글에 울고 웃고 즐거워하면서, 그 사람의 새 글을 기다리는데 그러다 어느 순간 제가 시들해지기도 하고, 상대가 그만두기도 합니다. 좋아하던 웹툰도 그렇습니다. 매주 특정 요일 그 웹툰 올라오기만 기다리면서 애태우고 한 주라고 쉬면 작가님 무슨 일이신지 SNS도 뒤지고 걱정을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시들해져 제가 더 이상 그 웹툰을 안 보기도 합니다.

 

블로그를 하면서, 그냥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커뮤니티를 보고, SNS를 하면서, 이렇게 온라인에서 알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는 일을 꽤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제가 그랬습니다. 

 

 

저도 2010.02.24 운전면허증 글을 끝으로 이렇게 오랜 시간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못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어느 시점에서인지 글을 올리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내일은 글 올려야지, 내일은 꼭...' 이 어쩌다 보니 5년여가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적은 것이 2025년 어느 날 입니다.)

 

.......

 

여기까지 적은 후, 또 1년이 지나서 6년여이 되었습니다. 

 

글 한 편 올리기가 왜 이리 어려웠을까?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벌써 블로그 개설한 때로부터 17년쯤 되었으니, 이제 그 때 연애 문제를 함께 이야기 나누던 분들은 더 이상 연애에 대해 고민하시지 않으려나? 하는 생각도 들고, 지금은 어떻게 지내실까? 하는 막연한 궁금함도 들었습니다. 

 

왜 이리 그냥 하나 '발행' 누르기만 하면 되는 이 일이 어려웠을까요. 

아마도 근사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였나 봅니다. 그냥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면서 '오랜만에 쓰니까 좀 더 괜찮은 글을 써야 하지 않을까'라는 욕망이 들고, '오랜만에 글 쓰려니까 너무 어색해'라며 혼자 눈치를 보기도 했습니다.

 

다시금 글 한 편의 '발행'을 누를 용기가 생긴 데는, 명상수업에서 들은 한 마디가 도움이 되었습니다. 

'명상은 하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명상이 잘 안 되는 것은 명상을 하려고 드니까 안 되는 것이고, 그냥 명상이 되는대로 두다보면 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제야 처음 시작할 때가 생각났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도 없고, 거의 일기장 같았지만 좋았습니다. 그냥 생각을 정리하고 때로 유용한 정보를 나누기도 하고, 그러다 어느 분이 댓글이라도 남겨주시면 더없이 행복했습니다. 그러다 이 '멋짐병' 또는 '불특정한 누군가를 의식하는 마음'이 들면서, 그냥 써지는 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잘 하려고 들었습니다. 이전에 적은 것들을 부끄러워하기도 했습니다. 

 

'어머나, 이 때는 내가 이렇게 편협하게 생각했구나. 게다가 그걸 진리인양 엄청 목소리 크게 써놨어. 우와....' 이런 것들도 많아요.

그러다가 지금의 눈으로 과거를 평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때 당시에는 제가 할 수 있던 나름의 좋은 생각이었고, 그 때의 시대상에는 제법 적절했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바뀐 시대상, 저의 바뀐 시선으로 보니까 평가가 바뀐거지요. 그 때 적어두지 않았으면 지금은 떠올릴 수도 없을 그 때를 살던 제 시간들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기로 했습니다. 

다르게 긍정적으로 보자면, 지금은 '어머나... 내가 이런 말을 했구나...'라면서 문제를 조금은 알게 되었으니 그게 어딘가 싶기도 합니다. 

 

블로그 제목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서른 살이 언제적이야'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블로그 제목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다가, 이 또한 그 시절 제가 용감하게 '여자 나이 서른이면 철학자가 되는 것 같아!'라면서 외쳤던 것을 그냥 받아들이고, 두기로 했습니다. 

신은경 기자님이 기자를 그만두시고, 상담가이자 대표가 되셨을 때 "그럼 이제 제가 뭐라고 불러야 하나요?"라고 묻자, "호칭에는 그 사람과의 추억이 담겨 있어요. 그 호칭을 부를 때마다 우리가 만났던 순간의 추억까지 함께 담겨있는거죠."라는 답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기자님이라고 부릅니다. 어느 순간 호칭은 별다른 의미가 없어졌지만요.)

그 생각이 나면서 서른 살 무렵 시작했던 그 초심을 생각하게 하는 제목으로 그냥 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댓글 개
최근글
인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