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자살하면 끝이라지만, 남은 사람은?

이제는 뉴스에서 자살이야기를 보는 것이 놀랍지도 않습니다. 비관자살, 동반자살.. 이래서 자살, 저래서 자살.. 나와는 큰 상관이 없는 사람들의 자살소식을 들으면, 오죽하면 그랬을까 싶어 안타깝기도 하고, 죽을 용기로 좀 더 노력을 해보지 않고 포기한 것이 안타까울 뿐 입니다. 그러나 나와 관계가 있는 사람들의 자살은 그런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자살소식이 많이 들려온다해도, 직간접적으로 바로 제 주변사람이 자살하는 일은 겪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직 간접적으로 알고 지내던 분들이 자살을 하는 일을 몇 번 겪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은 우울한 일이었습니다.  


#1  명문대에 특차로 붙고도 자살했던 친구

자살한 사람은 제가 학원에서 친했던 A의 학교 절친이었습니다. 고인이 된 친구는 우수한 수능성적으로 연세대를 특차로 합격하여, 다른 친구들은 정시모집을 준비할 때 혼자 여유를 즐길 수 있던 부러운 상황이었습니다. 남들은 부러워하는 상황이었지만, 고인에게는 말 못할 고민이 있었는지, 죽기 직전 30kg대의 몸무게가 될 정도로 비쩍 마르면서 힘들어 하다가, 집의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했다고 합니다. 이 일로 고인의 절친이었던 A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고인은 죽기전에 A에게 만나자는 이야기를 자주 하였었나 봅니다. 그러나, 미대입시생들은 수능 끝나고 부터 하루 12시간 넘게 미술학원에서 그림을 그립니다. 당시에는 미대는 실기고사를 보아야 하기때문에 특차입학이 없어서, 모두 정시를 준비할 수 밖에 없던 시기였습니다. 정시가 끝날 때 까지 그 생활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친구를 만나거나 다른 것에 신경쓸 겨를이 없습니다. 또한 휴대폰이 아닌 삐삐 시절이었기 때문에, A가 고인과 통화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A는 자기가 시간을 내어 그녀를 만났더라면, 전화할 때 조금이라도 더 친절히 받아줘서 마음을 위로해 주었더라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거라며 자책감에 심하게 괴로워했습니다. 고인이 했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곱씹으면서, 다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인과 함께 했던 일이 떠오를 때마다 멍해졌고, 그런 날은 연필을 손에 잡지도 못하고 방황했습니다.
뉴스에 자살이라는 이야기만 나오면 심장이 철렁하는 듯 괴로워했고, 엄청나게 방황을 하다가, 결국은 재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A의 상처는 전혀 치유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니 잘못이 아니라고, 어쩔 수 없는거라고.. 죽은 OO이도 알거라고, 괜찮다고 끊임없이 위로를 해도 소용없었습니다. A에게 '친구'라는 말은 너무 좋은 대상임과 동시에, 계속해서 상처로 남게 되어 버린 것 같았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A가 고인에게 해 줄 수 있던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A가 자신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지 못할지 알 수 없는 입시생이면서, 연세대에 합격한 고인을 만나서 고민을 들어줄 처지가 아니었던 것 입니다. 만약 A가 학원을 빠지고, 고인을 만났다 해도, A 역시 얼빠진 입시생이라고 선생님과 부모님께 질책을 받았을 겁니다. 또한 자신도 스트레스로 터질듯한 상황이면서 누구의 고민을 들어주고 위로를 해 줄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는 항상 고인에게 빚을 안고 삽니다.
자신이 좀 더 챙겨줬다면 그녀가 죽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고.....

#2 인터넷 기사로 자살 소식을 접하게 된 교수님과 친구

처음은 대학교 때 였습니다. 싸이월드 뉴스를 클릭하고 있는데, 낯익은 이름이 눈에 띕니다. 절대 동명이인이 없을 아주 독특한 예명을 가지신 교수님(사실 본명도 독특하셨던..)의 기사였습니다.  작가로도 유명하셨던 교수님이셔서, 전시회 소식인가 하며 클릭을 하였는데.....
교수님이 작업실에서 돌아가셨다는 기사였습니다. 자살로 추정되는 심장마비였다고 합니다.
순간 컴퓨터 앞에 앉아 굳어 버렸습니다. 바로 얼마전 까지 학교에서 웃으면서 인사했던 분이... 바로 전에 드로잉북 사용법을 가르쳐주시고, 대학미술은 이런거라는 신천지를 알려주시던 교수님이.....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항상 학생들에게 강한 생각을 심어주던 분이... 어쩌다가 그런 약한 생각을 하시게 되었는지... 너무 안타깝고 놀랐습니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교수님을 좋아했던 아이들이 많았는데.. 교수님의 자살소식은 아이들을 충격과 눈물에 잠기게 만들었습니다. 벌써 십여년이 되었건만, 아직도 교수님 사진이나, 교수님과 무척 닮아서 좋아했던 초상화를 보면, 교수님이 생각나면서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얼마 전 이었습니다. 그날도 새벽에 즐거운 블로깅을 즐기고 있었는데, 한 포털 사이트에서 낯익은 이름이 검색어 상위에 랭크되어 있었습니다. 혹시 내 중학교 동창 그 OO이 인가 싶어 반가운 마음에 클릭을 했는데......
그 친구가 무명배우로 비관자살했다는 기사였습니다.
15년전 그 때와 변한 것 없는 서글서글한 외모의 그 친구가 맞았습니다. 순간 멍해졌습니다.
가까운 사람들이 죽으면 슬픈 건 조금 뒤의 일 입니다. 우선은 멍해집니다. 실감나지 않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까지도 한참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더욱이 전해주는 사람이 있어 전해듣고 위로도 함께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인터넷을 보고 죽음을 알게 되는 것은 그 충격이 더 컸습니다.
- 인터넷뉴스로 전해들은 친구의 비보(悲報)

#3 사업실패로 비관자살한 아들을 보낸 어머니

원래 그 아주머니는 나이에 비해 정말 10살 이상 젊어보이시는 분이셨습니다. 특별히 관리를 하시거나, 꾸미시는 것도 아니었지만, 자식들이 모두 다복하게 잘 살아 주었기에 행복하셔서 더 그렇게 보이셨던 것 같습니다. 그 분은 자제분들이 모두 잘 풀려서, 자식농사 잘 지으셨다는 부러움을 받으시던 분이셨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성공한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들이 갑작스레 사업이 실패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저렇게 해결해 보려고 하시긴 했으나, 결국 잘 안 되었는지..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습니다.

아들의 일이 있고 나서는, 그 아주머니는 나사를 수십개 풀어버리셨습니다.
정말 하루 아침에 폭삭 늙는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만큼 늙어버리셨고, 그렇게 기억력 좋고 밝으시던 분이, 무슨 말씀을 드려도 그저 멍하십니다. 자신이 돈이 많아서, 아들이 사업에 실패 했을 때 막아줄 수 있었다면 아들이 죽지 않았을거라며 자신의 무능을 한탄하고,  부모가 더 든든한 백이 되어 주지 못해 아들이 죽은거라면서 자책을 하십니다.
부모보다 먼저 가는 것이 불효중의 불효라는데, 그런 것조차 탓하지 못하시는 것이 부모님 마음인가 봅니다. 그저 자기가 오래 산 것이 미안하고,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 안타깝고, 원통하고.... 죽은 자식을 원망하기는 커녕 그저 아무 것도 못해준 자기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럽고 속이 상하신가 봅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땅에 묻지만, 자녀가 죽으면 부모님의 가슴에 묻으신다고 하는데.... 병으로 자신보다 자녀가 앞서 가도 그 충격이 상당할 진데, 하루 아침에 사업이 실패하고 아들이 자살하는 일을 겪으셨으니... 그 황망함은 미루어 짐작하기 조차 어렵습니다.

하지만 평생을 살림을 해오던 평범한 아주머니가 아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더 있었을까요..
아들의 부도를 막기 위해 아주머니가 모아두신 적금통장 한 개 가지고는 턱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어도 아들에게 힘내라고 사랑한다고 했던 것 말고, 도대체 어머니가 해 주실 수 있는 것이 무엇이 더 있었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자책을 하시니... 아마도 그 아주머니는 눈 감으시는 날까지 아들의 일이 한으로 남으실 것 같습니다. 



주위사람이 자살을 하게 되면, 남아있는 사람은 엄청난 슬픔과 황망함이 쓰나미처럼 몰려옵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믿기지 않는 사실에 제 정신을 차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자살을 하게 된 것에는 자기가 아무 것도 못해준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 입니다.  또한 지켜주지 못했다는 것에 굉장한 좌절감을 느끼게 됩니다. 관심 가져주지 못하고, 고인이 그 무서운 결심을 하는 동안 아무 것도 해주지 못했음에 너무나 미안하고 원통합니다. 온갖 후회들로만 가득합니다.
그래서 너무나 힘이 듭니다. 그리고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됩니다.

이렇게 남아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힘들어 하는 것을 보면,
오죽하면 자살까지 했을까 싶어 너무나 안타까우면서도...
남아있는 사람들은 어쩌라고 그런 이기적인 결정을 내린 것인지... 가신 분들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자살을 결심한 상황에서 주위사람따위를 생각할 마음의 여유같은 것은 없었겠지만,
자살이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짓이라면서, 원망이라도 해보고 싶은 것 입니다. ㅜㅜ

하지만, 이런 원망도 제 3자의 입장일 뿐입니다.
돌아가신 분과 가까웠던 분들은 원망따위도 못 합니다. 차라리 원망이라도 하면서 죄책감과 좌절감을 떨어버리시면 좋으련만, 다 자기 탓이라 생각하면서, 갚을 수 없는 빚에 괴로워 하십니다.


혹여라도 자살생각을 하신다면,
제발 남아있는 사람들이 평생 지고 살아가는 멍에를 한 번만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자살 생각을 하실 정도의 궁지에서는 다른 사람따위를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것을 압니다.
오히려 내가 이렇게 힘든데도, 다른 사람들이 아무 것도 해주지 않는 것 같아 원망스럽기만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내가 죽어도 별로 슬퍼할 사람도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당신이 죽는 순간부터, 당신을 사랑했던 사람들은 살아있어도 사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죄책감, 원통함에, 오랜 세월 가슴에 한을 지고 살아갑니다.
그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마지막 용기라도 한 번 더 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는 분의 자살로 죄책감에 서운함에 슬픔에 너무 힘드시다면... 한번만 생각해 보셔요...
고인은 남아있는 사람들이 슬프기를 바라진 않았을 것 입니다. 고인은 자신이 사라짐으로 인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랬을 뿐, 평생 여러 사람의 가슴의 문제로 남고 싶지는 않았을 것 입니다...
자신을 잊기를 바라진 않았더라도, 자신으로 인해 죄책감과 온갖 힘든 감정으로 시달리기를 바라지는 않았을 것 입니다. 만약 자신으로 인해 지인들이 받는 고통의 크기를 안다면, 고인이 되신 분들은 저 세상에서도 마음 불편해 하실지고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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