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밥줘. 돈줘. 한 마디에 냉랭해지는 남녀관계
"나 지금 손님이랑 있어. 일하고 있잖아."
"지금 못 들어가. 조금 기다리던가 오늘은 좀 알아서 챙겨 먹어."
라더니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전화를 끊습니다.
아침에 국을 끓여놓고 나왔는데, 후덥지근한 날씨에 그 사이 국이 쉬어버렸다고 합니다. 그러자 남편이 반찬 없다며 들어와서 저녁차리라고 전화하셨다고 합니다. ^^;;
남편 먹으라고 끓여놓고 나온 국이 쉬어버렸다는 것도 아깝고 속상할텐데, 남편이 전화해서는 국이 쉬었다며 짜증을 내고 일하는데 들어와서 밥 차리라는 것도 참 재미없는 일일 듯 합니다.
손님 앞이라서 그런지
'국 없다고 밥 못먹나, 나 참 일하는데..'
라면서 가볍게(?) 한마디 하고 넘어가셨지만, 주위에서도 이런 이야기들은 단골 푸념거리 1순위가 되곤 합니다.
일하고 있는데 전화해서는 양말이 어디있는지 못 찾겠다, 일주일 전에 먹던 반찬은 어디있냐, 라며 무엇 하나 자기 힘으로 못해서 징징대는 것에서도 많이 속상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내들만 이런 푸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 역시 일하는데 직장으로 전화해서는 집에 벌레 나왔다, 형광등이 나갔다며 당장 급한 일도 아닌 문제로 닥달하는데 속상해진다고 합니다.
퇴근해서도 상황은 비슷하다는 푸념은 끝없이 이어집니다.
퇴근하자 마자, 부인이 보더니 하는 첫 마디가
"공과금 밀렸어. 돈 줘."
퇴근하자 마자, 남편이 하는 첫 마디가
"왜 이제와? 배고파. 밥줘."
라고.
속상해죽겠다며, 결혼하고 싶은 미혼녀인 저를 붙잡고 결혼생활에 대한 환상을 퍽퍽 깨주곤 합니다. ㅠㅠ
(그르지 마세요.. 전 그래도 결혼하고 싶어요..)
결혼 전 연애할 때는, 용건도 없는 뻔한 이야기들이 귀찮기도 했다고 합니다.
"밥은 먹었어?"
"피곤하겠다.. 얼른 쉬어."
"출근 잘 했어?"
"오늘은 어땠어?"
와 같은 말들..
그리고 "우리 자기 오늘도 힘내!"
같은 이야기들에 답장할 말도 마땅치 않고, 밥 먹은거 뻔히 알면서 왜 물어보는지, 연인 사이에 이런 의례적인 이야기를 왜하나 싶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결혼하고 나서는 너무 의례적인 이야기가 싹~! 빠져버리고,
본인이 필요한 실속있는 "용건만 곧바로" 이야기를 하다보니,
오히려 연애시절 쓸데없다 느꼈던 안부말들이 그리워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아내가 피곤했는지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따위는 관심도 없고,
아내 역시 퇴근하고 와서 배고프고 힘든데, 자기만 배고프다는 듯이
"왜 이제와? 배고파, 밥줘."
라고 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얄밉다고 하네요.
원래 미혼녀에게 남편 흉을 볼 때는 모든 정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하게 남편이 정말 나쁜 사람인듯 더 부풀려서 얘기하는 면도 있기에, 듣는 저도 그러면 남편이 참 얄미울 것 같긴 했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온 아내가 빨리 저녁상을 차리게 만들려면,
"용건만 곧바로" 보다는
"힘들었지? 우선 좀 쉬어. 배고프겠네.."
라는 말 한 마디가 오히려 아내의 피곤에 쩔은 마음을 녹여 빨리 저녁준비를 하고 싶게 만드는 말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힘들었지, 하고 나서 바로 밥줘하면... ㅡㅡ;;; 곤란하고요...
오래 사귈수록, 말하지 않아도 안다고 여기게 됩니다.
말하지 않아도 밥 먹은거 알고, 피곤한거 알고, 회사에서 다른 사람이랑 사이가 어떤지도 알기 때문에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는거죠. 그리고 연애 초반 달콤했던 "힘내라는 말, 사랑한다는 말, 보고싶다는 말" 같은 것은 오글거리기도 하고, 굳이 말 안해도 마음을 뻔히 알테니 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의례적일 수도 있지만, 그런 마음을 토닥이는 말들은 상대가 알거라 생각하고 생략해 버린채,
"그거 어딨냐?" "밥 줘" "돈 내야 되는데 모자라."
이런 실속대화만 곧바로 튀어나와 버리나 봅니다.
그러나... 엄마 몸에서 나온 자식의 마음도 말을 안하면 모르겠다고 하시는데,
남남이 만나 인연을 맺은 연인 부부는 말하지 않아도 아는 부분이 더 적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전후좌우 사정 말할 것 없이 요점만 말해도 상대가 알아서 이해할거라고 너무 굳게 믿지말고..
조금 더 상대 마음부터 보듬어주는 대화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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