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우리 엄마가 시어머니가 되면 안 될 것 같은 이유
저와 제 동생은 자매입니다. 저희가 명절이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남동생이 없어서 정말 다행인 것 같아. 만약 우리 같은 시누이 둘에 우리 엄마 같은 시어머니면 누가 버티겠어."
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진심이에요.
엄마가 시집살이를 호되게 하신 덕분에 저희는 시집살이 시키는 유형에 대한 촉만 아주 좋아졌습니다. 친할머니는 착하고 우유부단해서 시집실이 시키는 스타일이셨고, 이모할머니는 독하고 못되게 시집살이 시키시는 스타일이었고, 친척 어른 몇 분은 민폐형 시집살이 시키시는 캐릭터 였거든요. 흔히 나쁜 시어머니라고 하면 드라마에서 나오는 독한 캐릭터를 떠올리나, 저희가 엄마 덕분에 간접체험한 바에 따르면 사람이 아주 착하고 좋아도 시집살이는 독하게 시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회사에서 사람 힘들게 하는 상사 유형과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착하고 좋으나 부하를 엄청 힘들게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요... ㅜㅜ
이런 시어머니가 아니어도....
본인이 잘해서 남들이 못 하는 것을 이해 못함
제가 중3이 되어서야 작은 아빠들이 결혼을 하셔서, 엄마는 15년 넘게 혼자 제사를 다 준비하셨습니다. 작은 엄마들만 생기면 엄마의 고생도 좀 덜어질 줄 알았어요. 그러나.... 저희 엄마께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엄마가 워낙 요리와 살림을 잘 하시다 보니, 어지간히 해서는 눈에 차지 않아 합니다. 엄마는 새로운 요리도 한 두 번 맛 보시면 그대로 재현해 내거나, 때때로 파는 것보다 더 맛있게 만들어 내는 솜씨를 갖고 계십니다. 그 덕분에 딸인 저는 아주 좋았는데, 작은 엄마 입장에서는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작은 엄마가 어지간히 잘 하셔도 마음에 안 들어하셨어요.
"잡채 재료 다 다듬고 볶아놓고, 그거 마지막에 같이 볶는거 하나만 하면 되는데, 그걸 망쳐놓니..."
"고기 정말 좋은 걸로 사다가 잘 재워놨는데 산적 하면서 홀라당 태워 먹었다."
이런 후기로 명절 이후 며칠간... 뒷담화 아닌 뒷담화 같은 이야기를 하셨어요. 이제는 20년 정도 더 지났기 때문에 엄마도 좀 내려놓으신 것 같은데 처음 몇 년 동안은 엄마가 잘 준비해 놓은 재료로 시원찮은 요리를 만들어 놓았다고 참 많이 속상해 하셨습니다.
작은 엄마들이니 딱히 뭐라고는 못 하시고 속상해 하고 그치셨지만 며느리였다면 장난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본인이 너무 뛰어난 분들도 힘든 시어머니의 특성인 것 같아요... ㅡㅡ;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림
다른 사람이 한 요리가 마음에 안 드셔서 그럴 수도 있으나, 저희 엄마는 웬만하면 엄마 혼자 다 해 놓고 기다리십니다.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일 것 같습니다. 요리 뿐 아니라 뭐든 맡으신 일은 직접 완벽하게 해 내시는 성격입니다.
그러나 완벽하게 해내는 능력과 체력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악으로 깡으로 어떻게든 맡은 것은 완벽하게 직.접. 다 해 놓으시는데, 그 뒤에 병이 납니다. 딸인 제가 보기에는 좀 내려놓고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엄마 몸이 좀 편해질 것 같은데, 본인이 직접해야 직성이 풀리는 분들은 그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병이 나면 서운해 합니다.
그 대상이 며느리라면 서운함 + 분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인이 직접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은 고려하지 않은 채, 며느리가 일을 못해서 다 하느라 병 났다고 하지 않으실지...;;;
그렇다고 가르쳐주는 것도 아님
타고난 사람들의 특징인 것 같은데, 원래 잘하다 보니 그걸 못 하는 것을 이해도 못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는 것도 좀 어려워합니다.
"형님~ 이건 양념 어떻게 해요?" 라고 물어보시면, "응. 그거 적당히 넣어." 같은 식으로 답을 해주십니다. 작은 엄마가 다시 "몇 그램 넣을까요? 아니, 몇 숟가락 넣어요?" 라고 하면 대충 알려 주시는데, 엄마는 왜 이런 것도 모르나 하는 눈치이십니다. 엄마는 수십년을 그냥 알아서 대충 적당히 넣어도 맛이 났으니까요... ㅡㅡ;
지금은 특제 양념 만드실 때는 레시피로 만들어서, 고춧가루 몇 숟가락, 식초 몇 숟가락 이렇게 적어두었다가 알려주시는데... 그건 양념장 같이 딱 적기 좋은 것들에 한해서 입니다. 여전히 수 많은 요리는 엄마의 손맛에 의해 하시기 때문에, 엄마께 "형님, 좀 쉬세요. 제가 할게요. 이건 어떻게 하는거에요?" 라고 했을 때, 설명을 못해서 결국 엄마가 하시기도 합니다.......
덤. 시누이 캐릭터로 별로인 두 자매
저는 명절에 무용지물에 가까운 1인입니다. (심부름, 단순 잡무 외에는 요리고자라 쓸모가 없음. 사촌동생들 어릴 때는 애보는 담당이었으나, 이제 사촌동생들이 대학생이라 정말 무용지물) 그러나 명절 준비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해서 입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훈수는 잘 둡니다.
제 동생은 엄마처럼 요리도 잘하고, 살림도 좀 하고, 살갑고 친근하기도 해서 잘 해줍니다. 그러나 제 동생도 종종 감정기복이 있어서 수 틀리면 해 붙일 때가 있습니다. 참 환상의 조합이죠...
결론... 남동생이 없어서 다행이라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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