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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어머니들

· 댓글개 · 라라윈

라라윈 생각거리 : 현대 고려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어머니들

엄마와 이웃어른들이 만나셔서 재미나게 이야기를 나누시다가 시어머니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모이신 분들을 보니 모두 시어머니 모시고 살기의 달인들입니다.
한 분은 시어머니 뿐 아니라 시이모도 모시고 살고, 자기 집 제사도 모잘라 이모댁 제사까지 지낸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계시고, 다른 아주머니는 결혼 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분가해서 살아보지 못하고 조선시대 안방마님처럼 집 밖으로는 한 걸음도 안 나가시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는 이력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대체로 "시어머니 한 번 안 모셔 본 사람 없잖아요~""시집살이 안 해보면 결혼한거 아닌거잖아요~" 하는 분위기 였습니다. 

한 아주머니가 이야기를 꺼내십니다.
"나이가 85세 정도 되면, 한 군데다 모아서 살게 하면 좋겠어.
정부에서 실버타운 같이 노인들 요양시설을 만들어서, 병원치료도 받게 하고 관리도 해주는거지."

응? 시집살이가 힘드신 것은 알겠지만, 이건 고려장이랑 비슷한 느낌입니다.
나이 먹으니 산에다 갖다 버린다는 고려장처럼, 연세가 많이 드시면 한군데 모아놓자고 하니 너무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궂이 그렇게 시설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요즘은 연세 드시고 아프신 분들은 고려장 아닌 고려장처럼 요양병원에 맡겨집니다. 그 곳에 가시게 되면, 노인성 질환이라서 완치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대체로 돌아가실 때까지 그 곳에 계시다가 가시는게 보통이라고 합니다. 요양병원 뿐 아니라 실버타운도 있는데, 굳이 노인들을 보낼 곳을 이야기하시는걸까요?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1. 시어머니도 모시고, 며느리도 모셔야 되는 60대 신세

시어머니가 80세, 90세가 되어가는 분들은 며느리도 이제 50 중반을 넘어 60세, 70세가 다 되신 (할머니라면 할머니인) 나이입니다. 그렇다보니, 자신도 곳곳이 안 아픈 곳이 없이 쑤시고 괴로운데, 시어머니 수발까지 들려니 죽을 맛이라는 것 입니다.
이제는 누구를 모시고 보필할 상황이 아니라, 자신도 자녀들에게 챙김받기 시작해야 할 때인데, 여전히 시부모를 모시고 식사때에 밥 해다 바치고, 목욕탕 모시고 다니면서 때 밀어 드리고 목욕시켜 드리고, 일일이 챙겨드리는 것이 힘에 부친다고 합니다.

더 힘든 점은 자신은 그렇게 평생을 시집살이를 했는데, 지금 며느리들은 되려 시어머니를 시집살이 시키는 것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김장해서 집으로 가져다 주지 말고, 아파트 경비실에 맡겨놓고 와야 사랑받는 시어머니가 될 수 있다는 우스개소리처럼, 며느리 눈치를 봐야 한다고 합니다.
자신들은 아직도 살아계시는 시어머니에게 여전히 시집살이를 당하고, 며느리에게도 당하는 양쪽에서 치이는 입장이라는 것 입니다. (그러나 며느리나 이 분들의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자신이 시집살이 하고 있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2. 요양 병원으로 보내기도 어려워

실버타운이나 요양병원이 있어도, 자녀 입장에서 나서서 보낼 수는 없다고 합니다. 부모에게 병원에 가시라고 말을 꺼내기도 어렵고, 아들이 있고 며느리가 있으면 자식이 모시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위 시선이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합니다.

저희 집의 경우도 지금은 할머니를 병원에 모셨는데, 치매증세가 약하실 때는 집에 모셨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엄마도 약하고 아픈데 할머니를 빨리 병원으로 모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아빠 엄마는 차마 할머니를 병원으로 모실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할머니께서 한참을 밤낮으로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시다가 도저히 집에서는 어떻게 해 드릴 수가 없자, 병원으로 모시게 되었는데, 대부분 가정이 비슷할 것 같습니다. 아파 죽을 지경이 아니라면, 쉽게 병원으로 모실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3. 대책없이 늘어난 수명으로 노후계획이 없어

더욱 문제는 지금의 60대만해도 늘어난 수명에 대해 대비를 하지만, 지금 8~90이 되신 시어머니 세대는 노후대비없이 어쩌다보니 오래사는 상황인 경우가 많아 힘들다고 합니다. 집에 계셔도 하시는 일도 없고, 하실 일도 없어서 그냥 60먹은 며느리를 뒤 따라 다니며 잔소리나 하시는 것이 소일거리라고 합니다.
노인정이라도 가시고, 문화센터 같은 곳이라도 다니시면 좀 나은데, 집안에만 계시면서 며느리도 자신과 똑같이 밖에 나가지 말고 살림이나 전념하라고 하면 괴롭다고 합니다.
아마도 지금 60대 어머니들은 자신이 60대에도 시어머니를 모셔야 한다는 생각은 안 하셨을 겁니다. 예전에는 60대쯤 되면 집안 최고 어른이 되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 였으니까요.. 마찬가지로 살아계시는 8~90대 할머니도 자신이 그렇게 오래 살거라는 생각을 안 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보니 계획이나 준비없이 오래 살고 있고, 나이드셔서까지 시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려서 더 힘드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뭏든 60대 어머니들의 대화를 들으며 60대의 고충을 아주 쬐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는데, 다음 날 목욕탕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60대쯤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90이 되셨다는 시어머니를 목욕시키고, 옷을 입히고 계시는데 옆에서 옷을 벗으시는 80이 다 되셨다는 할머니가 갑갑하다는 듯이 한 마디 하십니다.
"나이 먹어서 못 움직이면 죽어야지. 오래 살아서 자손들만 고생이네...
이래서 90넘으면 한 데 모아서 살게 하든가 해야 돼..."

어? 90?
본인이 80세가 넘으셔서 85세는 너무 가깝다 생각이 되셨는지, 그 할머니는 기준이 90인가 봅니다.
그럼 90세 정정한 할머니는 100세가 되면 모아서 살게 해야 한다고 할까요?? ^^;;;

평균수명이 늘어난만큼
지금 우리 부모님들은 건강하게 재미있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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