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대한 남자의 심리?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라라윈이 읽은 책: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남자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는 문화심리학 책

결혼생활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언제부터인가 결혼은 후회라는 것을 수긍하도록 세뇌되고 있습니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 라는 말이나, "너는 결혼하지 말고 혼자살아. 이거... 참.." 이라는 후회 그득한 기혼자 선배들의 따뜻한 (하지만 결혼하고 싶은 미혼에게는 도움안되는) 조언때문에, 저도 모르게 결혼을 해보지도 않고 그럴거라 생각하고 있게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제 남편이 떡하니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라고 하면,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것 같습니다. 저는 후회를 하는 순간이 있을지언정 남편이 나를 만나 결혼한 것에 후회한다고 한다면 무척이나 가슴이 아플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처럼 유명한 분이 - 사모님도 유명한 교수님 - 떡하니 이런 제목으로 책을 낸다고 했을 때 그 부인의 기분이 어땠을까 궁금했습니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책 첫 장의 프롤로그부터 그 궁금증은 풀렸습니다.
실제로  책 제목을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로 지었다고 하자, 부인이 물어보았다고 합니다. 정말 후회하냐고..
저자는 "가끔..." 이라 대답했고, 아내는 말했다고 합니다.
"난, 만족하는데...."
......
"아주 가끔....."


아....
웃기면서도 이런게 결혼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남의 부부의 속내를 엿본다는 호기심에 다음 장을 넘기고, 점점 더 솔직해지는 저자의 이야기에 아예 폭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좀처럼 소소한 일에는 입을 여시지 않는 우리의 과묵한 남자분들을 대표하여, 스스로를 팔랑귀 소심쟁이 욱하는 성격으로 정의하시며, 아내와의 시시콜콜한 일에서 느끼는 심리를 이야기주기에 결혼을 안한 미혼입장에서 훔쳐보는 재미가 더 컸습니다.
또 책의 부제인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이라는 말처럼, 스스로를 '쉽게 화내고, 자주 좌절하고, 사소한 자극에도 짜증부터 내는, 아주 전형적인 한국의 중년남자." 라고 소개하고, 왜 남자들이 쉽게 짜증을 내고, 사소한 일에도 벌컥 화를 내버리는지 그 남자의 심리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파헤쳐주고 있었습니다.
중년 남자의 심리라고 하니, 저와 큰 상관이 없다 느껴졌는데 가만히 보니 이제는 저에게 오빠 뻘이신 분들도 중년이 되어가고 있어 이 책은 오빠의 심리이자, 주위의 중년 직장 상사의 심리, 아빠의 심리, 삼촌의 심리라 느껴졌습니다.


오빠의, 아빠의, 주변 아저씨의 심리?

우선은 아저씨가 될수록, 나이가 드실수록 쉽게 화를 버럭내시거나 무료하고 우울해하는 심리는 왜 인지부터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가깝게는 아빠부터 점점 연세와 함께 남들에게는 여전히 성격 좋으시다는 말을 들으시지만, 집에서는 종종 별 것 아닌것 같은 일에 울컥하시기도 하고, 우울해지시는 모습도 보게 되기에, 더 궁금했던 부분입니다.

답은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사는게 재미가 없기 때문 이라고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으로 가정의 가장으로 요구되는 압박은 커지는데, 그 의무를 다 한다고 해도 칭찬이나 당근은 없고 그냥 압박과 스트레스만 있을 뿐이니 사는 것이 재미가 없고, 별 것 아닌 일에도 짜증이 나게 된다고 합니다. 사는 것에 재미가 없으니 뉴스를 보며 뭔가 세상이 뒤집어질만한 익사이팅한 사건이 있는지 없는지에 온 신경을 기울이게 된다고도 합니다.

시작은 이땅의 중년 남자의 이야기라 하셨지만, 읽다보니 제 또래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 같았습니다.
블로그에 여자가 바라는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적으면, 많은 남자분들은 한숨을 쉬십니다. 뭐 이리 바라는게 많고 해줘야 될 것이 많냐는 것이죠. 그런 글을 적는 목적이야 압박을 드리기 위함이 아니라 여자의 심리에 대한 정보를 드리고자 하는 것인데, 부담으로 느끼시는 것도 이해는 됩니다.
보통 연애를 하면, 남자는 여자친구가 만족스럽게 해줘야 하고, 토라지면 달래줘야 하고, 화내면 이유를 알아내야 하고, 눈치를 살펴야 하고 책임과 리드에 많은 부담을 느낍니다. 그렇다고 여친에게 좋은 소리라도 들으면 좋겠지만, 저 모든 것이 그냥 "당연" 한 것이 되어버려 맥빠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여자라고 압박을 느끼지 않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남자가 느끼는 책임과 리드의 압박이라는 것이 참 엄청날 것 같고, 해도 만족하지 못하고 "더." "더" "더"를 외치는 여친이나 마눌님, 직장 사람들을 보면 낙이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제 또래의 직장 적응기 사람들의 우울증의 원인 또한 아닐까 싶었습니다.
직장생활 5~6년차, 그 이상 접어들다 보면 이제 일도 적당히 익숙하고, 어떤 일이든 처음 대학에서 배우면서 사회에 나가서 내 꿈을 펼쳐보리라 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를 때가 많습니다. 정작 내가 하는 일이라는 것은 어제와 비슷한 일을 반복하는 기계같은 느낌일 때가 많고, 스스로도 약아져서 굳이 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느슨하게 살게 됩니다. 그리고는 인생의 보람이 없고 무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나이때에 공부를 더 하겠다며 학교를 다시 다니거나, 문화센터에 열을 올리거나, 뭔가 예전같은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꺼리를 찾아 하이에나처럼 헤매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도 그런 반증일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이 사는게 "재미"가 없기 때문이겠죠.
재미도 없고, 뭘 한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는 사람도 없기에 할 의욕도 안 생기고요.

모순되게도, 연애와 결혼의 후회하는 점을 이야기하더라도 연애와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 이유 역시 재미와 인정때문이기도 합니다.
기혼자 분들 중에는 "결혼해서 가장 좋은 점이 뭐에요?" 라는 질문에
" 내 편이 생긴거요. 이제는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 확실한 내 편 한 명이 있잖아요."
라는 말을 하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내가 뭘 한다고 했을 때 알아주고 믿어주고 지원해주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 커다란 삶의 즐거움이자, 신나는 일이겠죠.
연애의 즐거움도 이런 인정과 감탄의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는 누군가 내 얼굴에 내 몸에 이렇게 관심을 갖아 준 적이 없고, 나의 사소한 일에도 이렇게 관심을 갖아준 적이 없었는데, 작은 일에도 잘했다 칭찬해주고, 예쁘다해주는 사람을 만나니 삶의 재미와 활력소가 생깁니다. 그래서 사람이 연애를 하면 예뻐진다, 좋아진다 라고 하고, 실제로 얼굴이 환해집니다.
연애해서 힘들고 결혼해서 후회스러울수도 있지만, 얼마나 재미지게 하느냐에 따라 사는게 재미없는 사람에게 사는 재미가 되어 줄 수도 있는 것이 사랑인가 봅니다.


결국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하지 않는 남자의 유쾌한 심리치유 에세이였습니다. 책을 읽으며 남자의 심리도 많이 이해할 수 있었고, 제 스스로에게도 심리치유가 되는 감격에 못이겨, 엄마에게도 강력추천을 했습니다.
"엄마, 아는 분이 추천하셔서 읽은 책인데...
 이 책을 보니까 아빠가 변한게 이해가 돼.... "
하면서 밖에서는 사람좋기로 유명한 호인(好人)이신 아빠가 왜 식구들과 있을 때는 가끔씩 사소한 것에 부르르 화가 나시는지, 섭섭해하시는지 문화심리적 해석을 신나게 들려드렸습니다. 저의 의도는 엄마도 이 책을 읽어보시고 아빠의 심리를 좀 더 이해한다면 아빠한테 서운한 점이 줄어들고 이해가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엄마의 한마디.
"야, 그 책 괜찮다.
아빠보고 좀 읽고 고치시라고 해라."
".........."

자녀의 심리에 관한 책은 이야기하면, 읽고 너 고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먼저 집어가셔서 읽으시면서 아빠에게는 조곰 다르신 것 같습니다. ㅡㅡ;;;;
어쩌면 부부사이에, 커플 사이에 일어나는 서운한 일들은, 다른 사람은 다 몰라도 너만큼은 나를 이해하고 고쳐줬으면 하는 이기심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참 많이 양보하기도 하지만, 사랑한다는 이유로 이해하기 싫고 네가 나를 이해해주기만을 바라는 것은 아닌지....




책을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3명의 교수님

자신을 낮추면서 책을 추천해주신 교수님

따뜻한 카리스마님은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의 저자이시자, 교수님이십니다.
그런 따뜻한 카리스마님이 극찬하신 책이 있었습니다. 이 책을 보자마자, 무릎을 치며, 지금의 나로서는 이런 책을 쓸 수 없다는 생각을 하셨다는 말씀에 그 자리에서 알라딘에 들어가 주문했던 책입니다.
교수님들이 책을 추천할 때, 나는 이런 책을 쓸 수 없다며 국내의 또래 교수님의 책을 추천하는 광경은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에 무척 놀라웠습니다.

자신을 다 드러내고 권위는 던져버린 교수님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 중의 하나는 저자 김정운 교수님의 대단한 자신감과 소탈함입니다.
저같은 사람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없어보이지 않으려고 제가 쓸모있는 사람으로 각인되게 하려고 부단히 애를 씁니다. 저를 알아두면 삶의 깨알같은 도움이 될거라는 홍보에 열을 올리죠. 제가 소탈하게 막말을 하고, 속내의 부족함을 거침없이 드러냈을 때에는 "와... 대단한 사람이 이런면도 있네.."가 아니라 그냥 원래 없는 사람의 없는 행색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책 속에 발가벗고 계시는 듯한 저자의 솔직함을 보며 대단한 자신감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학교 교수님

이 책이 더 인상적인 이유 중 하나는 저희 교수님이 책 속에 등장하십니다. 심리학을 전공하다보니 저희 교수님이 문화심리학자이신 저자 김정운 교수님과 지인이신가 봅니다.
우선 아는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자체가 너무 반가운데, 실명으로 상세히 교수님에 대한 프로필이 소개되는데, 이어지는 이야기는 야한얘기를 주고받으신 이야기입니다. +_+
학교에서 볼 때는 너무나 젠틀하고 멋진 모습에 여학생팬들이 많은 교수님이신데, 절친 교수님들이 모이시는 자리에서 나누셨다는 소탈한 이웃집 아저씨같은 이야기에 무척이나 정이갔습니다.
좀 더 사람냄새나는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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