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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없어진 하루

· 댓글개 · 라라윈
주말 저녁에 저의 행복한 이공간으로 진입을 시도하는데, 갑작스레 인터넷이 말썽을 부립니다.
공유기 때문인가 싶어 직접 회선을 연결해보고, 무선인터넷으로 잡아보고 별 짓을 해봐도..
인터넷연결 신호는 계속 묵묵부답입니다. 결국 인터넷 A/S센터로 문의를 했습니다. 몇 가지 시키는대로 해보니, 밖에서 회선이 손상되어 차단이 된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 당장 연결해 달라고 생떼를 써 봤지만, 안되는 일은 안되나 봅니다.

티비를 켜도, 주말답게 재미있는 것 하나를 안합니다. (왠지 주말이면 유독 재미없는 프로만 골라하는 느낌입니다. 볼 만한 영화 한 편, 드라마 한 편을 안 하는 것 같습니다..)
뭐 먹으러나 갈까 하고 생각하니, 인터넷이 되어야 맛집을 찾아보는데.. 답답합니다.
어디 나갈까 하고 생각하니, 인터넷이 되어야 날씨나 도로정보를 보는데... 답답합니다.
영화라도 한 편 볼까 하고 생각하니, 인터넷이 되어야 다운이라도 받는데... 답답합니다.
게임이라도 할까 하고 생각하니, 인터넷이 되어야 게임도 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하나 없다고.. 이렇게 많은 것이 답답해 질 줄이야....

막상 바쁘거나 피곤하면 컴터를 키지도 못하고 하루가 가는 날도 있습니다.
그렇게 인터넷을 하는 날이야 상관 없지만, 오늘처럼 하는 날은 너무나  답답해 지는 것 입니다.

언제부터 인터넷이 이렇게 내 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한 것이었나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대학에 갈 당시만 해도.. 그제서야 각 가정에 컴퓨터가 보급된대다가 컴퓨터 성능도 미흡해서, 포토샵 한 번 띄우면 나머지 프로그램 동시 실행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이라는 것도 연결이 안되기 일수여서, 인터넷은 고작 메일 주고받기 정도였습니다.
그때는 컴퓨터가 안된다고, 인터넷이 안된다고 이렇게 답답하고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컴터 사양과 인터넷 품질과 속도가 좋아지면서, 점차 인터넷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고, 온라인 속 공간은 오프라인 못지않게 중요해졌던 것 입니다.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컴터와 인터넷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하루 안된다고 이렇게 불편하고 갑갑해서 죽을 것 같은데....
갈수록 인터넷에서 많은 것을 하게되면.. 인터넷이 나한테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더 커질것인가 하는 두려움 같은 것이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 생각이 미치자, 그간 인터넷 온라인에 빠져 제쳐두었던 일들을 세세히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종이 다이어리에 일정도 정리해보고, 온라인 강의 없이 공부도 하고,  다른 일도 하고......
시간이 참 더디가고 여유롭습니다.  인터넷이 되었을 때  블로그 하고, 사이트 몇 개 보다보면 훌쩍 보냈을 몇 시간인데, 다른 일을 차분히 하나하나 해 나가니.. 시간이 되려 남습니다.

인터넷이 무엇이길래,
인터넷을 안하면 큰 일날 것처럼 가장 먼저 인터넷부터 했던 것 일까요....
인터넷이 제 삶의 어떤 의미였을까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리 큰 '의미'를 가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성적인 생각으로는 '나의 편의'를 위한 '도구' 였을 뿐 입니다. 하지만, 어느새 인터넷이라는 편리한 도구가 나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넷이 없는 세상, 너무도 끔찍합니다.
하지만, 인터넷 없이 못 사는 제 자신이 더 끔찍했던 하루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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