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녀라는 말이 여자의 데이트 비용 개념을 망친다?

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개념녀라는 말이 여자의 데이트 비용 개념을 망친다?

예전 일 입니다. 제가 겨울 옷이 없어서 하나 사야겠다고 하자 남자친구도 같이 가겠다고 따라 나섰습니다. 날을 잡고 갔는데, 벌써 겨울이 끝나고 봄 시즌 옷들이 나와 있어 제가 원하는 두툼하고 따뜻하고 편해 보이는 옷은 없었습니다. 딱히 마음에 드는 것이 없으니, 밥이나 먹고 가자고 했더니, 남자친구가 말하길 "어, 정말? 돈 굳었다 ㅋㅋㅋ 근데 정말로 안 살거야? 겨울옷 사주려고 했는데, 다시 둘러봐." 라며 제 옷을 남자친구가 계산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옷은 제가 필요한건데 왜...?


제가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간 상황 뿐 아니라, 같이 데이트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당연한 듯 했습니다.

제가 먼저 사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한, 디폴트로 계산은 남자가 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ㅡㅡ;

계산하는 상황이면 당연하다는 듯이 남자쪽을 쳐다보더라고요...


즉, 제가 먼저 계산하겠다고 선포하거나, 재빨리 카드를 뽑아서 던지지 않는 한 계산은 남자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어쩌다 한 번 사도 몹시 개념있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이 상황은 마치 맞벌이 부부 남편이 설거지 한 번 하고 더럽게 생색내는 것과 비슷합니다. 같이 쳐묵쳐묵했으면 설거지도 나눠 하는 것이 맞고, 음식준비를 같이 일하고 돌아온 아내가 했으면, 설거지라도 남편이 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가사분담 안하는 남자는 어쩌다 설거지 한 번 하거나, 청소기 한 번 돌리고, 집안일은 자기가 다 한 척 무지하게 생색을 냅니다.


뭐... 저희 아빠가 상당히 가정적이시긴 한데, 몇 년 전에 김장하면서 아빠가 배추 열통인가 스무통 정도를 속을 채우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 해 내내 아빠가 김장하셨다고.... 이야기를 하셨지요. 참고로 저희 집 김장은 100통 이상 합니다. 그 중 10~ 20% 정도 하시고 아빠가 다 하신거... ^^;;; 게다가 아빠가 속을 집어 넣은 김치는 티가 납니다. 엄마가 하시듯 야무지게 채워서 꽁꽁 감싼 것이 아니라 김치 속이 허술하게 다 나와있어요..

그렇게 아빠가 일 년 넘게 김장하셨다고 생색을 내시다가 결국 엄마께 한 소리 들으시고, 다음 해 부터는 더 이상 아빠 혼자 김장 다 한 척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엄마께 한 소리 들으시고 깨달음이 있으셨을 수도 있고, 매년 하다보니 으레 아빠도 하는 일이라고 생각이 될 뿐, 처음 김장하셨던 때처럼 자랑거리가 아니셨나 봅니다.



가만히 보니... 제가 블로그에 적어 놓은 개념인증(?)글이 사실은 그만큼 제가 잘못된 성역할 사고를 하고 있다는 반증이었습니다.

첫만남에서 내가 밥을 다 샀다 (링크: 첫만남에서 돈을 내는 여자의 심리는? - 여자의 마음 심리)

커피 값 정도는 내가 낸다 (링크: 만원으로 여자의 마음을 사로 잡는 법)

그 밖에... 돈 낸 것 인증글 들... (링크: 여자가 데이트비용을 내며 억울해 하는 이유)

나는 데이트 비용을 내가 거의 다 냈다. (심지어 이 내용은 책도 썼습니다. <여자 서른> 책에 제가 구남친을 먹여 살린(?) 척하며 구남친은 알바도 안 했는데, 저 혼자 알바해서 같이 쓴 것에 대한 억울함을 장문으로 기술했지요.... 흐흐흫)


이러한 일련의 글을 보면서 관대하게도 많은 남자분들은 엄청 개념있는 여자라고 추켜 세워주셨습니다. (대체 얼마나 당하셨길래...ㅜㅜ)

그리고 저도 우쭐해서 "나는 데이트 한다고 지갑에 2천원 들고 나가거나, 지갑 두고 나가는 여자는 아니야. 최소한 커피 정도는 사고, 종종 내가 내기도 한다구! 나님은 초울트라짱 개념녀임" 이라며 으쓱하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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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데이트 비용을 냈다고 으쓱하고, 나는 개념녀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아직 미숙하다는 증거인 것 같습니다.

설거지 한 번 했다고 더럽게 생색내고, 청소기 한 번 돌려놓고 집안일은 자기가 다 한 척하는 맞벌이 남편더러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애초에 '도와준다'는 말을 쓰지 마라. 도와준다는 것은 자신이 할 일이 아닌데 해줬다는 뜻이다. 집안일은 아내의 전유물이 아니다. 맞벌이 부부는 당연히 함께 해야 하는 일이다."

라고 합니다.


'집안일 잘 도와주는 남편'이라는 단어 자체가 집안일은 여자 몫이라는 전제를 내포하고 있고, 남자가 잘못된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것 입니다. 개념녀라는 말도 비슷합니다. 남자가 돈을 냈다고 '개념있다'라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반면 여자가 데이트 비용을 내면 '개념있다' '개념녀'라고 하지요. 즉 원래 남자가 계산하는 것인데, 그것을 '도와주었다'는 뜻 입니다.

여자가 데이트 비용을 같이 내는 것은 개념있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일 입니다. 이처럼 구분짓는 단어와 표현이 여자들의 생각을 망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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