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그 여자 왜 못만날까, 이상형 만나기가 어려운 진짜 이유

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그 남자 그 여자 왜 못 만날까, 이상형 눈앞에 두고 못 알아보는 진짜 이유

아주 오래 전에 sephi님이 "여자이면서 명탐정 코난 덕후.. 정말 그런 여자가 있단 말입니까?" 라는 댓글을 남겨주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제 머릿속에는 저를 포함해서 그런 여자가 열 명도 넘게 떠올랐습니다. 비단 명탐정 코난 덕후 뿐 아니라, 격투기 덕후, 야구 덕후, 축구 덕후 여자가 수두룩 합니다. 그 중에 솔로도 많고요. 제가 나서서 그런 여자 찾는 남자분들과 이어주는 단체 미팅이라도 한 번 주선하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쳤습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sephi님은 종종 블로그에 댓글을 남겨주시며 많은 깨달음을 주시는 분이신데, sephi님 댓글을 보면서 사람을.. 여자를 참 잘 아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어찌하여 덕후 여자들이 없다고 생각하셨던 걸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저 혼자 이게 꽤 궁금해서 한참을 생각해보니,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여자 덕후들은 그 사실을 남자 앞에서 드러내지 못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남자가 좋아하는 덕후란 입문자일 뿐...


먼 옛날 한창 K-1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 때 였습니다. 제 여동생이 격투기 덕후라 여동생이 집에 있으면 K-1, 프라이드, UFC를 끊임없이 보는지라 저도 같이 보다가 K-1에 빠져 열심히 봤습니다. 그러던 중에 학교에서 남학생들과 K-1 이야기가 나와서, 신이 나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가 레이 세포를 무척 좋아했거든요. 특히 레이 세포가 가드 내리고 때릴테면 때려 보라는 듯히 도발하는 것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자연인 뚱땡이 아저씨 같았던 마크 헌트도 좋아했고요.


"난 레이 세포가 정말 좋아! 레이 세포랑 마크 헌트랑... 복서 출신이 어쩌고 저쩌고.. 크로캅은 무슨 출신이고.."


하는데 이미 남자들의 눈빛이 흔들리며 못 알아듣는 기색이 스쳤습니다. 아차, 그제서야 그들이 K-1 그랑프리전에서 크로캅 경기를 보고, "크로캅 경기 봤냐? 죽이지 않냐? 하이킥 예술" 이라며 격투기에 대해 좀 아는 척 했을 뿐 실제로는 K-1을 거의 보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눈치챘습니다. 고작 그랑프리전에 나왔던 크로캅과 레미 본야스키 등을 알고 있었을 뿐, 무사시, 레이 세포 등으로 넘어가자 전혀 못 알아듣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눈치없이 <남자는 당연히 여자보다 격투기에 관심이 있을 것이며, 여자보다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신이 나서 떠들어 댔던 겁니다. 학교 남자애였기에 망정이지 소개팅 나가서 레이 세포 어쩌고 하면서 K-1 이야기를 했으면 망했을 뻔 했다는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남자의 허세 때문에, 남자는 몰라도 아는 척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남자라면 자동차, 격투기, 운동경기, 게임 등에 대해 덕후인 척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으며 여자가 덕력을 고스란히 드러내면 망합니다.

아주 드물게 남자가 진성 덕후라면 "여자가 그런 것도 안 단 말이야?" 라면서 이상형을 찾았다는 듯이 좋아하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아주 드문 경우입니다. 대부분의 남자는 그냥 허세였을 뿐일 때가 많은데, 그런 남자 앞에서 여자가 남자보다 더한 덕후라는 것을 드러내게 되면 대부분의 남자는 삐지거나 의기소침해져서 말을 안 합니다. ㅠㅠ

남자가 자동차, 격투기, 운동경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여자와 공감하고 싶은 의도가 아니라, 여자가 잘 모를 것 같은 분야를 공략하여 아는 척을 하고 싶고, 좀 멋있게 보이고 싶었던 것인데, 여자가 남자보다 더 많이 알고 있으면 곤란해질 수 밖에 없겠지요....


인터넷에서는 '여자가 건담 덕후 우와!!!" '여자가 덕후 존멋 짱멋' 이라고 쓰지만, 정확히 번역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 덕후란, 남자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은 있지만 남자보다 잘 몰라서 남자가 가르쳐주는 맛이 있는 귀여운 여자를 뜻하는 것 입니다. 남자를 기죽이는 진성 덕후가 좋다는 소리가 절대 아닙니다.



남녀 대결로 이어지기도...


굉장히 매니악한 진성 덕후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 잘 맞는가? 하면 그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보통 남자의 영역이라고 하는 자동차, 격투기, 운동경기, 건담, 게임 등에 대해 여자가 진성 덕후이면 남자 덕후의 입에서 무심코 여성비하 발언이 튀어 나오곤 합니다.


"여자가 그런 것도 안 단 말이야?"


아주 순수하게 자신의 주변에서 덕후 여자를 보지 못해서 하는 말일 수도 있으나, 가끔 귀가 삐딱한 날에는 몹시 불쾌하게 들립니다. '오, 여자가 그런 것도 알아?' '여자가 이 정도하면 잘 하는거지 뭐' '여자가 여기까지 해봤다고?' 같은 말 속에는 <여자는 당.연.히 모른다.> <여자는 남자보다 하등하다> 같은 전제가 깔려있는 듯이 들리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덕후를 만나서 기쁘다는 사실에 꽂힌다면야 '이상형을 만났어!' 라는 기쁜 상황이 되지만, 같은 덕후고 뭐고 여자를 무시한다는 것에 꽂히게 되면 "이 시키가 지금 도발하냐? 어디 여자에게 개무시 당하는 서러움을 느끼게 해주지" 라는 남녀 대결로 흐르게 됩니다. 남자가 이겨도 여자가 이겨도 상처뿐인 영광일 뿐, 이미 소개팅은 개망한거지요. 


그러므로 소개팅을 잘 하고 싶으면, 덕후 기질을 숨기고 가만히 있는 것이 낫습니다. 평소에 남녀 대결에 관심도 없었고 이상한 여성주의에 반감도 있었던 사람이 굳이 소개팅 나가서 '여자가 그런 것도 아냐'는 말에 발끈하여 여성 덕후 대표인양 싸우고 올 필요는 없으니까요. 



배려하기 위해서 대중취향인 척...


국악원 원장님께서 밥을 사주셔서 맛나게 먹다가 원장님 식성 이야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사실 나는 치킨을 내가 직접 주문해서 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치킨을 그렇게 좋아한다면서요?"


라 고 하시는데 정말 반가웠습니다. 저도 치킨을 혼자 먹고 싶어 주문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치킨에서 닭가슴살 부위만 조금 떼어 먹고 안 먹거든요. 그냥 주변에서 먹으면 얻어먹는 정도 입니다. 그러나 온라인 분위기나 주위에서 걸핏하면 '치맥!' '치느님은 사랑입니다!' 라고 하는데, '나는 치킨 안 좋아함. 솔직히 맛있는거 잘 모르겠음.' 이라는 말을 하기가 망설여집니다.

제가 이 말을 뱉고 나면, 그 뒤 부터는 편하게 '치맥~~ 콜?' 이라고 하다가 저 때문에 "아, 넌 치킨 싫어한다고 했지. 이런 날씨에는 치킨이 딱인데 쩝." 이라며 배려아닌 배려를 받게 되고 불편해질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냥 "치느님, 치킨 짱, 고기는 옳습니다." 라고 하면 가만히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안 좋아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 때는 "고기 어때?" "치맥 어때?" 소리는 잘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고기 좋아하고 치킨 좋아한다고 하니까요... 소수취향은 말 그대로 '소수' 취향이니 대중적인 취향을 던져보는 편이 좋아할 확률이 높지요.

아마도 많은 사람이 이럴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자신의 취향은 따로 있지만, 상대를 배려해서 맞춰주려고 대중적으로 좋아한다는 것을 자신도 좋아한다고 하면서 맞춰주려고 합니다. 실제로는 A는 골뱅이를 좋아하고, B는 삼겹살을 좋아하고, C는 회를 좋아할 수도 있지만, 치맥으로 대동단결하면 서로 상대의 취향에 맞춰 배려해주었다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으니까요..

사회생활 할 때도 이럴진데, 처음 보는 소개팅 자리에서는 실제 자신의 소수취향이 따로 있어도, 대중적인 선호에 맞춰 이야기를 하겠지요..



덕후에 대해 부정적일 수도 있으니까...


국악원 원장님께 깜짝 놀랐던 다른 공통점은 원장님도 명탐정 코난, 열혈강호를 좋아하신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이런 것을 알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초반에는 서로의 전공에 대한 대화를 주로 나누었으니까요. 아무래도 국악인의 전문적이고 우아한 이미지에 "코난, 열혈강호, 캐릭터, 토토로 등을 좋아한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있으니까요. 저 역시 대학원다니는 직장인으로 점잖고 근사한 이미지로 보여지고 싶어서 제가 틈나면 애니 미드보며 논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았었습니다. 오래 알고 지내다가 우연히 명탐정 코난, 열혈강호 등의 취향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 입니다.


저의 영어 선생님과도 그랬습니다. 영어 선생님은 알고 보니 축구 야구 덕후였어요. 유럽축구 시즌이면 밤새서 전 경기를 다 보시더라고요. 물론 여자입니다. 알고 보니 야구에도 관심이 많으셔서 아주 유명한 선수가 아니어라도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라인 캐릭터 정말 좋아하셔서 캐릭터샵 오픈하자마자 다녀오셨고요. 제 생일에 직접 라인캐릭터를 수 놓은 파우치를 만들어 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선생님의 이런 취향을 알았던 것은 아닙니다. 영어 선생님 답게 '몇 개 국어를 할 수 있다' 해외에서 몇 년 거주했다' 와 같은 어학 공부한 이야기, 해외생활하면서 겪은 이야기들만 나눴지요. 저 역시 선생님께 잘 보이려고 제가 드물게 하는 독서라거나 영화, 뮤지컬 감상 같은 고급진 취미를 이야기했을 뿐 입니다. 그러다 친해지면서 서로의 밤 생활을 알게 되었던 거지요. 알고보니 선생님이 유럽 축구 시즌이라 새벽에 축구보느라 피곤하셨던 것이라거나, 제가 꽂힌 미드 보느라 밤에 잠 못자는 적이 있다는 비밀 아닌 비밀 들을 알게 되었던 겁니다.


상대방이 '덕후'라고 분류될 수도 있는 취미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기 떄문에, 친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것 입니다. 혹시라도 엄한 이미지를 떠올릴지도 모르니까요...


연애질에 관한 고찰, 여자 덕후, 남자 덕후, 이상형 만나기, 이상형, 연애,


괜히 이미지만 깍이면 곤란하니까요...


연애질에 관한 고찰, 여자 덕후, 남자 덕후, 이상형 만나기, 이상형, 연애,


이미 확고하게 좋은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 것까지 좋아하시다니...' 라고 보일만한 상황도 아니고요.

고로 그냥 무난하게... 덕후 취향은 숨기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 글의 시작에 적었던 "제 주위에는 남자들이 좋아할만한 애니 덕후, 야구 덕후, 축구 덕후 등이 수두룩하다. 그 중에 솔로도 많다." 라고 했는데, 몇 가지 덧붙이자면 그녀들은 자신의 취미활동에 열심이라 남자를 들볶지도 않고, 옆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좋은 성격도 가지고 있고, 배려심도 많고, 예쁘거나 귀여우며, 열심히 살며 좋은 사회인이기 까지 합니다. 그야말로 남자분들이 '세상에 그런 여자가 정말 있느냐?' 라고 하는 여자들이지요.

그러나 저도 그녀들의 숨겨진(?) 취향이나 취미까지 제대로 알게 되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꽤 친해질 때까지는 서로 이미지 관리를 하니까요. 축구 보느라 밤샌다고 말해도 한심하게 보지 않을거라는 신뢰, 사실은 명탐정 코난 보느라 문자도 못 봤다고 이야기해도 이해해 줄 수 있을거라는 믿음이 생길 때까지는 서로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들 중 몇몇은 나중에 그녀의 취향을 알고도 믿기지가 않은 경우도 꽤 많았습니다. 너무 전문적이고 도회적인 이미지라 시간이 나면 어렵고 고급진 감성 영화 같은 것을 볼 것 같고, 커피 한 잔 들고 산책할 것 같은데, 그런 친구가 알고 보니 집밖에 나오는 것을 귀찮아하고 털털했으며 틈나면 방바닥에 엎어져 만화보며 킬킬거리는 취미가 있을거라고 생각도 못했던 겁니다...


고로 남자들이 '세상에 그런 여자가 진짜 존재하느냐'라고 할 법한 그녀를 소개팅에서 만났다고 하더라도 그냥 괜찮은 직업에 괜찮은 외모를 가진 여자 정도로 보고 끝났을 겁니다. 아마도 남자는 그녀에게 그런 취미나 취향이 있는지 상상도 못했을 겁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지요... 사실은 눈 앞에 이상형이 있었는데, 서로 무던하게 '대중적인' 모습만 보여주다가 '진짜배기'를 알기 전에 끝이 나니 말입니다...



[꿈속의 이상형]

- 이상형이 연애질에 미치는 영향, 이상형 아닌 사람 vs 이상형인 사람

- 너무 좋아했다가도 사귀게되면 싫어진다는 심리, 벚꽃엔딩 연애 스타일

- 이상형 물어보면 "좋은사람"이라고 하게 되는 이유

- 이상형을 만나면 어떻게 하실래요?

©서른 살의 철학자, 여자(lalawin.com) 글을 퍼가지 마시고 공유를 해주세요.
불펌 적발 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