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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사이공, 우리나라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

· 댓글개 · 라라윈
무한감동이었던 미스사이공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습니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오케스트라, 전율하게 만드는 가창력, 화려한 군무, 그리고 자꾸 곱씹게 되는 내용...
(뮤지컬은 처음 볼 때보다 다시 볼수록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는데, 다시 볼까 하는 고민이 많이 되네요..)
미스 사이공이 자꾸 머리속에 맴도는 것 중 하나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가슴아픈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베트남 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도 똑같이 미스사이공과 같은 미스 코레아가 있었기 때문에 더 가슴이 아픕니다.


 
미스 사이공은 배경이 베트남, 월남전이고 미군과 베트남 처녀의 이야기입니다.
전쟁중에 창녀촌에 들어가게 된 베트남 처녀는 미군병사 크리스와의 첫날밤에서 그와 사랑에 빠집니다. 크리스 역시 킴에게 한 눈에 반해 둘은 결혼을 약속합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종전이 되면서 미군은 철수하게 되고, 크리스는 킴을 데리고 미국으로 돌아가려고 애썼지만 전쟁통에 둘은 헤어집니다.
킴은 크리스와의 첫날 밤에 임신하여 낳은 아들을 죽을 힘을 다해 기르고 있었습니다. 어려운 형편때문에 킴은 다시 창녀촌에서 일을 하고, 아이는 혼혈아라고 놀림을 받고, 킴의 유일한 희망은 미국으로 가서 크리스를 만나는 것 뿐 입니다. 우여곡절끝에 다시 만나게 되지만, 크리스는 수년간 킴을 찾다가 그녀가 죽은 줄 알고 엘렌이라는 미국여자와 결혼을 한 상태였습니다.
결국 크리스와 엘렌은 킴에게 양육비를 보내주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 하고자 하고, 사랑도 기다림도 비극으로 치닫습니다.

첫 눈에 반한 그 사랑이 엇갈리는 것이 가슴이 아프기도 했지만, 비단 킴과 크리스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이 더 가슴 아팠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킴과 크리스처럼 숙자와 제임스, 미자와 존, 등등.... 수 많은 우리나라 처녀와 미군과의 '미스 사이공' 스토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온 미군들과 사랑에 빠진 아가씨들은 그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자신들을 데려가 정식으로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 것을 꿈 꿨지만, 그들에게 있어 그 여자들은 그저 하룻밤 함께 놀았던 대상일 뿐 결혼할 여자가 아니었습니다. 더욱이 임신까지 하여 아이도 낳았는데 미군이 돌아가버리면, 여자는 혼자서 양공주라고 천대당하고, 아이는 양키, 튀기, 잡종 소리를 들으며 주위 따가운 시선에 두 번 죽임을 당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아이가 자라서 친부를 찾아도, 찾기도 어렵고 찾는다 해도 아이를 두고 본국으로 돌아간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 아이가 반가운 자신의 후손이 아니라, 잊고 싶은 과거의 치부같은 존재라서 아버지라해도 반가워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결국 자라면서도 혼혈아라는 시선에 괴롭고,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야 되는 상황이 되나 봅니다.
우리의 여인네들을 버려두고 간 미군을 생각하면 울컥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면 또 다르긴 합니다. 그냥 유흥가에서 즐겼을 뿐인데, 그 여자는 결혼을 하자고 미국으로 데려가달라고 덤빈다면 어이없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본국에 아내라고 데려가기에도 부끄러울 수도 있고요. 자신은 그냥 술집에서 알던 여자 정도로만 생각하고 고국으로 갔는데, 알고보니 그 여자가 자기 아이를 임신해서 키우고 있었다며 아이가 나타날 경우 그 쪽도 황당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본국으로 돌아가 결혼하고 잘 살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아이가 나타나면 그 쪽 가정도 난리가 나겠죠...
이 쪽 입장을 보면 이쪽대로 안타깝고, 그 쪽 입장을 생각하면 또 답답하고..
참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보입니다. 요즘의 약간의 해결책 아닌 해결책이라면 과거에 비해 혼혈아에 대한 시선이 아주 아주 조금 부드러워졌다는 것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안타까운 미스 사이공의 사례는 과거에서 그치지 않고 요즘도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요즘은 전쟁중이 아니라도 남자들이 외국에서 일을 하면서 현지처를 둔 뒤에 혼자 돌아와 버리는 또 다른 '미스 사이공'을 만드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그 곳에 남겨진 여자와 아이들은 어찌 살아갈지 걱정스럽습니다. 그들의 존재가 밝혀진다해도 한국에 있던 아내와 자녀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참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인 것 같습니다.
뮤지컬로는 너무나 아름답고 감동적인 대작이지만, 더 이상 현실에서 '미스 사이공'은 생겨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 라라윈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미스 사이공> 놓치면 후회할 명작 뮤지컬, 미스사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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