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생각거리 :  왕좌의 게임에서 대너리스 타가리엔 보며 배우는, 최순실 박근혜 게이트 그 이후

10여년 넘게 보지 않던 뉴스를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주에는 뉴스가 개그 프로보다 재밌고, 드라마보다 흥미진진해서 클클거리며 신나게 봤습니다. 그러나 하루 이틀 뉴스를 보노라니 하루 아침에 뒤집힐 것 같던 세상은 굳건히 굴러가던 대로 굴러가고 답답함과 울분만 커졌습니다. 대체 앞으로 어찌되려고 이러나 화도 나고, 대체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되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데, 이럴때 누군가 나타나 이 답답한 상황을 해결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왕좌의 게임의 대너리스 타가리옌이 떠올랐습니다. (왕좌의 게임 스포 주의!!!)



왕좌의 게임 대너리스 타가리옌, 타가리옌의 후예이자 용들의 어머니, 노예 해방자

왕좌의 게임에서 대너리스 타가리엔은 대단한 힘을 가진 영웅입니다. 불타지 않으며 용을 부릴 수 있습니다. 한국 팬들은 애칭으로 용엄니, 용엄마라고 부르는데, 왕족의 혈통 (다이아몬드 수저), 불 타지 않는 자, 용들의 어머니라는 타이틀에 은발의 미소녀라는 매력까지 휘감고 세상을 지배합니다.



대너리스는 그저 자기 아빠가 왕이었으니까 자신이 아빠의 왕좌를 되찾아야 된다고 생각할 뿐, 철학도 명분도 없습니다. 그러다 전쟁 뒤에 패배한 여자들은 겁탈 당하고 노예로 팔리는 것을 보면서 노예 해방이라는 명분을 갖게 됩니다.

타가리옌 핏줄이고, 꼬마 용 세 마리 밖에 없던 대너리스는 왕좌를 되찾기 위해 전쟁을 할 병력을 얻기 위해 거세병 노예상에게 찾아갑니다. 거세병은 어릴때 거세를 하고 전투기계로 키워진 전사들 입니다. 대너리스는 거세병 수 천명의 가격을 용 한 마리로 지불하겠다고 해 놓고, 용을 건네준 뒤, 용에게 명령하여 노예상들을 불태워 죽여 버립니다. 그리고 거세병들을 해방시켜줍니다. 거세병들에게 자유의지로 자신을 따를지 말지 선택하게 합니다. (드라마니까 모두 대너리스를 따릅니다)

이어서 윤카이에 들어가 노예 해방을 시킵니다. 

그 기세를 몰아 노예상들이 지배하는 미린에 가서는 노예들이 반란을 일으키게 만들어 미린을 접수합니다. 겁에 질려 있는 노예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고, 노예였다가 대너리스를 따르고 있는 용병대장이 무기를 들고 잠입해 들어가서, 노예들의 주인을 죽이라고 선동을 합니다. 주인 한 명당 노예 서 너 명이 있으니 서 너 명이 한 명 죽이는 것은 별 것 아니라는 것이죠. 단순히 봐도 서너명이 합세하여 힘없는 주인 하나 죽이는 것은 별 거 아니긴 합니다. 이런 후방지원으로 노예들이 주인들을 처리하고 성문을 활짝 열어 대너리스 타가리옌을 맞이합니다.



노예들은 "미사!  미사!" (발라리아어로 어머니, 발라리아어는 왕좌의게임 내의 허구의 언어로 실제하지는 않음) 라고 외치면서 자신들을 해방시켜준 대너리스에게 환호합니다. 이 때까지는 노예 해방자, 대단한 정복자 같았습니다.

노예들이 해방되어 자유인이 되고, 노예와 노예상, 귀족들이 모두 평등한 이상적인 나라가 탄생하는 것 같았죠.


그러나 노예해방의 카타르시스는 잠시 뿐이었습니다. 

기껏 노예 해방을 시켜주었으나, 어떤 노예들은 먹고 살 길이 막막해졌으니 다시 노예가 되도록 해달라고 간청을 합니다. 그동안 노예상인의 과외선생으로, 귀족의 노예로 있으면서 돈을 벌었는데 해방이 되고 노예로 일을 못하게 하니 생계가 막막해졌다는 것 입니다. 결국 대너리스는 허락합니다. 대신 단기계약만 하라고 단서조항을 붙이지만, 1년이 지난다고 그 노예가 노예상 밑에서 일하는 것 외의 생계유지 방법이 생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른 노예들도 비슷했습니다. 노예 해방이 되었다고는 하나, 통치자가 노예상에서 대너리스로 바뀐 정도 차이 밖에 없습니다. 목과 발에 족쇄를 안 차게 해주었고, 신분을 평민으로 상승시켜주었지만, 하루 아침에 생활이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보다 큰 문제는 부의 원천을 잃은 노예상들이었습니다. 노예상들은 하루 아침에 명목상 노예와 평등한 신분이 되어버렸고, 노예를 사고 팔며 부를 축적하던 사람은 망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들은 앞에서는 대너리스 타가리엔에 굴복하여 지배를 받는 척 했으나, 뒤에서는 '하피의 아들들'이라는 반란군을 만들어 대너리스의 병사들을 죽입니다.

미린에서만 문제가 터지는 것이 아니라, 대너리스가 노예해방을 시켜주고 온 이전 지역은 이미 노예상이 탈환을 하여 예전에 굴러가던대로 굴러가게 됩니다. 결국 노예상과 노예들의 반란으로 대너리스는 거세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피신하다가,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용을 타고 도망갑니다.



드라마니까, 대너리스 타가리엔이 주인공 중 한 명이기 때문에 다시금 용을 타고 도트라키 부족까지 데리고 와서 노예상들을 다시 한 번 싹 쓸어버리는 통쾌한 장면이 나오기는 합니다. 노예상의 만(slaver's bay)를 용만(드래곤 베이,  dragon's bay)라고 이름을 바꾸고 대너리스의 정부이자 차남용병단 출신의 다리오 나하리스를 통치를 위해 남겨두고 자신은 왕좌를 되찾기 위해 배를 타고 진군합니다.

왕좌의 게임 팬 입장에서는 철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여러 가문들의 전쟁을 보는게 맛이라, 대너리스가 싸우고 이기고 웨스테로스로 진군하는 것이 흥미진진하고 신이 났습니다.

그러나 다시 노예들의 삶으로 돌아가보면, 대너리스라는 노예 해방자가 나타나서 과연 그들의 삶이 달라졌는가에 의문을 품게 됩니다.



목에 족쇄를 차지 않아도 되고, 노예가 아닌 서민으로 신분 상승이 된 것은 엄청난 일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들이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는 노예상인들이 지배를 하다가 대너리스 타가리옌이 나타나고는 대너리스가 지배를 하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 입니다. 피지배계층인 것은 변치 않죠. 피지배계층 입장에서는 다스리는 사람이 조금 더 착하냐 못됐느냐 멍청하느냐 차이 정도일 뿐 입니다.

또한, 대너리스가 다리오 나하리스를 남겨두고 오기는 했으나, 노예상들이 다시 반란을 일으키기 않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윤카이처럼 노예상들이 다시 권력을 잡게 되면, 해방된 노예들은 다시 노예가 됩니다. 이들 스스로 얻은 해방이 아니기 때문에, 지배층에 운명이 달려있는 것 입니다.



영웅이 등장해 최순실 박근혜 게이트를 처리하고 나라를 바로 잡아준다면...

최순실 박근혜 게이트를 보면서 한 두 사람이 온 나라를 구석구석 들쑤셔 들었다 놨다 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매일 매일 터지는 기사를 보면 "여기까지...  대체 손 안 댄 곳이 어디냐?" 싶을 정도로 답답합니다. 이럴 때 누군가 나타나서 정의의 심판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수많은 역사책에 난세에 영웅이 난다(亂世英雄)고 했습니다. 영웅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람들에게 기대를 하고, 혹은 제가 모르는 어떤 인물이 슈퍼맨처럼 나타나 모든 일을 해결해주길 바랐습니다. 마치 대너리스 타가리옌이 하루 아침에 노예 해방을 시키고 나라를 뒤집어 놓는 것처럼요.


제 처지를 왕좌의 게임 노예에 빗대니 씁쓸하기는 하지만, 대너리스 같은 영웅이 나타나 하루 아침에 노예상을 처단하고, 세상을 뒤집어 준들 노예의 삶은 변치 않습니다. 심정적으로 통쾌하기는 하겠지요. 그러나 그게 다 입니다.

노예들은 원래 아무것도 없다가 해방을 얻었기 때문에 기쁜 것이 전부지만, 노예상인들은 하루 아침에 부와 권력을 잃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것을 되찾으려고 합니다. 원래 사람은 이익보다 손해에 훨씬 민감합니다. 재산 한 푼 없던 사람에게 한 달에 10만원씩 들어오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재산 수 십억 있었는데 하루 아침에 다 빼앗기면 견디기 어려울 겁니다. 고로 가만히 있지 않고 자신이 누리던 부와 권력을 되찾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합니다. 드라마에서도 노예상인들은 원래 부와 권력이 있었고, 통치를 해봤기에 쉽게 자신들의 지위를 되찾습니다. 대너리스와 용들이 사라지면 금방 이전에 살던대로 돌아가서 노예는 다시 노예가 되고, 노예상들은 부와 권세를 누립니다.


드라마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도 비슷할지 모릅니다. 누군가 나타나 못된 사람들을 벌하고 세상을 뒤집어 놓으면 심정적으로는 정말 통쾌할 겁니다. 그러나 그 영웅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요? 잠시 몸을 숙이던 부역자들이 다시금 자신이 누리던 부와 권력을 되찾기 위해 나서겠지요. 이내 세상은 돌아가던 대로 돌아갈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말 한 마디에 세상을 움직이다가 그것이 사라지면 다시금 그렇게 살고 싶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웅이 조금 오래 통치를 한다고 해도 곳곳에 문제는 터질겁니다. 무너진 경제가 하루 아침에 사라날 리도 만무하고, 서민의 삶이 하루 아침에 달라지지도 않을 겁니다. 또한 누가 되어도 모든 사람의 이익을 만족 시킬 수는 없습니다. 저와 모든 안건에 대한 입장이 같을 리도 없고요.  결국 어떤 '영웅' 이나 훌륭한 지도자만을 목빼고 기다려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건 대너리스 같은 해방자를 기다리는 노예의 태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누군가 한 사람에게 희망을 걸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희망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구 한 사람이 바꾸면 그 사람이 사라짐과 동시에 다시금 심란한 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 명 한 명이 바꾸며 누구에게 맡겨놔도 잘 굴러갈 상황이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명 한 명이 변하는 것은 아주 더디고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미 변한 것도 많습니다. 자조적 의미도 섞여 있으나 뉴스가 개콘보다 재미있다며 뉴스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뉴스 이후에 2차 창작물도 넘쳐나고, 정치라는 것이 마냥 심각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즐길거리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제가 어릴적만해도 정치란 아저씨들, 어른들만의 주제였는데 이제는 청소년도, 청년도, 여자도 의견을 냅니다. 정치는 이야기 꺼내면 싸우는 금기의 것이 아니라, 투표 한 번으로 인해 생활에 큰 영향이 미칠 수 있는 실질적인 것이라는 쪽으로 생각도 변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때 연애는 조심스러운 주제였습니다. 연애 경험이 있다는 것이 흠이 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혼전순결은 당연한 것이었고, 연인과 동침한 것은 비밀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새 세상이 변하여 연인과 모텔간 후기도 올리고, 사귀다 헤어졌다는 것도 별 일 아니고, 누군가는 연애 한 번 못 해봤다고 하면 그것도 그런가보다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결혼에 대해서도 할 사람은 하고, 안 할 사람은 안 하고,  또 할 사람은 또 하고. 점차 이런 분위기가 되는 듯 합니다. 이처럼 정치 이야기도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웃으면서, "옛날엔 정치 얘기 나오면 콘크리트라고 욕하면서 싸우고 그랬어. ㅋㅋㅋㅋㅋ" "그때는 정치 얘기 하면 싸운다고 해서 조심했었지." 라며 세련되게 대화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요..



2016/02/29 - 필리버스터를 보다가 떠오른, 공포의 응암동 즉결재판소 괴담

2016/03/04 - 필리버스터 후기, 반성 깨달음 재미 종합선물세트였던 마국텔

신고
Copyrightⓒ by 라라윈 All rights reserve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권력의 맛드리면 어쩔 수가 없는 거 같아요

  2. 길냥이아빠 2016.11.04 20:57 신고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왕좌의게임이 참~ 명작이긴 해요. 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