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있는 삶, 이상과 현실

라라윈 생각거리 : 저녁이 있는 삶, 이상과 현실

최근 1년간 이웃집과 얼굴 붉히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오늘도 윗집은 두 시간째 콩콩콩콩 뭔가 합니다. 경찰에 신고할 정도로 큰 소음도 아니고, 그렇다고 참기에는 너무나 거슬리는 절구질로 사람을 미치게 만듭니다. (▶︎ 층간 소음 겪어보니, 왜 죽이고 싶은지 알겠다)

이렇게 윗집과는 층간소음 때문에 다투고, 옆집과는 쓰레기 때문에 다투었습니다.


옆집은 쓰레기를 집 앞에 모으는 사람인데, 보기는 흉하지만 그 사람 집 앞이니 꾹 참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인가부터는 쓰레기 봉지를 저희집앞에다 두기 시작했습니다. 남의 집 앞에 쓰레기를 두니 얄미웠으나, 괜히 이웃집과 얼굴 붉히기 싫어서 꾹 참았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돌아와보니 제 집 앞에다가 쓰레기 봉지를 박스에 담아 놓았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냄새가 나서 못 참겠길래 옆집 아줌마께 말씀을 드리려고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러나 아줌마는 너무나 당당했습니다. 미안함은 커녕 쓰레기 버릴려고 내 놓았다며, 자기가 알아서 버릴거라더니 문을 쾅 닫았습니다. 쓰레기 버리는 날도 아니었는데, 음식물 쓰레기 냄새나니까 자기 집에 두기는 싫어서 저희집 앞에 쌓아두었다가 다음날 버릴 작정이었나 봅니다. 



# 이웃 스트레스... 층간소음, 쓰레기

윗집 층간소음 때문에도 미춰버리겠는데, 옆집까지 이러니 멘붕에 빠졌습니다. 대체 뭐가 잘못된걸까요?

먼저 제 자신을 의심했습니다. 제가 너무 예민해서 이웃들에게 까칠하게 구는걸까요? 그러나 윗집에서 2~3시간씩 절구질을 해대서 천정이 울리고, 옆집사람이 자기 집 앞에다 냄새나는 쓰레기를 갖다두면 짜증 안 날 사람이 어디 있나 싶었습니다. (해석은 원래 자기 유리한대로 하는 법이니까요, 후후후) 이웃집이 무개념인거죠!


그런데 이웃이 무개념이라기에도 석연치 않았습니다. 지난 2~3년간은 이웃들과 정말 잘 지냈거든요. 정말로 매일 '이 집은 이웃사람들도 좋아서 다행이다.'라며 감사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1년간 갑자기 층간소음, 쓰레기 문제 등이 불거진 것 입니다. 


혹시 한국 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사람들이 날이 서 있어서 그런걸까요? 

한동안은 사람들이 너무 날이 서 있어서 그런가보다 하는 생각을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래도 이상했습니다. 한국 상황이 최근 1년만 경기가 안 좋은게 아니라 수 년 째 안 좋은데 왜 최근 1년간 갑자기? 


곧 뜻밖의 원인을 찾아냈습니다.

약 1년 전부터 제가 야근을 안 하고, 주말에 집에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11시 12시 되도록 사무실에 있고, 주말에도 할 거 없으면 출근하고 그랬거든요. 즉, 제가 거의 집에서 잠만 자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이웃과 부딪힐 일이 없었던 것 입니다.


저녁이 있는 삶


이렇게 생각해보니, 이웃집 사람들이 사과를 하는게 아니라 짜증을 내는 이유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 분들 입장에서는 '지난 2~3년 동안 아무 말 없이 잘 살아놓고 '갑자기' 요새 왜 이래?' 였을 것 같습니다. 그분들은 제가 집에 있는지 없는지 잘 몰랐을테니까요.  '그동안도 마늘 빻고 청소기 돌리고 했어도 아무 말 없더니 왜 갑자기..'  '맨날 집 앞에 쓰레기 두었다가 버려도 암말도 안하더니 왜 갑자기?'가 된 것 인가 봅니다.

그분들 입장에서 보자면, 제 행동이 퇴직하고 집에 계시면서 귀찮게 하는 아버지처럼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퇴직하고 집에 계시면서 분리수거는 왜 그렇게 하냐, 이건 왜 저렇게 하냐 한 마디씩 하시면, 수십년간 당신 없을때 이렇게 살았는데 왜 이제와서 갑자기 시비냐며 어머니들이 욕하시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 저녁이 있는 삶, 이상과 실제

저녁이 있는 삶. 

듣기만 해도 설레이는 말이었습니다.  일찍 퇴근해서 저녁 만들어 먹고, 욕조에 몸도 좀 담그고, 책 읽거나 놀다가 느긋하게 잠들고,  숙면을 취한 뒤 아침이면 가뿐하게 일어나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저에게는 매우 꿈같은 일이었는데, 작년의 턱 수술을 계기로 저녁이 있는 삶을 갖게 되었습니다. 수술 후 회복을 위해서도 야근 안하고 주말에 쉬어야 했고, 수술 받고 몇 주간 쉬어보니, 행복하게 먹고 싶은거 먹어가면서 지내는데 그리 많은 돈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 턱교정 양악수술 후 3주간 쉬면서 느낀점)

수술 후 쉬면서 해탈(?)한 점도 있고, 또 하나는 수술비 내려고 보니 맨날 야근하면서 일했는데도 돈이 별로 없다는 점이 허무했습니다. 그 정도로 일을 했으면 돈이 더 있어야 될 것 같은데 다 어디갔나 싶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 동생까지 사고치며 빚을 떠 넘겨줘서 대신 갚았더니 돈 버는 것이 몹시 허무했습니다. 버는 놈 따로 있고 쓰는 놈 따로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야근하고 주말출근해가면서 벌면 뭐하노, 남의 빚 갚겠지, 이런 허탈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쉽지는 않았으나 야근 안하고 주말에는 쉬기 시작했습니다. 정치인의 공약이 아니어도 스스로 '저녁이 있는 삶'을 이루어 낸 것 입니다.


꿈을 꿀 때는 저녁에 일찍 퇴근하기만 하면, 건강도 좋아지고, 삶의 질이 급격히 좋아질 줄 알았는데, 현실은 다르네요. 저녁에 일찍 퇴근하니 이전에는 몰랐던 이웃들의 무개념 행동들을 알게 되고, 집에서 쉬는데 쉬는 것이 아닌 상황도 겪게 되네요. 야근하고 주말출근하면서 만성피로에 쩔어있고, 번아웃 상태인 것 보다는 낫지만....  제가 꿈꾸던 '저녁이 있는 삶'이 되려면 평온한 이웃과 편히 쉴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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