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핸드폰 하나에 현대인의 생활상을 구겨넣은 영화

"핸드폰을 잃어버렸는데, 그 안에 남이 보면 안되는 중요한 내용이 들어있었다."
여기까지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그것을 주운 사람이 싸이코여서 돌려주지 않고 이상한 요구만 해대며 사람 피를 말린다?"
이러한 예고를 보며 "뭐 핸드폰 하나 잊어버린 거 갖고 저렇게 까지.."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엄태웅과 박용우 두 주인공의 연기력이 믿음직스럽고, 핸드폰이라는 밀접한 소재를 가지고 감칠맛 나는 스릴러액션으로 풀어낸 내용이 궁금해서 보았습니다. 
(강한 스포일러 있으니 여기서 back을 누르셔도 됩니다..^^;;)


핸드폰은 모두가 가지고 있으면서, 분실할 경우 개인정보 유출의 폐해가 큰 물건입니다. 핸드폰을 잃어버리면 당장 불편하고, 괴로운 일들이 생기는 점에서는 모두가 공감을 합니다. 더욱이 그 속에 자신을 망하게 할 수도 있는 중요한 자료가 들어있다면, 더욱 애가 타겠지요. 하필이면 핸드폰을 주운 상대가 조금 싸이코여서 일이 커진다는 것도, 영화 속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되도록 풀어내고 있었습니다.  
사건이 굉장히 속도감있고 긴박하게 전개되어서, 화면에서 눈을 못 떼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에 주인공의 심정에 공감이 되며 영화에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영화보는 내내 다리를 한쪽으로 꼬고 있던 것도 잊어버려, 끝나고 절뚝거리게 될 정도였습니다. 
또한 주인공들의 문제해결, 사건전개 방식에서 웃을을 자아내는 부분들도 많았고, 스피디한 강변도로 주행씬과 잦은 구타장면 등 많은 볼거리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 영화는 욕심이 아주 많습니다.
하고 싶은 말, 보여주고 싶은 모습, 전해주고 싶은 메세지와 교훈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영화를 통해 크게 강조되는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현대인들의 일그러진 초상과 사건을 통해 보는 현대인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교훈입니다.

1. 주인공들을 통해 보여주는 현대인의 일그러진 초상

핸드폰을 잃어버린 당사자 오승민(엄태웅)입니다. 그는 반말과 욕이 입에 붙어있고, 성격이 급하고 욱하는 무례한 다혈질입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귀는 없고, 제 성질대로 내뱉는 입만 있습니다.
그의 모습을 통해 소통이 단절된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아내(가족)와의 소통도 단절, 타인과의 소통도 단절.... 상대의 입장 따위보다 자신부터 생각하며, 자기 얘기만 반말로 내뱉는 태도는 쉽게 해결될 일도 크게 만들어 버립니다. 

핸드폰을 주운 사람인 정이규(박용우)입니다. 이마트의 고객지원팀 주임으로 항상 웃는 얼굴로 고객의 모든 불평불만을 들어주어야 하는 스트레스가 큰 인물입니다. 
직업, 프로정신, 밥줄 등등 갖가지 이유로 참아내야 되는 것이 너무 많은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어딘가 삐뚤어져가고 이상해져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래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악역(?)임에도 저 상황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는 싶은 때가 많았습니다. 특히나 오승민의 역습에 당하고 지점장에게 혼나며 울면서도 교육받은대로 웃고있는 그의 모습에서는 정말 안쓰러움을 느꼈습니다.


2.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잊고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꼬집는 영화 

이 영화는 상당히 교훈적(?)입니다. 우리의 일상생활 최고의 파트너인 핸드폰과 얽힌 이야기들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여러 실수들을 꼬집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익명성에 숨어서 기본적인 예의도 잃으면 안된다는 것 입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고 이렇게 막말을 해도 되나요?" 
익명성에 숨은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쉽게 해결될 수도 있던 일이 무한히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전화를 싸가지없이 받아서 쫒아가서 폭행했다는 사례나, 인터넷으로 오가던 예의없는 말다툼이 현실의 큰 일로 이어지는 사례가 심심치않게 기사에 나오곤 합니다. 블로그에서도 악플로 인해 싸움이 생기고 일이 커지는 경우가 있는데, 전화예절, 인터넷 매너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두 번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기적으로 비상식적인 행동을 저지르면 안 된다는 것 입니다.
이마트 고객센터의 모습을 통해, 많은 이를 뜨끔하게 만듭니다. 고객센터에서는 거세게 항의를 하면 '대한민국에서 안되는게 어딨니~'하는 식으로 고객이 원하는대로 잘 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상식을 벗어난 요구도 거침없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고객센터 직원도 사람이라는 생각은 잠시 잊은 채, 막말과 억지를 부리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객센터의 애로사항이 나오는 장면을 보며, 이 영화를 본 분들은 나중에 마트나 업체의 고객지원일을 하시는 분들께 조금은 더 친절히 대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 번째는, 타인과 소통을 해야한다는 것 입니다.
부인을 정말 사랑하면서도 대화는 하지 않았던 오승민의 실수로 인해, 그는 사랑하는 부인을 잃게됩니다. 대화단절이 오해를 불러온 것이죠.
오승민의 아내가 인질이 되어서 정이규에게 애원하는 것도 대화입니다. "우리 얘기 좀 해요!"
하지만 정이규 역시 대화에 응하지 않고, 문제는 갈수록 커지기만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통해 주위에 관심을 가지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라고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극의 절정에 이르기까지는 현대인의 모습과 상황에 집중하여 속도감 있는 전개와 상황에 대한 충분한 개연성으로  영화의 내용에 큰 공감이 갔습니다. 시기적으로 전지현 사건이나 강호순으로 인한 싸이코패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거론되는 시점이라 더욱 그랬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레 결말에 아내와의 사랑과 소통에 대한 부분을 집어넣고 마무리를 지으려 하다보니, 영화 마지막 몇 십분이 허리둘레의 군살처럼 느껴집니다. 흥미진진하고 새롭던 이야기가 진부하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핸드폰 분실이라는 소재하나에 너무 많은 이야기와 교훈까지 우겨넣다보니, 내용이 과장된 감이 있고 이야기 구성과 결말이 매끄럽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핸드폰 하나 잃어버린 일에 현대인의 초상, 스트레스, 이기심, 익명성에 가려진 몰상식한 행동, 아내와의 사랑, 소통 등을 모두 집어넣는다는 자체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핸드폰 하나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풀어낸 것을 칭찬해주어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제품은 더할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뺄 것이 없는 것 입니다.'라는 어느 식품회사의 광고처럼, 좋은 영화도 너무 많은 이야기를 넣어 더 넣을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할 얘기를 깔끔하고 명확하게 전달하여 뺄 것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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