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남자친구인걸 알면서도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심리

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나쁜 남자친구인거 알면서도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의 심리

나쁜 남자친구라면, 헤어져야 마땅하다는 사실은 주변 친구들이 말해주지 않아도 당사자가 잘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헤어지지를 못합니다. 제가 바로 나쁜 남자친구인거 알면서도 헤어지지 못하고 꽃다운 20대를 통으로 날려먹은 여자이기에 그 심리는 잘 압니다.

오늘은 본격 언니의 꼰대질 같은 글을 쓸 예정이오니.... 마음이 여리신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지난 필리버스터를 보면서, 저에게도 저토록 막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면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니... 불행한 연애로 꽃다운 시기를 날려먹고 있는 여동생들에게 목놓아 이야기하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댔습니다.... 제발 나쁜 남자친구인거 알면 좀 헤어지라고, 본격 꼰대질 모드 글쓰기를 하려고 합니다.



나쁜 남자친구란?


먼저 나쁜 남자친구가 어떤 남자를 뜻하느냐에 대해 정리를 하자면, 때리는 남자친구, 욕하는 남자친구, 돈 빌려가서 안 갚는 남자친구, 바람피우는 남자친구, 연락 안하는 남자친구, 이기적인 남자친구, 소홀한 남자친구, 여자친구를 늘 뒷전으로 두는 남자친구 등등... 수없이 다양한 부류의 '나쁜' 남자가 있을겁니다. 이렇게 말하면, "제 남자친구는 그 정도는 아니에요. 바람피우거나 딴 여자 본 적도 없고, 잘해줘요. 다만 일에 너무 몰두해서 좀 외로울 뿐이죠." 라며 때리는 남자나 바람피우는 남자 등의 가장 악질적인 남자친구에 빗대어 이 정도면 괜찮은 남자친구라고 옹호를 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때리고 욕하고 여자친구 돈으로 생활하는 남자친구를 두고도 "알고보면 심성이 착한 남자다. 나만 알 뿐.." 이라고 두둔하는 여자친구도 있습니다.

이처럼 남자의 행동을 기준으로 나쁜 남자와 안 나쁜 남자친구를 구분하기는 애매합니다. 그보다 분명한 기준은 "그 남자와 사귀면서 행복했는가? 현재 행복한가?" 입니다. 남자친구가 때려도, 남자친구가 월급을 다 가져다 써도 본인만 행복하다면 괜찮습니다. 심리학에서 종종 강조하는 것은 '지각된 (perceived)' 감정입니다. 상사가 남들이 다 좋은 사람이라고 칭찬하는 사람이라해도 내가 '지각하기에' 안 좋은 사람이면 안 좋은 사람인거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회사라해도 내가 느끼기에 썩은 회사면 썩은 회사인 겁니다. 반대로 남들이 비전없는 회사라고 해도 내가 '지각하기에' 비전있는 회사면 괜찮습니다.

즉, 자신이 느끼기에 사귀면서 행복했으면 좋은 남자친구 입니다. 그러나 사귀는 날 중 행복한 날보다 불행하고 힘든날이 더 많았다면 나쁜 남자친구 입니다.



힘든데 왜 안 헤어지고 버틸까? 본전 생각 때문에...?


정말 잘해줘서 내가 받은 사랑이 더 크다고 생각하면 '나쁜 남자친구'라고 할 리 없습니다. 내가 받은 것은 없는데, 내가 챙겨주고, 마음 써준 것만 많으니... '나쁜 남자친구'라 하는 겁니다. 서글프게도 사람은 받은 것이 많은 사람에게는 아쉬울 것이 없기 때문에 쉽게 헤어질 수 있는데, 내가 투자한 것이 더 많은 경우 본전 생각 때문에 쉽게 끝내지를 못합니다.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내가 얼마나 투자했는데!'

하는 생각 때문에 포기할 수가 없는 거지요. 여담으로 남자가 못 떠나게 하는 방법은 남자친구가 투자를 많이 하게 하는 거라고 합니다......;;; 돈이던 시간이던 마음이던 많이 투자하면 투자한게 아까워서 못 떠난다고 합니다. 이처럼 여자도 나쁜 남자친구인 것을 알더라도 그동안 들인 시간, 마음, 돈이 아까워서 못 헤어집니다.


저의 멍청이짓 사례를 보면, 저는 제가 돈을 벌고 구남친은 백수였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데이트 비용이나 소소한 돈을 더 많이 썼고, 구남친은 말로 때우곤 했습니다. "나중에 내가 성공하면 진짜 잘해줄께." "나중에 돈 벌면 선물 많이 사줄께,."같은 달콤한 소리를 많이 했고, 멍청했던 저는 그 말을 철썩같이 믿으며 그 '나중'을 기다렸습니다. '나중'은 오지 않았습니다.

여자가 직장인이고 남자가 학생인 경우는 남자가 졸업 후 돈을 벌어서 여자친구에게 잘해주는 사례도 있으나, 제 경우는 구남친이 학생도 아니었고 그냥 백수였습니다. 구직 의사도 없었고, 그냥 아는 사람들과 뭘 한다며 돌아다니던 사람이라 그냥 백수였고 계속 백수였습니다. 제 생일선물 한 번 해 준 적이 없었으나, 멍청한 저는 용돈 모아 구남친 생일이면 선물도 사주곤 했습니다. 나중에 돈 벌면 달라질 줄 알았죠....

그러나....... 사람은 사람마다 다르게 대한다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몰랐습니다. 사람들은 만만한 사람에게는 막 대하고, 만만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조심합니다. 지난 수년간 착하고 만만한 여자에게 갑자기 애 닳아하면서 잘해주지 않습니다. 신경쓰지 않아도 옆에 잘 붙어있는 여자인데, 뭣하러 갑자기 안하던 수고를 하겠습니까?

사람은 바뀌지 않습니다. 나중에 돈 벌고 잘해줄 사람이었다면 학생 때부터 용돈 아껴 여자친구 챙기고, 돈이 없으면 시간과 마음을 써서라도 여자친구를 챙깁니다. 현재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는 사람이 나중에 상황이 바뀌어도 잘 해줍니다. 애초에 아무 노력도 안했던 사람은 나중이라고 달라지지 않아요. 


주식해서 망한 사람들을 보면,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데도 "언젠가 오를거야. 내가 얼마를 꼴아 박았는데.." 라면서 버티다가 망한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가 망해가고 있어 천만원을 투자한 것이 500만원만 남아 손절매를 못하고 버티다가, 결국 남아있던 500만원까지 날리는 경우를 보면 주식을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답답합니다. "500만원 손해봤을 때 그만 뒀어야지, 천만원을 다 날리는게 멍청한거지! 반토막이 난데는 이유가 있지. 완전히 망하기 전에 빠져나왔어야지." 라고요.

나쁜 남자친구가 언젠가 좋은 남자친구가 될거라며 버티는 것도 망해가는 회사가 안 망할거라는 비이성적인 믿음과 똑같습니다. 지금까지 들인 시간, 마음, 비용이 아까워 버티다가 망합니다. 돈이야 잃었다가도 다시 벌면 된다지만, 우리의 꽃다운 시기는 한 번 흘러가면 다시 안 옵니다.



자신이 없어서...?


나쁜 남자친구는 사귀는 동안 불행하다는 것 외에도 악영향을 두루두루 미칩니다. 나쁜 남자친구 때문에 진이 빠져서 새로운 연애를 할 의욕이 없어져요. 더불어 자존감도 낮아집니다.

여자친구를 애지중지하는 좋은 남자친구를 만나 존중받고 사랑을 받으면 없던 자존감도 생겨납니다. '나는 이만큼 가치가 있는 사람이야' 라는 생각이 들며, 자신을 더 아끼게 되는 것이죠. 반면 나쁜 남자친구를 만나 마음 고생을 많이 하면 있던 자존감도 사라집니다. 나쁜 남자친구가 연락씹고 잠수 타거나, 못되게 굴거나 할 때면 '내가 이렇게 아무 것도 아닌가?' '나는 이렇게 막대해도 되는 사람인가?'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옵니다. 상대적 비교도 하게 되고요. 내 친구는 나보다 별로 나은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좋은 남자친구 만나 행복하게 연애를 하는데, 나는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나쁜 남자를 만나 개고생을 하는가, 대체 어디서 부터 잘못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온갖 우울하고 씁쓸한 생각들이 듭니다. 그리고 이렇게 자존감이 낮아지면 무서운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나는 사랑받을 복은 없나보다. 이 남자와 헤어져도 좋은 남자를 만나지 못할 것 같다. 남자는 다 거기서 거기일 것 같다.'

는 절망적인 결론에 이릅니다. 나쁜 남자친구와 헤어진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없을 것 같은 거지요. 어차피 남자는 다 똑같을 것 같습니다. 다른 남자친구를 만나도 지금 마음 고생을 또 할 것 같으니, 헤어지나 안 헤어지나 별 차이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마치 야근 때문에 개고생하노라면 이직할 생각조차 못하게 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야근 수당도 제대로 안 주면서 계속 야근하고 주말근무하고 개고생을 하면 이직을 할 궁리를 하는 것이 정상적입니다. 그러나 실제 그런 상황에 놓이면 너무 힘드니까 이직할 기운조차 없습니다. 새로운 회사 알아볼 기력도 없고, 회사를 바꾼다 해도 한국에서 다른 회사 가봤자 다 거기서 거기일 것 같습니다. 구직난도 심각하다는데 그냥 다니던 데에서 버티자는 생각을 할 뿐 입니다. 저의 석사논문 주제가 "왜 승진도 안 시켜주고 임금도 안 올려주는데 계속 회사에 남아있을까?" 였는데, 대안 탐색 자체를 안 하는 사람이 정말 많았습니다. 새로 회사 알아보고 옮겨가려면 힘드니까, 지레 포기하고 "어딜가나 똑같아" 라고 해버리는 것 입니다.


마찬가지 입니다. 남자는 다 똑같고 연애는 다 골치아프다고 생각해버리면, 나쁜남자인거 알면서도 헤어지지 못하는 상황을 쉽게 합리화하는 것 입니다. 나쁜 남자친구 사귀면서 너무 힘드니까, 지쳐서, 상황을 바꿀 힘도 남아있지 않은 겁니다. 사람에게, 그것도 사랑하는 (나쁜) 남자친구에게 진이 빠져 버려서 헤어지고 정리할 기운이 없을 수 있습니다.


나쁜 남자친구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본전 생각이 나서든 자존감이 바닥이고 기운이 없어서이든, 나쁜 남자친구인걸 알면서 어쩌지 못하는 동안 귀한 시간은 간다는 것 입니다. 저는 바보같이 헤어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수십번 하고, 실제로 몇 번을 헤어지고, 헤어졌다 다시 만나면서 20대를 다 보내버렸습니다. 어떤 친구는 20대의 연애담을 이야기하면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며 행복에 젖어드는데, 저는 그 시절을 떠올리면 헤어질까 말까 고민하느라 시간 다 보낸것과 마음 고생 한 것이 먼저 떠올라 얼굴에 웃음기가 가시며 굳어버립니다. 이래서 누군가 "20대로 돌아가고 싶으냐?" 라고 물으면 단칼에 아니라고 대답합니다. 구남친에게도 불행한 일일겁니다. 불행한 여자가 남친에게 잘해주면 얼마나 잘해줬겠어요... 분명 틈틈히 괴롭고 힘든 부정적 감정들을 내비쳤을테고, 그 사람도 힘들었을 겁니다.

20대에 나쁜 남자친구 만나서 마음 고생 하고 있는 여동생님들께 간곡히 꼰대질을 하고 싶은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나중에 20대를 떠올리면 나쁜 놈을 만나 고생하고, 헤어질까 말까 100번 고민한 것 말고는 별다른 추억이 없는 끔직한 20대 시절이 되어 버릴 수 있어요. 20대는 다시 오지 않아요. (30대도 다시 오지 않긴 합니다..) 때로 다투는 날도 있겠지만 그대로 좋은 날이 더 많은 남자친구를 만나서, 행복한 추억으로 채우세요. 우리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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