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질에서는 안 통하는 진리, 역지사지

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연애하면서 스스로 힘들어지는 마술의 주문

세상 만사 진리는 하나이고, 단순하다고 하지만... 연애질에서는 그 진리가 안 통할 때도 종종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표적인 것이 '역지사지' 입니다. 역지사지 ( 易地思之 ) 뜻처럼 상대가 어떨 지 그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안 풀릴 문제가 거의 없어 보입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서로의 입장만 이야기하면서 나라 돌아가는 모양새가 답답할 때는 역지사지가 더욱 강조됩니다.
물론 연애에서도 상대가 어떨 지 입장 바꿔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게 "연애"상황이라 뇌와 심장이 약간 맛이 간 상태라서 그런지...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잘 굴러갑니다.


Lv1. 내가 싫어하는 것은 너도 싫어하겠지..


어릴 적 역지사지 뜻이 뭐냐고 물으면, 어른들이 쉽게 대답하신 것이

"니가 싫어하는거. 그럼 남들도 그거 싫어하겠지? 누가 너 때리면 좋아 싫어? 싫지? 그럼 남들도 싫어하는거야. 그거 하면 안돼."
"누가 너 좋아해주면 좋지? 그럼 다른 사람도 니가 좋아해주면 좋겠지?"


이런 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에도 내가 좋아하는 대로 해 줬는데... 이게 잘 안 통합니다. ㅠ_ㅠ

나는 좋아서 좋아한다고 했더니 그 사람은 나를 싫어하는 엇갈림은 기본이요,
서로 좋아서 사귀는 사이에, 내가 싫어하니까 상대도 싫어할 것 같아서 조심하면 상대는 아무 신경 없거나, 내가 좋아서 상대도 좋아할 줄 알고 했는데 반응이 나빠 당황스러운 빈번히 발생합니다. 

일례로, 친구 만난다는데 계속 연락하면 짜증나고 싫습니다. 그러니 사귀는 사람이 친구 만난다고 하면... 그 사람도 나처럼 친구랑 노는데 연락받고 짜증낼까봐... 궁금한데도 꾹꾹 참고 연락 안하고 기다립니다. 그랬더니
"너는 왜 연락을 안 하냐? 왜 그리 신경이 없냐?" 라며 서운해 합니다.

반대의 경우도 흔합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연락해주면 고맙고 좋아서.. (나를 생각해 주는 것이라 생각되서)
나도 그 사람을 생각한다는 증표로 사귀는 사람에게 수시로 연락하고 관심을 주었더니..
좋아하기는 커녕 "왜 이렇게 귀찮게 하냐?"고 하기도 합니다. ㅜ_ㅜ

아니.. 내가 바라는 대로 해주라며... 내가 싫어하면 상대도 싫어할거라 생각하고, 내가 좋으면 상대도 좋아할거라 생각하라던.. 그 단순한 레벨에서 우선 뭔가 잘 안 맞기 시작합니다.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건지 정말 모르겠다고 하면, 그러게 "적.당.히" 해야 된다고 합니다. 이 역시 대체 얼마만큼이 적당한지 얼마만큼이 안 적당한 지 알 수가 없습니다.


Lv2. 니가 좋아할 줄 알았는데...


1단계 역지사지에 혼돈을 겪기 시작하면, 새로운 전략을 새우게 됩니다. 이제는 상대가 좋아하겠거니, 또는 싫어하겠거니.. 해서 행동한 다음에 구박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역지사지의 자세로 상대를 생각했음을 어필하는 것 입니다.
그 매직워드가 "니가 좋아할 줄 알았는데..." 입니다.

이 말이 아주 기가 막힌 것이 "니가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이 말 한 마디면, 어지간한 상황에서 나의 이미지를 좋게 마무리 하고 상대를 미안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딱 잘라서 "니가 좋아한다"라고 단정 지은 것도 아니고, 조심스럽게 "니가 좋아할 줄 알았는데.." 라면서 추측하고 배려해 주었다는데... 거기가 대고 무슨 말을 더 할 수가 없게 만드는 매직워드 입니다.


"니가 좋아할 줄 알았는데..."

예전에 어떤 분이 길냥이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었더니 길냥이가 그 보답으로 쥐를 잡아다 주었다고 합니다. 화들짝 놀라며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자, 며칠 뒤에는 어디선가 피자를 주어다 주며 보은을 했다는 전설의 "고양이의 보은" 사진입니다.
고양이가 고맙다며 피자를 주어온 마음을 생각하면 찡해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고양이도 사람이 좋아할거라 생각해서 이러는데..... ㅠ_ㅠ

그러나... 이건 고양이라서 찡한거에요. 전혀 기대하지 않았고, 서로를 잘 모르는 사이잖아요. 사랑 사이에서도 기대 하지 않았던 사이에서 이렇게 '니가 좋아할 줄 알았는데...' 라면서 챙겨주면, 설령 전혀 안 좋아하는 것이라도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그러나 연인 사이에서는 이 말이 주로 내 뜻대로 다 해놓고 상대를 배려한 척 할 때 자주 사용되곤 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먹고 싶은 음식점으로 끌고 간 뒤에, 마치 상대가 이 메뉴를 좋아할거라 생각해서 일부러 온 것처럼 "니가 좋아할 줄 알았는데.." 라고 하면... 상대방은 뭐라 하기가 참 곤란합니다. (자기가 좋아서가 아니라) 니가 좋아할 줄 알아서 일부러 신경 썼다는데, 거기다 대고 정색해도 사회성 떨어져 보이니까요... ㅡㅡ;
이건 밥집, 데이트 코스, 선물 등등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해 놓고 "니가 좋아할 줄 알았는데.." 라는 한 마디로 "내가 아닌 너를 위한 것이었으며, 고로 너는 마음에 안 들어도 너를 생각한 나의 마음을 생각해서 감사해야 한다"는 의미로 폭넓게 응용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사이가 편하면, 농담처럼 "이거 정말 날 위한거 맞아? 니가 좋아하는 거 같은데.. ㅋㅋㅋ" 이라면서 콕 찔러 말해볼 수라도 있습니다. 오래 사귄 사이면 정색하면서 "내가 언제 이런거 좋아하는거 봤어? 그렇게 나를 몰라?" 라 며 되려 화도 내 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제 막 사귀거나 아직 사귀자고 한 사이가 아닌 경우... 그냥 "너도 좋아할 줄 알았는데..." "니가 좋아할 것 같아서..." 등의 말이 나오면... 상황이 마음에 안 들어도 마음에 든다고 해야 됩니다...

그래서 역지사지 레벨2에 접어들면, 싸움도 자주 납니다.
정말 (내 생각에는) 내가 아니라 니가 좋아할 것 같아서 한 건데 그 마음을 몰라주는 것에 무척 섭섭해지고, 다른 한 쪽에서는 그게 정말로 위해주는 게 아니라 결국 자신이 좋은대로 하고 그냥 너도 좋아할 줄 알았다면서 좋아하기를 강요하는 것 같아 불편해집니다. 
묘하죠. 분명 서로를 위하고 있고, "내가 바라는대로 남에게 해주어라" 라는 진리를 실천하고 있는 것 같은데 뒷맛이 개운치 못한 대목입니다.


Lv.3. 나와 같다면...


김장훈의 노래 "나와 같다면"은 아주 좋아합니다. 그러나 연애질에서 "너도 좋아할 줄 알았는데.."를 넘어서서 "나와 같다면.."이 시작되면, 무척 피곤해집니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을 넘어서서,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도 나와 같을 것이라고 간주를 하기 시작하면... 이해의 여지가 사라집니다.

오늘 같은 날 이런 경우 많습니다.
나는 한 해의 마지막이자, 새해의 시작을 맞아 광화문이나 종각, 명동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직접 나가는 것 까지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를 수도 있고, 서로의 입장에 따라 내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인이 바빠서 같이 못 있는 것은 이해하더라도 "이런 날 함께 있고 싶어하는 마음"은 나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연인은 한 해의 마지막이자, 한 해의 시작을 맞아 혼자 되돌아 보고 시간을 좀 갖고 싶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이미 연인님이 "나와 같다면.." 신공을 시전하시며, "이런 날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은 똑같다" 라고 정의 내리신 이상, "난 같이 있고 싶지 않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겁니다.

나와 네가 같은 마음일거라 생각하는 것이 참 아름다운 것 같은데... 참.....



좋아하는 마음에 상대의 입장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심지어 그 사람의 마음도 내 마음 같을거라고 추측하는 경지에 이르면... 서운함과 힘듦도 참 커집니다.
내 마음은 내 마음이고, 다른 사람 마음은 다른 사람 마음 입니다.
어느 한 순간도 우리의 입장이 완전히 같을 수 없고, 우리의 마음이 완전히 같기 힘듭니다....
때로는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을 내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사람과 내 마음이 다를 수 있다고 놔 주는 것도.. 행복한 연애질의 비법일지 모릅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는 더욱 행복한 연애질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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