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맞춤법 틀리는 남자친구 보며 흥분하는 여자의 심리
남자친구 : "머헤?"
니 생각나서.. 근대 있잔아..
보고십어!
머헤? (X) 머해 (0)
근대 (X, 근대는 식물 ㅡㅡ;) 근데 (O) 있잔아. (X) -> 있잖아. (0)
여기부터 계속 거슬리는데다가, "보고싶어 --> 보고십어"는 결정타죠...
내용은 상당히 가슴이 콩닥콩닥 뛰게 만들 그런 말인데, 맞춤법 틀리는 남자친구 때문에 급 유머가 되어 버립니다. ㅡㅡ;
심각한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에요..
헤어지고 힘들다면서.... "그녀를 있기가 힘들다..."
이러면 순간, 돌아가려던 맘도 돌아서게 만듭니다. ^^:;
이렇게 맞춤법은 진지함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
진지한데 웃겨? 없어보여..?
아직도 기억나는 연애편지 사건 중 하나가 중3때였습니다.
6반의 이모양이 1반의 김모군에게 보낸 연애편지였어요. 그 구구절절함에도 놀랐지만, 학교를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부분은 바로 바로...
"난 니가 정말 좃타!
I rike you ♥♥♥"
과감하게 연애편지를 써서 준 것도 놀라웠지만, 맞춤법 실력이 더 놀라웠습니다. "좋다"를 "좃타"로. "I Like you"를 "rike"로 써 놓았으니, 연애편지가 금세 유머게시판 핫 이슈 글이라도 되듯 온 아이들에게 소문이 나서 한동안 무료한 일상의 이야기거리가 되주었습니다.
아무리 예뻐도 이 정도는 싫어? ㅜㅜ
중3때는 영어시험, 국어시험을 보는데 이런 것도 모르는 애가 있다는 사실에 아이들이 더 떠들석 했지만, 크면서는 오히려 너그러워집니다. 텍스트를 많이 사용안하면 맞춤법이나 영어 스펠링이 가물가물하기도 하고 헷갈릴 수도 있다는 것도 이해하고, 인터넷 어체에 길들여져 있고, 일부러 맞춤법 무시하려고 쓰거나 어지간한 오타는 이해도 합니다. 남자친구 손가락이 더 두꺼워서 아무래도 오타 나기 쉬운 몸구조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여자들이 맞춤법 틀리는 남자친구에게 흥분하는 것은, "금새 금세" "하루밤 하룻밤" "됐다 됬다" 등의 고난이도 맞춤법도 아니고요.
하지만 몹시 기본이라 생각하는 맞춤법 (물론 이 기준은 사람마다 많이 다릅니다. ^^;)을 계속 남자친구가 틀리면, 흥분하게 됩니다. 맞춤법 틀리는 남자 친구를 보며 여자가 흥분하는 심리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여자는 남자의 백치미에 반하지 않아.
남자는 여자가 좀 무식해도 나름대로 애교라도 많거나 얼굴이라도 예쁘면 봐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똑똑하고 못생긴 여자 보다는 좀 멍청하고 예쁜 여자가 낫다는 슬픈 비교도 때로 있습니다. 하지만 여자의 경우는 아니에요.
멍청한 미남을 택하겠다는 여자도 없진 않지만, 남자 얼굴이나 외모 보다는 자신보다 똑똑해보이고 생각이 깊어보이는 매력에 푹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빠를 좋아하는 이유에서야 말할 것도 없고, 연하남에게 반하는 경우도 연하 남자친구를 사귀게 된 이유가 "나보다 나이는 어린데, 나이답지 않게 생각도 깊고, 정말 박식해. 다방면에 관심도 많고, 정말 똑똑해. 머리가 좋은거 같아." 등의 이유가 90% 이상이에요.
더 놀라운 통계치 하나는 지금까지 친구들과 남자친구 이야기 할 때, 자기 남자친구 머리 나쁘다고 하는 여자는 손에 꼽는다는 것 입니다. 100명이면 95명 이상은 "내 남친이 머리는 진짜 좋거든." "내 남친이 아는게 많지." "내 남친 천재임." 등의 자기 남자친구 자랑질이 엄청납니다. 옆에서 봤을 때는 진짜 멍청한 남자랑 사귀는 것 같아 보여도, 어찌되었건 그 여자친구는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여자가 남자에게 반하는 순간은 '지성미' 일 뿐, 절대 '백치미'가 아니에요. 다만 학구적으로 파고드는 지성을 좋아하는지,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지식을 좋아하는지, 지식보다 지혜를 좋아하는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백치 남자는 인기가 없습니다.
남자의 백치미 중에서 여자에게 잘 통하는 것은, 남자가 여자에 대해서 정말 모르는 무지함 정도입니다.
"저기 있잖아. 여자들 신발 발 안 아퍼? 굽이 가늘고 뾰족해서 발 아플거 같아."
"여자들끼리는 만나면 뭐해? 남자들은 그냥 무조건 술마셔. 다른거 하는게 없어서.. 예쁜 집도 잘 모르겠고.."
이런 부분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을 때는, 여자는 남자가 귀엽다 여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것 말고, 기본적인 맞춤법도 틀리는 무식함에는 대부분 아연실색해버립니다.
ㅠㅠ
2. 낚였다는 느낌.
여자가 남자에게 반하는 순간은 "이 남자가 나보다 낫다." "나이와 관계없이 깊이 있어 보이고 뭔가 있어 보인다." 싶을 때 였다보니, 콩깍지였던 뭐였던 괜찮아 보여서 사귀기 시작한 남자친구가 알고보니 맞춤법도 틀리는 남자라면 낚였다는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처음 기초 맞춤법 틀리는 남자를 보는 순간, 한 번은 의심합니다. 오타일거야.. 그럴 수도 있지..
두 번째, 세번째.. 습관적 오타일거라고 굳게 믿고 싶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이걸 알려줘야 말아야 되나 고민도 합니다.
네번 이상 맞춤법 틀리는 것을 발견하면 확신합니다. 모르는구나. 라고. 그래도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맞춤법을 가르쳐 주려고 노력은 합니다.
맞춤법 틀리는 것이 한 두군데가 아니라, 명언, 격언, 사자성어로 넘어오면 더 난리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포기합니다. 설마 맞춤법도 틀리는 남자일거라는 생각은 안했는데, 정말 초딩 어휘력, 유딩의 맞춤법 실력인 것을 눈치채는 순간, 앞서 여자를 홀릴 때 했던 근사했던 말이나 뭔가 있어보이는 포스는 모두 허풍이었다는 생각에 낚였다고 확신합니다.
3. 신분하락의 느낌
속물같다 하셔도 어쩔 수 없는 심리 중 하나는, 애인으로 인해서 내가 더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심리가 있습니다.
남자친구의 직업은 곧 여자친구의 자부심, 남자친구의 유식함은 곧 여자친구의 힘, 남자친구의 재력은 곧 여자친구의 평안과 직결이 되죠.. 그래서 과장 마누라는 부장, 부장 마누라는 사장이라며, 아내들이 더 기세등등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처럼 남편의 이미지와 아내의 이미지는 세트로 다닙니다. 예를 들어, 왠지 남편 직업이 선생님이라고 하면, 여자는 고졸이었을지라도 똑똑할 것 같고, 그런 느낌들이 있습니다.
비단 남편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남자친구도 똑같습니다.
" 내 남친 학벌이 좋아.(그런 남자와 대화가 통하는 나도 괜춘한 여자)"
"내 남친이 컴퓨터 공학과잖아. (공학도와 통하는 나도 똑똑한 여자)"
남자친구의 지적수준에 묻어가는 이런 분위기랄까요.
그런데.. 내 남자친구는 무.식.하.게. 기초적인 맞춤법도 틀리고 있으면 창피합니다. 특히 괜히 문자 썼는데, 다 틀린다거나.. 그러면 입도, 글도 틀어막아버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일치얼장인데! 만이 늘엇내. ㅎㅎㅎ" (설마 일취월장... ㅡㅡ; )
여자친구만 있을 때 때때로 실수해도 실망스럽지만, 사람 여럿 모인 자리에서 아는척 하면서 이야기 하는데 다 틀리면... 정말 창피합니다. 무식한 남자친구 때문에 덩달아 바닥으로 끌어당겨지는 그 느낌도 무시못합니다.
과거에는 연인들의 주요 대화 수단이 전화통화 였기에 맞춤법 따위 좀 틀려도 말발로도 작업이 가능했습니다. 작업 성공하여 솔로탈출 뒤에도, 계속 전화를 하니까 맞춤법 틀리는 남자 때문에 흥분하고 말고 할 일도 적었습니다.
하지만 나날이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등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연인간에 통화보다 점점 문자, 메신저로 대화하는 비중이 커졌습니다. 특히 초반에 솔로탈출을 위해 작업을 할 때, 전화보다도 문자, 메신저가 애용됩니다. (- 전화번호 따는 시대는 갔다? 이제 아이디!) 그런데 맞춤법을 수시로 틀리면, 솔로탈출이 점점 더 멀어집니다.
어렵게 솔로부대 제대했어도, 재입대가 빨라집니다. ㅡㅡ;
여자라고 맞춤법의 달인들은 아닙니다. 수시로 틀리고, 헷갈리는 것은 똑같습니다. 누가 누구 지적할 처지가 아니지만, 그래도 "이것도 틀리냐.." 라고 지적할만한 기초적인 맞춤법이 수시로 틀리는 남자는 정말 고민스럽습니다. 여자 나름대로 심각한 고민이 됩니다. 남자친구가 맞춤법 틀릴 때마다 없어보이고, 속상하고, 진지하게 헤어질까도 고민을 하는데,
"내 남자친구 맞춤법 자꾸 틀려서 점점 마음이 떠나."
라는 말은 차마 자존심 상해서 누구에게 털어놓기도 참 애매하잖아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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