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때 회사에서 꾀병으로 오해받지 않으려면?

라라윈 생각거리 : 아플때 회사에서 꾀병으로 오해받지 않으려면?

아플때 회사에서 꾹 참고 있노라면 섭섭함이 몰려옵니다. 아플때는 말을 조금만 섭섭하게 해도 어어어어어엄청 서운하더라고요. 대체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의 의사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훈련받은 것은 아픈티 안내고 일하는 것이 프로라고 배웠는데, 아픈티를 안내면 상대방은 정말로 몰랐습니다.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아플때 회사에서의 해석

아플때 회사에서

아파서 머리를 감싸쥐고 있으면 민감한 분들은 "왜 그래? 어디 아퍼? 왜 머리를 감싸쥐고 있어?" 라고 하시지만, 둔한 분들은 그냥 고심하느라 그러는 줄 압니다. 그러나 대부분 머리 좀 감싸쥐는 정도로는 정말 아프다고 보지 않습니다. 저는 땅바닥에서 이마를 끌어당기는 기분이고 쿡쿡 찌르는 것 같아 굉장히 고통스러운데, 남이 보기에는 멀쩡한 줄 압니다. 좀 더 무심한 분들은 아픈지 전혀 모르고, 행여 까칠하게 반응하면 괜히 신경질 부린다고 오해하기도 합니다.

아플때 회사에서

아파서 책상에 엎드려 있으면 대체로 오해받기 쉽습니다. 아파서 그런다기보다 전날 술마셨거나 전날 딴짓하느라 잠을 늦게 자서, 아무튼 개인적 게으름으로 땡땡이 친다고 오해받습니다. 오해하는 분들도 "쟤 뭐야? 대놓고 자빠져 자네?" 라며 언짢을테고, 저는 저대로 아파서 그러는데 이유없는 농땡이로 오해받으니 엎드려 있으면서도 눈치가 보였습니다. 한 마디로 남이 보면 그냥 낮잠, 땡땡이일 뿐 아픈 줄 모릅니다.


아플때 회사에서


가장 확실하게 의사소통이 되는 것은 땅바닥에 눕는 것이었습니다. 말로 "저 많이 아파요." "몸이 많이 안 좋아요." 라고 해봤자, 뿌리깊은 한국의 불신 문화 때문인지 의심문화 때문인지 꾀병이라고 오해받습니다. (특히 체격 건장한 사람이 이럴때 많이 불리합니다 ㅠ)

말로 하는 것보다 생리통이 극심하면 배를 움켜쥐고 바닥에 눕고, 두통이 심하면 머리를 감싸쥐고 바닥에 누워 끙끙 앓고 있으면, 확실한 의사소통이 됩니다. 민감한 사람은 물론이요, 둔하고 무심한 사람도 "왜 그래? 그렇게 아프면 들어가봐, 병원에 가봐야지." 같은 반응이 나옵니다.

보내주어도 '저거 꾀병아냐?' 하는 의심도 없고, 나온 사람도 정말 아픈데 멀쩡해 보인거 아닌가 싶어 괜히 걱정되지도 않습니다.



과장해야 확실히 전달되는 의사소통

자기 손가락이 종이에 벤 것은 굉장히 아프고 신경쓰이고, 두통 생리통 어깨뭉침 등등도 몹시 괴롭지만 남의 아픔에는 둔합니다. 제가 아픈게 아니기 때문에 실감이 나지 않는거죠. 내가 아픈것도 아닌데 남이 아프다고 해봤자 귀찮은 징징거림일 뿐 입니다. (▶︎사람들은 당신이 아픈 것에 관심이 없다)

비단 아픈 것 뿐 아니라, 의사소통은 다소 과장이 되어야 정확히 전달되는 면이 있습니다. 소위 '강하게 어필한다'는 정도로 해야 상대에게 간신히 전달이 될까말까 입니다. 다들 바쁘기도 하고, 원래 사람이 남의 일에는 다소 무심하다보니 덤덤하게 말하면 잊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립니다. 중요하다고 수 차례 강조하고, 반복하고, 강하게 말을 해야 귓구멍에 살짝 들어갑니다.

고백할때도 '난 너에게 관심이 있다' 정도로는 불타는 마음이 전달되지 않습니다. 마음이 드러나는 행동 + 관심있다 정도가 아니라 과장되게 너에게 느끼는 것 같은 감정은 처음이다, 네가 아니면 안 될 것 같다, 너 뿐이다, 정도는 해 줘야 상대방이 진심인가 갸웃거릴 정도 입니다.

고로, 아플때 아프다고 말을 해도 귓등으로 듣기 때문에, 아픈데 꾹 참고 있으면 정말로 아무도 모르고요, 아프면 강렬하게 헐리웃 액션처럼 바닥에 드러누워 고통을 호소해야 '아, 쟤가 많이 아프구나.' 합니다.



자신도 모르는 소시오패스들

특히 아픔에 대해 강한 액션이 필요한 이유는, 한국사회의 소시오패스같은 풍토 때문입니다.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특징은 '남의 아픔에 공감할 수 없는' 겁니다. 이러면 먼 남의 이야기같지만, 회사에서 흔히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아프다고 할 때,


"미정이가 사회생활을 안 해봐서 그러나보네 ㅉㅉ. 사회생활하면서 아프다고 그러는게 어딨어?"

"정신력이 약해서 그러지. 우리땐 아프면 점심때 점심 안 먹고 병원가서 얼른 링겔 후다닥 맞고 와서 그날 야근까지 다 했지. 어디 그러니?"


이런 식입니다. 상사에게 이렇게 당한 사람은 자기 부하에게 또 이 짓을 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여적여라 하지요.


"난 만삭에 출산 1주전까지 나와서 근무했어. 난 내가 만삭에도 운전하면서 일도 다 했어. 임신해서 힘들다는건 다 정신력 문제지."

"누군 생리 안하니? 알아서 관리를 했어야지. 그런것 때문에 여자들이 싸잡아서 욕먹잖니."


라며 갈구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갈굼이 '개념'을 알려주는 행동이라 착각할 뿐, 그게 바로 소시오패스같은 짓이라고는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일하는 이들 대다수가 일자목 거북목 같은 목 결림, 어깨뭉침, 허리 아픔, 두통, 위장염 등은 기본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더 남의 아픔을 공감도 못하고 배려도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다 부질없다.

소시오패스들 사이에서 아파도 참으면서 사회생활을 배워서 잘 참았습니다. 아프면 점심 굶고 병원가서 링겔 후딱 맞고 와서 오후 근무와 야근하고, 약을 달고 살면서도 버텼습니다. 이게 개념있는 것, 프로 직장인 다운 것이라 생각했죠.

그 때 당시에는 자꾸 아프다고 하면 짤리는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 이 정도 만성질환은 다들 가지고 있는데 저만 정신력이 나약해서 못 버티는 루저같고, 아무튼 개념있게 보이고 싶어 아파도 아프다고 안하고 꾹 참으면서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십수년간 아픈거 참아가면서 일을 한 결과는 다 부질없습니다.

아픈데 꾹 참으면서 다니면, 아프니까 점심때 링거맞고, 어떻게든 빨리 회복하려고 좋은거 사먹고, 힘드니까 택시타고 출퇴근 하니 남는 것도 없었습니다. 결국 몸이 만신창이가 되면 퇴사하고 불안해하며 쉬었고요. 아픈거 참아가면서 일해서 저에게 남은 것은 없고, 그렇게 노예처럼 일했더니 회사 사장님과 임원들 외제차는 사시더라고요.

아프면 과하게 아프다고 표현하고 쉬면서 충전을 해야 되는데, 눈치보면서 꾹 참다가 결국 만신창이가 되고 나면 치료기간도 훨씬 오래 걸렸습니다. 퇴사하고 치료하면 가뜩이나 백수라 부담되는데 치료비도 부담되었고요. 그러느니 처음에 좀 아플때 엄청 아프다고 하고 반나절이나 하루라도 푹 쉬고 치료를 받았다면 나았겠죠....

아무튼 중요한 것은 회사일하느라 몸이 상했다고 회사가 책임져주지 않으니, 일보다 내 몸뚱이 내가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후후후....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을 보니, 사회생활의 지혜(?)가 늘고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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