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면서 대판 싸우는 이유, 심리적 계약 위반?

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사귀면서 대판 싸우는 이유, 심리적 계약 위반?

사귀면서 싸우는 이유가 한 두 가지는 아니나, 큰 싸움이 되는 원인은 '심리적 계약위반' 문제일 것 같습니다. 심리적 계약 위반은 계약서에 도장 쾅쾅 찍은 건 아니지만, 말로 이야기 한 적이 있거나 상식적으로 기대할 만한 것을 깨 버린 것 입니다. 내가 이렇게 하면 상대도 어떻게 해주리라는 기대가 있는데, 그걸 깨는거죠. 예를 들어 품앗이도 일종의 심리적 계약 입니다. '서로의 결혼식에 참석하겠다. 위반 시 벌금 얼마를 내겠다' 이렇게 계약을 한 건 아니지만, 내가 네 결혼식에 갔으니 다음에 내 결혼식에 오리라 믿는 거죠. 그런데 결혼식에 안 나타난다면 심리적 계약 위반이라 무척섭섭합니다.

결혼식 품앗이 외에도 상대의 상황을 많이 배려해 줬으면 상대도 그러리라 기대하는데, 아닐 때 실망합니다.

특히 연인 사이에는 이런 기대가 깨지면서 심리적 계약 위반이고 불공정하다고 느껴질 때 큰 싸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너는 되고 나는 안돼?

남자친구가 친구들 만나서 놀 때 연락 한 통 없이 기다리는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새벽까지 술을 마시건 술자리에 여자들이 끼어 있건 이해해주며 한 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회사 회식 때문에 전화를 못 받자 남자친구는 성질을 냈습니다. 10시까지 들어가기로 해 놓고 왜 집에 들어가지 않느냐며 화를 내자, 여자친구는 아직 사장님이 계시고 임원들 다 계셔서 눈치 보인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그러나 남자친구는 막무가내로 화를 내며 다른 남자들이랑 술 마시니 좋냐고 비꼬며 계속 전화를 해서 화를 냈습니다.


그러자 이해심 많던 여자 쪽도 폭발했습니다. 너 친구 만나서 새벽까지 술 마셔도 아무 말 안하고 다 이해해 줬는데, 난 지금 좋아서 있는 것도 아니고 회사 회식인데 왜 난리냐며 터졌고, 결국 큰 싸움이 되었습니다.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자신이 남자친구가 술을 마시거나 다른 여자와 어울리거나 이해를 해주면 남자친구도 그러리라고 기대를 했을 겁니다. 그런데 회사 회식자리조차 이해를 못해 성질을 부리면, 불공정하다고 느껴지고, 자신은 이해해 줬는데 이해받지 못하니 심리적 계약위반이라 느낄 수 있습니다. 계약서 도장 찍은건 아니라도, 사귀는 사이에 서로 해주는 대로 비슷하게 맞춰주리라는 기대가 있으니까요.



# 배려했더니 더 배려하라네?

여자친구가 결혼하고 일 쉬고 싶다고 하길래 남자는 흔쾌히 동의했다고 합니다. 넉넉하지는 않겠지만 둘이 아껴쓰면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대요. 결혼하자마자 전업주부가 되겠다고 하는 것을 양보해 주었으니, 다른 것은 남자친구에게 맞춰 줄 줄 알았으나, 여자친구는 집도 남자가 준비해야 하며 자신은 몇 평 이하에서 살 수 없으니 돈이 없으면 빚을 내라고 했다고 합니다. 집 까지도 남자가 준비해야 되는 것 같아 그러려니 했는데, 결혼할 때 꾸밈비도 달라고 해서 폭발했다고 합니다.


하나 양보했다고 상대가 하나를 양보하기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두 세 개 양보했으면 한 두 개 정도는 포기해 줘야 하는데 모두 자기 뜻대로만 하려고 드는 것에 화가 난 것 입니다.


둘 사이에 '전업주부 부분과 집은 내가 맞춰줄테니, 나머지는 내게 맞춰줘라.' 이런 계약을 한 건 아니지만, 남자 입장에서는 통념적으로 그러리라 기대를 했고, 그 기대가 깨지니까 화가 난 거죠.


결혼 준비 경우 뿐만은 아닙니다. 맞벌이 부부들이 싸우는 경우도 비슷합니다. 아내가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함에도 아침 준비를 하고, 저녁 준비를 하는데, 남편은 먼저 퇴근해서 아무 것도 안하고 TV보고 있다가 아내가 들어오면 "배고파 빨리 밥 차려줘"라고 할 때 화가 난다고 합니다. 배가 고프면 냉장고에 있는 반찬 꺼내서 먹거나, 자신이 먼저 퇴근하고 아내가 늦게 오니 아내 오는 시간에 맞춰 냉장고에 있는 반찬만 꺼내서 아내 왔을 때 같이 먹자고 해 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요.

이미 다 준비되어 있는데, 꺼내서 차리는 것 정도는 남편이 해주리라 기대를 했던 거겠죠.



심리적 계약 위반의 문제

심리적 계약 위반이라고 느끼게 되면 '불공정'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성격 차이처럼 다른 문제가 아니라, 이건 불공정 하기 때문에 짚고 넘어가야 하고 크게 싸우더라도 뜯어 고쳐야 될 문제인 거지요.


그렇다면 커플 사이에 어떻게 해야 공정한 걸까요?


심리적 계약 위반


무조건 똑같이 한다고 공정한 것은 아닙니다. 

커플이니까 무조건 먹은거 쓴거 반반 내고, 내가 생일날 10만원 짜리 사 줬으면 너도 나한테 10만원짜리 사 줘야 '공정'한 것은 아닙니다. 나는 너네 부모님 선물도 해 드리고, 니네 부모님 잘 챙겼으니, 너도 똑같이 하라는 것도 '공정'은 아니고요.

난 밖에 나가서 술 안 마시고, 이성 안 만나니까 너도 똑같이 하라는 것도 공정한 것은 아닙니다. 직업, 성격, 상황이 다 다르니까요.

그러다 보니, 무조건 '난 이렇게 했으니까 너도 똑같이'가 아니라 맞춰가는 부분이 필요합니다.


상식의 개념이 다른 것도 맞출 부분입니다.

'심리적 계약 위반'은 말 그대로 '심리적으로 계약을 깼다, 상대가 상식적으로 (통념적으로) 어긋나는 일을 했다'고 느끼는 것인데, 사람마다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굉장히 다릅니다. 위의 상황에서도 '결혼준비에서 남자가 돈을 전부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며, 여자가 전업주부가 될 것이니 여자의 뜻대로 하는 것이 당연하다.' 라는 것이 여자의 상식이라 남자가 왜 화를 내는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도 남자의 상식은 '집안일은 원래 다 여자가 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내가 늦게 와도 아내가 밥을 차리는게 당연하다' 일 수도 있고요.


'상식'이 충돌할 때 굉장히 큰 싸움이 날 수 있습니다. 상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라서, 그것이 위배되면 굉장히 충격적이니까요. 그러나 제 아무리 잘 맞는 사람이라도 서로가 생각하는 상식과 기대가 똑같은 경우는 없습니다. 심리적 계약 위반 문제로 걸핏하면 다투고 있다면, 상대의 상식을 바로잡겠다는 결의보다 서로 다른 생각 틀을 맞춰간다고 생각하는 편이 조금 빠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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