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건물주가 유명인이면, 명도소송이 감정호소 여론싸움이 될까?

라라윈 생각거리 : 왜 건물주가 유명하면 임차인이 명도소송을 감정호소 여론몰이로 몰고갈까?

매주 지나는 북촌 길에는 꽤 오랫동안 건물 명도소송으로 인한 다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건물을 구입해서 빼달라는 쪽과 못 나간다는 양쪽 입장을 꼼꼼히 읽어보고, 돌아와서 법률도 찾아보노라니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싸이와 한남동 테이크아웃 드로잉, 리쌍과 신사동 우장창창, 삼청 새마을금고와 씨앗, 장남주 우리옷. 모두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이전부터 문제가 있었으나 드러내지 않다가, 건물주가 유명인 또는 이름있는 회사가 되자 문제를 크게 벌렸다는 것 입니다.



삼청 새마을금고 vs 씨앗, 장남주 우리옷

삼청 새마을금고, 명도소송,


왼쪽 끝이 새마을금고, 오른쪽 끝이 장남주우리옷과 씨앗입니다. 건물 대 여섯 채를 사이에 둔 가까운 위치라서, 새마을금고는 셋집살이를 끝내고 저 건물로 이사를 하려고 구입을 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 건물에 원래 있던 가게들 입니다.


명도소송


새마을 금고 구입 직후부터 새마을 금고를 비난하는 현수막과 포스터를 붙이더니, 점점 늘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6월 11일 ~ 15일에 갑자기 약속이나 한 듯 장남주우리옷과 씨앗을 옹호하고 새마을금고를 비난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제목부터 상인은 서럽고, 건물을 구입한 새마을금고는 못된 건물주로 혼내줘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장남주 우리옷, 씨앗


그러나 억울하다는 것은 알겠으나, 이 쪽의 주장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새마을금고를 비난하면서 억울하다고 감정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저같은 사람은 이런 것을 보며, 대체 왜? 뭐가 어떻게 억울한데? 라는 궁금증이 든다는 것 입니다. 저의 왜?? 라는 의문을 해소시켜준 것은 새마을금고의 설명서였습니다.


삼청 새마을금고


새마을 금고가 이 건물을 매입할 때, 이미 전주인 남모씨와 명도소송 중이었다고 합니다. 신문기사에 보니 전주인 남모씨가 대기업 프렌차이즈를 받고 싶으니 계약 종료 후 나가달라고 했으나 거절하여 명도소송까지 갔다고 합니다. 현재 임차인들의 요구는 권리금으로 각각 7천만원씩을 달라고 하였으나, 법률상 허용되지 않은 자금집행을 임의로 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임차인의 편에서 작성된 기사에도 나오는데, 임차인들이 주장하는 권리금 7천만원을 지급했다는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쪽은 논리적으로 차근차근 설명을 하고, 한 쪽은 억울하다, 저새끼 나쁜놈 이라며 욕을 해대니, 임차인들이 "3억이나 싸게 샀으면 1억 4천 떼줘라"라며 떼쓰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어 보였습니다.

대부분의 건물 명도소송에서 상인과 건물주의 싸움은 권리금이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권리금은 애초에 건물주에게 지급한 돈이 아니라, 이전 세입자에게 주는 것이라서 장사가 잘 안되면 권리금도 못 챙기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지 않았을까요...

여기에서 중요한 논지 하나는 2010년 전전주인 권모씨와 계약하고, 2012년 전주인 남모씨와 계약을 갱신한 상태라서 2015년 5월 13일 개정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과 무관하다고 하는것입니다.그렇다면 2015년 5월에 개정된 법에 따르면 권리금을 줘야하는 걸까요?



2015년 개정된 상가 임대차 보호법 (계약기간 5년 및 권리금 보장)

상가 임대차 보호법

상가 임대차 보호법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2줄 요약]

1. 첫 계약날짜를 기준으로 최대 5년까지는 계약연장을 할 수 있다. (3번 이상 월세 밀렸다거나, 불법적인 일 등을 안 했으면 5년간 영업가능)

2. 건물주가 권리금을 못 받도록 방해하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건물주에게 무조건 권리금 내놓으라고 땡깡부려도 된다는 것은 아님. 다음 세입자를 구해서 그 사람에게 권리금을 받아도 된다는 것임)


최대 5년은 같은 장소에서 영업을 할 수 있고, 건물주가 장사 잘된다고 내쫓고 그 자리에서 똑같은 가게를 하거나 새로운 세입자를 받아 권리금을 챙기는 것은 막아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법은 2015년 5월 13일부터 적용되며 계약이 유지되어 있는 경우에 해당이 된다고 합니다.



명도소송은 건물주가 세입자 내보내는 것?

논란이 되고 있는 '명도소송'은 소유자가 권원없이 자신의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는 불법점유자를 상대로 그 부동산의 명도(건네 받는 것)를 법원에 청구하는 소송이라고 합니다. 타인의 토지를 불법으로 점유하고 있는 자라고 하더라도 소유자는 그 불법점유자를 강제로 퇴거시키고 점유를 회복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이는 자력구제금지의 원칙상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세입자가 안 나가고 버티는 경우, 건물주도 명도소송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부동산 경매하는 분들께, 경매로 부동산을 구입할 때 명도소송이 얽혀있지 않은지 잘 봐야된다는 이야기를 주워들은 적이 있습니다. 상가도 골치 아프지만, 주택의 경우 진짜 생존의 문제라서 본인들이 집을 비워주지 않는 한, 정말 이사보내기 힘들다고 합니다. 명도소송의 사례를 들으니, 임차료를 계속 밀리고 있는 사람을 그냥 둘 수 없는 집주인도 답답할 것 같고, 갈 데가 없는 불쌍한 사람들도 딱하고 그랬습니다. 문제는 이런 불쌍함의 논리로 명도소송을 접근하면 한 방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건물주는 나쁜놈이고, 세입자는 불쌍한 사람일까?

싸이 한남동 테이크아웃 드로잉 사건 때 테이크아웃 드로잉을 두둔하다가, 제가 크게 한방 먹었거든요.

저도 미대 출신이라는 괜한 연대의식 때문에 '어떻게 이럴 수 있냐, 싸이는 돈도 잘 벌면서 돈 두둑히 집어주고 내보내도 되지 않을까, 한남동 테이크아웃 드로잉에 가 본 적은 없지만 나름 문화 명소라던데 지켜주면 안되냐' 같은 옹호 입장을 말하며 핏대를 세우고 있었습니다. 제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사업가 한 분이 자초지종을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뭘 모른 채 "싸이가 한남동 테이크아웃 드로잉 건물을 샀는데, 무조건 나가라고 했대요. 싸이는 월드스타 이미지도 있는데 왜 그랬을까요? 이건 아니잖아요." 라고 대답을 하자, 그 분은 금방 건물에 대해 검색을 해보셨습니다.


"이 사람들은 싸이가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전주인이 명도소송을 진행했고, 승소를 했네. 즉, 싸이가 구입하기 전에 나갔어야 되는 사람들인데, 싸이가 유명인인 것을 이용해서 버티는 것 같은데? 이 사람은 이미 이전에도 명도소송을 당해서 버틴 이력도 있는데. 

그러나 사람들은 자네처럼 이런 것을 알아보지도 않고, 싸이를 욕부터 하니까 이 사람들이 그걸 믿고 일을 크게 벌리는거지."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언론에 감정팔이한 기사를 보면서 울컥했을 뿐, 그 세입자들이 전전주인 때에 계약을 했고, 전주인과 명도소송에서 패소하여 나가기로 되어 있었다는 것은 몰랐습니다. 괜히 나서서 거들었다가 바보가 된거지요..... 


▶︎ 싸이 한남동 테이크아웃 드로잉 명도소송 2년간의 전개상황 http://www.gosunggo.com/644 (다소 주관적 문체이나 내용은 사실에 기반하고 있네요)


이 때 한 방 먹은 뒤로는, 명도소송 이야기가 나오면 건물주부터 욕하기에 앞서 상황을 살펴보았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노라니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이슈가 되는 사건들의 대부분이 법적으로는 계약기간이 정식으로 만료되었거나, 소송에서도 패소한 상황이나 누리꾼들에게 알리며 일을 키운다는 것 입니다.



왜 임차인은 감정에만 호소할까?

저는 세입자이고, 건물주가 될 가능성도 희박하니 저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무조건 임차인 편을 드는 것이 맞습니다. 바로 이런 점을 이용해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 입니다. 우선은 전후사정과 상관없이 "쫓겨났다" 라는 단어 하나면 선동이 되기 때문인가 봅니다.


최근 수많은 명도소송 사건들이 나오고 있는데, 제 눈에 띈 불편한 언플은 <월향> 사례 였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


홍대 터줏대감 월향은 어떻게 쫓겨났나 - 기자 이여영


언뜻 보기에는 이여영이라는 기자가 홍대에서 월향이 쫓겨난 사건에 대해 취재를 한 듯 보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글을 보자마자 눈쌀이 찌푸러졌습니다. 이여영이 월향 사장입니다. 전직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것도 맞고요. 자신의 일이면서 남의 일을 객관적으로 적는 척 하면서, 월향이 얼마나 억울했는지 소상히 일러바친 것 입니다. 이 분이 사장인 것을 아는 사람이 꽤 많았는지, 댓글에는 비슷한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사장이면서 기자가 적은 척 건물주를 나쁜놈으로 몰아가는 것, 터줏대감이라는 평 자체도 남이 인정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평이라는 점, 등에 대한 비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분은 다른 분점도 많이 가지고 계시고, 여기에 에너지를 더 쏟으실 생각이 없었는지 더 이상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며칠 사이 빅이슈가 되고 있는 리쌍 건물 곱창집 사장님의 경우도 시종일관 억울하다는 내용으로 언플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초지종을 보면, 본인들은 권리금 1억 5천 (+ 5천 이라고 주장)을 주고 들어왔으나, 권리금 3억을 달라고 하여 일이 시작이 되었습니다. 리쌍 측에서는 권리금 계약서에 있는 1억 5천을 주겠다고 했으나 거절하여 소송까지 간 것이고요. 그러나 방송에 나와서는 건물주가 교회다니면 교회도 나가야 된다며 눈물을 흘립니다.


어쩌면 한국은 지금 헬조선이라 할만큼 연애고 결혼이고 떠나서 생존이 퍽퍽한 상황이고, 자영업 하는 분들이 아니라 그냥 전세 사는 사람들도 반전세라는 요상한 월세에 시달리고 있어 건물주에 대한 반감이 큽니다. 건물주들은 금숟갈을 물고 태어나 불로소득으로 공돈을 번다고 여기는 겁니다. 먼 옛날에는 열심히 모아서, 직장인들도 빌라 하나 정도를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한 칸은 자기 살고 다른 칸들은 세를 주는 '작은' 건물주 정도는 될 수 있었던 거지요. 그러나 현재는 직장인 맞벌이 부부가 빌라 한 칸이 아닌 한 채를 소유한다는 것은 거의 꿈에 가깝습니다. 건물값이 너무 올라서 쉽지 않습니다. 이렇다 보니 어차피 건물주는 있는 놈들만 되는거고, 내가 못되면 너를 끌어 내리고 싶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에 기대서, 무작정 감정에 호소하는 것 같습니다.



일련의 사건을 보며드는 의문점 3가지

1. 해당 사건의 자영업자들이 정말로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인가?

저는 월세 10만원 아껴보겠다고 발품을 팔며 집을 구하고, 5만원이라도 깍아보려고 애를 쓰는 서민입니다. 그러나 이 분들은 월세 700만원, 1000만원을 턱턱 내면서 몇 년간 사업을 하던 분들입니다. 권리금 몇 억도 냈던 사람들이고요. 한 달에 천 만원 가까이 월세를 내면서 망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수입이 있었다는 것 입니다. 최소 월세 이상, 1년에 1억 이상은 벌던 분들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즉, 건물주 vs 세입자로 몰고가면서 부자와 가난한 자의 대결이라며, "가난한 자들아, 나에게 힘을 모아줘!" 라고 하지만, 그분들은 그리 가난한 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일반 직장인들은 꿈도 못 꿀 수입을 올리시는 싸장님들 아니신지요.....


2. 억울하면 상대를 괴롭혀도 정당한가?

감정에만 호소하면 상대를 괴롭혀도 된다는 것도 무척 소름끼치는 일이었습니다.
테이크아웃드로잉의 경우 싸이의 집 앞에서 확성기에 대고 시위를 하고, 싸이의 소속사 앞에서 시위를 했습니다. 억울해서 그랬다고 하지만, 건물주 또는 소유주라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괴롭힘을 당해도 괜찮은 것인지 의문이 갑니다. 제가 만약에 맥북프로를 중고로 샀는데, 판 사람의 친구가 쓰고 있으니 그 사람에게 받아가라고 하여 달라고 했더니, 이 맥북프로는 내 밥줄이라며 못 준다고 때쓰는 느낌인 것은 아닐까요, 물건은 안 내주고 버티면서, 제 집이나 회사에 찾아와서 "저 년이 내 밥줄인 맥북프로를 뺏어간다, 억울하다," 라고 하면, 미치고 환장할 노릇일 것 같습니다.

자신이 억울하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타인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생활을 헤집어도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3. 부자는 손해를 봐도 괜찮은가?

마지막으로, 부자면 피해를 입어도 된다는 것도 무섭습니다.

한남동 테이크아웃드로잉의 경우 2년간 지속된 다툼으로 인해 싸이는 약 12억 정도의 손해를 보았다고 합니다. 원래는 건물 전체에 프렌차이즈 커피점이 들어와서 월세 5천만원을 주기로 되어 있었다네요. 싸이는 강남스타일로 돈 엄청 많이 벌었고, 연예인이라 돈 쉽게(?) 버니까, 그 정도 피해를 입어도 되는 걸까요?

40세 직장인이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해서 세를 줬는데, 그 사람이 6개월째 월세를 내지 않아 결국 법적 소송을 하게 되었고 명도소송에서 승소하여 강제집행 판결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판결이 날 때까지 6개월 정도 걸리고, 그 사이에도 계속 월세를 내지 않고, 밀린 전기 및 가스 요금 등도 엄청난데다가, 강제집행을 할 때 비용도 평당 5~10만원을 내야 되기 때문에, 꼼짝없이 몇 백만원의 피해를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상황을 들으면 몇 백만원이어도 엄청 딱한데, 연예인들 사건은 손해금액이 훨씬 커도 니들은 돈 잘 버니까 그 정도는 괜찮잖아, 이렇게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모든 일의 원흉은 어디가 장사 좀 된다 싶으면 몰려들어 세를 높이는 사람들일텐데, 엄한 사람들이 치고 받고 싸우니 답도 없고 답답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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