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후 게임만 하는 남편, 그 남자의 심리

라라윈 연애질에 관한 고찰 : 퇴근 후 게임만 하는 남편, 그 남자의 심리

몇 년 전 일입니다. 결혼한 친구에게


"신혼생활 재미있어~? 매일 데이트 같고 좋겠다~!"


라며 부러워했는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언니, 말도 마. 집에만 오면 씻자마자 노트북 2대 켜서 게임 밖에 안 해. 밥 먹으라고 잔소리 잔소리 하면 잠깐 정지하고 나와서 밥 먹고 설거지나 뒷 정리도 안 하고 다시 들어가서 게임만 해. 가끔은 모니터를 뿌셔버리고 싶기도 하다니까. 아예 노트북을 집어 던져버릴까?"


하는 폭풍 하소연을 했습니다. 그녀의 남편은 스타(크래프트)에 미쳐서 집에만 오면 스타하느라 저녁시간을 다 보낸다고 합니다. 제 친구의 기대는 남편이 집에 돌아오면 같이 하루 있었던 이야기도 하고, 오붓한 시간을 나누고 싶었는데 오로지 게임만 하니 속이 터졌나 봅니다.

그 때는 제가 게임을 안 하던 때였고, 결혼하면 밥 먹고 알콩달콩 같이 노는 것을 꿈꿨던 시절이라, 퇴근후 게임만 하는 친구 남편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결혼을 하고 신혼이면서 퇴근 후 게임만 할 수 있는지...

어떻게 그러냐면서 그 때는 그럴거면 그 남자는 결혼을 왜 했냐는 둥, 결혼 전에야 할게 없으니까 퇴근하고 게임하고 그랬을 수 있어도 결혼했으면 변해야 되는거 아니냐며 흥분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자기가 직접 해보면 이해가 되는 것인지, 제가 요즘 퇴근 후 게임을 열심히 하고 보니 그 때 그 남자의 심리가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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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게임 속 공동체


게임을 안 할 때는 게임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게임'만 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가방 던져놓고 바로 클래시오브클랜 게임을 하고 보니, 게임 속에 친구가 있었습니다. 각자 게임을 하기도 하고 단체 게임을 하기도 하면서 여기에서 서로의 일상을 조금씩 나눕니다.


"저는 이제 퇴근해요! 쟈철에서 내려서 클전(단체게임) 할게요"

"저는 오늘 야근 ㅠ_ㅠ 눈치보면서 클전하고 있어요."

"저녁먹고 올게요"

"오늘 갑자기 고기 땡겨서 고기 꿔 먹으로 왔어요. 음주 클전 ㅋㅋㅋㅋ"


이런 식으로 연인에게 하듯,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구체적으로 자기 일과를 말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같이 게임을 하다 보면 대략적인 서로의 활동 시간과 여가 시간을 파악하게 됩니다.


'지금쯤이면 OOO님이 접속할 시간인데...'

'지금쯤 퇴근했을텐데, 왜 안 오시지?'

'이 시간에 OOO님은 깨어 있을텐데. 이상하네.'


마치 친구 기다리듯 기다리고, 반가워 하기도 하고, 비록 게임 너머의 ID만 보이는 것이라도 매일같이 자주 보니까 친한 기분이 듭니다. 어쩌면 퇴근 후 게임만 하는 친구 남편의 경우도, 친구도 없는 이상한 성격이 아니라 게임 속 친구들과 그만큼 가까웠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오랜 시간 같이 스타를 했다면, 몇 시쯤 퇴근하는지도 알테고, OO님 왜 안오시냐, 빨리 접속해라 하면서 그를 기다리는 게임 속 친구들이 있었을 겁니다. 어떤 면에서는 부인보다 더 편한 친구들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시시콜콜 묻지 않으니, 게임하면서 툭툭 '오늘 겁나 짜증났었는데 게임 이겨서 기분이 풀리네요.' 라며 던질 수도 있는 대상 말 입니다.



2. 허한 마음을 채워주는 게임의 심리적 충족


팀전을 하다 보면 끈끈한 전우애를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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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시오브클랜 COC 게임은 팀원들이 공격 성공 별을 더 많이 채우면 이기는 게임입니다. 혼자 게임할 때 별 3개를 얻으면 그냥 좋지만, 클랜전 단체 게임할 때 별 3개를 얻으면 무척 뿌듯해요. 제가 팀에 기여를 한 것 같고, 별 한 개라도 더 채우면 행복합니다. 제가 채울 때도 기쁘고, 아슬아슬할 때 다른 분이 공격 성공해서 별 한 개씩 한 개씩 더 채워나갈 때면 짜릿하고 뭉클합니다.


반대로 제가 별을 하나도 못 따는 날이면 무척 우울합니다. 제가 쓸모없는 존재가 된 기분이에요.. ㅠㅠ

그깟 게임 속 별 하나 두 개가 뭐라고...


별 것 아니지만, 단체 게임에서 기여를 하면 제가 무척 중요하고 쓸모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존재가치가 상승하는 기분이고, 실패해서 팀전에 아무 도움이 안되면 존재가치가 없어지는 기분입니다.


제가 게임을 안 할 때는 현실에서 존재 가치를 인정받아야지, 게임 속에서 게임 잘한다고 인정 받아서 뭐 하느냐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해보니 지친 일상에 이런 동지애와 존재가치도 든든한 심리적 자산이 됩니다. 안타깝게도 어떤 날은 현실에서 제가 참 무력한 부품 하나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믿을 놈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외롭게 느껴질 때도 있으니까요.

어쩌면 퇴근 후 게임만 하는 남편도 일하면서 받은 허탈한 마음을 게임 속에서 채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게임 속에서는 무능한 직장인도 아니고,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 부족한 남편도 아닐테니까요...



3. 무서운 습관


게임을 하노라면 훈훈한 우정, 끈끈한 전우애, 게임기술 향상으로 인한 자신감 등의 긍정적인 감정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꾸 게임이 안 풀리고 지면 성질 납니다. 팀에 이상한 사람이 들어와서 징징거리면 피곤하기도 하고, 이기적인 팀원을 보면 얄밉기도 합니다. 게임 속이라고 마냥 평화롭고 좋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게임 자체도 어느 순간 지겹기도 하고, 공격 하는 족족 실패해서 맥 빠지기도 하고요. 그러나 이 쯤에는 이미 게임이 생활습관이 되어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아주 자연스럽게 퇴근하고 밥먹고 게임 하다가 씻고, 도시락 싸놓고 다시 게임하다가 자는 패턴이 생겨 버립니다. 스마트폰 게임은 침대에 누워서까지 한 판만, 한 판만 하다보면 정신없이 하고 있게 됩니다. 중독이에요...


아마도 퇴근 후 게임하는 남편의 경우도 이런 생활 습관이 굳어진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결혼 전에, 집에 오면 씻고 컴퓨터부터 켜고, 자기 전까지 게임을 하던 버릇이 있었다면 결혼을 한다고 그 습관이 한 순간에 고쳐지지 않을 겁니다.



4. 자기 합리화


직장인들이 게임을 할 때면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종일 스트레스 받았는데, 스트레스 해소하려고 게임 한 판 못하나?'


학생 시절에 게임을 할 때는, 해야 할 공부를 안하고 게임하는 것 같아 일말의 죄책감이 들기도 했으나 직장인이 되니 그런 죄책감 같은 것이 없습니다. 죄책감 보다는 애잔한 마음이 듭니다. 내 생활도 없이 일하다가 게임 한 판 간신히 할 때나, 기껏 돈 벌어서 현금결제 만원도 망설이고 있는 자신을 볼 때면 짠해집니다.


'내가 하는 거라고는 일하고 돌아와서 게임 몇 판 하는 것 밖에 없는데.... ㅜㅜ'


TV 채널도 양보하고 한 쪽 귀퉁이에서 조용히 게임만 하고, 남들처럼 비싼 돈을 쓰는 취미도 아니고...

그렇다 보니, "왜 퇴근하고 게임만 하느냐?" "퇴근 후에 운동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하는거 아니냐?" 라고 몰아붙이면 방어적이 되기 쉽습니다. 


'하루 종일 일했는데, 퇴근후에 게임 몇 판도 못해?'

'내가 남들처럼 취미 생활 한다고 돈 쓰는 것도 아니고 고작 게임 몇 판하는건데, 뭐!'

'종일 일하고, 집에 와서도 또 뭘 해야만 해? 그냥 게임이나 하면서 좀 쉬고 싶어.'


같은.... 심정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모습을 지켜보는 맞벌이 아내 입장에서는 '너만 힘들었냐? 할 일은 나눠서 하고 쉬어라' 라고 하고 싶겠지요.... ^^;;;


퇴근 후 게임하는 남편, 해법은 없을까?


게임 하지 말라고 잔소리를 하고 성질을 내 봤자 부부싸움만 일어납니다. 

정말로 게임을 못하게 하고 싶다면, 몇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게임을 그만두게 하는 방법

게임 자체를 스트레스로 만들면 됩니다. 게임하는 옆에 붙어 앉아서 "또 진거야? 왜 이렇게 못해? 게임도 못하고 대체 잘하는게 뭐야?" 라면서 게임실력에 예민해지게 만들면 게임이 점점 재미없어 집니다.

만약 게임의 내용을 잘 알고 있다면, 좀 더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습니다.
"아직도 6렙이야? 대체 언제 7렙 올려? 돈을 왜 이렇게 못 벌어? 이 미션은 왜 아직도 못 깼어? 이거 했었어야지." "왜 생산시설을 먼저 업그레이드해? 무기를 업그레이드 했어야지." "마법사 타워 먼저 했어야지! 왜 대포부터 업글하고 있어." "그렇게 공격하면 어떻게 해? 이거 먼저 내려놨어야지!" 라는 식으로 꼬치꼬치 뭐라고 해대면 짜증이 나서 게임이 더 스트레스가 되어 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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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똑같이 게임만 해서, 더 질리게 만드는 방법도 있습니다.

똑같이 퇴근 후 게임만 하는 겁니다. 저녁도 안 차리고, 집 정리도 안 하고, 남편이 배고프다고 하면 알아서 먹으라고 하고, 자신도 PC방처럼 컵라면 먹어가면서 게임을 하는 것 입니다. 남편이 더러운 것이나 배고픈 것을 못 견디는 사람이라면 먼저 GG치고 집안일을 한다고 합니다. 다만 이 정도로 버티려면 아내가 보통의 끈기와 인내심으로는 힘들며, 부작용으로 아내가 게임중독이 되어 퇴근 후 게임만 하는 아내 문제로 대상만 바뀔 뿐 문제는 그대로 일 수 있습니다.



각자 원하는 것을 얻는 법

퇴근 후 게임만 하는 남편 때문에 화 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집안일을 모두 아내에게 떠미는 것이 화가 났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게임처럼 집안일 미션을 주면 평화로워진다고 합니다.

'설거지는 남편 몫, 설거지만 하면 게임을 하던 말던 상관 안한다',

'퇴근 후 청소기 돌리고 걸레질 하는 것은 남편 미션.'

이런 식으로 할 일을 주고, 그 일을 하기만 하면 뭐라 하지 않는 것 입니다.


이보다 어려운 것은 남편과의 정서적 교감을 원하는 경우 입니다. 이 경우는 아내가 생각을 바꾸는 것이 빠릅니다.

퇴근 후에 둘이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같이 맛있는 것도 해먹고, TV도 보고... 이런 '함께'하는 일들을 원했을 수도 있지만, 남편은 게임을 하길 원합니다. 그렇다면 남편을 억지로 뜯어 고쳐서 하기 싫은 일을 하게 만들기 보다, 아내도 이전처럼 저녁 시간을 갖는 것이 낫습니다.

퇴근 후 게임만 한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남편이 퇴근해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입니다. 그 시간을 맘껏 즐기면 됩니다. 친구와 수다를 떨 수도 있고, 무언가를 배우러 갈 수도 있고, 운동을 갈 수도 있고, 여전히 퇴근 후 시간이 온전히 생긴다고 생각하고 즐기는 편이 퇴근 후 게임하는 남편을 뜯어고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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